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ntel life of the returning champion RAW novel - Chapter 146
귀환 용사의 인방 생활 145화
디지는 돌격하는 크립티드 한 마리를 타깃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뿅!
뿅망치 소리와 비슷한, 아케이드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캐주얼한 효과음.
웨폰 마스터 덕에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무척이나 이상하다.
인지부조화가 일어난달까?
‘……그래도 총소린데 이거 맞아?’
뿅뿅! 뿅뿅뿅!
총소리도 계속 쏘다 보니까 시끄러운 것보단 귀여운 게 나은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쓰러진 놈은 한 놈도 없네.’
HP를 제로로 만들 만큼 많이 맞히든가 약점인 부위를 맞혀야 하는 모양.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늦었다. 괴물들 중 가장 선두인 놈이 코앞까지 들이닥쳐 있었으니까.
[크립티드 – 해츨링]개를 닮았지만 근본적인 부분에서 비틀린 듯한 생김새를 한 해츨링이 디지를 향해 도약했다.
“끼리리르르륵!”
-윽, 울음소리 뭐냐 ㅈㄴ 기괴하네.
-크립티드 특징임ㅋㅋㅋ 모든 요소에서 걍 존재 자체가 혐오스럽게 디자인되어 있어서ㅋㅋㅋ
-저런 걸 플레이하는 인간이 있다고?
-반대로 생각해 봐요. 비틱질하려면 저거보다 좋은 종족이 없음.
-아 그러네ㅋㅋㅋㅋㅋㅋㅋ
코앞까지 다가온 채 아가리를 벌리는 해츨링을 향해.
디지는 라이트 라이플의 총구를 휘둘렀다.
퍼억!
현실이었다면 지금의 일격으로 강철도 우그러뜨릴 수 있었겠지만, 이곳은 어스워즈.
해츨링의 머리를 아주 조금 돌아가게 만들 정도의 물리력밖에 발휘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해.’
만들어낸 약간의 간격으로 몸을 이동시킨다.
스텝을 밟아 해츨링의 몸통 위를 굴러가듯이 핑그르르 몸을 회전시킨다.
목표했던 자신의 목젖을 물어뜯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해츨링을 일별하며.
디지는 라이트 라이플을 역수로 쥔 채 엄지로 방아쇠를 당겼다.
뿅!
해츨링의 머리에 광자탄이 꽂히고, 그 한 발만으로 해츨링의 움직임이 정지됐다.
‘대가리가 약점이구나.’
그냥 정중앙을 노렸을 뿐인데 뜻밖의 소득을 얻었다.
남은 해츨링은 9마리. 재장전까지 남은 잔여 광자탄은 13발.
잔탄 수가 결코 많다곤 할 수 없었으나 약점을 알았으니 13발로도 충분해졌다.
뿅! 뿅! 뿅! 뿅! 뿅! 뿅! 뿅! 뿅! 뿅! 뿅! 뿅! 뿅!
-ㅁㅊ 전부 다 명중……
-그러고 보니 디지가 총으로 제대로 싸우는 건 처음 보는구나.
-총도 개잘쏘네;;
여덟 번의 뿅망치 소리가 울리고.
동료들을 모두 잃은 마지막 해츨링이 주춤주춤 돌진을 멈췄다.
“끼잉!”
“뭐야, 도망갈 때는 제대로 개소리를 내는구나.”
도망가는 해츨링의 엉덩이를 조준했다.
괴물이라 항문은 달려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있다면 약점 판정이겠지?
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의사 선생! 영 좋지 않은 곳에 맞아버렸소!
-똥침이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크로드 때 생각나네. 수상할 정도로 똥침을 좋아하는 스트리머ㅋㅋㅋㅋ
“커엉……!”
어딘가 구슬픈 단말마를 마지막으로.
[지령 – 목진지 방어 – 완료.] [완벽한 형태로 지령을 달성했음을 확인.] [공헌도 10이 주어집니다.]끝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후우.”
디지는 총구에 대고 입김을 불었다.
화약병기가 아니라 총흔이 피어오르진 않았지만.
총잡이의 국룰은 멋진 척인 법이니까.
“간단하네.”
-간단? 절대 간단한 미션은 아니었는데?
-팩트) 디지라서 쉬워 보이는 거지 절대 쉬운 난이도는 아니었다.
“쉬웠는데요?”
-그건 님이 쏘는 족족 다 맞히니까 그런 거지;;
-정보)전장에서 탄환 명중률은 수만 발당 한 발이다.
-최대 사거리 안이면 움직이든 말든 다 명중이라 쉽게 느껴지는 거임……
-오늘도 디지가 디지하네ㅋㅋㅋㅋㅋ
-ㄹㅇ 피지컬빨로 찍어 누르고 쉽네~ 이러면 우리가 배가 아파, 안 아파!
