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internation Students makes good money RAW novel - Chapter 35
35화 JB 레코딩
“여기가 맞아?”
한정수는 다시금 지도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곳을 비교하며 물었다.
나도 이런 곳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JB 레코딩.
물론 포스트 멜론 덕분에 신생 레이블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메이저 레이블로 성장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포스트 멜론의 시대 이전에 이렇게까지 미미한 레이블일 거라고는 나조차도 몰랐었으니까.
“네, 형··· 그, 그런 거 같아요.”
뭐라고 확신하기도 어려운 곳이었다.
이스트 할리우드 외곽 지역에 다 허물어져 가는 동네에 ‘JB 레코딩’이라고 쓰여 있는 간판만이 여기가 내가 알고 있는 그곳이라는 걸 확신시켜주었다.
적어도 깔끔한 외관과 주변에 같은 레이블 회사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들어가면 장기 적출당할 것 같은 음침한 곳에 위치한 이 레이블은 우리로 하여금 도전을 꺼리게 만들기까지 했다.
“엄··· 저기 씩? 여기··· 맞아?”
노숙자 오스틴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가 칼을 뽑았는데 무라도 썰어야 하지 않겠는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일행이 도와주겠지.
“정수 형. 혹시 1시간 안에 안 나오면··· 경찰에 신고 좀요.”
“어? 그, 그만큼 위험한 거야?”
“아. 그, 그건 아닌데. 그냥 혹시 모르니까요.
방금까지는 나만 믿으라고 큰소리쳤었는데.
지금은 그 자신감은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다.
“어어~ 그래. 천천히 해. 천천히. 우리는 좀 쉬고 있을게. 애들도 한인 타운 걸어 다니느라 피곤했을 거야. 다음 갈 곳이 베벌리 힐스니까 또 엄청 걸어야 해. 쉬면 좋지.”
한정수와 일행을 차에 두고 오스틴과 함께 음산한 기운이 가득한 JB 레코딩 문 앞에 섰다.
아무리 신생이라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건 다 갖추고 있을 줄 알았는데.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연기가 자욱했다.
담배 냄새와 언제 청소했는지 모를 정도로 지저분한 접수대가 눈에 띄었다.
“저기··· 안녕하세요? 아무도 없나요?”
빈 접수대를 보며 조심스럽게 외쳤다.
그러더니 다른 곳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오는 기척이 들렸다.
혹시 총을 든 갱스터라도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 잔뜩 긴장했는데.
“누구시죠?”
헝클어진 머리에 속옷만 입은 채로 화려한 무늬의 가운만 입은 여자가 나왔다.
설마 접수원은 아니겠지 했지만.
그 설마가 설마였다.
“여기가 JB 레코딩··· 맞나요?”
“맞는데··· 누구시죠?”
이 접수원은 절대로 자기들 레이블을 고객이 찾지 않으리라는 굳은 믿음이라도 있는 듯이 나와 오스틴을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그··· 음악 만드는··· 레이블. 맞죠?”
“네. 맞아요. 그런데 누구시죠?”
“여기! 이 친구는 오스틴··· 아니, 포스트 멜론이라고 합니다. 장차 유명한 가수가 될 아이죠.”
어쨌든 여기가 음악을 만드는 레이블이고 이름이 JB 레코딩이 맞다면, 이곳에서 수많은 포스트 멜론의 명곡이 탄생한 곳임에는 분명했다.
“CD 있어요?”
보통 자기가 만든 음악을 CD나 USB에 담아 여러 레이블에 투고하는 방식으로 가수가 되기도 한다고 들었다.
근데 아무리 10년 전으로 회귀했다지만, 아직도 CD를 쓰는 건 조금 구시대적인 유물이 아닌가···?
“여기요.”
하지만 음악계에선 이게 국룰인지 오스틴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기 가방에서 CD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역시 준비된 인재, 오스틴 포스트.
“잠시만요.”
