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Limited Leader Makes the Raid a Success RAW novel - Chapter (620)
제620화
#620. 이건 뭡니까?
한국을 마지막으로 각국이 준비해온 작전 발표가 끝나고, 호텔에선 환영 파티가 열렸다.
파티라곤 하지만 흥청망청 노는 자리는 아니었다. 참모진끼리 얼굴을 익히기 위한 비즈니스적인 사교 모임에 가까웠다.
헌터들은 저마다 아는 사람끼리 모여 오늘 공개된 작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건 역시 강무혁이 제안한 계획이었다.
특히 수송기를 이용한 공중 강습에 이어 라이더 늑대가 나가의 본거지를 기습하는 작전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일반인인 강무혁을 껄끄럽게 보던 헌터들조차 내심 감탄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사령관을 맡은 요시무라는 관심 두는 분야가 따로 있었다.
‘공중 강습의 인상이 너무나 강해서 다들 간과하고 있지만, 진짜는 바다 쪽이지.’
요시무라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소상엽과 대화 중인 강무혁에게 다가갔다.
“잘 즐기고 계시는가, 강무혁 차석 참모?”
소상엽은 갑자기 끼어든 요시무라에게 가벼운 고갯짓으로 인사하며 자리를 피했다.
사령관에게 건방지다고 볼 수도 있는 태도였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본 측 입장이었다.
상대가 아무리 대전쟁의 영웅이라 하더라도 한국입장에선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요시무라도 그걸 알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강무혁에게만 집중했다.
“아까 발표 때 말했던 정찰 부분 말일세. 각국의 감지 스킬 헌터들을 차출하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그게 한병구 협회장의 외손녀인가?”
“예.”
강무혁은 요시무라가 단번에 고을지를 지목한 것에 내심 놀랐으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가볍게 대답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작전 투입 헌터 이력은 아직 소상엽 대장에게도 넘기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알고 있다니. 그냥 찍어봤다고 하기엔 지나치게 담담해.’
물론 예측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감지 스킬 보유자 자체가 희소한데다가 숙련자는 더욱 드물었다. 게다가 티어 길드 헌터 리스트는 대부분 공개되어 있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과 중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뛰어난 실력자는 알게 모르게 서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 정보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건 아이언윌뿐이지.’
동북 방어전과 LA 사태 때 어느 정도 노출되긴 했으나 연고지법 문제로 북포천에 처박혀있느라 게이트 공략 표본 숫자가 너무나 적었다.
정보를 분석할 절대적인 양이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내가 직접 발표했으니 아이언윌 헌터로 후보군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그만한 능력을 가진 고랭크를 생각하면 범위가 더욱 좁아지지.’
그중 아이언윌 이전에 다른 길드나 조직에서 활동한 헌터를 하나씩 제거해 나가다 보면 감지와 관련된 헌터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요시무라는 강무혁의 예상을 확인시켜주듯 말했다.
“대단하군. 염력 특성자는 공간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게 상식이지만, 그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는 능력은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지.”
“단순히 염동력자라서 그리 짐작하신 겁니까?”
“짐작이라…. 글쎄. 길게 말하긴 자리가 좀 그렇군. 난 그냥 주워들었을 뿐이야. 어디서 들은 건지는 자네의 영민한 머리라면 추측할 수 있겠지.”
요시무라의 말대로 강무혁 역시 정보의 출처에 눈치챘다.
‘일광 길드…. 요시무라 사령관은 소속된 곳이 없지만, 키신 타케루와의 친분으로 일광과 수많은 일을 함께 해왔다. 그쪽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루트가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지.’
그리고 일광 길드는 항상 한국의 유망주들에게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고을지를 지켜보고 있을 게 분명했다.
요시무라가 지나가는 말로 경고했다.
“조심하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거기까지일세.”
“감사합니다.”
“감사할 게 뭐 있나? 옛 친구의 손녀는 내 손녀나 마찬가지야. 지금은 술 한 잔 나눌 면목이 없지만…. 어쨌든 감지 능력자가 누구인지 확인했으니 됐네. 자신한 만큼 능력이 확실하겠지. 감지 스킬 보유자 동원 문제로 골머리 썩을 일도 없앴고.”
요시무라는 고을지에 대한 건은 작전 개시 전까지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강무혁도 그의 말대로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요시무라가 사라지고 강무혁을 찾아온 다음 손님은 자오커지였다.
그 또한 강무혁이 발표한 바다 작전에 대해 묻기 위해 온 것이었다.
“아까 함선 장갑 개조도 추진하겠다고 하셨는데… 우리 중국 쪽 작전이라고 배려해주실 필요 없습니다. 그건 제가 생각해도 우매한 계획이었습니다. 괜히 동맹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닙니다. 원래 있던 계획입니다.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니까요.”
“원래 있던 계획이라고요?”
“예. 다만 게이트 금속을 동원하진 않을 겁니다. 시간이 없으니까요.”
강무혁도 처음엔 게이트 금속을 고려했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계획을 접었다.
그가 계산하기론 작전에 필요한 선박을 모두 개조하는 데 1년 이상이 필요했다.
‘국내에서 게이트 금속 건조 기술이 적용된 독(dock)은 겨우 세 군데가 전부야. 풀로 돌려도 시간을 맞출 수 없어.’
고부가가치 조선업에서 여전히 선두에 서 있는 한국도 세 군데가 한계였다.
그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은 물론이고, 국내에선 이미 사양산업이라며 있던 조선사도 정리한 일본을 포함하더라도 함선을 제때 준비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토마스 헌터를 공개하려 했지.’
