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 Director Returns from Hell RAW novel - Chapter (35)
#35화
무사히··· 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든 명규 형의 영입이 끝났다.
연봉협상이나 자세한 업무 지시사항의 전달을 모두 끝내니 벌써 6월이다.
개발을 시작한 지 어언 1년이 넘어가는 시점, 작업 현황은 챕터 1의 본편 맵 디자인과 챕터 2의 모델링까지.
최초 2년 개발을 기획한 것에 비해 절반도 못 미치는 작업 속도지만 괜찮다.
명규 형이 있는 만큼 이제부터는 작업이 조금 더 빨라질 테니.
“명규명규 오빠! 좋은 아침!”
“명규명규 오빠 오늘은 파란 남방? 쿨톤 잘 받네?”
“으응, 안···녕!”
부디 작업에 집중해주어야 할 텐데.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문득문득 그런 생각이 떠오른다.
···사실 알아서 하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영 뭣하면 내가 따로 언질을 주면 될 일이고.
나는 막 출근하는 명규형과 눈인사를 나누고 내 일을 시작했다.
오늘은 완성된 챕터 2의 맵과 몬스터를 확인하는 날이었다.
한서림과의 단독 회의였다.
“좋은데?”
“그쵸? 이거 하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과연 보여줄 때부터 꽤 자신 있어 하더니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모델은 대체로 어두운 보랏빛, 보는 각도에 따라 2D로도, 3D로도 보이는 이질적인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게임적으로 판단하면 호러의 연출에 용이한 ‘이질감’, 그리고 ‘시야의 차단’을 디자인의 단계에서부터 처리를 해버린 것이다.
미술에 눈이 어두워 콕 찝어 말할 수는 없으나, 이 모델링에 기법적으로 꽤 많은 고민이 들어갔음은 분명했다.
궁금해져서 물었다.
“어떻게 한 건데?”
“베이스 컨셉이 유화였잖아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유화라는 게 되게 거칠고 딱딱한 질감이거든요. 입체감을 만들기는 좋은데 선배가 말한 것처럼 일렁이는 형상을 만들기는 어려웠어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10년 정도가 더 흐른 뒤의 게임이라면 액체 형상의 꾸물거리는 모델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2010년, 우리는 영세 회사.
액체의 일렁임을 사람의 형상으로 빚어내기엔 기술력도 인력도 모자랐다.
“그래서 생각했죠. 차라리 착시를 이용하면 어떨까?”
“착시?”
“아나모픽(anamorphic)이라고 해요. 왜, 바닥에 구덩이 그림을 실제처럼 그린 다음에 그 위에 올라가서 찍는 사진 같은 거 있잖아요?”
아, 대충 알겠다.
트릭아트.
생각해보면 관련 박람회 같은 것도 있었지.
“그걸 쓴 거라고?”
“아나모픽을 조각에도 적용할 수 있거든요. 결국 상을 일그러뜨린다는 개념의 확장이니까.”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저 신기한 마음에 몬스터 모델을 이리저리 회전시켰다.
정면에서 보면 일그러진 나무 형태, 후면에서 보면 휘어있는 사람의 형태, 그리고 측면에서 보면 웃으며 관절을 비트는 사람의 형태다.
그것이 맵과 어우러지는 순간의 이질감은 더해졌다.
말 그대로 착시다.
각도에 따라서 맵과 몬스터가 동화될 때도 있었고, 아예 별개의 것처럼 동떨어져 서로의 구분을 나눌 때도 있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거 특히 신경 썼거든요.”
일이 끝나서인지 결과물이 마음에 들어서 인지 한서림이 자랑에 가까운 시연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화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맵 군데군데 자리해 있는 원통형 금속 기둥이었다.
무슨 역할을 하는 것인가.
이유는 곧 밝혀졌다.
‘음?’
몬스터를 기둥 옆에 두는 순간 기둥에 비친 몬스터의 형상이 평범하게 우는 사람의 것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눈이 큼지막하게 뜨여졌다.
한서림은 씨익 웃으며 설명했다.
“아나모픽 기법 중에 애너모포시스라는 게 있어요. 일그러진 물체가 상에 반사되는 순간 원래 형태로 변하도록 하는 기법이에요. 거기서 착안한 거죠.”
그 순간 한서림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언제나처럼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감각은 머릿속에 폭죽이 터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모델링을 보자 챕터 2의 레벨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요소의 해결책이 떠오른 것이다.
‘시간.’
이거라면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
향락의 지옥은 기본적으로 쾌락의 시간과 현실의 시간이 절반씩 공존한다.
즉, 그걸 게임 내에 구현하려면 시간의 흐름이라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시스템적으로도 게임의 호흡적으로도 절대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당연하다.
