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17)
309화
하지만 지금은 스킬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마력이… 늘어났다?!’
이창식은 정말로 놀랐다.
각성한 다음부터 인간을 초월한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지만, 헌터들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천천히 늙을 뿐 늙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창식 본인이 은퇴한 데에는 노화로 인한 마력 감소도 컸다.
안 그래도 마력이 부족했는데 노화로 인해 더 부족해졌으니…
하지만 지금.
은퇴한지 꽤 됐는데도 전성기 때와 비슷한 수준의 마력이 느껴졌다.
아니, 오히려 조금이지만 더 늘어난 것 같았다.
‘이게 성좌의 능력인가?’
가끔 희귀하고 특수한 스킬들로 인해 예상치 못한 성장을 하는 헌터들이 있었다.
당장 황경룡도 죽음의 위기에서 희귀한 스킬을 얻고 인생역전한 케이스 아니던가.
그리고 그런 희귀하고 특수한 스킬들을 어비스에서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게 성좌들이었다.
성좌의 이름, 을 들었을 때만 해도 ‘연승이는 참 성좌 이름도 지 같은 걸 얻었군…’했던 이창식이었지만, 지금 최연승의 능력을 느끼고 전율하고 있었다.
수련하는 필멸자들을 강하게 만드는 능력.
얼핏 들어보면 평범하게 들렸지만 절대 평범한 능력이 아니었다.
무슨 짓을 해도 오르지 않고 쇠퇴하던 이창식의 능력을 다시 성장하게 만들다니.
…게다가 이건 최연승이 의도한 것도 아니었다. 그랬다면 최연승이 말했을 테니까.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성좌답게, 무의식적으로 주변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던 것이다.
“형, 지금 별호 불렸다고 쪽팔려서 발걸음 멈추신 겁니까!?”
최연승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외쳤다.
지금 최연승은 기다리고 있었다.
힘을 폭발시키면서 구궈오와 정면으로 치고받는다 하더라도 이길 자신이 없진 않았다.
구궈오의 마력이 어마어마하다지만, 한 번 겨뤄보니 의외로 할만하다고 느낀 것이다.
힘으로 우악스럽게 밀어붙이는 상대는 어비스에서도 많이 만났었다.
무한에 가까운 마력을 강기처럼 쓴다고 하더라도 그걸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그건 강한 무기가 아니었다.
마력을 분출시켜서 용의 형태로 바꾸거나, 마력의 늪을 만들거나, 촉수처럼 흩뿌린다거나 하는 잔수작들도 별 의미가 없었다.
중요한 건 자신이 얼마나 그 스킬에 얼마나 익숙한가였다.
‘문제는 여기가 지구라는 거지.’
상대야 뒷일 생각 안 해도 됐지만 최연승은 뒷일을 생각해야 했다.
최소한 중국이라면 주변 건물 날아가는 거 생각 안 하고 싸우겠지만 여긴 한국 아닌가.
상대의 공격을 테크니컬하게 흘려보내면서 역으로 공격을 꽂아 넣어야 하는데 여기서는 그랬다가는 경기장이 아작나고 주변 도로가 갈려나갔다.
일격에 숨통을 끊어버려야 한다!
‘이럴 때는 어비스가 그립군.’
-후계자가 지구를 버리고 어비스로 간다면 말리지 않는단다.
-아니. 그럴 순 없고.
최연승은 나태의 여신이 하는 말은 무시했다.
아무리 귀찮고 짜증나고 가끔은 ‘이런 인간들을 살려둬야 할까?’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최연승은 지구와 인류를 버릴 수 없었다.
“제가 왔습니다!”
“139호!”
최연승은 뒤늦게 도착한 139호 악마의 모습에 반색했다.
이 상황에서 139호 같이 A급 헌터 이상의 권속은 충분히 도움이 될…
[가 암흑의 늪을 선물합니다.] [마력이 증폭됩니다!]순간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검은 마력이 파도치듯이 출렁이며 경기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139호가 소환한 소환수들이 그대로 삼켜졌다.
“……”
“지금 설마 골고루 소환 안 하고 걸어다니는 놈들만 소환한 거냐?”
최연승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139호를 쳐다보았다.
당연히 저런 군단을 구성할 때에는 효율적으로 근거리-원거리, 탱커-딜러-힐러, 육지-비행 등등 조화롭게 해야 하지 않은가.
