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Kill the Dragon (13)
베일란의 중앙 광장에서 열리던 미다스 상단의 경매.
그 경매에 참석하기 위해서 모여 있던 각 왕국과 제국의 고위 귀족들과 랭커라 불리던 유저들은, 갑자기 벌어진 전투에 휘말리며 순식간에 회색빛으로 물들며 쓰러져 가기 시작했다.
“크으윽! 뭐야! 이 말도 안 되는 대미지는?”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이야!”
“으…… 으아아아! 살려 줘……!”
콰아앙. 콰앙.
갑자기 경매장 안으로 난입해 무차별적으로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 의문의 한 유저. 그가 공격하는 대상이 이번 경매에서 물품을 낙찰받은 카르벤이었기에 피해가 없는 구역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 뭐냐? 갑자기?
-갑자기 전투라고……? 누군데 저렇게 공격하는 거냐?
-와, 근데 대미지 장난 아닌가 보네? 그냥 옆에서 스플래시 대미지로 그냥 다 죽어?
랭커로 유명세를 떨치는 길드 마스터들. 나름 유저 중에서는 강자로 알려진 이들까지 이 둘의 공격에 휘말려 제대로 반항도 못 해 보고 죽는 것을 보며 그들은 경악했다.
콰아앙. 콰앙.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할 빠르기로 수십 번 내려치는 재영의 검격.
그리고 그 강력한 공격까지 막아 내는 견고한 방어막을 순식간에 만들어 내는 동시에 치명적인 고위 마법을 자유자재로 쏟아 내는 카르벤 남작.
그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은 모두가 입을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저렇게 자유자재로 마법을 사용할 수가 있지?”
“그보다 저 마법은! 5서클 마법 아닌가!”
“카르벤 남작이 저런 고위 마법사였어?”
마법사들에게 마의 벽이라고 불리는 5서클. 천부적인 재능이 없는 자는 오를 수 없다는 그 험난한 경지에 오른 이들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을, 쉴 새 없이 쏟아 내며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하고 있는 카르벤 남작. 그런 그를 바라보며 자존심 강한 귀족들은 튀어나올 것 같은 눈동자를 하고 소리쳤다.
콰아앙.
그리고 그 순간.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저 멀리 날아가는 카르벤 남작.
미처 막아 내지 못했는지, 재영의 회심의 일격을 정통으로 맞고는 저 멀리 날아가 한 건물의 외벽에 처박힌 그.
후드드드드득.
“이, 이럴 수가…….”
하지만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으로, 무너지는 건물에서 피어오로는 거대한 흙먼지들 사이로 걸어 나오는 카르벤 남작. 재영은 그런 그를 보면서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찼다.
“쳇. 이 정도면 조금이라도 타격을 받을 줄 알았는데. 너무 사기 아니야?”
겨우 공격에 성공했는데 너무나도 멀쩡해 보이는 그. 하지만 자존심은 상할 대로 상했는지, 살기가 피어오르는 눈빛의 카르벤 남작은 재영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놈…….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지?”
우우웅.
그의 몸에서 심상치 않게 피어오르는 기운. 다른 이들은 무시하고 오로지 재영에게만 집중되는 그 힘은 그의 몸과 정신을 완전히 짓누르려는 듯 강력하게 휘몰아쳤다.
[드래곤 피어가 플레이어를 억압합니다.] [패시브 스킬, 물러서지 않는 투지가 발동됩니다.] [드래곤 피어의 효과가 무력화됩니다.]키잉.
하지만 그 기운을 완벽하게 방어하며 무력화하는 카인의 스킬. 원래라면 드래곤 피어에 정통으로 얻어맞고 대부분의 능력치가 저하되어 바닥을 기어야 했지만, 지금의 재영은 너무나도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런 하잘것없는 잡기술이 통할 것 같냐?”
“하, 하잘것없는 잡기술?”
지고의 종족, 드래곤(Dragon).
이 아르카디아 대륙에서 살아가는 그 어떤 종족도 감히 저항할 수 없는 초월종만의 권능, 피어.
그것을 한낱 잡기로 깎아내리는 재영을 카르벤은 찢어 죽일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감히…… 하찮은 인간 따위가!”
화르르르륵.
진심으로 분노한 듯, 그가 있던 자리에서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7클래스 마법, 파이어 스톰.
갑자기 나타난 맹렬한 불의 회오리가 거대한 중앙 광장 한편에서 모든 것을 불태우기 시작하자,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모든 이가 경악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 전원 대피하라!”
“이런 미친!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야?”
“7클래스 마법! 오오…… 신이시여!”