채팅창을 보며 어깨를 으쓱하는 사이 미션금이 도착했다.
“오, 10만 원. 다들 감사합니다.”
-뭔가 너무 쉽게 성공하니까 미션금 날먹하는 느낌이네.
-그건 그런데 첫 미션부터 공헌도 10점 받을 정도면 개쩔게 플레이한 게 맞긴 하니까……
“공헌도 10이면 높은 건가 보네요?”
-게임 전체적으로 보면 별거 아니긴 한데 초반부라 생각하면 높은 거지.
-보통은 2~3 정도가 평균일걸?
-아마 추가 지령도 내려올 듯.
아니나 다를까,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새로운 지령이 주어집니다.]어느새 다가온 분대장이 디지의 어깨를 두들겼다.
“디지 이등병! 아주 훌륭했다!”
“아, 감사합니다.”
“자네의 활약으로 추가 병력 피해 없이 적을 물리치는 데 성공했어. 덕분에 추가 작전을 실행할 수 있게 되었다!”
[지령: 크립티드 잔존 병력 몰살] [당신의 소속 분대는 크립티드 정찰 부대를 상대로 한 교전에서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승기를 타고 적을 추적하여 몰살시키십시오.]“상부에서 명령이 내려왔다! 우리 분대에게 빌어먹을 크립티드 새끼들을 모조리 쳐죽일 권한이 생겼다!”
“비바, 휴먼 유니온!”
“당장 출발하시죠, 분대장님!”
호통인지 발악인지 모를 분대장의 고함에 분대원들이 호응했다.
숫자는 디지와 분대장을 제외하고 고작 둘밖에 남지 않았지만 어쨌든.
디지는 음성 채널을 방송용으로 바꾸고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 아무리 봐도 자살 작전 같은데, 이거 맞아요?]-ㅋㅋㅋㅋㅋㅋㅋ자살 작전 맞음.
-휴먼 유니온이 워낙 수세에 있다 보니까 각 보인다 싶으면 병력 갈아 넣어서라도 이득을 보려고 함.
[……지령 수행하다 죽으면요?]-처음부터 다시 시작이지ㅎㅎㅎㅎ
뭐 이런 괴랄한 난이도의 게임이 있어?
-야야, 디지 믿겠다.
-죽으면 쌓은 공헌도 소모해서 적당한 아바타로 다시 플레이할 수 있음.
-그래서 어스워즈에서 제일 중요한 게 공헌도 쌓기임.
잠시 생각에 빠진 디지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냥 죽는 것보단 지령 성공하고 생환하는 게 공헌도가 더 높겠죠?]-ㅇㅇㅇ당연하죠.
-공헌도 = 실제 군대랑 주는 기준이 똑같다 보면 됨.
아하.
디지가 시청자들로부터 정보를 획득하는 사이, 분대장은 분대원을 통솔해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모두 장갑차에 탑승하도록!”
-ㅋㅋㅋㅋ장갑차 맞아요 이거?
-장갑차가 아니라 장갑 + 차 같은데?
-그나저나 바퀴로 땅에서 굴러가는 차는 오랜만에 보네ㅋㅋㅋㅋ
장갑차라고 해도 민간 자동차에 철판을 덧대어 만든 조악한 수준이었다.
-우리 휴먼 비웃냐?
-초반 지원 제일 열악한 게 휴먼 유니온이라 어쩔 수 없음ㅠㅠ
‘수세에 몰렸다더니 확실히 열악하긴 하군.’
난감함보다는 오히려 좋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일수록 활약이 돋보일 테니까.
“분대장님,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무엇인가, 디지 이등병!”
“운전을 제가 맡아도 되겠습니까?”
“으음? 아, 그러고 보니 운전병이 전사했군. 좋다!”
-디지 형, 면허 있었어?
-어스워즈는 리얼리티 엄청 따지는 게임이라 정식으로 보직 배속받고 시스템 지원받는 거 아니면 실제로 운전해야 함.
[그래요?]디지가 운전석에 올랐다.
운전 면허 따윈 없는 그였지만.
【권능, 웨폰 마스터.】
운전 면허보다 훨씬 좋은 권능 면허가 있으니 상관없었다.
부르릉!
능숙하게 시동을 걸고 기어를 바꾼 디지가 액셀을 밟았다.
“추가적인 전투 물자를 보급하겠다. 모두 받도록.”
디지가 운전을 하는 사이, 분대장이 병사들에게 물자들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어진 라이트 그레네이드 다섯 발.
조수석엔 기관총까지 한 자루 달려 있었으니 나름 화력은 풍족한 셈이었다.
