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incarnated Assassin is a Genius Swordsman RAW - Chapter 835
제835화
“네 이름은?”
라온이 우측으로 걸어갔다. 리메르가 제압한 철주련의 무인의 앞에 서서 턱을 까딱였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고, 왜 이름 따위를 묻는 것이냐?
라스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름은 그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정보이자, 중요한 정보야. 먼저 이름을 말하게 되면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껴서 진짜 정보를 풀어놓을 가능성이 커지거든.
익명으로 정보를 말하는 것과 본인의 이름을 걸고 정보를 말하는 것은 다르다.
제압한 상대의 이름을 물어보는 것은 심문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였다.
-네놈은 참 쓸데없는 것을 많이 알고 있구나.
라스는 별나다고 말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 특별한 건 아니야.’
암살자로 살아왔던 자신에게 있어서는 숨 쉬듯이 기본적인 일인데, 마왕으로 군림했던 라스에게는 신기한 일이었던 것 같다. 녀석과는 살아온 방식이 너무도 달랐다.
“가펜….”
철주련의 무인은 떨리는 입술로 스스로의 이름을 밝혔다.
“가펜. 철주련은 이 던전에서 무얼 하고 있었지?”
“무, 무인을 양성하고, 주술을 여, 연구했다.”
리메르가 계속 발바닥을 간지럽히고 있었기에 가펜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철주련이 무엇을 했는지를 밝혔다.
“정말 철주련을 되살리려고 한 모양이군.”
리메르는 어처구니가 없는 놈들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야.”
아리스가 서늘한 눈빛을 드러낸 채 가펜의 멱살을 잡았다.
“너희, 사람도 납치했지?”
“…….”
가펜은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으로 답을 대신했다.
“너희가 납치한 사람 중에 시프라는 이름을 가진 놈도 있나?”
“모, 모른다. 내 역할은 외부 경계이기에 인질들이 누구인지는 몰라.”
그는 누가 잡혀 있는지는 모른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잘 생각해 봐! 적발적안의 검사! 특출나게 강해서 모를 수가 없다고!”
아리스는 빨리 입을 열라며 가펜을 목을 움켜쥐었다.
“내, 내가 이 지부에 온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내게 허락된 영역이 아니야….”
가펜은 허옇게 질린 얼굴로 정말 모른다고 중얼거렸다.
“이런 멍청한 놈이!”
아리스가 참지 못하고 주먹을 들어 가펜의 얼굴을 내리쳤다. 그녀로서는 힘을 조절했겠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과했다.
“이모. 일단 진정하세요.”
라온이 아리스의 팔을 잡고, 가펜을 다시 바닥에 눕혔다.
“너희는 철주련의 부활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는 건가?”
“부, 부활이 아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살아있었다. 그저 복수를 준비하는 것뿐이다!”
가펜은 울분이 올라온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영혼 속에서 깊은 분노가 느껴졌다.
“지들이 먼저 쳐놓고서 무슨! 누가 들으면 기습이라도 당한 줄 알겠네.”
리메르가 어이가 없다고 중얼거리며 가펜의 이마를 후려쳤다.
“으으….”
가펜은 그럼에도 분하다는 듯 이를 갈았다.
“아무래도 철주련의 잔당은 이 던전에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지부로 왔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본부가 따로 있는 것 같았다.
거기다 백여 년 전 멸문한 세력이 복수를 말하기에 이 던전은 규모가 너무 작았다.
본부가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이곳보다는 훨씬 큰 세력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철주련의 본부보다 이 아래에 무엇이 있고, 누구를 인질로 잡고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너는 왜 이곳에 숨어 있었지?”
라온이 짧은 숨을 내쉬고서 가펜에게 시선을 내렸다.
“…누, 누군가 지하 본부에 들어왔던 흔적을 발견했다.”
가펜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리메르의 간지럼 고문 때문에 다시 입을 열었다.
“으윽!”
파라스가 본인의 탓이라고 생각한 듯 관자놀이를 부여잡았다.
“지부를 옮기는 동안 신호를 보내고, 시간을 끌기 위해서… 커헉!”
가펜이 말을 하다 말고, 본인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의 눈동자가 핏물 속에 빠진 듯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라온이 가펜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우우우웅!
가펜의 전신을 휘돌던 주술의 기운이 갑자기 뒤틀어지더니, 막을 새도 없이 그의 심장을 터트려 버렸다.
“끄으….”
가펜은 갈라지는 신음을 흘리며 그대로 숨이 끊어졌다.
“이건….”
“주술입니다.”
라온이 가펜의 가슴에서 손을 떼며 고개를 저었다.