작은 마을 하나를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릴 정도의 파괴력을 보유한 7클래스 마법. 인간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한계라고 할 수 있는 궁극의 경지의 마법을 아무런 캐스팅도 없이 자유롭게 발현하는 카르벤 남작. 그것을 안전한 곳까지 대피한 상태에서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던 쇼엔 제국의 마이엘 후작과 페로스 제국의 케이스 백작은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카르벤 남작이…… 7클래스였어……?”
“아니, 그보다 저 카르벤 남작과 싸우고 있는 모험가는 도대체 누구인가!”
지금껏 자신이 이룩한 경지를 숨겨 온 7서클 대마법사 카르벤 남작. 제아무리 비천한 평민 출신일지라도 제국의 백작 이상의 작위를 수여받고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독차지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른 그가 왜 지금까지 조용히 은둔해 있었는지도 의문이었지만, 그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런 카르벤 남작을 농락하며 공격을 퍼붓고 있는 저 모험가의 정체였다.
카아앙.
“크으윽!”
쏟아지는 마법들의 포화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듯 회피하며 들어와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일격을 날리는 그. 카르벤 남작은 계속해서 자신의 심장을 향해 찔러 들어오는 그 검을 간신히 막아 내며 자기도 모르게 침음성을 흘렸다.
쉬이익.
그리고 그가 또다시 날아오는 검을 피하는 그 순간. 카르벤 남작은 비로소 자신의 얼굴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발을 마주할 수 있었다.
퍼억.
쿠당탕탕.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구르는 카르벤 남작.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재영은 살짝 비웃는 듯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검 피하는 데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면 어떻게 하냐? 격투기로 들어올 것도 예상해야지.”
다른 이들이 보면 ‘와…… 저게 가능해?’라며 침을 흘리며 지켜볼 광경. 하지만 극악의 액션 콤보 게임, 이카루스로 이런 전투에 아주 익숙해 있던 재영에게는 너무나도 손쉬운 일에 불과했다.
“아직도 여유가 많나 봐? 고작 7서클 마법들만 사용해서 이길 생각이나 하고 있고?”
계속해서 카르벤 남작을 향해 도발을 날리는 재영. 그리고 그는 그런 뻔한 도발에 분노를 참지 못하며 소리쳤다.
“크으으윽……. 네노오오오옴!”
쿠우우웅.
그의 노호성과 함께 갑자기 주변에 강하게 밀려오는 중압감. 그것은 재영만이 느낀 것이 아니라는 듯, 그 주변에서 혼란스럽게 이리저리 도망치고 있던 유저들과 NPC들까지 격한 반응을 보이며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크으으윽……. 뭐야! 이 엄청난 마력은?!”
“으, 으아아아! 살려 줘! 우린 전부 죽을 거야!”
모두가 카르벤 남작을 공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미쳐 날뛰는 상황 속에서, 재영은 묘하게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래야지……. 이제 드디어 본색을 드러낼 생각이 들었나 봐, 카르벤 남작…….”
“아니, 레드 드래곤 케르베니안.”
모두에게 다 들으라는 듯이 큰 목소리로 말한 재영. 그의 말을 똑똑히 들은 유저들과 귀족들. 그들의 표정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똑같이 변해 갔다.
“뭐……?”
“드, 드래곤?”
상상을 초월한 전개에 이성이 마비된 듯 모두가 얼어붙은 상황.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광장 전체가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그 차가운 침묵을 깨트린 것은 바로 케르베니안이었다.
“네놈……. 나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자신의 정체를 포함해서 그 누구에게도 밝힌 적 없는 자신의 본래 이름을 정확하게 부르는 재영을 보며 케르베니안, 그조차도 놀란 눈빛을 빛내며 되물었다.
‘시스템창에 친절하게 다 나와 있는데 뭐.’
재영의 눈앞에 떠오른 긴급 퀘스트. 그것을 통해 지금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이 드래곤의 이름을 알 수 있었지만, 그러한 사실을 모르는 케르베니안은 심각한 얼굴로 다시금 그를 추궁했다.
“말해라, 인간! 어디서 내 정체에 대한 정보를 알아낸 거지?”
으르렁거리며 그 강력한 기운을 뿜어내는 그. 하지만, 재영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은 얼굴로 당당하게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알아내긴 뭘 알아내? 알아서 네놈이 여기까지 찾아와 놓고는?”
“뭐……?”
“그렇지? 엘? 탄?”
재영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되묻는 케르베니안. 하지만 그 이후 재영의 옆에서 나타나는 두 작은 천사와 악마의 모습을 보며 그는 경악했다.
“네, 네놈들은……!”
