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brother ever RAW novel - Chapter 409
사상 최강의 오빠 413화
마지막 불씨⑵
장소천은 최아라를 안고 건물의 외 벽을 박차며 나는 듯이 움직였다.
원숭이가 나무를 타듯 날렵한 움직 임.
하나, 메인은 아이의 걸음을 쫓는 성인처럼 장소천을 여유롭게 추적했 다.
호랑이에게 쫓기는 사슴처럼 위급 해진 장소천이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기습이었다지만, 단 일 수 에 팔이 잘렸다.’
방심 따윈 하지 않았다. 메인이 깨 어 있을 여지가 있었기에 충분히 경 계했고, 신중하게 행동했다.
그런데도 그는 메인의 기척을 느끼 지 못했고, 기습을 허용했다.
아무리 전생초래로 탐무를 강신시 키지 않은 상태였다지만, 그걸 감안 해도 막대한 기량 차였다.
‘…내츄럴.’ 메인이 김세훈과 같은 경지에 이르 렀다고 판단한 장소천의 귀 옆으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탐무는 내추럴에 이르긴 했으나, 반쪽짜리에 불과했다.
즉, 지금의 장소천이 아무리 발버 둥 쳐봐야 승산은 희박하단 소리였 다.
뿐이랴? 메인은 용의주도하기까지 했다.
역량의 차이가 이만큼이나 확실한 데도, 놈은 정면승부가 아닌 기습을 택한 것이다.
마치, 토끼를 잡기 위해 수풀에 매 복한 호랑이처럼.
‘도주도… 안 되는가?’
메인의 느긋한 추적에 장소천은 더 이상의 도주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했 고, 그 자리에 멈췄다.
품에 안겨 있던 최아라가 장소천의 가슴을 꼭 안으며 말했다.
“소천아….”
최아라가 눈물이 이슬처럼 맺혀 있 는 눈가로 장소천을 바라봤다.
장소천이 그녀에게 안심하라는 듯 웃어 보였다.
“아라 누나.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줄래?”
그리 말하며 장소천이 주변을 살폈 다.
어느새 포위망을 좁히고 있는 셀과 서브가 시야에 들어왔다.
케이지에 갇혀 호랑이와 싸우게 된 늑대 같은 자신의 형편에 장소천이 쓴웃음을 베어 물었다.
사실 최아라라도 먼저 도망 보낼까 했건만, 포위당한 지금은 그마저도 힘들었다.
결국, 극복해 낼 수밖에 없다는 걸 자각한 장소천이 다부지게 말했다.
“어떻게든, 이겨서 돌아올 테니까.” 장소천의 손바닥 위에서 낡은 고서 가 떠올라 빛을 내뿜었다.
천마록(天魔錄) 종장(終章).
전생초래(前生招來).
빛에 휘감긴 장소천의 육신이 기괴 하게 변모했다.
전성기 시절의 탐무로 화한 장소천 이 회백색 눈동자를 번뜩였다.
장소천의 육신과 정신을 차지한 탐 무가 말했다.
“강해졌군.”
메인이 이제야 좀 재밌겠다는 듯 키득거리며 답했다.
“그래, 네 상상보다 훨씬.”
“어미를 먹어치웠나?”
“오냐, 너를 짓밟고, 김세훈의 모가 지를 따고자… 나는 내가 태어난 자 궁을 기꺼이 먹어치웠느니라.”
탐무가 긴 흑발을 휘날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아쉽군.”
“아쉽다라… 뭐가 그리 아쉽지?”
메인의 물음에 탐무의 입가가 좌우 로 찢어졌다. 누가 괴물이고, 악귀인 지 모를 흉악한 미소와 함께 탐무가 말했다.
“잡아먹어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어미가… 내게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무를 향한 그의 집착은 이미 탐욕 을 넘어 광기에 가까웠다.
유구한 세월.
그는 벽을 넘으려 발버둥 쳤고, 결 국은 넘어섰다.
하나, 목적지라 꿈꾸며 도착한 그 곳에는 그전보다 더 큰 벽이 존재했 다.
이제는 세월로도 넘을 엄두가 나지 않는 드높은 벽이.
하나, 그럼에도 탐무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성취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으며, 자신의 향 상심을 고취시키기 위해 악의를 배 양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악이었고, 무를 위 해서라면 혈육도, 사상도, 윤리도 기 꺼이 먹이로 바치는 짐승이었다.
터엉!
탐무의 신형이 고무줄처럼 쭉 늘어 지며 메인에게 짓쳐 들었다.
