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nstellation Returned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63)
063화
최연승은 뒷좌석에서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했다.
“헌터라는 게 특권이 아닌데 말이지.”
“특권이지. 무슨 소리야? 우리는 이 현대의 귀족이라고.”
“주인님. 그냥 패면 안 됩니까?”
“냅둬라. 저렇게 살다 뒤지겠지.”
“……”
휘태커는 할 말을 잃었다. 뭐 저런 날카로운…
‘잠깐. 주인님?’
오다이곤이 왜 최연승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휘태커는 굳이 묻지 않았다. 사람의 취향은 다양한 법이니까.
“그래서 머니메이커. 흥미진진한 곳은 언제 도착하나?”
“일단… 클럽에…”
“클럽 가서 헌터인 거 알려주고 대접 좀 받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그건 넘어가고. 다른 거.”
“…아는 프로듀서가 있는데 혹시 출연할…”
“그딴 거 말고.”
계속 삐딱하게 나오는 최연승의 태도에 휘태커는 머리를 굴렸다.
이 레이드에만 관심 있는 놈을 어디로 데려간다?
“…아. 혹시 차이나타운은 어때?”
“차이나타운? 뭐가 있길래?”
“암시장이 있지.”
“?”
대침공 이후, 전세계는 혼란스러웠다.
멀쩡했던 나라들이 악신 성좌들에게 점령당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다른 나라로 급히 도망치는 혼란스러운 시기!
그런 상황에서는 자연스레 다른 것들도 성장하게 되었다.
바로 범죄조직들이었다.
예전에는 힘을 쓰지 못했던 마피아부터 각종 범죄조직들이, 혼란을 틈타 어마어마하게 세력을 키워나간 것이다.
던전에서 나온 몬스터 소재부터 시작해서 각종 아이템까지…
이런 것들은 한 번 밀수에 성공할 때마다 막대한 돈이 됐다.
던전은 헌터뿐만이 아니라 그들한테도 돈이 열리는 나무였던 것이다.
차이나타운의 암시장은 그런 과정에서 생긴 장소였다.
대침공 이후 중국 헌터들이 대거 넘어오면서 생겨난 암시장!
“그런 걸 그냥 내버려둔다고?”
최연승의 질문에 휘태커는 씩 웃었다.
이제야 이 헌터가 관심을 가지는구나!
“해외로 유출만 안 하면 정부에서도 안 건드리는 편이야. 암시장에서 장사하는 조직들도 다 합법적으로 살고 있다고.”
“드래곤 인더스트리가 다스리는 거 아니었나? 이거 하나 관리를 못해?”
“다스린다고 다 때려잡을 수는 없지. 도시 밖에서 운영하는데다가 얘네들도 되게 조심한다고.”
말이 범죄조직이지, 겉으로는 합법적인 기업들이었다.
각종 레이드 관련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합법적인 기업!
위로는 각종 뇌물을 정계, 재계, 다른 대형 클랜에 뿌리고…
아래로는 던전에서 나온 아이템들을 몰래 구입했다.
이런 조직들은 겉으로는 합법적인 척하면서 뒤로는 스리슬쩍 장사를 하는 것이다.
“이런 암시장에서는 좀 수상쩍은 아이템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
던전에서 갖고 나온 아이템들은 그냥 다 갖고 나올 수는 없었다.
일단 정부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 중 위험하거나 수상쩍은 아이템들은 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욕심은 사라지지 않기 마련!
이런 아이템들을 원하는 사람들은 흘러 넘쳤다.
[가 악신 성좌들의 권속들이 넘쳐날 것 같다고 말합니다.]‘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욕망이 넘쳐나는 곳에 악신 성좌들이 있었다.
악신 성좌들이 본다면 군침을 흘릴 먹잇감!
‘그나저나 경룡이 형이 여기서 뭐 사면 삐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군.’
성격상 별로 좋아할 것 같지는 않았다.
* * *
암시장은 의외로 활기가 넘쳤다.
길가에는 노점들이 들어서 있었고 다양한 국적들의 상인이 신이 나서 떠들고 있었다.
“이봐. 젊은이. 혹시 헌터인가? 헌터라면 이게 최고지!”
“이게 뭔데?”
정체불명의 고깃덩이를 가리키며 씩 웃는 늙은 상인.
그는 최연승을 보며 말했다.
“눈치 없기는. 그런 걸 대놓고 어떻게 말하나? 하지만 이 고기가 마력에 좋고 정력에 좋다는 건 보장할 수 있지. ‘크’로 시작해서 ‘켄’으로 끝난다고.”
“크라켄?”
“어허. 난 그런 말 안 했어.”
최연승은 정체불명의 고기를 빤히 쳐다보았다.