“여. 오랜만이다, 이 망할 도마뱀 새끼야.”
“레드 일족의 고룡이라……. 듣던 대로 저돌적인 성질이네요.”
케르베니안도 직접 대면한 적은 없었지만, 재영의 옆에 나타난 수호천사와 임프의 모습으로 둥둥 떠다니고 있는 이 둘을 보고는 경악할 수박에 없었다.
“어떻게…… 어떻게 네놈들이 이 대륙에 있을 수 있는 거냐!”
마계의 지배자, 마왕 사탄.
거룩한 천상의 수호자, 대천사 미카엘.
신화 속에 존재하는, 한 계를 대표하는 초월적인 이들이 이 아르카디아 대륙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그리고 절대 함께할 수 없는 이 둘이 너무나도 사이좋은 모습으로 같이 붙어 있는 것에 케르베니안은 소리쳤다.
“어떻게 있긴, 계약했으니까 있지.”
“저 망할 박쥐 새끼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계약자를 지키는 것이 제 사명인 이상 어쩔 수 없죠.”
“하, 이 빌어먹을 치킨 새끼는 도마뱀 앞에서도 지랄이네.”
“닥쳐. 난 사실만 말하는 거니까.”
이런 심각한 상황에도 툭탁거리며 유치한 싸움을 계속해 대는 탄과 엘. 하지만 그 둘의 유치한 모습을 바라보는 케르베니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얼굴로 소리쳤다.
“이런 식의 개입을 로드께서 가만히 보고 있을 것 같은가! 또다시 과거의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할 생각인가!”
과거에 벌어졌던 성마대전. 그 어떤 승자도 없이, 천계와 마계 그리고 아르카디아 전체가 막대한 피해를 받고 종식되었던 전쟁. 또다시 그 과거를 반복하려는 탄과 엘을 보며 케르베니안은 꾸짖듯이 외쳤다. 하지만 그의 말에 탄과 엘은 시큰둥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뭐라는 거야, 저 망할 도마뱀 새끼가.”
“뭔가 오해하시는 것 같군요. 저희는 또다시 성마대전을 일으키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그때 입었던 피해를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것뿐이에요.”
귀를 후비적거리며 투덜거리는 탄과 오해하지 말라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해명하는 엘.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케르베니안을 바라보고 말했다.
“당신의 심장을 통해서 말이죠.”
“뭐라……?”
사람 좋은 얼굴로 심장을 강탈해 가겠다고 선언하는 엘. 그런 그녀를 보며 탄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와……. 넌 천사라는 새끼가 사람…… 아니, 도마뱀 면전에다가 심장 내놓으라고 그렇게 대놓고 말하냐?”
“그럼, 심장이 필요한 상황인데 그럼 어떻게 말하냐?”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는 듯, 뻔뻔하게 되묻는 엘. 그런 그녀를 보며 탄은 고개를 젓고 중얼거렸다.
“역시…… 치킨 새끼들 중에서도 넌 진짜 제대로 미친 치킨 새끼야.”
엄지를 치켜세우며 해탈한 표정을 짓고 있는 탄. 그 둘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재영은 다시금 미친 듯이 울고 있는 검을 다잡으며 말했다.
“이제 이 정도면 상황 파악은 됐겠지?”
쿠우우웅.
한껏 온몸의 힘을 끌어모으며 전력을 다하는 재영. 그의 검에서 붉은색 오러가 맹렬하게 그 빛을 내며 휘몰아치고 있었다.
[아이템 효과, ‘되풀이되는 복수’가 활성화됩니다.] [드래곤에 한정, 대미지가 1,000% 증폭됩니다.] [마법 저항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아이템 효과, ‘결전의 시간’이 활성화됩니다.] [스태미나와 체력의 소모량이 대폭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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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와 동시에 동시다발적으로 발동되는 아이템과 스킬의 효과들. 순식간에 몇 십 배로 뻥튀기되는 재영의 전투력에 케르베니안의 낯빛은 확연할 정도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네놈…….”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순식간에 날아들어 검을 휘두른 재영.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케르베니안의 방어 마법은 맹렬하게 날아오는 그의 공격을 조금도 막아 내지 못하고 무참하게 찢겨 나가 그 일격을 몸으로 받아 내야 했다.
촤아아악.
서늘한 절삭음과 함께 터져 나오는 피. 자신의 가슴에서 맹렬하게 쏟아지는 붉은색 피를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로 내려다보는 케르베니안을 보며 재영은 속삭이듯 말했다.
“그러니까 허무하게 개죽음당하기 싫으면 전력을 다해서 덤벼, 이 망할 도마뱀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