시간의 흐름을 이곳에서만 표현한다면 챕터 2만이 너무 다른 이질감을 줄 테고, 또한 리소스의 낭비가 심각해질 테니까.
‘그걸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자, 챕터 2의 메인 기믹을 떠올려보자.
‘현실로 돌아와 광분하는 죄수. 즉, 몬스터. 꿈속을 유영하며 쾌락에 빠진 죄수. 즉, 파밍용 오브젝트.’
두 가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면?
예를 들어 저 기둥을 ‘파밍 아이템이 있는 자리’로 지정하는 것이다.
아이템을 파밍하는 방법은 기둥 근처의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것.
그렇게 몬스터를 쓰러트리는 순간, 일그러진 시체는 빛무리로 지워버리고 자리엔 기둥에 비친 온전한 죄수의 상만이 남긴다. 마치 죄수의 혼이 그곳에 박제된 것처럼 말이다.
플레이어는 사람의 기둥에 다가가 멀쩡한 형태의 시체를 만져 아이템을 뽑아오는 형태로 만들면 된다.
‘설정을 보강해보자.’
나는 지옥의 고증을 위해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다.
지옥을 바탕으로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 게 목표다.
그러니 한서림이 만든 기둥에 설정을 덧입히는 것이다.
‘기둥을 챕터의 최종보스인 덩어리의 살점, 흔적, 능력 따위로 두는 거야.’
시간으로 나누려 했던 죄수의 쾌락과 현실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어그러진 세상에서 홀로 반듯한 기둥의 이질적인 모습을 꽤 그럴싸하게 설명하는 게 가능해진다.
설정 외에도 기둥으로 두 가지 효과를 더 볼 수 있다.
첫째, 프로그래밍적으로는 파밍 시스템 구현의 간소화, 단 하나의 동작으로 파밍을 끝낼 수 있으니 작업량이 줄어들 것이다.
필요한 개발 시간이 줄고 리소스나 플레이어의 이해 측면에도 긍정적일 거란 말이다.
다음으로 둘째, 플레이적으로는 맵 곳곳에 솟아있는 기둥을 ‘보상 위치’로 자연스레 표기해 플레이어의 동선을 이끌어주는 효과가 있다.
주로 오픈 월드에서 쓰는 기법이다.
시야에 도드라지는 구조물을 만들어 유저로 하여금 그 구조물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키워주는 것이다.
헛웃음이 나왔다.
‘더 직관적으로 만들 수 있어.’
굳이 인 게임 내에 시간의 흐름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최초 구상했던 방향대로라면 시간대에 따라 잡아야 하는 몬스터가 나뉜다.
그것은 부정적 스트레스다.
시간 내에 목표를 완수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변동하는 파밍 루트는 피로가 될 것이란 말이다.
한데 이렇게 ‘반사’라는 형태로 기둥에 비친 몬스터를 루팅한다면 그런 스트레스가 없다.
‘플레이 하나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겠지.’
생각이 이어지던 중이었다.
“어때요? 이거 대단하지 않아요? 나 이거 구현하는 데만 한 달 넘게 수정···.”
한서림이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것을 알아냈다.
한서림은 스스로가 극히 만족하는 결과물에 관해서는 어떻게든 설명하려는 성질이 강하다.
즉, 칭찬받고 싶어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무심코 말하게 된다.
“최고야.”
“···응?”
“네가 최고야. 역시 네가 아니면 안 돼.”
한 톨의 과장도 없는 진심이었다.
모델링 하나로 디렉터의 아이디어를 확장시킬 수 있는 아트 디렉터라면 역시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다.
한서림을 회귀 직후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는 사실은 하늘에 몇 번을 감사해도 모자랄 일이다.
“너무 수고했어.”
자리에서 일어나 한서림을 바라봤다.
그러자 보이는 게 있었다.
한서림이 눈을 끔뻑끔뻑 뜨고 있다.
움직임은 멎어있었다.
그렇게 내가 손을 뻗은 순간.
“히익···!”
“응?”
한서림이 뒷걸음질 쳤다.
얼굴은 빨갛게 익었고, 얼굴 위론 오만상이 떠올라 있었다.
이윽고 더듬거리던 한서림의 입이 열렸다.
“···오글거려. 징그러워. 죽어.”
발작하듯 외친 한서림이 파티션 뒤로 몸을 숨겼다.
···녀석, 부끄러운 듯하다.
* * *
아무쪼록 기획의 수정이 필요한 순간이다.
사실 그리 어려울 것 없는 단계에서의 수정인 만큼 부담감은 덜하다.
