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bula’s Civilization RAW novel - Chapter 282
282화
우주선 외부 스크린을 보던 라민 솔로스트 무엘은 라크락이 도약하는 순간 선체가 부서지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툴보가 통신했다.
“괜찮아! 고쳤어!”
이제는 황당하기보다 신뢰가 가는 목소리다.
“통제반, 스크린 확인했어요?”
“…확인 했습니다. 위대한 뇌룡대제에게 별빛이 함께하길 바라며,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합시다.”
라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슬슬 감속을 해야될 것 같은데요.”
“기다려요, 분쇄자 움직임이 확인 됩니다. 유도하겠습니다.”
“네.”
우주선이 회피 기동을 하는 사이, 라크락은 가공할 속도로 룸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더 선명하게 보인다.’
룸의 구조가 명확하게 확인되었다.
그리고 룸이 가진 명백한 적의, 분쇄자가 출력을 높이고 있다.
‘몇 초 안 남았군.’
라크락은 별빛 사이를 가르며, 몸을 회전해 창을 내던졌다.
우주로 내던져진 창은 옆에서 보면 마치 정지한 것처럼 보인다.
가로지를 대기가 없고, 속도를 가늠할만한 다른 상대적 지표가 없기에.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고 그저 존재할뿐인 창과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두 번째 달은, 룸은, 룸의 조종자 듸데는, 그것을 명백한 위협으로 보았다.
-분쇄자, 가동.
듸데의 명령에 룸의 가장 거대한 병기가 움직인다.
제국은 아직 파악해내지 못했으나, 분쇄자는 중력자 발사 장치다.
분쇄자를 이루는 모듈은 크게 332개, 그중 핵심 연산 장치 12개만 움직여도 룸은 전체 가동을 중지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페널티는 감수할 수 있다.
분쇄자는 달만큼의 거리라는 안전한 장소에서, 목표로하는 대상을 완전히 분쇄할 수 있다.
-…정확히는, 분쇄할 수 있어야 한다.
거대한 동공으로부터, 원통형 격벽이 순간 솟아오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중력자가 빛의 속도로 라크락을 타격했다.
룸의 눈들이 일제히 라크락에게 향한다.
순간, 황금빛 창도 금빛으로 산화하며, 라크락의 본신도 백색의 먼지로 화해버린다.
-…?
하지만 듸데는 보다 자세히 들여다본다.
백색의 먼지로 변한 것은, 라크락이 두르고 있던 우주복일 뿐이다.
먼지를 꿰뚫고, 청색의 날카로운 번개 한 줄기가 그대로 솟구친다.
“아낙세!”
듸데는 번개가 탈것을 탄 기수의 모양으로 내달리는 것을 본다.
라크락은 자신의 갑옷을 몸에 두르고, 마찬가지로 무장된 자신의 괴조, 아낙세 위에 올라타 우주공간을 가로지른다.
아낙세는 마치 자신이 좋아하는 태초의 평원을 내달리듯 허공을 달린다.
듸데는 저런 신화적인 지경을, 옛 전쟁에서 보지 못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저 정도인가…
듸데는 자신의 예측이 어긋났음에 대해 인정했다.
저 새로운 신을 따르는 괴물은 자신의 예측보다 훨씬 더 강했다.
-하지만 고작 하나…
룸에는 무기가 많다.
룸은 이제 절반의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듸데는 뒤늦게 따라오는 우주선을 확인하지만, 주의를 주지는 않는다.
떨궈야 할 것은 시스템의 힘을 등에 업은 저 리자드맨이다.
-룸, 방어 체계 작동 승인.
아직 지표면으로 올라오지 못해 급하게 자리를 잡은 하부 격벽의 방어 시스템들이 켜진다.
-‘하루살이’ 제조 중단. 모든 비행체 제작 공정 교체, ‘벌떼’ 제작 시작.
하루살이가 아바르틴까지의 공격기로서 기능한다면, 벌떼는 방어 기계였다.
무중력에서만 비행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출력과 기능이 더 뛰어나다.
-빛살 추가 제작, 3기.
가장 유효한 타격이 빛살임은 이미 확인되었다.
-방어군, 위치로.
끝으로 듸데는 자신의 옛 아이들을 조종했다.
저 존재가 룸의 표면까지 온다면 직접 방어해내야 할 것이니까.
내부 명령을 마친 듸데는 다시 룸 공방 체계 제어권을 잡았다.
-와라, 괴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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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달 욘다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두 번째 달 룸.
그 앞에서 빛과 폭발이, 별지기에서 관측 되었다.
통제반은 전례 없이 바쁘게 상황을 파악했다.
우주선과의 통신은 물론이고, 아직 남은 핵로켓, 그리고 시모의 전자포도 남아 있었다.
“저희가 모두 첫 번째 사도를 위해 일했던 겁니다!”
