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rd of another world is well fed RAW novel - Chapter 137
“아, 진짜. 전 괜찮다니까요?”
“스스로 본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제가 본을 보일 필요가···.”
“곧 에버그린의 병영이 문을 열고 병사들을 받을 거다. 그런데 간부가 식욕조차 통제하지 못한다는 것을 병사들이 알면 어찌 간부를 존경하며 믿고 따르겠나.”
“전 조리 담당이나 행정 담당 할 건데···.”
“스읍!”
에버그린으로 돌아온 다음 날 아침.
도미닉을 찾아온 이안이 억지로 끌고 나와 훈련장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체중이 불어났어. 몸에 좋을 리가 없지.’
아직 만나지도 않은 병사들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도미닉의 건강이 걱정되었던 이안이다.
다만, 그 이야기를 직접 하기엔 어쩐지 조금 낯부끄러워 둘러댄 것이다.
“낄낄. 그러게, 도미닉. 적당히 좀 먹지 그랬냐. 훈련소 가서 그렇게나 살이 쪄 온 건 너밖에 없을 거다.”
훈련장으로 가는 길에 칼론 아저씨도 합류했다.
“근데 정말로 뭘 했기에 이렇게 살이 찐 거냐, 도미닉?”
“에이, 아저씨도. 뭘 했으면 안 쪘죠. 뭘 안 했으니까 찐 거지.”
“자랑인가?”
“자랑이겠어요?”
뻔뻔한 말에 이안은 기가 막혔다.
“대체 그대는···!”
“저도 할 말 있어요. 가서 매일 서류 작업 했다니까요? 훈련 말고 그게 더 급하다는데 그럼 어떡해요?”
“그래서 밥은 간식까지 하루에 다섯 번을 먹고?”
“야식 포함하면 여섯 끼죠. 아, 천국이 따로 없더라고요.”
“여섯 끼? 크크크. 그러니 살이 안 찌고 배겨?”
지난밤, 도미닉의 복귀 축하 파티.
아무리 노력해도 살이 안 찐다고 비법을 알려 달라는 한 리조트 직원의 말에 스스로 꺼낸 이야기였다.
이안의 한심한 눈초리를 받긴 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지난 한 달 하고도 절반의 시간은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휴가나 다름없었다.
눈뜨자마자 얼른 두어 장 서류 양식을 만들고 나면 일과는 끝!
식자재 납품 비리를 잡고 난 다음이라 병사 1인당 급식 단가는 처음보다 무려 1.5배 이상 오른 상태였다.
거기에 비리 관련자들의 사재를 털어 혹시나 동요할지 모르는 병사들에게 한동안 특식을 제공하기도 했었고.
무엇보다 소장이 직접 도미닉에게 호의를 베푸는 만큼 간식과 야식을 특별히 더 제공했으니 호화롭기 그지없는 식사를 하며 지냈던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던 이안은 종이 한 장을 내밀며 ‘하루에 얼마나 먹었는지 적어 달라’고 요청했다.
술도 한 잔 마셨겠다, 살이 찌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겠다, 도미닉은 아무런 의심 없이 ‘우리 에버그린의 병영 식단에 참고하려나?’ 싶은 마음에 자세히도 알려 주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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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손바닥만 한 곡물빵 한 조각
마카로니와 채소가 들어간 맑은 수프
샐러드 한 대접
우유와 약간의 치즈를 넣은 오믈렛
제철 과일
갓 짜낸 신선한 주스 [점심] 베이컨과 버섯이 들어간 크림 파스타
오븐에 구운 뒤 버터와 꿀을 올린 고구마
깍둑썰기 한 구운 야채 [점심 간식] 라즈베리 소스를 곁들인 매시트 포테이토
커다란 미트볼이 넉넉히 들어간 팔뚝만 한 샌드위치 [저녁] 토마토소스와 치즈를 올려 오븐에 구운 빵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구운 고기 한 덩이
가지와 호박, 콩 따위를 겹겹이 쌓은 웜 샐러드
치즈케이크 한 접시
꿀을 섞은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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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닉이 건넨 종이를 보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이안이었다.
종이와 도미닉을 번갈아 보며 한숨을 푹 쉴 뿐.
“매일 이렇게 먹은 것은 아니겠지?”
“그럼요. 고기 대신 생선을 먹기도 하고 스파게티 대신 뇨끼를 먹기도 했어요. 케이크 말고 샌드위치를 먹는 날도 있었고.”
원래 사람이 행복해지면 동시에 해맑아지기도 하는 법이다.