아무렴,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구현했다거나 그 이후까지 마친 다음의 수정이 아니지 않은가?
시스템적 구현이 끝난 이후라면 끔찍하지, UI를 1cm 옮기는 것만 해도 프로그래밍적으로는 큰일이다.
그런 아픈 순간이 오기 전에 예방한 것이란 말이다.
물론 지금의 수정이 완전한 완성도 아니다.
출시 직전에도 엎어지는 게 게임이다.
재미를 위해서라면 더 나은 방향으로의 전환은 언제나 필요한 법이고, 노동의 강도를 이유로 그런 점에서 타협하는 것은 안 될 일이었다.
나는 아트 팀에 말했다.
“일단 맵 디자인부터 수정하자. 파밍 루트를 원통형 금속 기둥 기준으로 바꿔야 하거든. 기믹도 세부적인 수정이 필요할 테고··· 아, 작업량이 많진 않을 거야. 그냥 이미 있는 오브젝트의 위치만 바꾸면 되는 거라.”
무기와 그 재화의 파밍이 성장의 알파이자 오메가로 적용되는 것이 헬릭2다.
그런 만큼 레벨 디자인 단계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사항은 맵의 진행도와 성장 속도의 상관관계다.
적절한 위치에서 적절한 자극을,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으로 성장의 재미를.
게임으로서의 기본은 확실히 지켜야 하는 것이다.
“지시사항은 사내 메일로 보내놨어. 그거 따라서 오브젝트 위치랑 근처 배경 모델만 조금 수정해줘.”
“네.”
“다음으로 명규 형.”
“뭐부터 하면 돼?”
“당장은 아트 팀에서 만든 무기의 적용, 그리고 파밍 모션에서의 상호작용까지요. 아, 신경 써야 할 버그가 하나 있어요.”
“뭔지 알 것 같네.”
명규형이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 위로 손을 올린 후 쭉 뻗었다.
그렇다. 3미터 앨리스 버그다.
“데모 버전 출시 이후 알아낸 건 크기 변환 트리거가 충돌입니다. 그런데 이번 파밍은 기둥에 붙는 형태로 진행되지 않습니까? 버그 사례랑 해결법은 사내 메일로 보내줄 테니까 그 부분 특히 신경 써서 봐주시고.”
“알겠어.”
“자세한 사항은 따로 저한테 와서 말해주세요. 회의는 여기까지.”
짝!
손뼉을 쳤다.
조아윤은 오늘 실기 수업 날이라 가서 자리에 없다.
남은 것은 일정에 관한 것.
“올해가 끝나기 전에 챕터 4까지의 얼개는 완성해야 해. 본격적인 수정이나 테스트, 클로즈 베타나 정식 출시까지 과정을 내년 중하반기에 끝낼 생각이니까. 고생 좀 해줘. 특히 아트팀은 추가 인력 필요하면 말하고. 단기 외주 몇 개 정도는 받아와 줄 수 있으니까. 그럼 해산!”
각자 맡은 파트로 돌아갔다.
굴러가는 사무실 꼴을 보니 이제야 뭔가 좀 되는 기분이다.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로 이어지는 게임의 3대 요소가 완성되기까지 거의 2년 정도인가.
거기에 사운드 담당 조아윤까지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구성이다.
여기서 더 확장하면 어떨까, 더 유기적으로 흘러가는 팀을 꾸리면 어떨까.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갔고, 나는 그것을 지워냈다.
‘천천히.’
인재 수집은 천천히 하자.
필요한 것은 다 갖췄으니.
* * *
챕터의 특색은 절대적으로 기믹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아트, 사운드, 서사가 특색에 기여하는 정도가 작다 할 수 없지만, 결국 플레이어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경험’의 영역에서 판단을 내리기 때문에 기믹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나, 암만 새로운 배경과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들 몇 시간 째 같은 방식의 노동을 반복한다면 자극은 무뎌진다.
피로도는 높아질 것이고, 그에 따른 지루함이 생길 것이다.
그렇기에 기믹, 내가 디렉터로서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며 다른 팀원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유일한 명제다.
이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내본다.
‘헬릭은 아이템과 오브젝트를 중심으로 플레이하는 게임이야.’
그렇기에 내러티브 툴팁을 차용한다. 또한 도구를 이용한 기믹을 메인으로 잡는다.
즉, 게임의 모든 기믹은 아이템으로부터 시작해 아이템으로 끝나야 하는 것이다.
다만 전투뿐만 아닌 모든 진행이 그렇다.
그러니 기믹과 챕터의 특색을 표현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템의 개성과 특질이다.
여기까지 한다면 남은 답은 쉽게 나온다.
