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보이지 않는 손
“김 비서는 어떻게 생각해?”
“간발의 차로 판정승하실 거 같습니다.”
“스코어는?”
“대략 6 대 4 정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역시 김 비서는 능력이 출중해.”
제임스 황은 대기실에서 발표지를 아직 뜯지 않았다.
사실 크게 달라지는 상황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프레젠테이션을 대학교 조별 발표가 망한 것처럼만 하지 않는다면 이변은 없을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번에 제임스 황도 그렇고 차현식도 그렇고 무난하면서도 괜찮은 발표였다.
누구 하나가 더 우월하다거나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둘 다 너무 잘했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그럼 볼까?”
“제가요?”
“김 비서가 봐 줘. 우리 축포는 김 비서가 터트려 줘야지.”
“네… 그럼.”
김 비서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발표지를 뜯어 결과를 보았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라 생각했기에.
그런데.
무덤덤하기만 하던 그녀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더니 동공이 흔들렸다.
“왜 그래?”
“그, 그게….”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김 비서.
그런 김 비서의 생소한 모습에 제임스 황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설마… 내가 졌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제임스 황은 김 비서가 이렇게까지 당황하는 건 자기가 졌을 때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이, 이겼어요.”
“근데? 잘된 거… 아냐?”
“그게… 이겼는데… 너무 압도적으로….”
“얼마나? 7 대 3 정도 됐나? 그 정도는 우리도 충분히 생각했던 거잖아?”
“아니요. 그 정도가 아니라… 9대 1… 거의 대부분 투자자들이 황인욱 대표님을 선택했습니다.”
보통 무딘 사람이라면 자기 능력이 출중하여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기뻐하며 자축했겠지.
하지만 제임스 황은 그런 무딘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위치를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었으며, 자기가 라이벌이라 정한 사람의 수준 또한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그러니까요. 이 결과가 너무 의아하네요.”
“제길.”
제임스 황은 탄식했다.
“장 비서 측이 이렇게까지 영향력이 있다고?”
“아닐 겁니다. 이번에는 그리 크게 영향력이 없을 텐데….”
“그럼 도대체 누가….”
항상 황제명 회장의 측근인 장 비서가 제임스 황을 도왔다.
보통이라면 좋은 아군이라 생각했겠으나, 제임스 황은 다르게 생각했다.
“또 승리를 도둑맞았어. 이번이 도대체 몇 번째야!”
그는 스스로의 힘으로 증명하고 싶었다.
본인이 황제명의 후계자로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니, 그 전설의 황제명 회장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만이 그가 살아가는 이유였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더 황제명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그.
그래서 그는 자기 이름까지 버리면서 투자 회사를 설립하고 스스로를 증명해 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장 비서가 비밀리에 그를 돕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제임스 황도 우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도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나치기 시작했다.
“대표님….”
“Fuck!”
그는 상스러운 욕을 지껄였다.
솔직히 그는 그보다 더한 욕을 하고 싶었다.
그 정도가 그가 참을 수 있는 한계치였던 셈이었다.
“마이클이 여기 참여했나?”
“제가 알기로는 안 왔습니다.”
“그럼. 이미 물밑 작업을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몇 주 전부터 계속하고 있었다는 뜻 아냐?”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다른 투자자들의 의지가 굉장히 확고했습니다. 이건… 마치 협박이라도 당한 사람들처럼 보이네요.”
김 비서 또한 의아했다.
설득이나 회유로 이런 결과는 절대로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애초에 결과가 이미 결정되었다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 결과가 뒤집혔다.
그것도 너무나 이상하게.
압도적인 차이로 차현식 대표를 누르고 제임스 황이 대부분의 투자자를 얻게 되었다.
물론 ‘더 붓’에게는 좋은 소식일 것이다.
투자금을 많이 유치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더 붓’이 발전할 원동력을 얻는 것이니까.
“협박?”
“네… 그게 아니고서는.”
“도대체 누가?”
“이 정도로 투자자를 움직일 수 있는 그릇은 제가 아는 사람 중엔 몇 없습니다.”
“설마….”
* * *
“어, 어떻게….”
