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Kill the Dragon (8)
베일란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신화급 아이템.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물음표만이 가득한 이 부서진 검 조각이 놓여 있는 미다스 상단의 판매점은 그야말로 몰려든 유저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저기요. 밀지 마세요.”
“와……. 저게 진짜 말로만 듣던 신화 아이템인가?”
“근데 왜 저렇게 박살이 나 있는 거지?”
“모르지. 근데 생긴 것만 봤을 땐 진짜 범상치 않은 검 같긴 한데…….”
수십 개의 조각으로 나뉜 검. 다행스럽게도 모든 조각이 온전히 모여 있었기에 본래의 형태를 알아보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딱 봐도 신화급 아이템같이 생긴 독특한 외형 덕분에, 아무런 정보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였지만, 탐욕 가득한 눈으로 검 조각들을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만 갔다.
“저 무기를 만약 복구할 수 있다면, 엄청나게 강해질 수 있겠지?”
“정확히는 몰라도, 저 파손된 검과 관련된 숨겨진 퀘스트가 있지 않을까?”
“일단 가능한 자금은 전부 가용해서 확보해. 어지간히 비싼 가격이라도 손에 넣을 수만 있으면 곱절은 남기고 팔아넘길 수 있는 물건이니까.”
더 좋은 성능의 장비로의 스펙 업을 위해서, 이 장비와 관련된 특수한 퀘스트를 위해서, 일단 사들이고 더 비싼 값에 팔아넘겨 커다란 이익을 얻기 위해서.
다들 이유는 조금씩 달랐지만, 처음 공개된 이 신화 등급의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치열하게 골드를 긁어모으고 있었다. 기존 골드의 시세를 엄청나게 폭등시키면서까지 말이다.
[다음 뉴스입니다. 가상현실 게임, 아르카디아에서 사용되는 가상 화폐인 ‘골드’의 시세가 3일 만에 50% 상승하여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현재 가격 상승의 원인이 최근 일본인들이 플레이 하는 대륙에서 발견된 신화 등급의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자금을 모으는 큰손들의 개입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에…….]“뭐야? 왜 이렇게 비싸졌어?”
“1골드에 1만 5천 엔? 이거 진짜야?”
순식간에 보유하고 있던 골드의 가치가 50%나 뻥튀기되어 버린 상황. 그런 상황에 눈이 돌아간 일본 유저들은 너도 나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골드를 현금으로 바꾸는 진풍경을 벌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계산기가 하나둘 두드려지기 시작했다.
“가만, 그런데 1골드가 1만 5천 엔 정도라면…… 이거 생각보다 돈이 되는데?”
대충 쉬엄쉬엄 즐기면서 해도 게임 이용료만큼의 골드는 벌어들일 수 있는 구조의 아르카디아. 그렇기에 이 게임이 수십만 원 상당의 유료이긴 해도, 보통 꾸준히만 한다면 무료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부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이용자를 연령과 상관없이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골드의 가격이 절반 이상 상승한 상황. 그렇기에 그들이 게임을 즐기면서 벌어들이는 골드는 단순히 게임 이용료를 메꾸는 수준을 넘어서, 일반 직장인들이 벌어들이는 월급을 넘보기 시작했다.
“저번에 무슨 뉴스 기사에서 다크 게이머들이 한 달 동안 빡세게 하면 벌어들이는 수입이 평균적으로 27골드라고 했는데…… 이게 그럼 얼마지?”
“37.8만 엔.”
“뭐……? 그렇게 많아?”
대기업 대리급은 되어야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월봉. 거기에 아직은 국가에서 세금도 따로 떼지 않는, 그야말로 실질적인 수입이나 다름없었기에 사람들은 생각했다. 현실에서 직장 상사에게,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에게서 온갖 진상을 받고 굽신대며 돈을 버느니, 차라리 이 아르카디아에서 즐겁게 모험을 즐기며 돈을 버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할 것 같다고 말이다.
“저 오늘부로 사표 낼게요.”
“뭐, 뭐라고? 갑자기?”
“죄송합니다. 오늘까지만 일하겠습니다.”
“이, 이렇게 그만두면 어떻게 하나. 대타를 구하기 전까지만이라도 조금만 일을…….”
“휴학 신청서 내러 왔는데요.”
그렇게 일본 사회에는 어느 날 갑자기 사표를 내며 일을 그만두겠다는 이들과 휴학을 하고 어디론가로 잠적하는 이들이 대거 속출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상의 노동이 현실의 노동 가치를 초월하는 최초의 사례 속에서 말이다.