‘헬릭2에 존재하는 아이템 성장 루트는 네 가지, 그리고 헬릭2의 챕터도 4개.’
그렇다면 챕터 별로 우월함을 가지는 성장 루트를 주는 것이다.
이미 얼개도 어느 정도는 잡혀 있다.
앞선 챕터1, 이단자의 지옥은 원거리 새총 빌드가 가장 우월하다.
이교도들은 하나같이 근접 공격을 하는 몬스터고, 보스인 신조차 거리 조절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지는 패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챕터 1에서 가장 평 나빴던 것은 ‘약물 루트’.
실제 데모 버전의 평가에서 약물 루트에 회의적인 평가가 아주 많았다.
‘재밌긴 한데 효율이 너무 별론데?’ 같은 평가 말이다.
‘그걸 챕터 2에서 바로 뒤집어주는 거야. 플레이어에게 쓸모없는 루트는 없다는 걸 인지시키는 거지.’
이번 챕터 2, 향락의 지옥.
테마는 ‘제약’과 ‘몽환’이다.
최초엔 인 게임 내의 시간을 구현하려 했을 정도로 다른 챕터에 비해 제약을 도드라지게 설정했고, 그런 컨셉을 통해 쾌락과 현실 사이의 아슬아슬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 기획이 폐기된 지금에서도 마찬가지다.
‘약물을 돋보이게 하기엔 너무 좋은 테마야.’
약물의 보편적인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게임적인 해석으로 약물은 상태 이상의 해소다.
그리고 향락의 지옥에서 약물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그것을 채택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넘어가자.
그렇다면 어떤 형태로, 어떻게 플레이어가 약을 찾게 만들어야 하는가.
맵 전체에 독을 뿌린다?
‘아니, 시시각각 빠져나가는 체력을 눈으로 보는 건 스트레스지.’
그렇다면 모든 몬스터에 맹독 속성을 부여한다?
‘너무 심심하잖아. 더군다나 피하려면 피할 수 있는 요소야. 플레이 방식에 따라 독에 중독되지 않을 수도 있어.’
의심이 많은 유저라면 더욱이 그렇다.
그러니 이미 검증된 좋은 선례를 가져와 보자.
딸깍.
마우스를 조작해 검색 엔진을 구동했다.
그리고 이미지 탭을 띄웠다.
화면 너머로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미믹.
그렇다.
‘걸릴 수밖에 없는 트랩.’
파밍 아이템의 형태를 한 위험 요소의 부여가 바로 그것이다.
통상의 게임은 그렇다.
이런 것이 눈앞에 있을 경우 유저는 선택할 것이다.
위험 요소를 배제하고 포기할 것인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더 많은 보상을 취할 것인지.
하지만, 헬릭의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헬릭의 트랩은 보상과 페널티를 동시에 부여할 것이므로.
트랩은 기둥에 비친 몬스터의 시체 루팅 과정에서 발동시킬 것이다.
즉, 기둥에 저주를 심어둘 것이다.
유저는 저주에 걸린 기둥 앞에서 루팅을 하면 상태이상에 걸릴 것을 인지할 터다. 하지만 그 일을 피할 수는 없었다.
‘헬릭은 아이템에 모든 스테이터스를 이식한 게임이야. 아이템과 재화를 파밍하지 못하면 성장하지 못해. 상자를 열지 않으면 클리어는 요원해지는 거지.’
유저는 당연한 수순으로 독에 걸리면서도 파밍하는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상태이상에 허덕이며 더 좋은 해독제, 더 확실한 방어책을 원할 것이다.
물론 약물 루트를 뚫지 않고도 해독할 방법은 있다.
그러나, 그 난이도는 꽤 극악할 것이며, 그럴수록 유저는 약물 루트에 대한 평가를 높일 것이다.
트랩은 달콤한 위협이다.
득과 실이 확실하여 밸런싱만 마친다면 적절한 위기감을 조성하겠지.
이 기믹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그래.
“명규명규 오빠! 점심 시간인데 밥 먹으러 안 가요?”
“응···? 나 원래 점심은 굶는···.”
“에이,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우리 근처에 파스타 맛집 알아요!”
“맞아! 명규명규 오빠 크림이랑 토마토 중에 뭐가 좋아요? 아, 근데 같이 갈 거죠?”
“그, 그래···!”
허니 트랩.
그게 좋겠다.
“연호연호는 오늘도 도시락이지? 우리 갔다 올게!”
“선배선배! 건강 잘 챙겨!”
‘꺄하핳!’ 하고 웃은 두 사람이 연행하듯 명규 형을 양옆에서 붙잡고 사무실을 나갔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새빨갛게 붉어진 명규형의 귓불이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