“이… 이게 원래… 저희 사이에서는 이게 관습이라…”
139호는 자신도 모르게 변명했다.
보통 악마들이 군단을 소환할 때에는 멋과 위엄을 중시하지 균형을 고려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 자식 은근히 쓸데가 없군.’
[가 대신 사과합니다.]이 상황은 악마 성좌도 139호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대신 사과하는 악마 성좌.
빚을 갚기 위해 유능한 악마를 붙여놨는데 하는 짓이 실수밖에 없었다.
[이 물러나라고 위협합니다. 이 본인과 함께 싸울 거라고 경고합니다.] [은 그 정도 사이까지는 아니라고 변명합니다.] [이 화를 냅니다!]악신 성좌들끼리 서로 대화하면서 싸우는 모습에 최연승은 어이가 없었다.
[가 흑마법사 성좌가 원래 저런 성좌가 아닌데 많이 초조해진 모양이라고 말합니다.]‘초조해졌다고 남의 나라에서 살육을 벌이나?’
악신 성좌 놈들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지구가 ■같아지고 있다는 것만 느껴질 뿐.
최연승은 구궈오의 호흡을 깊게 읽어냈다.
상대의 동작 하나하나를 파악하고 상대가 무엇을 할지 읽어내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완벽하게 이뤄지는 순간 상대는 최연승의 손바닥 위에 있게 됐다.
‘단숨에…’
푹!
“크아악! 철혈빙제 네놈이 진짜!”
다시 나타난 이창식.
구궈오는 이를 갈았다.
마력으로 비교하면 아무리 A급 헌터라도 단숨에 짓밟을 수 있었는데, 성가신 아티팩트 하나 때문에 도저히 꼬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
힘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상대를 몰아붙이는 이창식의 모습에 한세하는 감탄했다.
그리고 전의를 불태웠다.
‘좋아. 나도 보여준다!’
마침 최연승도 보고 있겠다, 의욕이 몇 배로 상승하는 기분이었다.
[가 당신의 의욕을 느끼고 기뻐합니다!] [사냥개의 힘이 당신을 더욱 강하게 만듭니다!]사냥개 성좌와 계약한 한세하의 능력 중 하나.
기분과 의욕에 따라 그 힘이 강해지고 약해지는 능력!
약점이 뚜렷하긴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확실하게 장점이 드러났다.
같은 헌터보다 몇 배 되는 능력을 짧은 순간에라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
꽝!
굉음과 함께 번쩍이는 흰색 빛줄기가 구궈오를 꿰뚫고 지나갔다.
강기를 한계까지 응축시킨 최연승이, 구궈오의 정신이 팔린 사이 폭발적으로 돌진해 구궈오의 숨통을 끊어버린 것이다.
보고 있던 성좌들도 자연스럽게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운 공격이었다.
강기를 극한으로 갈고 닦은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일격!
“…어?? 어???”
한세하는 당황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정말 싸움이 이대로 끝난 건가??
아직 아무것도 못 했는데??
[가 시무룩해집니다.] [당신의 힘이 일시적으로 하락합니다.]* * *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성난 한국 헌터들에게 둘러싸인 양하이펑은 대가리를 땅에 박고 빌었다.
구궈오가 쓰러지고 사태는 일단락됐다.
붙잡혀 있던 양하이펑도 몸 몇 군데가 부러지긴 했지만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달려온 한국 헌터들한테서도 빠져나올 수는 없었다.
‘하하 서로에게 참 불운한 사고였습니다 전 이만’하고 빠져나가기에는 너무 규모가 큰 대형사고였던 것이다.
“이 새끼 중국 스파이 아닙니까?? 같이 왔는데 한 놈만 계약했고 다른 한 놈만 계약 안 했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냥 죽여 버리고 어쩔 수 없었다고 해버립시다!”
어느 나라든 간에 악신 성좌와 관련되면 예민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요즘 사람들은 호환마마전쟁던전몬스터보다 악신 성좌가 일으키는 테러가 더 위협적인 것이다.
악신 성좌와 관련되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즉결 처분을 해도 정당성을 인정해줬다.
즉 여기서 슥삭 묻어버린 다음 ‘아 알고 보니 구궈오랑 같은 한패였네요!’하면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확률이 높다는 것.
양하이펑은 살기 위해 빌어야 했다.
“정말 저는 몰랐습니다! 으흑흑! 최연승 헌터! 같이 있었잖습니까!”