메인의 코앞에 근접한 탐무의 하나 밖에 없는 손바닥에 서기가 깃들었다. 칠대신공 중 하나, 여래신장이 발 휘된 것이다.
손바닥의 형체를 이룬 상서로운 빛 이 메인의 얼굴을 강타했다.
주르륵 밀려난 메인의 코에서 피가 살짝 흘러내렸다.
코피를 훔친 메인이 어깨를 으쓱하 며 말했다.
“약하구나. 괜히 팔을 잘랐나 싶을 정도로.”
“걱정 마라. 팔이야 붙이면 그만이 니까.”
탐무의 눈동자가 안개가 소용돌이 치는 것처럼 회전했다.
사파의 안공, 제혼안(魂製眼).
사람의 정신을 농락하는 나이트메 어의 환마안과 견줄 수 있는 사파의 절대신공이었다.
“흐음… 이것 봐라?”
약간의 어지럼증을 느끼고 메인이 비틀거리자, 탐무가 검지를 입가에 붙인 채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웠다.
그의 목소리는 악마의 그것처럼 사 이했고, 박쥐의 날갯짓처럼 음습했 다.
불길한 기운이 그윽하게 내려앉은 그의 주문을 들은 셀들이 홀린 것처 럼 탐무에게 다가왔다.
캬아아악!
탐무가 찢어지는 비명을 성대에서 뽑아내며 주둥이를 위아래로 벌렸 다.
코끼리를 삼키려는 뱀의 주둥아리 처럼 벌어진 탐무의 입이 셀 하나를 몽땅 삼켰다.
중원의 사파무림에게도 배척받던 혈교의 사술.
식인대 법(食 人大法)이었다.
“멍청한….”
그새 제혼안의 마력에서 풀려난 메 인이 눈살을 찌푸렸다.
똑똑한 척 다하는 탐무가 저런 바 보 같은 짓을 벌일 줄은 몰랐던 것 이다.
“셀을 먹어치우다니… 감염당하고 싶어서 환장이라도 한 것이냐?”
아그작, 아그작.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탐무는 셀의 모든 걸 천천히 소화시켰다.
그러자, 그의 어깻죽지에서 잘려 나갔던 왼팔이 솟아올랐다.
핏빛을 띠는 피부색. 그리고 팔의 표면에 털처럼 박혀 있는 치아와 혓 바닥과 눈알은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었다.
탐무가 인체합성 실험의 결과물 같 은 자신의 왼팔을 눈으로 쓱 홅은 후, 입을 쩍 벌리고 하얀 토사물을 뱉었다.
토사물 사이에서 꾸물거리는 하얀 알갱이들.
시니제시스의 알을 모두 게워낸 탐 무가 말했다.
“섭섭하군. 내가 하등한 기생충 따 위에 뇌를 점령당할 위인으로 보이 던가?”
중원무림에서 온갖 사술과 요술을 다루던 혈교와 배교의 비술을 섭렵
한 탐무에게 왼팔 하나쯤 만들어내 는 건 일도 아니었다.
물론, 베히모스의 초재생을 흉내 낼 정돈 아니었지만 말이다.
의기양양하기까지 한 탐무의 언사 에 메인이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 동안 깔깔대며 웃던 그녀가 웃음을 뚝, 멈추더니 개구리의 그것 과 같은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좋아, 이 정도는 돼야 재밌지. 그 럼… 어디 한번 놀아보자꾸나.”
쉬이익.
메인이 땅을 박찬 그 순간.
탐무는 자신의 안면을 감싸는 메인 의 손바닥을 느낄 수 있었다.
냉혈동물이 연상되는 체온.
그리고 땅에 처박히는 뒤통수.
격통.
그 모든 것이 메인이 움직였다는 걸 탐무가 인지하자마자 벌어진 일 이었다.
퍼버벅.
탐무의 두 주먹이 기관총처럼 메인 의 복부를 두들겼다. 기관총이 탄환 을 쏘아내는 듯한 연격.
하나, 메인은 눈 하나 깜짝 않고 탐무의 가슴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꽈앙!
뼈와 살로 된 주먹과 흉부가 부딪 친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탐무가 피를 토하며 메인의 명치를 전력으로 걷어찼다.
용수철처럼 통, 튀어 오르는 메인 을 노려보는 탐무의 두 손이 붉고, 하얗게 물들었다.
극양절예(極陽絶藝) 태양신공(太陽 神功).