최기명 변호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결과를 들은 홍미나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물론 나 또한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더해도 이런 결과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심지어 프레젠테이션을 완전히 망치더라도 이런 결과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미 우리에게 넘어온 투자자들이 꽤 있었다.
그들은 우리에게 투자를 약속했고,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들의 마음이 돌아설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심지어 우리는 황인욱 대표의 뒤에 있는 황제명 회장의 그늘까지 상정해서 판단했었다.
“이건 정말 말이 안 됩니다.”
“…….”
“대표님! 제가 일단 주최 측에 가서….”
“아니에요. 어차피 돌아오는 답변은 똑같을 겁니다.”
이번에도 벽이 가로막았다.
어차피 질 싸움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직 제임스 황에게 닿으려면 조금 더 걸린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리가 예상한 것과 너무나 다른 결과를 받았기에 우리는 모두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예상과 너무 빗나갔어요. 심지어 우리를 선택한 투자자 중에는 오늘 처음 보는 사람까지 끼어 있을 정도예요. 기존에 우리와 미리 말을 맞춘 분들이 전부 제임스 황에게 넘어갔다는 게 말이….”
나도 잘 알고 있다.
투자자와 사전 작업으로 우리는 3할에 준하는 투자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구두긴 했지만, 어쨌든 이변이 없는 한 우리를 지지해 주리라 확답도 받았는데.
“고작 1할… 1할도 가까스로… 하아… 이건 진짜 아니에요. 뭔가… 뭔가 잘못된 겁니다.”
“…….”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가서 어떻게든 할 테니까!”
최기명 변호사는 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최 측으로 향했다.
그리고 남겨진 홍미나와 나.
나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빠?”
“어. 미나야.”
“괜찮아. 투자자는 다시 모으면 되는 거니까.”
“그래. 지금 결과로 불프가 망하는 건 아니니까.”
“맞아. 다시 일어서면 돼. 그치?”
홍미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내 감정을 우선하고 있다.
그녀도 이사로서 백방으로 뛰어다녔을 텐데.
그리고 누구보다도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 중 하나일 텐데.
“그래. 지금 풀 죽을 필요는 없지.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다음에도 안 되면 그다음에 하면 되지.”
난 아직 젊다.
30대도 되지 않은 나로서는 아직 시간이 많은 편이었다.
그러니 더 도전하면 된다.
애초에 재벌을 이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렇게 쉽게 이길 수 있는 게 재벌이라면 재벌 아무나 했겠지.
난 이제 시작이고.
포기하지 않을 거니까.
* * *
“최기명 변호사님 아니십니까?”
“황인욱 대표님?”
최기명 변호사가 주최 측에 도착하자 제임스 황이 그를 반겼다.
“혹시… 결과 때문에?”
“대표님도요?”
“아, 뭐.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최기명 변호사도 그렇고 제임스 황도 그렇고 이번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주최 측 또한 최대한 공정을 기하고 있다며 다시금 결과를 발표했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주최 측에서 모종의 조작이나… 그 어떤 것도 없었다는 말씀이시죠?”
“저희는 신뢰로 먹고사는 직종입니다. 추호도 그런 일은 없었다 확신합니다.”
제임스 황의 으름장에도 주최 측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주최 측에서 장난질한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
제임스 황이 예상했던 방해자 리스트에서 장 비서는 지울 수밖에 없었다.
그의 힘으로서는 여기까지가 한계일 테니까.
“그러면 도대체 누가….”
“황인욱 대표님.”
“네, 최기명 변호사님.”
“혹시 잠깐 시간 되실까요?”
“그럼요.”
최기명 변호사와 제임스 황은 밖으로 나갔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 선 둘.
“절 의심하시겠죠.”
“예? 아, 그건….”
제임스 황이 먼저 말을 꺼냈다.
당한 입장에서는 당연히 제임스 황이 무슨 수작을 부렸다고 의심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니까.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니에요. 하지만… 그렇다고 결백하다고도 못하겠네요.”
“그렇다는 말씀은…?”
“아직 더 알아봐야 하니까 그 어떤 확답도 못 드립니다. 하지만… 진상 규명은 확실히 하도록 하죠.”