* * *
일본 대륙 최초로 공개된 신화급 아이템을 확보하기 위한 유저들의 치열한 골드 확보 경쟁이 벌이지는 동안, 아르카디아 안에서도 이상한 기류가 맴돌기 시작했다.
“어이, 자네 그 소문 들었나?”
“무슨 소문?”
“자유도시 베일란에 재미있는 물건이 들어왔다는데?”
“재미있는 물건? 그게 뭔데?”
대륙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상인들. 그런 그들이 드나드는 술집과 여관 그리고 식당에서부터 퍼져 나가기 시작한 소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대륙 전체로 퍼져 나갔다.
“엄청나게 진귀한 물건이래. 그 출처도, 정체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한 번 보기만 해도 넋을 잃을 것 같은, 신비하면서도 위험한 매력을 풍기는 부서진 검이래.”
“부서진 검……? 뭐야, 멀쩡한 물건도 아니었어?”
어디 써먹을 곳도 없는 망가진 물건. 하지만 그런 물건을 차지하기 위해 모험가들이 눈에 불을 켜고 골드를 끌어 모으고 있다는 사실에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은 황당해했다.
“그게…… 듣기로는 엄청나게 오래전의 고대 유물일지도 모른다고 하더라고.”
“고대 유물……?”
아주 가끔씩, 아르카디아 대륙에 모습을 드러내는 정체불명의 유물들.
이러한 고대 유물들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의 풍파를 겪었음에도 엄청난 힘을 자랑하며 대륙 전체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그렇기에 그의 말에 그들은 이해할 수 없는 모험가들의 행동이 수긍이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정말 고대 유물이라고 한다면…… 모험가들 정도로 경쟁이 끝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거야 당연하지. 안 그래도 쇼엔 제국에서 그 소문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한 대마법사와 수석 감정사를 직접 파견했다고 하더라고.”
생각만 해도 재밌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 상인. 그의 눈은 흥미진진하게 돌아가는 이 상황이 즐거운지 초롱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만약 그 물건이 고대 유물이라는 게 확인되면 아마 전 대륙의 모든 국가가 달려들겠지.”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을 모조리 동원해서 골드를 긁어모으는 유저들은 몰랐지만, 신화급 아이템이 아르카디아에서 가지는 그 영향력과 가치는 상상한 것 이상으로 높았다.
얼마나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가든 무조건 다른 국가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확보해야 하는 전략 병기급의 아이템. 세부적인 성능과 효과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더라도, 파손되어 그 힘을 대부분 상실했다 하더라도 일단 그 유물이 모습을 드러내기라도 하면 전쟁까지 불사하는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졌다.
“그런 걸 생각하면…… 미다스 상단이 머리를 잘 썼네. 베일란에서 한 달 뒤에 경매로 판매를 진행하겠다고?”
“그렇지. 아마 몰래 특정 국가에 팔아넘겼다가 재수 없게 걸려서 다른 국가에서 피 볼까 봐 공정하게 팔려고 그런 것 같긴 한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 보면 가장 비싼 값에 팔아넘길 수 있는 방법이긴 하지.”
어느 한 국가에 거점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 대륙에 지점을 두고 있는 미다스 상단. 그렇기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해관계 속에서 아슬아슬할 줄타기를 하며 성장해 온 그들에게는 그야말로 최적의 생존 전략이 아닐 수 없었다.
“대박이다……. 과연 얼마에 낙찰받을까?”
“그러게? 모르긴 몰라도…… 아마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겠지.”
“쩝……. 부럽다. 내가 있는 상단은 그런 물건 어디서 못 구하려나.”
“크크크. 너네 같은 코딱지 많은 상단에서? 꿈도 크다.”
“지랄. 그러는 너는 얼마나 큰 상단에서 일한다고?”
“크하하하. 그건 그렇지. 너나 나나 가늘고 길게 사는 잔챙이 상인들 아니겠냐?”
호탕하게 웃으며 술을 주고받는 상인들. 그런 이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술판을 벌이는 동안, 술집 구석에서 가만히 앉아 있던 사내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고대 유물이라…….”
찬란하게 타오르는 홍염과도 같은 붉은색의 머리. 딱 보기만 해도 고귀함이 절로 묻어 나오는 분위기에 그 누구라도 감히 거부할 수 없는, 가히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리는 얼굴의 사내가 새빨간 눈동자를 빛내며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 마지막 것까지 전부 회수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남아 있는 게 있었나 보군.”
아르카디아에 아주 먼 옛날 벌어진 고대의 전쟁, 성마대전.
이것을 완벽하게 기억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지만, 유일하게 그 당시의 모든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종족이 있었다.
