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me's Top Troll RAW novel - Chapter 314
314화 나비효과 (5)
최초의 스마트폰 G-1.
전 인류의 생활 방식과 문화를 완전히 뒤바꿔 놓은 이 자그마한 기계는 순식간에 팔려 나가며 전 지구상에 그 누구도 막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퍼져 나갔다.
그리고 이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필수적인 운영체제 시스템, 아르고스.
강력한 보안성과 편의성을 자랑하며 동시에 가볍기까지 한 이 완벽한 프로그램으로 구동되고 있는 이 시스템은 지구 전체에 하나의 거대한 감시망을 형성시켜 주었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절대 감지 않고 정해진 목표물을 24시간 365일 감시하는 전설 속의 거인, 아르고스의 눈과 같은 존재를 말이다.
[일본 정부의 비밀 요원 파악. 해당 신원 자료 확보.]전 세계의 모든 국가의 데이터베이스에 자유자재로 은밀하게 오가며 온갖 비밀 정보에 접근 가능한 아르고스의 인공지능 시스템. 그는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는 작전의 세부 정보들을 확보하고는 이내 그 위협 정도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작전명, 붉은 벚꽃(紅櫻). 요인 납치. 목표물의 신원 확인…….]특급 보안을 유지하며 최고 등급의 기밀 사안으로 진행되고 있는 작전. 하지만 그러한 사실이 너무나도 우습게도 해당 작전의 목적과 목표 그리고 이를 통해 일본이 계획하고 또 바라고 있는 모든 것들을 확인한 아르고스는 이내 그 위험도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가상현실 기술의 탈취 시도. 위험도…… 없음.](주)아르카디아의 임직원도 아닌 데다가 핵심적인 연구에 가담하고 있지도 않은 일개 대학생에 불과한 목표물. 본래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리라 판단된다면 그냥 아무런 대응 조치도 없이 넘어갈 아르고스였지만, 그는 이내 한 가지 특이 사항을 감지하였다.
[특이 사항 감지. 최고 관리자와의 연관성 포착.]내각 조사실 요원에게 납치되어 부산항으로 끌려가고 있는 두 사람. 그중 한 사람을 주시하고 있던 아르고스는 평소와는 다른 조치를 결정했다.
가상현실 기술에 대해 전적으로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는 (주)아르카디아에 관련 정보를 넘기는 것을 마지막으로, 아르고스는 다시금 저 방대한 데이터의 바다로 다시 눈을 돌렸다.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자신의 창조주이자 최고 관리자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을 감시하기 위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 * *
평상시와 같이 집무실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이미연 사장.
그녀는 갑자기 긴급하게 날아온 경고 메시지에 집중해서 읽고 있던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관리자님, 아르고스로부터 긴급한 정보를 전달받았습니다.]“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긴급한 정보라니?”
[해당 자료를 확인해 주십시오.]엘리스의 말에 곧장 컴퓨터로 새롭게 날아온 메일 속 자료를 확인한 이미연 사장. 그리고 그 메일을 읽어 내려갈수록 그녀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갔다.
“이거…… 진짜야?”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가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 조치를 단행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아르카디아 내부에서 거의 파국으로 치달아 가고 있는 일본 대륙.
하나의 제국이 몰락하며, 두 제국을 지탱하고 있던 강력한 군세가 마법 포탑이라는 신무기에 전멸에 가까운 수준으로 쓰러지며 일본 대륙은 그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회사. 이런 식으로 게임이 망하는 걸 방치할 것인가?
-일본 유저들이 고통받는 것을 일부러 즐기는 악질 회사. 망해라!
-일본 정부는 이러한 만행을 가만히 두고 보고 있을 것인가! 정부가 직접 개입하라!
안 그래도 끓어오르는 험악한 민심 속에 이미연 사장의 거침없는 발언까지 기름을 끼얹은 듯 더해져 환장의 파티가 벌어진 상황. 거기에 (주)아르카디아에 남아 있던 일본 정부의 끄나풀들까지 모조리 날려 버린 터에 이들로서는 초강수를 둔 셈이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런 식으로 대놓고 움직이겠다고?”