최기명 변호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결과를 떠나서 그들이 떳떳하다면 왜 이렇게까지 진상 규명을 하겠다는 건가?
그건 어디까지나 당한 사람의 몫인데.
그리고 그들이 진상을 밝혀낸다면 좋을 건 없을 것이다.
어쨌든 그들의 우호 세력이 연관된 일일 테니까.
“왜 이렇게까지 하시죠?”
“정정당당하지 않잖아요.”
“예? 어쨌든 이기지 않았습니까? 진상을 밝힌다고 한들… 그쪽이 조작하지 않은 이상은 문제 될 것도 없고요.”
“변호사님은 잘 모를 겁니다. 제 기분을.”
제임스 황은 조금 억울해 보였다.
“승리를 당한 기분을요. 그걸 평생 당해 온다면 어떤 기분일지… 아십니까?”
“승리를… 당하다뇨?”
“저는 재벌 집 자식입니다. 그러니 주변에 거는 기대가 커요. 그래서 저에게는 실수나 과정 따위는 용납되지 않습니다. 저는 시작하면서부터 완벽함을 요구받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그러나요? 저도 실수하고 잘 못 할 때도 많죠.”
“…….”
“그걸 메꾸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이 부단히도 노력합니다. 그래서 전 저도 모르는 사이에 승리 당하고 말죠. 아마 이번에도 그런 걸 겁니다. 황제명 회장의 비서 중에서 장 비서라고 있어요. 그분은 오랫동안 저희 그룹을 회장님과 함께 이끄셨던 분이세요. 아마 그쪽에서 무슨 수를 썼겠죠. 그게 아니고서는… 하아… 아무튼.”
제임스 황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뭐 진상을 밝힌다고 한들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없을 겁니다. 결과를 뒤집지도 못하겠죠.”
“뭐. 그렇겠죠.”
그렇다.
그들이 무언가 수를 썼다고 한들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이미 투자 계약은 끝이 났고, 그걸 번복할 일은 없을 것이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은 이상.
“그래도…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은 하겠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정당하게 이겨서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거든요. 당신이랑 차현식 대표.”
“아….”
“존경받지 못할 사람 밑에 누가 들어가려 하겠습니까? 저는… 그런 거 싫습니다.”
최기명 변호사는 차현식 대표 밑에서 일하기로 결심했지만, 제임스 황 또한 진정한 리더의 상이라는 것을 애초에 알고 있었다.
차현식이라는 사람이 없었다면 기꺼이 제임스 황의 산하로 들어가도 될 정도로 그를 존경하고 있었다.
“대단하시네요.”
“차현식 대표… 포기하지 않겠죠?”
“그럴 사람이 아니십니다.”
“그럼 또 다른 자리에서 꼭 보도록 하죠. 이번에는… 제가 신세를 좀 졌네요. 이 빚은… 제가 꼭 갚도록 하죠.”
“빚이라 생각하지 마세요. 기업인들끼리의 경쟁… 사실 암투와 계략은 당연한 겁니다. 격투기처럼 동일한 룰을 가지고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애들 싸움이 아니니까요. 먹지 않으면 먹힐 수밖에 없는 살벌한 곳이란 건 저희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암투와 계략이 저의 힘에서 나온 거라면 이러지도 않습니다. 이건 정정당당이나 차현식 대표를 존중하는 의미로 하는 말이 아니에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자존심이 달린 문제니까요. 저는… 고작 황제명 회장의 그늘에 가려진 재벌 3세로 인생을 끝내려고 어린 나이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아 온 게 아니니까요.”
최기명 변호사는 마음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대단한 사람이구나.
제임스 황이라는 사람.
그렇기에 더 안심했다.
차현식 대표와 본인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그에 대항하는 시간이 결코 헛된 건 아니라는 뜻이었으니까.
저런 대단한 사람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들이 스스로 대단하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거니까.
“어쨌든 차현식 대표에게 안부 전해 주세요. 다음엔 더 높은 곳에서 만나자고.”
“알겠습니다. 더 붓이 번창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