“가펜의 몸에 남아 있는 주술의 흐름을 이용해서 심장을 터트렸어요.”
생포했을 때 정보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가펜의 심장을 원격으로 터트릴 수 있는 주술을 걸어두었던 것 같았다.
“역시 철주련인가. 독하네.”
아리스가 짜증이 차오른 눈빛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리메르가 죽은 가펜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철주련 놈들. 이 던전을 버리려고 하고 있어.”
“맞습니다.”
라온이 리메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외부인의 흔적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지부를 버리려는 것을 보면 생각 이상으로 위험한 놈들이에요.”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의 흔적 하나를 발견했다고 바로 경계병을 세우고, 지부를 버리려고 하다니, 행동력 하나는 놀라울 정도다.
철주련의 잔당들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최대한 빨리 움직이는 게 좋겠어.’
음지 세력들은 지부를 버릴 때 데리고 있던 인질을 모조리 죽이는 경우가 많다.
놈들이 납치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이 던전을 돌파해야 했다.
“이모. 바로 내려가는 게… 음?”
라온이 아리스에게 바로 출발하자고 말할 때였다.
쿠구구구구!
던전 전체가 진동하며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길과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출구를 모두 무너뜨렸다.
우우우우우웅!
흙과 돌만이 아니라, 어디서 솟구쳤는지 모를 철들이 응집되며 입구와 출구를 꽉 막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게 주술인 것 같았다.
“뭐, 뭐야 이거!”
마르타가 무릎을 굽힌 채로 입술을 깨물었다.
“공동이. 아니, 던전 전체가 흔들리고 있어.”
버렌도 긴장한 듯 고개를 떨었다.
“으음.”
루난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얼음의 기둥을 세워서 공동 천장이 무너지는 것을 막았다.
“으아아아악! 묻힌다! 여기 있다간 다 죽어요!”
도리안은 빨리 빠져나가자며 양손을 마구 휘저었다.
“이미 늦었어.”
라온은 흙에 묻힌 출구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지부를 옮길 때까지 우리를 이 던전 안에 가둬두겠다는 심산이야.”
지금 이 공동만이 아니라, 던전 전체가 급격히 움직이고 있었다.
놈들은 막대한 주술의 소모를 각오해서라도 자신들을 길을 막으려 하고 있었다.
“건방지네.”
아리스가 주먹을 말아쥔 채 다음 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문 앞에 섰다.
“주술이고, 지랄이고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녀는 검이 아닌, 주먹으로 길을 막고 있는 주술의 벽을 후려쳤다.
쿠와아아아앙!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폭발하며 주술로 응집시켰던 돌과 쇠들이 모조리 바스러졌다.
후우우욱.
아리스가 워낙에 강한 힘을 터트렸기에 본래 두 사람 정도만 들어갈 수 있었던 길이 거인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큼지막하게 벌어졌다.
“내 뒤만 따라와.”
아리스는 본인이 선두에 서겠다고 외치며 시꺼먼 길로 내려갔다.
“역시 우리 고모야!”
마르타는 속이 시원하다고 외치며 아리스의 뒤를 따라갔다.
“무식한 힘은 좋아하지 않지만, 시원한 건 사실이로군.”
버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넓은 입구로 들어갔다.
“이모….”
루난 역시 멋있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종종걸음으로 내려갔다.
“음….”
라온은 바로 따라가지 않고, 땅에 손을 짚었다.
불의 고리를 운용하며 던전 전체에서 움직이고 있는 주술의 기운을 느꼈다.
-안 내려가고 뭐하는 것이냐?
라스가 빨리 내려가자는 듯 손을 까딱였다.
‘주술의 흐름을 살피고 있어.’
아리스가 아무리 초월자라고 해도 지금 보여준 무력을 계속 발휘할 수는 없다.
이곳의 주술 흐름을 익혀둔다면 뒤에서 벌어질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기에 눈과 감각에 담아두었다.
-그게 바로 되겠냐고!
라스는 헛수고 말라며 콧방귀를 뀌었다.
‘안 되더라도 얻는 게 있겠지.’
라온은 흙이 묻은 손을 가볍게 털어내고 다음 층으로 내려갔다.
“또 무슨 일을 벌이려나.”
리메르는 가늘게 웃다가 마지막으로 공동을 떠났다.
* * *
촤아아아악!
아리스의 공간참이 반원으로 퍼져나가며 회색 복도 전체를 반으로 갈랐다.
쿠구구구구!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바위가 떨어지고, 화살과 작살이 반으로 부러졌으면, 가짜 바닥 아래에 숨겨져 있던 함정이 통째로 뜯겨나갔다.
쿠구구구구!