***
“아니, 아저씨. 그래도 술은 안 마셨는데 이상하지 않아요? 여기 있을 때는 밥에 술에 다 먹고 다녀도 분명히 살이 안 찌고 유지가 됐었거든요.”
도미닉의 운동을 돕겠다며 자원한 칼론에게 도미닉이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거야 당연하지. 너 여기 있을 땐 그 정도로 간식 안 먹었잖아. 식사도 간단히 할 때가 많았고.”
“그랬나? 기억이 안 나네.”
도미닉은 슬그머니 자기 뱃살을 만져 보았다.
‘조금 넉넉해진 것 같기도···?’
그러고 보면 요즘 아침에 일어날 때 조금 힘이 들기는 했다.
푹 자지도 못하는 것 같고 유달리 아침마다 몸이 무겁기도 했으며, 조금만 바쁘게 움직여도 턱 끝까지 숨이 차고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기도 했으니 확실히 변화를 몰랐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쩝-’
사실 머리로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영양사란 식품과 조리만 알아서는 안 되는 직업이었으니까.
식품영양학과를 다니며 생애주기 영양학이다, 식사 요법이다, 영양 교육이다 해서 체중 관리의 중요성이며 질병과 식단의 상관관계에 대해 얼마나 외우고 또 외웠던가.
하지만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에 스스로 체중이 불어나는 것을 보면서도 외면해 왔던 것뿐이었다.
“뛰어.”
“···에?”
“오늘이 처음이니 일단은 열 바퀴부터 시작하지.”
“‘처음’과 ‘열 바퀴’는 같이 쓰면 안 되는 말 아닌가?”
“스무 바퀴를 뛰겠다는 건가?”
“갑니다, 가요.”
도착한 곳은 아직 공사가 한창인 병영이었다.
하지만 이미 연병장은 완성된 상태였기에 이안이 도미닉을 이쪽으로 끌고 온 것이다.
‘일반인들이 훈련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미리 알아볼 필요도 있었고.’
동시에 도미닉을 통해 일반 병사들의 훈련 양을 가늠해 보려는 이유도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검을 잡고 기사의 길을 걸었던 이안으로서는 일반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훈련의 강도와 시간이 익숙하지 않았기에 겸사겸사 잘된 일이었다.
“우웨에에엑!”
저것 봐, 저거.
벌써 헛구역질을 시작하는 도미닉이 보였다.
‘절반도 안 됐는데?’
이안은 기가 막혔다.
“기사님, 아무래도 제가 러닝메이트를 좀 해야 할 것 같네요.”
“부탁드립니다.”
“저놈 자식, 저거. 체력이 저렇게 약해서야 나중에 장가는 들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인마! 코로 숨 쉬어, 코로!”
“여기서 장가 얘기가 왜 나와요! 우웩!”
어제 마신 술과 갑작스런 운동의 환장스러운 콜라보였다.
“헉, 헉. 더 이상은 못 하겠어요, 진짜로. 다리가 안 움직인다니까요?”
결국 도미닉은 연병장 10바퀴를 채우지 못하고 뻗어 버렸다.
하지만 도미닉도 할 말은 있었다.
‘한 바퀴 도는 데 대충 400미터. 열 바퀴면 4킬로? 군대에서도 체력 측정은 3킬로미터였다고!’
그러니 여덟 바퀴나 뛰고 난 뒤 뻗은 자신은 할 만큼 한 것이다.
아, 더 이상은 때려 죽어도 못 한다고!
“생각보다 더 심각하군.”
“헉, 헉! 기사님 기준이 너무 빡빡하다는 생각은 안 해요?”
“전혀. 그래서야 어떻게 병사들을 지휘하겠나.”
“그러니까 저는 행정이랑 조리···.”
“안 되겠어. 오늘부터 매일 아침마다 연병장으로 와서 열 바퀴씩 뛰는 것부터 하지.”
“예? 매일요?”
“그리고 식사도 이제 매일 나와 함께 하는 게 좋겠어. 어제 보니 식사량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될 듯하니. 아침은 그대의 집에서, 점심은 시장실에서, 저녁은 훈련장으로 와.”
“······?”
이게 뭔 소리야?
나는 평생 식단을 짤 줄이나 알았지 관리를 받아 본 적은 없다고!
도미닉이 빠져나가기 위해 머리를 굴려 봤지만,
“거절해도 돼. 먹는 것을 조절하지 않겠다면 연병장을 서른 바퀴씩 뛴다는 선택지도 있으니 말이야.”