다른 것도 아니고 멀쩡한 한국 땅에서 대낮에 사람을 납치하는 무모하고도 위험천만한 범죄를 감행하는 일본 정부. 만약 작전이 실패한다면 그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마어마할 것이기에 이미연 사장으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아르고스에서 전달받은 내용에 따르면, 납치범들은 부산항에 정박 중인 내각 조사실이 운영하는 유령 선박 회사의 정기 화물선을 통해 일본으로 밀항할 계획입니다. 해당 선박이 출항하기까지는 앞으로…… 9시간 24분 15초가 남았습니다.]새벽 일찍 출발하는 정기 화물선.
이제 저녁 시간이 되어 다들 퇴근하는 시간대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시간이 한없이 촉박한 상황. 그렇기에 엘리스는 이미연 사장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뭐가?”
[아르고스가 저에게 해당 정보를 전달한 이유는 플레이어 덱스의 직업이 최고 관리자님과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신병이 일본에 넘어간다는 이유로 (주)아르카디아와 가상현실 기술의 유출에 중대한 위험이 발생하지는 않으리라고 판단했습니다.]정말 두 사람이 납치되어 저 멀리 일본으로 끌려간다 하더라도 딱히 상관은 없는 상황.
그렇기에 엘리스는 정말 무미건조한 어조로 이미연 사장에게 말했다.
(주)아르카디아라는 회사의 이익과 가상현실 아르카디아의 운영이라는 목적을 위해 존재하는 엘리스. 그 이외의 일은 하등 불필요한 무의미한 것들에 불과했기에 하는 조언이었지만, 이미연 사장은 그런 그녀의 말에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하……. 하필이면 왜 우리 사고뭉치 고객님까지 데려가서 일을 이렇게 어렵게 만들지.”
만약에…… 만약에 재균이 한 명만 데려갔다면 눈 딱 감고 모른 척 방관했을지도 모를 그녀. 하지만 이미 비밀 친구가 되어 버린 다른 한 사람까지 데려가 버린 이상 이미연 사장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엘리스, 아르고스가 제공한 정보들, 우리 측 비서실에서 입수한 수준 정도로 제한해서 얼추 비슷하게 끼워 맞춰 줄 수 있어?”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 대부분을 제한할 수밖에 없습니다.]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정리된 정보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는 한국 정부에 해당 내용을 흘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그럴듯한 수준으로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에서 찬밥 더운밥 따질 수가 없기에, 이미연 사장은 잔뜩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지. 부디 한국 정부가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더 현명하기를 기도할 수밖에.”
* * *
한국 정부의 대통령 직속 비밀 정보기관, 국가정보원(NIS).
국내외를 망라하고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의 정보를 수집하고 방첩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이 기관은 갑자기 날아온 하나의 첩보에 발칵 뒤집혔다.
콰앙.
“이 망할 밥벌레 같은 새끼들아! 일본 놈들이 아직도 국내에서 이렇게 활개 치고 다니는데 그것도 파악 못 하고 있었어?”
잔뜩 화가 난 국내 안보국 국장은 보고서를 비롯해 손에 잡히는 온갖 것들을 집어 던지며 고성을 질러 대고 있었다.
“일개 기업의 비서실이 일본의 정보부 요원들의 동태를 우리한테 알려 줘야겠냐? 너네는 월급 받고 하는 게 도대체 뭐야! 이 새끼들이 국정원 망신을 시켜도 이따위로 개망신을 시켜! 너희 전부 다 미쳤어? 어!”
분이 풀리지 않는지 한참을 소리치며 상황실 전체를 뒤집어엎은 최찬식 국장.
개미 기어가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침묵 속의 싸늘한 상황실 안. 잠깐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그는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을 하달했다.
“(주)아르카디아에서 친절하게 범인들 얼굴이 나와 있는 CCTV까지 제공해 줬다. 납치범들이 타고 있는 차 종류와 번호까지 친절하게 다 적혀 있는 깔끔한 거로.”
어떻게 입수했는지, 고화질로 녹화된 범죄 현장의 CCTV 영상을 보내온 (주)아르카디아. 다시금 국정원의 일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존감이 뭉개지는 더러운 기분을 느끼며 국장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으르렁거렸다.
“앞으로 딱 24시간 준다. 무슨 수를 써서든 저 망할 원숭이 새끼들의 행방 찾아내서 내 앞으로 산 채로 끌고 와. 납치당한 저 두 사람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은 상태로 데리고 오고.”