아리스가 일검으로 함정의 방 전체를 격파한 것이다.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자!”
아리스는 우측에 열린 출구를 가리키며 씩 웃었다.
-흐음….
라스가 아리스의 등을 보며 눈매를 좁혔다.
-저거 꽤 무리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 매번 전력을 사용하고 계셔.’
라온이 탁한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초월자라고 해도 저래서는 오래 버틸 수가 없을 것이니라.
‘그렇겠지.’
아리스는 20개의 층을 돌파하는 동안 다른 이의 힘을 빌리지 않고 모두 혼자 처리했다.
철주련의 잔당이 지부 정리를 끝내기 전에 던전의 끝에 도착해야 하고, 광풍대도 챙겨야 하기에 과하게 힘을 쓰고 있었다.
분명 속도는 빨랐지만, 이대로라면 던전의 끝에 도착하기 전에 아리스가 먼저 쓰러질 것 같았다.
“이모.”
라온이 아리스에게 다가가서 그녀의 앞을 막았다.
“마음은 알겠지만, 조금 쉬면서 가시죠. 오러와 체력을 과하게 사용하셨잖아요.”
지금부터는 자신이 앞장을 서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무리하고 있어. 헌데 내가 무리할 수 있는 이유가 뭔지 알아?”
아리스가 자신을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그렸다.
“네가 있기 때문이야.”
“예?”
라온이 아리스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가 내 뒤에 있기에 과하게 힘을 써도 되는 거라고.”
그녀는 나지막한 어조로 자신을 믿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아니야? 내가 위험해지고, 우리 망할 아들놈이 위험한 상황이면 안 구할 거냐고.”
아리스는 말해보라는 듯 턱을 까딱였다.
“…구하겠죠. 아니, 구해야죠.”
“거봐.”
아리스가 씩 웃으며 자신의 어깨를 잡았다.
“내가 계속 길을 열 테니까.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부탁해.”
그녀는 본인이 뒤를 맡기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며 시원한 웃음을 그렸다.
“가자 이것들아!”
아리스는 따라오라고 외치며 다음 층으로 내려갔다.
“뒤를 맡긴다니, 네가 진짜 마음에 들었나 본데.”
리메르가 라온의 옆에 선 채로 씩 웃었다.
“저한테는 처음부터 저러셔서 잘 모르겠네요.”
“지금 많이 부드러워진 거야. 아마 저런 말은 라바윈도 못 들어봤을 거다.”
그는 아리스의 마음을 완전히 얻은 것 같다며 어깨를 으쓱였다.
“조금 부담스럽네요.”
라온은 광풍대를 이끌고 내려가는 아리스의 등을 보며 주먹을 살짝 말아쥐었다.
‘그래. 이모를 믿고,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
이 던전은 함정도 주술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직은 다 파악하지 못했지만, 조금만 더 살펴본다면 주술의 원리 자체를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라온은 불의 고리를 휘돌리며 던전을 내려갔다.
* * *
던전은 끝이 없었다.
본래 임의로 흩어져 있던 함정과 몬스터들을 모조리 끌고 온 듯 10층을 더 내려가도 던전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만큼 던전 전체에 주술의 힘을 강하게 퍼뜨리고 있었기에 철주련의 주술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는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라온은 주술의 기운이 묻어 있는 흙을 매만지며 눈매를 좁혔다.
‘단순히 피를 이용하는 게 아니었어.’
철주련의 주술은 철과 피라는 개념 속에 담겨 있는 두려움과 공포를 주술에 엮어서 이용하고 있었다.
단순한 피가 아니라, 죽은 자의 피. 평범한 철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철. 이런 식으로 음의 개념을 이용하여 주술을 강화시키고 있었다.
“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아리스가 새로운 층에 내려와서 소리를 지를 때 대지 위로 기괴한 문양이 새겨진 강철 골렘이 우르르 일어섰다.
대충 세어봐도 서른이 넘는데, 그 숫자가 점점 더 불어나고 있었다.
“다 꺼져!”
그녀는 짧게 혀를 차고서 공간검을 그었다.
촤아아아아악!
만들어진 골렘, 그리고 만들어지던 골렘 모두가 단 일검에 갈라졌다.
쿠구구구구!
아리스는 단순히 골렘만 처리한 게 아니라, 골렘을 만드는 이 공간의 주술마저 갈라버린 듯 이 공간에 차 있던 주술의 기운이 뚝 끊어졌다.
“후욱….”
아리스가 검을 땅에 박은 채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았다. 손까지 떨리는 모습을 보니, 이제는 정말 지친 것 같았다.
30층 넘게 함정과 몬스터를 돌파하고, 매번 길을 막는 강철 문까지 부숴야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쿠와아아아앙!