천사와 악마들의 치열한 전투에 아르카디아 대륙을 수호하기 위해 나섰던 드래곤 일족.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모양새였지만 어떻게든 이 땅의 생명들이 절멸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섰던 그들은 이미 몇 세대가 지나간 일이었음에도 그 때를 생각하면 치를 떨며 이를 갈았다.
“그 망할 치킨 새끼들과 박쥐 새끼들 때문에 우리 일족이 얼마나 피를 흘리며 고통받았는지 알고 있느냐? 우리에게 부여받은 사명은 아르카디아의 수호. 다시 말해서, 그 빌어먹을 천계와 마계 놈들이 다시는 그 발을 여기에 붙이지 못하게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는 말이다.”
드래곤의 입장에서는, 천사든 악마든 죄다 자신들의 영역을 벗어나 아르카디아를 자기들 영역으로 만들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스멀스멀 들어오는 바퀴벌레 같은 놈들. 그렇기에 그들은 과거 성마대전의 잔재들이 발견되기만 하면 모조리 파괴해 버리거나 강탈해 가 자신들의 레어에 짱박아 두고는 절대 세상에 나돌아 다니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때문에 어느 대륙에서도 신화급 아이템은 두 눈 뜨고 찾아볼 수 없는 물건이 되어 버렸고, 결과 그 신화급 아이템이 아깝다고 포기하지 않고 저항한 수없는 인간의 국가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말이다.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해 봐야겠군.”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을 즐기며 방랑하던 레드 드래곤, 케르베니안.
비록 유희를 하는 중이었지만, 드래곤의 사명을 저버릴 수는 없었기에 그는 탁자 위에 금화 하나를 올려 두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며 시끄럽게 떠드는 이들 사이를 지나치며 낡은 술집의 나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텔레포트.”
그리고 그 순간. 그 품격 가득한 옷차림의 붉은 머리의 잘생긴 남성이 사라졌다. 마치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황량한 공터에는 싸늘한 바람만이 맴돌 뿐이었다.
* * *
“하아……. 빌어먹을.”
망가져 버린 데스브링어.
수십 개의 파편으로 나뉘어 사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박살이 났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마계의 신기. 그렇기에 탄은 단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은 채 데스브링어 옆에서 철저히 감시를 하고 있었다.
“우와! 진짜 심상치 않게 생겼다.”
“이거 얼마나 비쌀까? 진짜 비싸겠지?”
매번 구경 와 유리로 막혀 있는 진열대에 얼굴을 처박고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데스브링어를 바라보는 인간들. 탄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한껏 일그러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 망할 인간 새끼들이. 주제도 모르고 어딜 감히 남의 물건을 넘봐!”
들리지도 않겠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해야겠다는 듯이 빽빽 소리치며 작디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는 탄. 그는 한결같이 잔챙이 같은 인간들만 몰려드는 것을 보며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혀를 찼다.
“쳇. 이런 식으로 해서 그 엉덩이 무거운 드래곤들이 여기까지 오겠어? 그냥 카를로스 자식 데리고 전 대륙을 불태워 버리면 알아서 기어 나올 것 같은데.”
드래곤을 끌어내기 위해 전 대륙을 불태워 버리자는 무시무시한 발상을 하는 탄. 엘이 들었다면 당장에 날아와 정의의 드롭킥을 날려도 이상하지 않을 순간이었지만, 경멸스러운 눈으로 언제나 자신을 감시하던 망할 치킨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기에 그의 한풀이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두고 봐라, 진짜. 내가 여기 와서 침 흘린 인간 새끼들 전부 기억해서, 나중에 게이트 열고 침공하면 그놈들부터 조진다.”
언젠가 아르카디아를 침공할 그 순간을 꿈꾸며 복수의 칼날을 가는 탄. 하지만 갑자기 나타나 그 검을 빤히 내려다보는 붉은 눈동자를 보고는 눈이 동그래졌다.
“어? 뭐야, 저 새끼는……?”
탄이 그 붉은 머리의 사내를 보고 놀랄 때. 그 사내 역시 산산조각 난 검을 바라보고는 경악하고 있었다.
“이, 이럴 수가……. 이건 설마…… 데스브링어……?”
과거 성마대전에서 벌어진 일을 모조리 알고 있는 지고한 드래곤 일족, 케르베니안.
그는 기록으로만 봐 왔던 마계의 신기, 데스브링어를 한눈에 알아보고는 얼어붙었다.
바로 앞에서 이를 갈며 증오해 마지않는 박쥐 놈들의 수장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