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ongest He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40
◈ 섬으로
[그런 이유로 밀착 취재를 가기로 했답니다!]기자, 오세영이 너튜브 채널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몇 번인가 취재했던 연예인의 개인 채널이었다.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개인 채널을 파는 터라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짜 웃기지 않냐?”
“뭐가?”
“이 여자 말이야.”
직장동료의 반문에 화면을 손으로 가리켰다.
환하게 웃는 이지아의 얼굴이 박혀 있었다.
“괴이가 우습나? 연예인이면 연예인 답게 춤이나 추고 노래만 부르면 되잖아. 자기가 뭐라고 사냥을 취재한다는 거지?”
“이지아잖아. 개인 채널이야?”
“민간 회사와 협업해서 미처치 괴인을 추적한다나 봐. 댓글도 벌써 난리가 낫다.”
그녀 말대로 좋은 말은 많지 않았다.
무모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태반이었다.
“아무리 사람들이 자극적인 걸 좋아한다고 해도 그렇지. 괴이를 너무 우습게 생각한단 말이야.”
“뭘 또 그렇게 심각하게 보냐. 그냥 인터뷰나 따고 말겠지. 그래서 그 회사는 어디인데?”
“천마신교. 이름도 괴상하네. 들어봤냐?”
“아니. 처음인데. 미처치 괴인 추적이면 만만치 않은 일인데. 신생 회사가 되려나?”
“……그렇지.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야.”
오세영이 책상을 손끝으로 두드렸다.
무언가 생각할 거리가 있을 때 나오는 버릇이었다.
“야, 국장님한테 나 취재하러 간다고 얘기좀 전해줘.”
“취재? 갑자기? 어디를?”
“저거. 괴인에 대한 부족한 경각심. 연예인의 방만함을 취재한다. 대충 이렇게 말해 두고.”
“야, 야! 그건 네가 말해야지.”
“부탁할게.”
오세영이 재빨리 짐을 챙겨서 사무실을 탈출했다.
국장과 만나서 설득하려면 한나절도 모자라다.
누가 그러지 않았는가.
일단 저지르고 난 뒤에 용서를 구하는 것이 낫다고.
일단 저지를 계획이었다.
#
서해 조응도의 이장 석홍주.
선착장 입구까지 나와서는 고개를 쭈뼛거렸다.
소식으로는 해 떨어지기 전에 도착한다고 하는데 아직 보이는 사람이 없었다.
“오늘 내에 오는 거야, 마는 거야.”
“그러니까 그냥 들어가 계시라니까. 왜 나와서 사서 고생이에요.”
석홍주의 안사람이 핀잔을 줬다.
발 동동 구르는 남편이 안쓰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소리 마. 그래도 뱃길 타고 여기까지 와주는 사람들이잖아. 우리라도 나와서 마중을 해야지.”
“아이고 참나. 서울 사람들이 무에 볼게 있다고 여까지 오겠어요. 그냥 시늉만 하고 돌아간다니까 그러네.”
“어허, 이 사람이. 부정 타게 못하는 소리가 없어. 그놈 새끼 때문에 섬 주민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인데. 잘 해결되기를 바라야지.”
석홍주의 타박에 안사람이 비죽거렸다.
말대로 희망을 품기에는 스쳐간 사람이 너무 많았다.
실적 올린다고 섬을 방문했던 괴이 사냥꾼 중 성공한 사람은 전무.
그 이후 찾아오는 이들은 대부분이 놀이였다.
SNS용 방문에 불과했다.
희망을 품기가 쉽지 않았다.
“어, 어이. 저기 오네.”
“거, 빨리도 오네요.”
마침 배가 한 대 선착장으로 들어왔다.
뜸하게 오는 방문객과 낚시꾼들이 먼저 모습을 드러내고, 그 뒤를 이어 낯선 이들이 배에서 내렸다.
잘 차려입은 선남선녀였다.
“아이고, 보소. 꼴을 보아하니 또 사진이나 찍고 돌아가겠네.”
“거 참. 쉿, 쉿. 뭍에서 온 사람들 듣겠소.”
“흥. 들으라지.”
석홍주 안사람은 연신 툴툴거렸다.
그나마 한 가닥 있던 희망도 잘 빼입은 모습에 휙 날아갔다.
괴이 사냥을 오는 사람들이 무슨 옷차림인지.
대놓고 핀잔을 놓지 않는 건 남편이 있어서였다.
“이장님 되시나요?”
그런 불만 속에서 일행이 다가왔다.
선글라스를 슥 내리며 손 내미는 건 그녀도 아는 얼굴이었다.
아이돌 이지아.