건성으로 CD를 받아 든 여직원은 터덜거리며 어딘가로 사라지더니 이내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접수대로 돌아와 의자에 기대어 앉더니 배를 벅벅 긁었다.
“저··· 혹시 여기 프로듀서랑 대화 좀 할 수···.”
“쉿.”
그녀는 갑자기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더니 오스틴이 만든 음악의 선율에 몸을 맡기듯 고개를 흔들기 시작했다.
어색한 침묵이 잠시간 흐르고.
오스틴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음악이 끝이 나자 여직원은 한숨을 픽- 쉬더니 그대로 다시 어딘가로 갔다가 오스틴의 CD를 가져왔다.
“자요, 가지고 가요.”
“예? 그게··· 무슨?”
난데없이 가라는 말에 당황했는지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음악을 틀더니 음악에 몸을 맡기고.
그리고 또 그냥 가라고?
“반응이 없네요.”
“어떤 반응이요?”
“저희 사장님이요. 뜰 곡이면 무조건 반응하거든요.”
어깨를 으쓱- 하며 오스틴에게 안쓰러운 듯한 표정을 짓는 여직원.
그러자 오스틴은 갑자기 기타를 꺼내 들었다.
“직접 들려드릴게요.”
“하아··· 뭐 그러시든가.”
여직원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수락한 듯했다.
음악을 그렇게 크게 틀었는데도 반응이 없었다는 건 역시 떨어졌다는 뜻이겠지.
그리고 오스틴의 이 발악은 근성은 있어 보이지만 이미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오스틴은 연주를 시작했다.
지금 라이브로 들어도 그는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내 귀에는 빌보드 탑텐 감이었다.
랩뿐만 아니라 R&B, 컨트리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포스트 멜론.
애석하게도 아직 그가 빛을 발하기에는 이 세상이 준비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의 음악이 끝나자 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의 말을 건네려고 했다.
“오스틴, 너무 상심···”
콰앙-
그런데 갑자기 굳게 닫혀 있던 문을 박차고 나오는 거구의 흑인.
“요, 방금 그 노래 누구 거야?”
“아. 사장님. 여기 오스틴··· 아니 멜론? 이 사람 음악입니다.”
분명 아까 CD를 틀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갑자기 나와서는 박수를 치는 게 아닌가.
드레드 머리에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치렁치렁하다 못해 무겁지 않을까 싶은 정도로 온갖 보석이 박힌 목걸이랑 반지를 몸에 잔뜩 두른 흑형.
입에는 이미 시가가 물려 있었고, 열린 문틈 사이로 어질러진 문서들 사이로 보이는 배달 음식 잔해들과 술병이 보였다.
그냥 레이블 수장이 아니라 동네 갱스터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던 찰나.
“요, 네 이름이 뭐냐?”
“오스틴 포스트.”
“노노. 랩 네임. 가수로서 이름이 뭐냐고.”
“포스트 멜론.”
“호오. 이봐, 포스트 멜론. 당장 오늘 계약하자.”
생긴 것만큼이나 쿨한 남자였다.
“내 이름은 BJ. 빅 존슨.”
빅 존슨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흉물스럽다는 느낌마저 드는 그의 숨겨진 총에 눈이 갔다.
저건 작은 권총 정도가 아니라 샷건 혹은 그 이상.
기관총이 숨겨져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의 사이즈였다.
“널 스타로 만들어줄 사람의 이름이다! 기억해라, 포스트 멜론.”
그러더니 오스틴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더니 그를 덜컥 끌어안았다.
“이제 우린 형제다, 브로. 내일 당장 녹음 시작할 거니까 준비해.”
“저기··· 근데 제가 돈이 없는데···.”
“돈? 퍽킹 머니? 그딴 게 왜 필요해?”
“예?”
오스틴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빅 존슨을 올려다보았다.
빅 존슨은 순진한 표정의 오스틴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요요, 포스트 멜론. 넌 앞으로 배워야 할 게 정~ 말 많겠어.”