크라켄은 C+급부터 시작하는 몬스터. 못 구할 정도로 희귀하지는 않았지만 여기서 이렇게 팔기에는 또 애매한 고기였다.
[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기의 정체를 꿰뚫어봅니다.]“이건 크라켄 고기가 아니라 뿔난 닭 고기 아닌가?”
F급 몬스터 뿔난 닭. 잡기도 쉽고 숫자도 많아 자주 풀렸다.
물론 고기는 더럽게 맛이 없기로 유명했다. 맛이 있었다면 훨씬 더 인기가 좋았을 것이다.
최연승의 말에 늙은 상인은 당황했다.
“아니야. 그게 무슨 소린가?”
“맞는 것 같은데.”
“자꾸 그런 소리 하면 사람을 부를 걸세!”
대화를 듣던 휘태커가 당황해서 끼어들었다.
“됐어. 안 산다고.”
그는 대화를 끊고 최연승을 끌고 왔다.
“아니 왜 저런 쓸데없는 노점에서 살려고 해? 저런 건 절반이 사기야. 게다가 쓸모도 없잖아.”
암시장에서 인기 있는 건 희귀한 아이템이었지 저런 몬스터 고기가 아니었다.
저런 걸 사서 어디다 쓴단 말인가.
저런 걸 사는 사람은 헛소문을 믿는 괴짜들밖에 없었다. 몬스터 고기를 먹으면 건강해진다느니, 오래 산다느니…
그러나 최연승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말했다.
“쓸모가 없다니. 내가 요리하는 걸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아…”
휘태커는 그제야 최연승의 요리를 떠올렸다.
몬스터 고기를 요리하는 기막힌 솜씨!
꿀꺽-
휘태커는 무심코 침을 삼키고 얼굴을 붉혔다. 최연승이 피식 웃었다.
“그, 그렇겠네. 너라면 몬스터를 요리할 수 있으니…”
“쓸만한 재료를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니. 그래도 그건 나중에 사도 되지 않아? 내가 아는 경매장이 있다고.”
이런 노점에서 대놓고 파는 건 별로 위험하지도 희귀하지도 않은 아이템들이었다.
단속 나와서 걸려도 괜찮은 아이템들!
정말 희귀한 아이템들은 비밀 경매장에서 구할 수 있었다.
“이런 곳은 일반 헌터들이 들어가지도 못한다고. 인맥이 있어야 해.”
휘태커는 어깨를 으쓱하며 자랑했다.
그러나 최연승은 무기나 마법책에 별 관심이 없었다.
“식재료 좀 더 보고.”
“아니! 진짜! 무공서도 있을지 모른다니까?”
“무공서가 나오나?”
“인기가 없긴 한데 그래도…”
“……”
최연승은 살짝 슬퍼졌다.
“그러면 식재료나 좀 더 챙겨야겠군.”
“……”
“머니메이커. 자꾸 궁시렁대면 너한테는 안 준다.”
“아, 아니야.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휘태커는 재빨리 말을 바꿨다. 솔직히 최연승의 요리는 다시 먹고 싶었다.
그 비결은 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그런 재료로 그렇게 맛있게 만드는 거지?’
뿔난 닭의 닭고기.
쐐기 멧돼지의 돼지고기.
맹독 황소의 소고기.
다 F급, E급 몬스터들에게서 나오는 싸구려 재료들이었지만, 최연승은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싹싹 골랐다.
파는 상인들은 솔직히 감탄했다.
그냥 고르는 게 아닌, 똑같은 재료들 중 가장 좋은 재료만 고른다!
“근데 왜 고기만 고르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다 종류가 다른 고기잖아?”
최연승은 정색했다.
요리의 레시피가 다양하지 않다는 건 최연승이 갖고 있는 콤플렉스였던 것이다.
어비스는 다양한 요리를 할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아, 아니… 왜 화를 내고 그래… 잠깐. 그런데 왜 내가 사야 하는 거지?”
휘태커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심코 자기가 다 값을 치르고 있었던 것!
“뭐야. 머니메이커. 돈이 없나?”
“아니! 돈이 없는 게 아니라!”
B급 헌터가 버는 돈이 얼마인데 돈이 없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여기 식재료들은 아주 비싸봤자 천 달러!
던전에서 나온 아이템치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쌌다.
“나하고 친해지고 싶다면서? 친해지고 싶다면 이 정도는 써줘야지.”
“아하. 주인님. 친구비란 거군요.”
“넌 또 그걸 어디서 들었냐?”
최연승은 오다이곤과 떠들면서 식재료를 구입했다. 휘태커는 뭔가 억울했지만 일단은 잠자코 구입했다.