실물이 화면보다 더 예쁘긴 했다.
“아이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전화로 받을 때는 긴가민가했는데, 이리 보니 더 놀랍네요.”
“아하하. 제안을 흔쾌히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야 뭐 그 빌어먹을 놈만 처치해 주시면 감사할 따름이죠. 군에서도 손 놨고, 민간 업체들도 다 고개를 흔들어 재끼는 놈이라.”
“식별 번호 C-011. 흑왕(黑王),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요. 멧돼지 같은 놈이 얼마나 날랜지 숱하게 사람들이 도전했지만 성공한 적이 없지요.”
미처치 괴인 중에서는 위험도가 낮은 부류.
지역 봉쇄를 하지 않고 현상금만 붙여둔다.
농작물을 파헤치거나 가축을 잡아가는 정도의 피해인 터라 관심도는 높지 않다.
“거, 만만하게 보고 오셨으면 큰 코 다칠 겁니다. 커다란 회사 분들도 죄다 허탕만 치고 돌아갔으니.”
“마누라. 괜한 소리 하지 말라니까.”
“아 왜, 나만 가지고 그래요. 뭍에서 온 게 뭐 대단한 벼슬이라도 되나. 이래 쫙 빼입고 무슨 일을 하겠다고.”
석홍주의 잔소리에도 결국 안사람이 한마디 했다.
위아래를 훑어보는 눈길이 썩 달갑지 않았다.
“쫙 빼입었다는 건 의상이 괜찮다는 의미인가?”
“……뭐요?”
“의상에 대해서 묻고 있다. 네가 보기에 이 옷이 본좌에게 잘 어울리느냐?”
뒤쪽에 서 있던 천마였다.
석홍주의 안사람이 입만 벙긋거렸다.
대체 이게 맥락에서 맞는 소리인가.
“아니 뭐……어울리긴 합니다요.”
그래도 굳이 답하자면 어울렸다.
긴 흑발에 단정한 이목구비.
그리고 어딘가 깊어 보이는 눈매까지.
쫙 빼입은 정장과 찰떡궁합이었다.
기분만 나쁘지 않았다면 혹해서 눈이 돌아갈 만한 모습이었다.
“후후. 그런가. 좋다. 이 땅에 있는 괴이가 무엇이든 본좌가 처리해 주마.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돌아가 일상을 즐기거라.”
“……”
무어라 대꾸할까, 입술을 달싹이다 포기했다.
따져서 물으려면 적어도 정상인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에 뭍에서 온 이들은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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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도는 작은 섬이다.
소문이 퍼지고 사람이 모이는 건 금방이었다.
쉬이 보기 어려운 연예인까지 있다면 파급력은 수십, 수백 배.
금세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저분들이 뭍에서 오신 거라 이거지?”
“괴이 사냥하는 걸 촬영하려고 왔대.”
“그럼 뭐 방송국인가? 기웃거리면 나도 티비 나가나?”
“흐흐. 나가면 뭐 어쩔 건데. 쌍판도 구린 놈이.”
“뭐여?”
게다가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목소리는 또 어찌나 큰지.
두런두런 떠들고 있으니 시장통 저리가라였다.
숙소라고 받은 방도 딱히 방음이 좋은 편은 아니다 보니 소리가 다 전달됐다.
“이거 원. 이 상태로는 쉬기 어렵겠어.”
“제가 가서 한번 말해볼까요?”
안기남의 투덜거림을 이지아가 받았다.
자신보다 천마의 반응이 중요했다.
“그냥 두어라. 손님으로 왔으니 작은 불편함 정도는 받아들여야지.”
“그럼 차라리 잘 부탁한다는 의미로 선물을 나눠 드림은 어떨까요?”
“선물?”
“네. 제가 오기 전에 준비해 둔 물건이 있거든요.”
이지아가 부스럭 부스럭 짐을 풀었다.
천마 얼굴이 그려진 선물 세트였다.
겉면에 천마신교 네 글자가 멋들어지게 박혀 있었다.
천마가 어이없다는 듯 보자 베시시 웃었다.
“아무래도 이 섬은 사람이 살고 있으니까요. 활동하는데 선물만큼 좋은 윤활유도 없잖아요.”
“과하다.”
“그럼……날도 슬슬 더워지니 부채는 어때요? 전에 태상문주님께서 말씀하신 걸 듣고 준비해 봤는데.”
이번엔 다른 짐을 풀었다.
꽤 비싸 보이는 부채가 대거 나왔다.
대를 이루는 나무부터 천까지 모두 고급이었다.
“더 있느냐?”