누군가의 감탄에 사이진이 주먹으로 책상을 때렸다.
“당연하지! 제국 전체가, 아바르틴 전체가 목숨을 걸었는데, 만신전에서 그 정도 걸어주지 않으면 곤란하지 않냐고!”
다들 라크락이 스크린으로 확인 되었을 때의 사이진의 표정을 알았지만, 그 부분을 딱히 꼬집진 않았다.
사이진이 말했다.
“관측은?”
관측반의 이온이 말했다.
“…어, 어렵습니다. 광량이 너무 많아서, 정확히 어떤 무기를 쓰는지 해석반도 파악이 안 됩니다.”
최고위원회 탈레이가 말했다.
“좋은 징조군.”
“좋은 징조라뇨?”
시모가 화를 내듯 묻자 탈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달 아래 빛은 첫 번째 사도의 분투가 아니오.”
“그럼요?”
탈레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첫 번째 사도에 대한 악신의 분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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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크락은 자신의 활을 들고 투사체를 요격했다.
‘빛살!’
라크락은 눈으로 룸의 움직임을 정확히 포착했다.
룸의 내부로 들어가는 통로에 숨겨져 있지만, 그늘진 자리에서도 ‘빛살’의 존재가 명확히 보였다.
‘혼란을 만들고 기습을 한다. …정직하군!’
라크락은 세상을 구한다는 사실도 잠시 잊었다.
단지 엄청난 크기의 도전적인 적과 싸운다는 사실에 순수하게 기뻐했다.
라크락이 느끼기에, 두 번째 달은 싸울만한 적이었다.
‘요령이 부족하다.’
라크락은 창을 만들어내고 아낙세 위에서 외쳤다.
“파지직!”
라크락의 손 위로 전기가오리 형상이 나타난다.
-오랜 친우여! 내 도움이 필요한가!
“저기 숨은 겁쟁이를 부숴야한다.”
-하, 이미 한 번 해봤지!
라크락이 창을 내던졌다.
전기의 마성 그 자체가 창을 에두른다.
창은 그 자체로 가속하며 룸의 공세를 가로질러 그대로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룸의 통로 안에서, 이제 막 만들어져 라크락의 빈틈을 노리던 빛살에 정확히 명중했다.
-쿵…!
룸 내부의 폭발로 룸의 지표면이 가볍게 진동한다.
듸데는 룸의 중심부에서 마음을 가다듬는다.
-아니, 아직…
듸데는 기다리고 있던 세 번째 분쇄자를 가동하려고 한다.
하지만 라크락은 이미 분쇄자의 궤적을 피하기 시작했다.
분쇄자는 룸의 중심부에 고정된 포대이므로, 각도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룸 전체를 움직여야 한다.
크게 어려울 것은 없지만 룸의 질량은 막대하므로,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
다른 방법이 없진 않다.
공격으로 초토화하며 저 괴물이 분쇄자 앞으로밖에 올 수 없도록 만들면 된다.
-….
하지만 듸데는 그러기 위해선 또 다른 문제들이 있음을 안다.
아직 룸 지표면에 무기가 준비되지 않았다.
초토화 공격을 하기엔 부족하다.
시간이, 끔찍하게도 부족했다.
-…다른 방법을 찾는다.
하지만 듸데는 스스로의 말이 그렇게 설득력 있지는 않다는 걸 알았다.
적의 사도가 룸의 지표면에 닿는 것 자체가, 이 모든 일에 있어 실패였다.
-…허나, 받아들인다.
듸데가 계획을 변경할 때, 라크락은 이내 두 번째 달을 향해 뛰어내렸다.
아니, 내려쳤다.
룸의 대기는 존재하지 않지만,
-…쾅!
룸의 대지는 진동했다.
정확히 하자면, 그것은 진동이라기보다 전율이었다.
번개를 두른 라크락과 아낙세가 룸의 지표면에 닿자마자 거대한 전류 해일이 주변을 집어삼켰다.
어떤 방어 체계가 작동하려고 했지만, 수 천도의 과열에 그대로 타오르며 말라비틀어졌다.
중력도, 공기도, 시스템으로 재현해낸다.
생명에게 적대적인 룸의 부정적 환경 따위는 소용없다.
‘어둡고…’
라크락은 룸의 지표면에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슬픈 곳이군.’
바닥은 검정 플라스틱이다.
이 미끈한 바닥 위에선 그 어떤 생명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주변의 구조물은 모두 무기거나, 무기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리고 중심부가 아닌 외곽은 그저 텅 비어있다.
라크락의 우측으로는 첫 번째 달, 욘다가 룸과 라크락을 내려다보고 있다.
회백색 빛으로 빛나는 욘다는 이 모든 일들이 자신과는 무관한 것 마냥 굴고 있다.
‘그렇지 않을텐데.’
하지만 감상적인 느낌을 받을 시간은 없었다.
비행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익히 들은 존재들, ‘벌떼’다.