아, 보인다, 보여. 악마 교관의 자질이···!
“좋아. 우리 막내이자 시장의 건강을 위해서라는데 나도 도와야지! 중앙 광장 쪽 식당들에 쫙 알려서 한동안은 넌 출입 금지하는 걸로 결의해야겠어.”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기사님 눈을 피해서 아무거나 먹고 다니면 어쩌려고 그래. 곧 병영도 문을 열 텐데, 그때까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할 것 아냐.”
“아니, 내가 총사령관도 아니고 주요 간부나 교관도 아닌데 왜···.”
“원래 윗사람이 본을 보이지 않으면 신입들 정신 상태가 문드러지는 건 순식간인 거다.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용병들도 정신머리 다잡기가 쉽지 않은데, 하물며 평화로운 시대의 병사들이 아니냐. 규율 유지, 그거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야. 고작 제 한 몸 관리해서 본을 보일 수 있다면 열 번, 스무 번도 해야지. 그렇지 않아?”
“···네에-”
칼론 아저씨가 진지해지면 고개를 끄덕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경험 많은 어른의 통찰은 무시해서는 안 되는 법이니까.
하지만 다음 날.
하필이면 비가 쏟아졌고, “사나이가 이따위 비에 질 수는 없지! 우아아아!” 헛소리를 하며 달리던 도미닉은 몸살이 났다.
의욕은 넘치나 체력은 바닥이니 정해진 수순이었다.
“아이고-”
“곡소리 좀 그만 내지.”
“나 죽네-”
“쯧!”
장난을 치는 것 같아 보여도 열이 제법 올라서 침대에 얌전히 누워 있어야 하는 도미닉.
빗길에서 뛰는 걸 말렸던 이안이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강하게 말리지 않은 탓인 것 같은 죄책감에 도미닉의 간호를 자처하고 나섰다.
“근데요, 기사님.”
“말하라.”
“그거 설마 제 밥은 아니죠?”
“밥은 아니다, 죽이지.”
“이제 어촌계 아저씨들이랑 놀지 마요. 이 양반이 안 그러더니 이상한 농담을 배웠어.”
“···먹어라.”
“고맙습니다.”
이안이 직접 죽을 끓였다.
칼질도, 웍질도 제법 익숙한 모습을 보며 도미닉은 혼자 흐뭇해했다.
‘다 내가 잘 가르쳐서 그래.’
평소에 함께 붙어 다니며 온갖 주방 허드렛일을 시킨 보람이 있었다.
재료 손질한 것 좀 보라지?
꼭 기계로 썬 것처럼 균일한 것 좀 봐!
크으- 역시 좋은 학생은 좋은 선생 아래서 나오는 법이지.
“후룩-”
적당히 식은 죽을 크게 한술 뜬 도미닉.
“···우웩-!”
암살자가 왔다, 암살자가!
“···미안하다.”
“아픈 사람한테 진짜.”
“나는 정말로 최선을 다했다. 믿어 줬으면 좋겠군.”
이따위 걸 내놓고 저렇게 진실한 표정을 지어도 호소력이 있는 건 역시 잘생겼기 때문인가?
전생에 친누나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외모가 개연성이야. 보는 사람이 알아서,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하게 된다니까?
그래 봐야 마도구빨인 걸 알면서도 계속 속는단 말이지.
“간을 해 본 적이 별로 없어서 어느 정도가 적당량인지 알 수가 없었다. 미안하군.”
“에휴- 다음에 간하는 것도 가르쳐 줄게요.”
“···그래.”
별수 없이 물을 좀 타서 먹기 죽을 먹고 있는데, 이안이 맞은편에 걸터앉았다.
“아무래도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할 때는 훈련을 쉬어야겠어.”
“진짜요? 그래도 돼요?”
“그래. 훈련이 아무리 중요하다고는 해도 병을 낼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될 터이니.”
이제 곧 자주 비가 내리는 계절이 시작된다.
우기까지는 아니었지만 사흘에 한 번은 비가 내릴 테니 잘하면 일주일에 이삼일은 쉴 수 있다는 뜻이다.
도미닉이 함박웃음을 지으려는데,
“그래서 새로운 것을 하나 생각해 봤다.”
이안이 쑥스러워하며 조악한 낙서 같은 그림이 그려진 종이를 하나 꺼냈다.
“날씨에 관계없이 실내에서 충분한 운동 효과를 낼 수 있을 만한 시설을 고민한 것인데··· 어떤지 한번 봐 주겠나?”
···젠장.
헬스장이 여기서 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