“네. 한 10종류 준비해 뒀어요.”
“차라리 부채가 낫겠구나.”
“헤헤. 이걸 밖의 분들에게 나눠줄까요?”
“잠깐 기다려 보려무나.”
천마가 손짓으로 부채를 허공에 띄웠다.
꽤 정성을 들여서 만든 물건이나 그의 눈에는 부족함이 역력했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어느새 손에는 붓이 들려 있었다.
먹물이 허공을 날아 그 끝에 맺히더니 순식간에 부채의 면을 채워갔다.
글과 그림.
한 폭의 서첩이 완성되었다.
“그럭저럭 볼만은 하구나.”
“……1호 굿즈.”
“음?”
“아, 아뇨. 제가 나눠 드리고 올게요.”
이지아가 냉큼 부채를 수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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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주민들은 갑작스레 받은 선물에 어리둥절해 했다.
이사 떡도 아니고 일하러 온 사람들이 선물이라고 부채를 돌리고 있으니 이상한 게 당연했다.
근데 또 공짜라니 거절할 이유는 없다.
“……멋있잖아?”
“그러게. 그림 멋있네.”
“이거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부채 느낌이 아닌데? 그림이 보통 솜씨가 아니야.”
“이걸 그냥 줘?”
게다가 부채의 퀄리티가 좋다.
재질도 고급이고 새겨진 글과 그림은 장인의 솜씨.
돈 주고 사려면 한두 푼이 아님을 한눈에 읽었다.
냉큼 받아서 웃으니 부채는 금세 동이 났다.
“아이고 천마신교라 이거요? 이름 참 독특하네.”
“이런 벽지까지 와서 고생하고. 젊은 사람들이 참 기특해.”
“부채 잘 쓰겠습니다. 필요한 건 있으면 말 하시고.”
주민들 반응도 금세 바뀌었다.
실력은 둘째 치고 나름대로 싹수 좋은 이방인, 정도로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내 이럴 줄 알았지.”
하지만 아닌 사람도 있었다.
취재차 하루 일찍 섬에 들어와 있던 오세영이다.
그녀는 부채와 숙소를 번갈아 바라보며 불만을 토로했다.
“괴이를 잡는다는 건 핑계고 그냥 인지도를 올리려는 속셈이야. 연예인 끼고 설친다 싶더니 아주 전형적이네. 양아치 새끼들. 내가 그 민낯을 아주 톡톡히 까발려 준다.”
이까지 바득바득 갈았다.
그녀는 괴이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이 싫었다.
괴이는 사람을 우습게 해칠 수 있는 괴물이다.
진지하고 심각하게 임해야 했다.
연예인 끼고 한 번 떠볼까 싶어 괴이를 건드리는 이들이라면 혐오했다.
쿡쿡.
“응?”
그때였다.
누군가 이를 갈고 있는 오세영의 옷자락을 당겼다.
누군가 싶어 돌아보니 여섯 살이나 됐을 법한 아이였다.
오세영이 무릎을 굽혀서 아이와 눈을 맞췄다.
“무슨 일이니? 언니한테 할 말 있어?”
“으응. 언니가 뭍에서 온 사람이야?”
“뭍에서? 그건 맞는데……왜?”
“그럼, 그럼. 언니가 미아 친구 좀 찾아줘.”
다짜고짜 하는 말에 오세영이 잠시 당황했다.
“친구가 사라졌니?”
“응. 응. 같이 놀았는데 지금은 안 보여.”
“언제부터? 사라진 지 오래야?”
“숨바꼭질하고 돌아오니까 없어.”
“아……그렇구나.”
오세영이 긴장을 풀며 숨을 토했다.
혹시나 싶었는데, 그냥 아이의 걱정이었을 뿐이다.
놀다가 사라졌다면 집에 돌아갔을 터.
혼자서 끙끙거리는 미아가 귀여울 따름이었다.
“음. 언니가 생각할 때 친구는 아마 집에 돌아갔을 거야. 그러니까 미아도 집에 가서 코 자. 그럼 내일 또 만날 수 있을걸?”
“으응. 아니야. 태우는 집에 갈 때 꼭 미아한테 말하고 같이 가는 걸.”
“하하. 오늘은 태우가 좀 급했나 보다.”
“아니야, 아니야!”
빽 소리치는 미아에, 오세영이 움찔하고 물러났다.
아직 아이에게 능숙할 나이는 아니었다.
뒷머리를 긁으며 잠시 망설였다.
“다시 얘기해 보거라.”
“……어?”
순간, 낯선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오세영이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며 그 방향을 바라봤다.
“천마.”
정장 차림의 미남자.
천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