“하하. 그게··· 무슨.”
“돈 따위는 예술에 필요 없어. 예술을 하다 보면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거야. 내추럴 플로우, 유남생?”
“아.”
“당장 필요한 건 네 목이랑 영감. 그리고 술과 담배면 충분해. 요, 여자가 있어도 좋고.”
여직원과 눈을 맞추며 씨익- 웃는 빅 존슨.
사실 아까부터 느낀 건데.
여기 사이비거나 사기꾼들은 아니겠지?
내가 미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이 JB 레코딩에 오스틴을 맡기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미래를 알고 있는 나조차도 빅 존슨과 여직원의 모습을 보니 의심이 들 정돈데.
오스틴은 어쩌면 나보다 훨씬 두려워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저기··· 오스틴. 일단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면···.”
“좋아요! 한 번 해볼게요.”
“댓츠 마 보이! 오케이.”
눈 뜨고 코 베이듯 계약을 마친 오스틴은 나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이게 맞나 싶은 정도로.
“씩. 이제야 정신이 들어. 나··· 잘한 거겠지?”
회귀 전이었다면 나는 전력으로 그를 뜯어말렸을 것이다.
이건 사기니까 절대로 휘둘려선 안 된다고.
하지만 항상 회귀 전에 알고 있던 지식은 나를 돈으로 이끌었다.
“맞아. 잘한 거야. 어차피 돈도 요구 안 하니까. 밑져야 본전이지.”
“그치? 오케이. 씩, 마 브로. 넌 정말··· 내 은인이야. 그런데 이런 신생 레이블이 있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어? 그냥. 내가 음악을 좀 좋아하거든.”
오스틴의 굳은 의지가 보이는 표정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되었다.
큰 포부를 가지고 LA로 와서 노숙자가 된 모습을 봤을 때까지만 해도 내가 괜히 오스틴을 부추겨서 일을 망친 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역시 오스틴은 슈퍼스타가 될 재질을 타고 난 사람이었다.
물론 앞으로 그가 훌륭한 아티스트가 되는 건 어디까지나 그의 몫이지만.
“정말 고마워. 이 은혜. 절대로 잊지 않을게.”
“그래. 넌 정말 성공할 수 있을 거야. 나 믿어. 내가 감이 좀 좋거든.”
그와 손 인사를 주고받으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계속 그를 붙들고 있기에는 나를 기다리는 일행도 있었고.
또 그에게도 지금 이 순간은 일생일대의 기회일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내가 그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 오스틴. 종종 연락해.”
“오케이.”
훗날을 기약하고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일행이 기다리는 차에 올라타자 한시름 놓았다는 마음과 함께 약간의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다 끝냈어?”
“네. 여기랑 계약도 했어요.”
“잘됐네. 일단 사정은 호텔 가서 자세히 듣기로 하고. 일정이 조금 미뤄졌으니까 얼른 움직일까?”
한정수는 본인이 계획한 계획이 조금 틀어진 것이 못내 아쉬운 듯했다.
그래서 나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부추겼다.
“형, 빨리 가요. 다음은 어디라고요? 베벌리 힐스?”
“그래! 여러분~ 이번에 갈 곳은 LA에서도 그 유명한 베벌리 힐스입니다. 부자들의 동네. 초호화 저택이 널리고 널린! 베벌리 힐스!”
*
“여기가 마이클 잰슨이 살아생전 살았던 저택이야.”
“어? 저 사람들 추모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 2009년부터 저런 추모 행렬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지. 이젠 거의 관광명소처럼 변했어.”
마이클 잰슨의 저택 앞에는 꽃과 함께 온갖 선물로 가득 차 있었다.
세기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사람이었으니 그를 아직 추모한다는 것도 이해는 되었다.