빙궁비전(氷宮秘傳) 빙백신공(氷白 神功).
합일(合一).
북명신공(北M神功) 비오의(秘、M儀) 음양합벽(陰陽合壁).
탐무가 박수라도 치는 양, 두 손바 닥을 부딪쳤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 사이에서 기운이 폭발했다.
순백의 섬광이 주변 지형과 메인을 한꺼번에 집어삼켰다.
쿠르르르.
폭포수가 대지를 두드리는 듯한 소 리와 함께 흙먼지가 주변에 자욱하 게 내려앉았다.
난적에 대항키 위해 최후의 오의를 일찍이 꺼내든 탐무가 피 기침을 흘 리며 안광을 번뜩였다.
‘…고작 이 한 수로 어찌할 수 있 는 놈이 아니다.’
탐무가 다시금 두 손을 교차했다.
그의 복심에서 올라온 기운이 운하 의 물결처럼 전신에 퍼져 나갔다.
내공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탐무의 양손이 다시금 붉고 하얗게 물들었 다.
오른손에는 태양의 불길을, 왼손에 는 절대영도의 서리를 머금은 탐무 가 재차 박수를 쳤다.
꾸와아앙!
순백의 섬광이 천지를 뒤덮었다.
주변의 건물은 재가 되어 사라졌 고, 그 여파에 휘말린 셀과 서브도 허망이 소멸했다.
그 와중에도 최아라의 근처는 잠잠 한 것이, 은연중 탐무가 그녀를 신 경 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흐읍!”
탐무가 내력을 폭발시키며 다시 한 번 박수를 쳤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가 박수를 칠 때마다 순백의 섬 광이 기둥이 되어 하늘을 꿰뚫을 것 처럼 솟구쳤다.
도합 7번의 음양합벽을 쏟아낸 탐 무가 백 세 노인처럼 다리를 후들후 들 떨었다.
지쳤다기보단, 장소천의 육신이 과 열된 나머지 쇠락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 고작, 이게 네 전부더 냐?”
하늘을 부유하던 메인이 느긋한 한 마디와 함께 지상에 내려앉았다.
하나, 유유자적한 태도와 달리, 그 녀의 몰골은 참담하기 짝이 없었다. 나풀거리던 머리칼은 다 날아가 대 머리가 됐고, 봉긋한 유방 중 한쪽 은 뜯겨 나갔다.
전신에 성한 구석이 없는 육신에선 수은빛 핏물이 흘러내리니, 언뜻 보 아선 전투불능 상태에 이른 것 같았 다.
“…그걸 견뎌냈나?”
“솔직히, 꽤 놀랐느니라. 그리고 살 짝, 아주 살짝 위험하기도 했지. 설 마… 완전한 내츄럴도 아닌 네 녀석 이 이 정도로 나를 몰아붙일지 몰랐 으니까. 하나, 그래 봤자… 반쪽짜 리. 처음부터 네겐 어림도 없는 일 이었다.”
메인의 육신이 꿀렁거리며 원래의 형태를 되찾기 시작했다.
그것은 재생이라기보단, 복원에 가 까뭤다. 물을 칼로 베어봤자 금세 제 형태를 찾는 것처럼 말이다.
메인이 탐무를 쓱, 스쳐 지나갔다.
툭.
날카롭게 벼린 칼날로 변모한 그녀 의 검지가 탐무의 두 손목을 절단하 고 지나갔다.
유령과 같은 그녀의 움직임에 미처 반응도 하지 못한 탐무가 황망한 눈 으로 손 없는 자신의 두 팔을 바라 봤다. 그리고, 혈안을 부릅뜨며 반격 에 들어갔다.
삐억!
탐무는 손도 없이, 절단된 팔의 단 면을 메인의 면상에 처박았다.
붉은 피가 바람을 타고 그의 팔과 얼굴을 두드렸다.
한 방, 두 방.
두 손이 없다는 것도, 고통도 잊은 채 공격을 거듭하는 탐무의 두 다리 에 은빛 선이 스쳐 지나갔다.
털썩.
다리를 잃고 주저앉는 탐무를 메인 이 내려다봤다.
탐무가 인간의 발바닥을 올려다보 는 개미처럼 메인을 바라봤다.
꽈드득.
척추뼈가 부러졌다. 머리가 새하얘 지는 통증. 그리고, 그대로 쇼크사해 버릴 것 같은 육신.
그러나 탐무는 정신을 잃지 않았 다. 아니, 오히려 그의 정신은 또렷 하기 짝이 없었다.