“우리의 타격 목표는 크립티드 정찰 부대의 본거지다. 예상되는 전력 현황은 해츨링 20마리에 텐타울프 세 마리. 전원 몰살시키고 철수한다. 이상, 질문 있나!”
한 분대원이 손을 들었다.
“분대장님. 저희 전력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병사의 얼굴엔 공포가 서려 있었지만.
분대장은 그저 강직하게 대꾸했다.
“가능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품어라, 병사여. 우리는 자랑스러운 휴먼 유니언의 첨병이니!”
‘흠. 저런 말로는 사기 진작이 안 될 텐데.’
분대장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모양인지 추가적인 물자를 분배했다.
“다들 바로 먹도록. 전장의 천사께서 우릴 보호하실 거다!”
디지 또한 한 알의 알약을 받았다.
[아이템: 스팀필]스팀필. 스티물란트 필(stimulant pill)의 줄임말
간단하게 말하면.
‘이거 각성제 아냐?’
“아! 바로 이거야!”
“오우, 예에!”
의기소침하거나 공포에 질려 있던 분대원들이 알약을 먹자마자 180도 달라졌다.
아무래도 맞는 모양이었다.
‘뭐, 군대랑 각성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긴 하지.’
당장 와 비타에 끌려가기 전의 한국 군대만 하더라도 아드로핀이란 각성제를 해독제랍시고 보급하지 않았나.
다만 한 가지 의아한 점은.
[여러분. 이거 게임 심의 괜찮나요? 약 빨고 전투해도 되나?]-어허, 약이라니!
-전투 자극제란 좋은 명칭이 있거늘!
-소총병이 스팀X 빨고 전투하는 건 국룰이야 형!
……아, 그러셔?
하긴, 세계관만 따지면 평범한 인간이 코즈믹 호러랑 다를 게 없는 외계인들과 멸망을 걸고 치킨 게임을 하는 중이니 이 정도야 약과일지도.
디지도 운전을 하며 한 손으로 스팀필을 입에 털어 넣었다.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게임 메시지.
“와우.”
알약 하나 먹었다고 신체 능력이 1.5배로 증가?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ㅋㅋㅋㅋ효과 엄청나지?
-플레이어는 정신 각성 효과가 없긴 한데, 걍 좋음.
-괜히 전쟁에서 전투 자극제를 필수 보급품으로 치는 게 아니라니까ㅋㅋㅋㅋ
그 순간이었다.
“끼르륵 크르렉!”
갑자기 튀어나와서 달리는 장갑차를 들이받는 해츨링 한 마리.
뿅!
유리창 따윈 진작에 부서진 지 오래인 장갑차다.
디지가 빠르게 대처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해츨링이 차량 내부로 들어올 뻔했다.
“슬슬 적 정찰부대의 본거지에 근접한 모양이군. 모두 전투 준비!”
“예 썰!”
“다 죽여버리겠다아아악!”
호기로운 외침과 동시에 크립티드 개체 다섯 마리가 등장했다.
해츨링 네 마리에, 덩치가 세 배는 커다란 촉수가 달린 늑대처럼 생긴 신규 개체.
[크립티드 – 텐타울프]“끼라라라라락!”
텐타울프의 하울링과 동시에 해츨링이 사방으로 퍼져 장갑차를 노렸다.
“대응 사격 실시!”
뾰뵤뵤뵤뵹!
디지 또한 운전을 하며 왼손을 내밀어 텐타울프에게 광자탄을 갈겼다.
뿅!
정확히 미간을 맞혔지만, 텐타울프는 죽지 않았다.
-정보) 크립티드는 개체별로 각기 다른 약점에 중대한 타격을 입혀야 죽일 수 있다.
-싸이커 같은 방어 이능이나 휴먼처럼 기계병기로 보호받지 못하는 크립티드를 위한 종족 어드밴티지.
“그걸 왜 이제 말해! 그래서 약점이 어딘데!”
-목구멍!
목구멍? 그럼 저 촉수 달린 놈이 짖을 때 아니면 탄환을 맞힐 수가 없잖아.
“디지 이등병! 브레이크 밟아!”
텐타울프가 길쭉한 촉수를 내뻗어 장갑차를 노리고 있었다.
“모두 하차! 하차해서 산개하라!”
분대원이 사방으로 퍼짐과 동시에, 촉수에 타격당한 장갑차가 폭발했다.
콰아아앙!
-정보)원래 자동차는 공격 좀 당한다고 폭발하지 않지만, 휴먼 유니온의 모든 엔진은 하이브리드 하이드로겐 기관이라 폭발한다!
“TMI는 필요 없어 이 자식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