“자자, 지금부터 보이는 곳이 대부분 초호화 저택들이야. 엄청 유명한 연예인들이 많이 산다고 소문이 나긴 했지만··· 그것도 다 옛말이고.”
“그래요?”
한정수는 정말 많은 걸 준비해온 모양이었다.
아니면 여행에 진심이거나.
“워낙 부촌이고 유명인이나 부호들이 산다는 소문이 많이 나서 여간 힘든 게 아니래. 그래서 여기는 약간 별장처럼 소유하고 사는 곳은 다른 곳인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
“아아. 그래서 동네가 이렇게 조용한가?”
초호화 저택은 많이 보였지만, 마치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세트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람이 살기는 사나 싶은 정도로 고요한 동네처럼 보였다.
간간이 이 동네를 관광하는 사람들이 보일 뿐, 동네 주민이라고 할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부터 우리가 갈 곳이 어떤 부호께서 별장으로 사용하는데 일정이 없을 때는 관광 목적으로 개방하기도 하는 곳이래. 거의 궁궐처럼 으리으리한 곳이거든. 진짜 나처럼 발품 팔아서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가지도 못하는 곳이야. 꽤 고생했다구.”
한정수의 설명에 따르면 여기 베벌리 힐스에는 무료로 저택을 개방해서 관광객들이 볼 수 있게 해놓은 곳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전형적인 곳이기도 하고 옛날 건물 방식으로 업데이트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돈을 주고 예약해서 들어갈 수 있는 저택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한정수가 예약한 곳에 도착하자 저택 관리인이 나와 이런저런 수칙이나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거주하는 사람은 없지만, 관리인을 비롯한 관리자들이 상시 대기 중이기에 소란을 피우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즉시 퇴출당할 수 있다고.
거기에 따르는 법적 책임과 손해배상에 관한 어려운 말을 조금 더 보태고는 사람 좋은 인상을 하며 문을 개방해 주었다.
처음에는 관리자가 전체적으로 저택의 위치와 정원을 보여주었고, 그 이후에는 자유시간을 가지면서 저택을 둘러보라고 했다.
수영장은 기본이고 영화관, 테니스장, 심지어 실내 농구장까지 갖춰져 있는 초호화 저택을 두 눈으로 목격하니 새삼 다 똑같은 사람인데 사는 환경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는지를 느끼게 되었다.
심지어 이곳은 사는 곳도 아닌 별장이지 않은가.
“이야~ 진짜 크다.”
“그러네요. 정수 형은 이런데 어떻게 아셨어요?”
“야야. 말도 마. 내가 진짜 여기저기 다 알아보고 그랬다니까?”
“형 덕분에 애들도 다 좋아하는 거 같네요.”
홍미나와 김정연은 시큰둥한 표정의 시아를 끌고 다니면서 사진을 찍기 바빴다.
그 덕분에 나와 한정수도 여유롭게 저택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오오, 현식아. 난 저 방에 가봐야겠다.”
“네. 형.”
나는 조금 갑갑한 마음이 들어 밖으로 나와 정원을 거닐기로 했다.
정원이 무슨 공원마냥 드넓어서 자칫 잘못했다가는 길을 잃을 정도였다.
특히 테마를 미로처럼 만들어서 그런지 안으로 점점 들어갈수록 헤매는 느낌이 들 정도.
“여기가 맞나?”
그리고 한참을 그렇게 헤맸다.
그렇게 나는 이 미로를 빠져나올 수 없는 건 아닐까 하고 절망하던 찰나에.
막다른 길에 서 있는 시아와 마주쳤다.
“오, 시아. 너도 여깄었네?”
“응.”
“근데 정연 누나랑 홍미나는?”
“따돌렸어.”
시아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혀를 내둘렀다.
오죽했으면 도망칠 정도였을까.
“근데··· 여기. 아무도 못 보겠다.”
“어? 어어. 그렇네.”
시아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바짝 다가왔다.
그리고 목 가까이에 숨을 내뱉으며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짓을 해도 모르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