아리스는 이번에도 길을 막는 강철의 문을 깨부수고서 뒤를 향해 손을 까딱였다.
“후욱, 가자!”
그녀는 탁한 숨을 내쉬고서 이번에도 첫 번째로 길을 내려갔다.
“어?”
아리스가 검은 통로를 내려가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기는….”
“끄, 끝입니다! 던전의 끝이에요!”
파라스는 두 번이나 와봤기에 확실하다며 아리스보다도 먼저 아래로 내려갔다.
“맞네. 마지막 장소야.”
아리스는 이제야 도착했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던전의 끝인가.”
라온은 첫 번째 층처럼 텅 비어 있는 공동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이곳입니다.”
파라스가 공동 중앙의 바닥을 가리켰다.
“놈들이 여기서 비밀 공간으로 내려가는 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정확한 위치를 기억하고 있다며 직접 자리를 잡아주었다.
“좋아. 비켜.”
아리스가 파라스에게 나오라고 손짓하고서 검을 들어 올렸다.
“단번에 깨부숴주마!”
그녀는 이를 악물 채 땅을 향해 공간참을 내리쳤다.
쿠오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폭발이 터지며 공동이. 아니, 이 던전 전체가 진동했다.
하지만 파라스가 보았다는 길은 열리지 않았다. 땅만 깊게 파여나갔을 뿐이다.
“주술로 막고 있어!”
아리스는 공간참의 흔적대로 파여나간 땅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던전 전체에 퍼져 있던 주술의 기운을 이곳에 모아둔 것 같습니다.”
라온이 바닥에 펼쳐져 있는 강대한 주술의 기운을 느끼며 눈썹을 내렸다.
‘끈질기군.’
지금까지의 층과 달리 마지막 층에는 몬스터도 함정도 없었다.
대신 아예 들어올 수 없게 막겠다는 듯 주술을 응집시켜서 땅을 막아두었다.
주술이라는 쇠사슬을 둥근 공처럼 뭉쳐서 박아둔 것과 다를 바가 없기에 아리스라고 주술 자체를 벨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 정도면 수백 명 이상의 피를 뿌린 것 같은데.’
아무리 주술을 두껍게 말았다고 해도 공간참을 견딜 경도를 만들어 낸 것을 보면 이 던전에서 수백. 아니, 천 명 이상을 죽인 것 같았다.
“이까짓 것! 깨면 그만이야!”
아리스가 공간참을 두 번 더 내리쳤지만, 그녀 본인이 지쳐 있었고, 주술로 이루어진 땅이 너무도 두꺼웠기에 이제는 그리 깊게 파이지도 않았다.
“빌어먹을! 이 개자식들이 대체 몇 명을 죽인 거야!”
아리스가 악을 지르며 땅을 내리쳤다. 언제나 여유를 지녔던 그녀의 안색이 시꺼멓게 굳어지고 있었다.
“저, 저희도 돕겠습니다!”
광풍대가 아리스의 옆에서 땅을 향해 검격을 내리쳤다. 광풍진까지 유지하고 있었지만 당연하게도 땅은 그리 파여나가지 않았다.
“제길! 제기랄!”
아리스가 악을 지르며 검이 아니라,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그녀는 주먹에서 피가 터지고 있음에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시프.’
기다리고 있어! 곧 구해줄 테니까!
모두에게 말은 안 했지만, 부모로서의 감이 이 아래에 시프가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무리를 하면서 내려왔는데, 딱 벽 하나를 두고 막혀 있다는 게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어.’
검계를 쓰는 수밖에.
검계를 사용하면 자신은 빈털터리가 되고, 이 공간 자체가 무너지겠지만,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
라온을 믿고, 검계를 사용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다.
“라온.”
아리스가 거친 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검계를 쓸 거야. 그 뒤는 부탁할 게.”
그녀는 이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며 아끼는 조카에게 손을 뻗었다.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라온은 검계는 안 된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우회해서 길게 파면 되겠지. 하지만 시간이 없어! 놈들이 언제 떠날지 모른다고!”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검계로 부수는 것보다 더 빠를 거예요.”
조카는 그 말을 하며 자신의 옆으로 다가왔다.
“빠르다고? 그게 무슨….”
“해석이 끝났거든요.”
라온은 진혼검으로 본인의 손가락을 베어 바닥에 피를 떨어뜨렸다.
그의 피가 새빨간 화염을 담은 채로 땅에 떨어진 순간 지하를 가득 채우고 있던 주술의 기운이 모조리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화아아아아아!
아리스는 주술조차 태워버리는 라온의 불길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너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