이미 두 번의 패배를 겪었다.
한번은 영웅왕에게.
또 한 번은 김세훈에게.
그런데 또다시 패배할 순 없었다.
발악하는 자존심이 패배를 인정하 지 않았고, 모든 것을 무를 위해 희 생한 악착스러움이 포기를 용납지 않았다.
메인은 가슴으로 땅을 기어와 자신 의 발을 물어뜯는 탐무를 비웃었다.
“걸작이로구나.”
메인이 과자를 발로 으깨듯, 탐무 의 어깨뼈를 박살 내며 말을 이었 다.
“벌레 같은 꼬락서니가. 그리고… 어울리는구나.”
메인이 탐무의 얼굴을 걷어찼다.
초점이 흐려진 눈동자와 앞니가 바 스러진 그의 치아가 끝이 머지않았 음을 말해주었다.
“발악하는 모양새가.”
진작에 승부를 낼 수 있음에도, 메 인은 그러지 않았다.
그저, 그녀는 즐겼을 뿐이다.
한때 자신을 패퇴시킨 이를 농락하 는 즐거움을 조금이라도 더 음미하 려는 것처럼.
그때, 가냘픈 그림자가 탐무의 둥 을 덮었다.
“안 돼. 소천아… 넌 이대로 죽으 면 안 돼….”
최아라가 몸으로 탐무를 지키려 한 것이다.
그런 소녀가 같잖다는 듯, 메인이 코웃음을 쳤다.
“지키고 싶더냐? 오냐, 그럼 같이 보내주도록 하마. 뭐, 어차피… 둘 다 살려줄 생각이 없긴 했느니….”
눈물 나는 동료애를 본 메인은 부 아가 치밀어 올랐는지, 둘을 사이좋 게 보내주기 위해 손을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손을 든 자세 그대 로 굳어버렸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그녀의 몸 과 영혼을 옭아맨 것이다.
“거기까지 하거라.”
날개깃이 새겨진 순백의 갑주. 매 의 투구.
하얀 매와 같은 사내가 어느새 그 녀의 눈앞에 서 있었다.
언제 왔는지 기척조차 알아채지 못 했다.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 었던 것처럼.
메인이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오셨나이까. 나의 왕이시여.”
영웅왕이 그녀에게 말했다.
“장소천과 최아라, 그 둘은 살려둬 라.”
그의 명령에 메인이 고개를 번쩍 들며 말했다.
“…이 미천한 종이 감히 이유를 여 쭤도 되겠나이까?”
“북명이 그에게 전해지지 않았으 니, 아직은 때가 아니다.”
“그라면… 김세훈?”
영웅왕이 고했다.
“등대로 가라. 가서 네가 할 일을 해라.”
“왕이시여. 당신은 어째서 그를, 김 세훈을 그리도 신경 쓰시나이까? 대 관절 김세훈. 그자가 무엇이길래 …?”
그녀의 물음에 답한 건 영웅왕이 아닌 침묵이었다.
언제 그 자리에 있었냐는 듯, 영웅 왕이 자취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아….”
메인은 두 손바닥으로 자신의 얼굴 을 덮은 채 고개를 땅에 처박았다.
그녀는 엑자일을 잡아먹고 내츄럴 에 이른 후, 알게 모르게 역심을 품 은 바 있다.
영웅왕과 같은 내추럴이 된 지금이 라면, 더 이상 그의 노예로 살 필요 가 없다 여긴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금 그를 영접하 고 나서야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녀는 이용당하기 위해 태어난 도 구였으며, 죽는 그 날까지 그의 종 복으로 살아야 된다는 것을.
설원지대.
솜털로 바닥을 깐 듯, 짐승의 발자 취도 없는 그곳에 우뚝 솟은 설산.
그 밑동에 뚫려 있는 동굴이 검은 그림자를 퉤, 하고 뱉어냈다.
하얀 눈 위를 데굴데굴 구르던 그 것은 이내 관성을 잃고 그 자리에 널브러졌다.
어깨를 덮는 혹단 같은 머릿결.
눈과 구분이 가지 않는 새하얀 피 부와 앵두 같은 입술.
긴 속 눈썹과 뚜렷한 이목구비가 자아낸 미모는 이 세상 것이 아닌 것 같았다.
김세훈.
그가 선조 신의 몽환미궁을 벗어나 라플레시아로 돌아온 것이다.
스르륵.
잠겨 있던 그의 눈매가 벌어지며 하얀 눈동자가 드러났다.
마치, 오랜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