벌떼는 전자기장 날개를 흔들어대며, 유선형 동체 끝의 침 모양 총기를 드러낸다.
저것만으로는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지만, 속도가 무척 빠르고, 숫자가 많다.
라크락이 오기를 기다렸다는듯, 온갖 모듈 뒤에서 하늘이 빡빡하도록 솟구친다.
라크락은 혀를 찼다.
“포위 공격인가? 대적할 것이 나 하나 뿐일 거라고 생각했군. 상상력이 부족하다.”
라크락은 신경질적으로 창을 바닥에 내려꽂았다.
그리곤 허리춤에 있던 뿔나팔을 불었다.
하지만 벌떼는 라크락의 행동을 기다리지 않는다.
일제히 라크락을 향해 날아간다.
라크락은 이 기계들이 거센 자폭 공격도 가능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피하지는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다.
화살과 창, 구세대의 냉병기가 라크락을 향하던 벌떼를 꿰뚫는다.
화학적 변용 없이 오로지 물리적 성질이 뒤바뀌며 벌떼들이 라크락의 발치로 쏟아져 내렸다.
라크락이 등진 지평선으로부터, 군단이 걸어온다.
라크락이 오랜 시간 함께한 리자드맨 전사들이, 벌떼를 무차별로 박살내며 진군했다.
“변고 없으신지!”
외눈의 전사 타타르가 코카투를 타고 라크락 옆으로 다가온다.
라크락이 웃는다.
“변고는 이 달에 있겠지.”
“그 뜻대로.”
“원없이 날뛰어라.”
라크락이 다소 싸늘하게 말했다.
“종말에게 종말을 보여줘라.”
라크락의 말에 전사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진군했다.
목표는 룸의 중심.
공장과 제어실로 알려진 그 장소였다.
라크락은 다시 한 번 신과 대적할 생각이었다.
룸의 지표면이 전기로 지져지고 벌떼가 바닥으로 쏟아진다.
공격 모듈들이 리자드맨들의 검과 창으로 토막나고 해체되었다.
“길을 여는 것이 늦다!”
라크락이 창을 내던지자, 리자드맨들을 노리던 고정 포대가 그대로 찢겨지며 탄두와 함께 스스로 터져올랐다.
그런 라크락 옆으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나뒹굴어 떨어진다.
엄청난 충격일텐데도 그림자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런 꼴불견을!”
으뜸전사 유르는 코피를 흥 하고 풀어내고는 닦았다.
“저기 고약한 놈이 있어서 말입니다.”
라크락이 고개를 들었다.
분명 중심부에서 기어 올라왔을, 거대한 보행 기갑이다.
크기는 대략 300미터, 그 크기는 수 백의 리자드맨 전사들 위에 드리울 정도다.
머리가 크고 둔중한 비율이지만, 덕분에 리자드맨 전사들의 공격 세례에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
라크락이 고개를 돌린다.
“우리 친구 하나를 빠트렸군.”
“친구, 말입니까?”
라크락이 아바르틴을 향해 외쳤다.
“이리와라, 마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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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자성도시 오라즌.
모두가 불안하게 하늘을 올려다본다.
달맞이 계획의 실행과 그 과정은, 보안이 지켜지는 한도 안에서 모두 전세계로 송출되고 있다.
모두의 기도가 저 달에 닿고 있었다.
그중, 오라즌의 자랑, 거대한 체구의 괴물도 마찬가지다.
괴물은 달을 빤히 바라보다가, 어째서인지 귀가 간지러워서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
-…, …!
괴물은 눈을 깜빡인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였다.
-…와라, …!
아주 낯익었는데, 오랜시간 보지는 못했다.
종종 얼굴을 보러오긴 했지만, ‘옛날’처럼 만족할만큼 놀지는 못했다.
최근에 힘을 쓸 일이 있긴 했지만, 역시나 만족스럽지 못하다.
괴물은 욕구 불만이었다.
-이리와라, …!
괴물은 그것이 틀림없이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임을 알았다.
저 달에서 그리운 옛 친구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
괴물은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너무 멀지 않나?’
괴물은 눈을 깜빡인다.
그렇지 않았다.
오라즌과, 제국의 백성들이, 저 거대한 마눈이 위대한 전사 라크락과 함께 했음을 안다.
그리고 라크락이 옛 친구에게 도움을 필요로할 때, 언제든지 함께 하리란 것도 안다.
「오라즌 수호룡, 마눈 소환: 마눈을 부릅니다(어디에서든지).」
마눈은 흥분해서 가볍게 몸을 부르르 떨고 꼬리를 흔들었다.
-이리와라, 마눈!
괴물, 또는 기적의 존재, 드래곤 마눈이 달을 향해 훌쩍 뛰어올랐다.
약 40만 킬로미터의 거리를 꿰뚫고, 마눈이 두 번째 달을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