24시간의 기한을 주겠다는 국장. 그리고 그는 너무나도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이번에도 내 얼굴에 똥칠할 때에는…… 내 모든 걸 걸고 네놈들의 앞길을 더럽고 추잡한 똥밭으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기대해.”
그렇게 국정원의 요원 수십 명이 자신들의 모든 경력을 걸고 24시간 동안 피 말리는 추격전을 시작했다.
갑자기 어딘가에서 튀어나온 일본 내각 조사실의 비밀 요원들과 이들에게 납치당한 평범한 두 대학생을 찾아내기 위해서.
* * *
갑자기 나타난 괴한들에게 납치당한 재영과 재균.
총기로 위협하며 자신들을 어딘가로 데려가는 이 둘에게 재균은 훌쩍거리며 애원하다시피 풀어 달라고 사정사정했다.
“흑……. 제발…… 돈은 원하시는 대로 드릴 테니 제발 풀어만 주세요. 신고도 안 할게요.”
눈물까지 뚝뚝 흘리며 엉엉 울어 대는 재균. 하지만 그런 그에게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총을 겨누며 위협적으로 경계를 풀지 않고 있는 남자. 마치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경험한 것 같은 냉정한 그의 태도에 재영의 머릿속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총을 소지하고 있다는 걸 보면 일반적인 납치범들은 아닐 가능성이 크고…….’
무언가 미묘한 억양의 한국말. 거기에 자신은 마치 죽여도 상관없다는 듯 살기를 뿜어 대며 재균을 반항할 수 없게 협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을 보며 재영은 이들이 노리는 목표물이 재균이라는 것을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재균을 납치해야 하고 돈이 아니라 다른 것이 목적이라면…… 가상현실 기술과 관련되어 있을 테고, 그렇다면 중국? 아니면 일본? 그것도 아니라면 제3국일지도…….’
어렴풋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추론을 펼쳐 가며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 가는 재영. 그리고 그는 잠깐의 고민 끝에 침을 꿀꺽 삼키며 이들을 떠보기로 했다.
“그만 울어, 재균아. 어차피 네가 그런다고 풀어 줄 것 같지는 않으니까.”
방음 처리가 되어 밖으로 새 나가지는 않을 테지만, 귀가 아플 정도로 그의 울음소리가 커지는 상황. 그렇기에 조용히 하라는 재영의 말에 사사키는 납치를 당하는 그 순간부터 이상할 정도로 의연하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그를 이채를 띤 눈으로 바라보며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상황 판단이 빠른 친구군. 역시 죽이지 않고 살려 둔 보람이 있어.”
저 철부지 같은 목표물을 얌전하게 만들 수 있는 유용한 수단. 잘만 써먹으면 앞으로의 여정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판단에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혹시 모를 희망을 심어 주었다.
“걱정하지 마라. 애초에 우리의 목표는 네가 아니니까. 운 나쁘게 상황상 어쩔 수 없이 같이 데려온 거지만, 얌전히 협력한다면 네 녀석은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확실한 작전 완수를 위해 전혀 그렇게 할 마음도 없지만, 일단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쳐 준 사사키. 하지만 그는 재영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순간 평정심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럴 생각은 없어 보이는데요. 일본 정보부가 이런 불법적인 비밀 작전을 타국에서 수행하는데 직접적인 목격자를 살려서 돌려보낼 리가 있어요?”
“뭐……? 일본 정보부……?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던 사사키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진 상황. 당혹감에 물든 그와 재영의 여유만만한 표정을 이리저리 바라보던 재균은 방금까지 울고 있었다는 사실도 잊은 채 물었다.
“일본 정부가 나를 왜 납치해? 잠깐만, 그러면 지금 이 납치범들이 그냥 일반적인 범죄자가 아니라…… 일본 정보부의 요원이라는……?”
충격에 빠진 듯,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리는 재균.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대학생으로서는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기상천외한 일. 그렇게 그가 넋을 놓아 버린 그 순간, 사사키는 너무나도 험악한 얼굴로 재영의 미간에 총구를 들이대며 살기 어린 목소리로 으르렁댔다.
“네놈…… 정체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