“그러고 보니 도중에 자리 비우지 않았나?”
최연승은 별 생각 없이 물었다.
그 질문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 얼굴이 험악해졌다.
“아니! 경기 져서 보고하러 간 겁니다!! 경기 져서!!”
“아. 그랬나. 그 놈은 악신 성좌와 계약 안 했다.”
최연승의 말에 한국 헌터들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제각각 소속 클랜도 다르고 헌터 등급도 달랐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모두 최연승에 대한 존경심이 담겨 있었다.
‘대단하다. 정말.’
‘경기장이 이렇게 박살이 났는데 민간인 희생자가 한 명도 안 나오다니.’
‘솔직히 나 같았으면 먼저 튀었을 것 같은데…’
이런 혼란스러운 곳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면 일단 대피한 다음 싸우는 게 보통이었다.
헌터라고 해도 찔리고 베이면 죽는 것이다.
괜히 무리하게 덤벼들었다가 죽는 것보다 상대를 파악하고 싸우는 게 옳은 방법.
…하지만 그런 수지타산을 걷어차고 민간인 대피시키는 동안 혼자서 치고받은 최연승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저기 봐. 철혈빙제도 계셔.”
“철혈빙제랑 같이 서있으니까 정말이지…”
이전 시대의 영웅이었던 철혈빙제 이창식과 지금 시대의 영웅인 최연승이 같이 서있는 모습은 무언가 가슴 울컥한 부분이 있었다.
이것이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인가!
“근데 최연승 헌터는 나이로 따지고 보면 철혈빙제랑 몇 살 차이 안 나지 않나?”
“쉿. 조용히 해. 겉모습이 중요하지 새끼야.”
* * *
-오늘 오후 5시 경 서울헌터경기장에서 악신 성좌와 계약한 권속들이 테러를 일으켰습니다. 시민 스물세명이 다쳤고 다행히 성공적으로 대피를…
-정부는 이번 일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습니다. 외교부는…
-후팡위 중국 외교부장은 ‘이번 일은 안타까운 사태지만 구궈오가 악신 성좌와 계약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고, 중국 헌터들 덕분에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야 이런 미친…’
양팔에 헌터용 수갑차고 뉴스 듣고 있던 양하이펑은 기가 막혔다.
미친놈들아!
‘아무리 그래도 저건 심하지…!’
해외 나라들의 불만과 비난 때문에 하는 말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해서, 양하이펑도 다른 국가들간의 관계는 이제 와서 더 나빠질 게 있나 싶었다.
외교부장이 유엔 총회 자리에서 똥을 싸더라도 호감도가 더 내려가지는 않을 것 같았던 것이다.
양하이펑이 이러는 건 중국 내부의 반응 때문이었다.
지금 중국 안의 불만은 조금만 돌아다녀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상태였다.
-가장 뇌물 많이 받아먹는 게 헌터, 그 다음이 정치인, 그 다음이 공무원.
-헌터 놈들이 제일 역겨운 놈들이다. 당에 빌붙어서 호의호식하는 구더기 놈들!
그리고 그런 불만은 언제나 헌터들한테 먼저 향하곤 했다.
목숨 걸고 싸우는 대신 화려한 사치를 누리는 이들.
몬스터라도 잘 잡으면 그나마 비난을 좀 피해갈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S급 몬스터로 인한 대참사 때문에 여론이 최악이었다.
당도 놀라서 몇몇 클랜을 뇌물 처벌 본보기로 때려잡았을 정도로.
-당 내부 부패 척결을 위해 다음과 같은 클랜들을 처벌한다!
ㄴ역시 총서기님이십니다!
ㄴ이제까지 같이 다 받아놓고 왜 모르는 척이지? 양심이 없거나 대가리가 없나? 지금 헌터들하고 같이 찍은 사진에 계신 분은 총서기가 아니라 총서기 애비신가?
ㄴ이 자식들은 우리가 눈이 없는 줄 아는 거 같아!
…물론 별로 효과는 없었다.
근데 이렇게 불만이 그득그득한 상황에서, 중국 사람들도 중국 헌터들이 어린 유망주들 버리고 도망친 거 다 봤는데…
거기다 대고 ‘우리 헌터들이 최고다!’라고 발표를 하면?
‘…욕을 푸짐하게 먹을 거 같은데…’
양하이펑의 불길한 예상은 좀 더 화끈하게 드러났다.
곳곳에서 폭동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