확실히 친해지려는 건 그였으니까!
* * *
“저 놈인가?”
붉어진 눈을 한 헌터가 최연승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다른 헌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감히 저 하찮은 놈이 우리의 주인님을 모욕했다.”
“놈의 피로 모욕을 씻자!”
“놈의 피로 모욕을 씻자!”
그들은 악신 성좌, 와 계약한 이들이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악신 성좌와 계약하는 건 중죄로 엄격하게 다스리고 있었지만, 악신 성좌와 계약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다른 성좌들과 달리 악신 성좌는 쉽고 빠르게 힘을 줬다.
솔깃할 수밖에 없는 조건!
평생을 살아도 멀쩡한 성좌들에게는 선택 받기 힘든데, 악신 성좌들이 말을 걸어오면 그 유혹을 버티기 힘들었다.
몇십년 전 대침공 때에는 악신 성좌들이 힘으로 밀어붙이며 대놓고 싸웠지만, 이제는 이렇게 물밑에서 공작을 부리고 있었다.
“저 놈을 죽이면 주인님께서 권능을 내리신다.”
“저 놈을 죽이면 주인님께서 권능을 내리신다!”
최연승은 아직 유명한 편이 아니었다.
UHC 예선전에서 활약을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예선전이었다.
클랜에 들어가서 실력을 제대로 보여줬지만, 그것 역시 클랜 안의 사람들만 아는 실력이었다.
그러나 의 권속들 사이에서 최연승의 이름은 유명했다.
모욕에 분노한 가 최연승의 목숨에 현상금을 건 것이다.
-내 권속들에게 명령한다. 놈의 목숨을 갖고 와라!
성좌가 명령하면 권속들은 따른다!
최연승의 위치를 찾으며 기다리던 그들은, 갑자기 차이나타운 암시장에 최연승이 나타나자 순식간에 모여들었다.
* * *
“다 샀냐? 이제 그러면 내가 아는 곳으로 안내해도 되겠지?”
“그래. 그래. 고생했다.”
식재료를 꼭꼭 압축해서 공간 주머니에 넣은 최연승은 휘태커를 달랬다.
삐지기 직전의 표정이었던 것이다.
휘태커는 골목길을 굽이굽이 돌아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고풍스럽게 생긴 건물의 지하로 들어가서 문을 두드렸다.
‘오. 마법이 장난 아닌데.’
“주인님. 걸려 있는 마법이 상당합니다.”
오다이곤도 느꼈는지 속삭였다. 아마 밖에서 습격을 받으면 도망치기 위한 방어일 것이다.
침입자가 들어오면 경보가 울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방어막까지…
“으흠. 으흠.”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휘태커 머니메이커.”
휘태커는 그럴듯하게 생긴 금박 카드를 내밀었다. 그 위에 찍힌 복잡한 도장 무늬를 확인한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규칙은 지켜주셔야 합니다.”
휘태커는 최연승을 보며 말했다.
“안에서는 멋대로 행동하면 안 돼.”
“규칙이 뭐지?”
“밖에 가서 말하지 않는다, 잡혀도 불지 않는다, 안에서 소란을 일으키지 않는다… 기본적인 에티켓이지.”
지하 경매장에서 이런 에티켓을 말하니 좀 어이가 없긴 했지만, 최연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파아앗-
지하는 의외로 밝고 넓었다. 마치 고급스러운 카지노 같았다.
경매 전에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장소였다.
셋은 가면을 쓰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면을 쓴 사람들이 이곳저곳에서 즐기고 있었다.
“경매 시작하려면 좀 걸릴 테니 룰렛이나 좀 하면서 기다릴까. 최연승. 보면 알겠지만 내가 룰렛 고수야. 잃은 적이 없다고.”
‘이쪽에서 퍼주는 거 아닌가?’
휘태커의 말에 최연승은 자연스레 의심부터 했다. 그리고 그 의심은 사실이었다.
* * *
“ 클랜의 헌터가 왔습니다.”
“주의해서 대접해라. 괜히 문제 일으키지 말고.”
“예.”
경매장을 운영하는 클랜, 는 중국에서 이민 온 헌터들로 구성된 헌터들이었다.
대침공 이후 중국을 떠난 헌터들!
헌터들이라고 다 우대 받지는 않았다.
중국 정부는 절대적인 충성을 헌터들에게 요구했고, 충성하지 않는 헌터들은 가혹하게 탄압받았다.
그런 헌터들이 대침공으로 혼란스러울 때 중국을 떠난 건 당연한 일이었다.
중국에서도 핍박 받았던 헌터들은 미국에 와서도 매우 조심스러웠다.
클랜은 철저하게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활동했다. 살아남기 위한 지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