고을지도 방어막 하나만 놓고 본다면 같은 랭크일 경우 토마스조차 능가했지만, 탐색에 전력을 집중해야 했다. 넓은 범위를 홀로 담당해야 했기에 다른 곳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설혹 동시 대처가 가능했다 치더라도 고을지의 방어막은 원래 커버 면적이 좁았다.
강제로 넓히면 넓힐 수야 있지만, 방어력이 떨어졌다.
물론 그 정도로도 나가 상대론 충분했으나 한군데가 아니라 여러 곳을 동시에 공격당하면 어딘가 구멍이 뚫리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 못 한 곳에서 해결책을 찾을 줄이야.’
강무혁이 해결책을 찾은 건 주세아의 장비를 제작하던 아인종 히르밧 마을에서였다.
* * *
“뽀야크! 때려죽여도 올해 안엔 못 만들어. 아니, 내년에도 힘들어.”
육식말벌 여왕의 소재를 만지던 히르밧 촌장 도키는 강무혁의 재촉에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강무혁은 설득 대신 뇌물을 꺼냈다.
“땅굴뱀 독샘을 정화해서 만든 술입니다. 담근 지 11년 됐습니다.”
“따, 땅굴뱀술? 이 귀한 걸 어디서…….”
“출처는 비밀입니다.”
강무혁은 차마 한병구에게서 훔쳐 왔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그것도 고을지에게 시켜서.
그는 한병구가 히르밧과 협상할 때를 대비해 만들어둔 주류 콜렉션이 있다는 걸 진작 파악하고 있었다. 한병구는 지나가듯 말했지만, 그 부분을 포착한 뒤 언젠가 써야 할 때를 대비해 강탈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주세아의 새로운 유니크 장비가 필요해졌기에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흥정 조건으로 가져온 것이다.
덕분에 고을지한테는 상당한 보상을 약속해야 했다.
그것은 나가 사태로 인해 당분간 앨범 발매 계획이 없던 BTA의 겨울 크리스마스 앨범이었다.
‘요즘 엔터주가 폭락해서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수천억 들뻔했으니까.’
제1 주주로 올라서진 못했으나 그다음 지분은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추가적인 자금 지원 약속을 하면서 앨범 발매 계약을 끌어냈다.
누군가가 보면 술 한 병 훔치자고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획사에 투자하는 것을 미친 짓이라고 할 수 있었으나 강무혁에겐 너무나 당연한 투자에 불과했다.
기획사 인수 목적은 단순히 한병구의 주류 콜렉션을 빼내려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고을지였다. 장기적으로 그녀를 아이언윌에 붙잡아 두기 위한 포석이었다.
‘현재 나이, 잠재력, 활용도, 협회장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고작 1, 20년 계약으로는 많이 아쉽지.’
강무혁은 미국에서 수정한 계약서만으로는 불안했다. 길드 법률팀에서 자문한 결과, 비상 상황에서 체결된 계약의 효력은 경우에 따라 정지시킬 수 있다는 조항 때문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고을지를 옭아맬 족쇄를 마련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가 고을지의 친구인 김나리.
그녀에게 미래의 취업을 보장했다.
그다음이 BTA.
한병구의 주류 콜렉션을 확보할 겸, 완벽한 자물쇠를 걸어버렸다.
‘이로써 고을지 헌터가 빠져나가지 못할 두 가지 안배가 완성됐다. 후후훗.’
즉, 고을지가 BTA의 앨범을 듣기 위해 할아버지의 주류 콜렉션을 훔쳐 온 건 자신의 발목을 잡는, 자승자박의 계책에 당한 것이나 진배없다는 뜻이었다.
“근데 이 술을 준다고 해도 무리다.”
강무혁은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또 다른 술을 꺼냈다.
독주 중의 독주라 불리는 바실리스크의 심장으로 담근 술이었다.
도키는 입가에 고인 침을 닦으며 인상을 찡그렸다.
“크흐…. 무진장 먹고 싶지만, 불가능한 건 불가능한 거다. 잠이야 안 자고 일하면 되지만, 특수 용액에 묵혀야 하는 공정의 일정을 당길 수는 없단 말이다. 미완성 상태로 찍어낼 게 아니라면 어쩔 수 없다고.”
“진짜 안 되는 거군요.”
술을 앞에 두고 머리를 쥐어뜯으면서도 ‘불가’를 입에 담는 뽀야크의 말은 믿을 수 있었다.
강무혁이 독주 두 병을 도로 챙겨 넣자 도키가 화들짝 놀라며 제지했다.
“잠깐! 대, 대신 다른 것으로 교환하자.”
“교환할 게 있을까요?”
“잘 찾아보면 있을 거다. 이, 이건 어때? 아직 세상에 없는 영약급 회복 포션 레시피. 이거라면 저기 미국 애들은 환장할걸.”
“그건 이미 거래했잖습니까. 벌써 태성 공장에 넘어가 시제품 개발 중입니다만.”
“제, 젠장! 그랬었나? 그럼, 이건 어떠냐? 잘 때 덮고 자면 잠이 솔솔 오는 이불이다. 술 먹고 자면 숙취가 싹 사라지지. 우리 히르밧 종족의 삶의 지혜가 들어가 있는 걸작이야.”
“전 잠 많이 안 잡니다. 술도 안 마시고요.”
“이런 뽀야크 같은 놈. 넌 왜 사냐?”
“그럼, 거래는 없던 거로.”
“야야, 아직 이것저것 많아. 좀 더 보고 가.”
이후 도키는 별의별 물건을 다 꺼내 강무혁에게 세일즈했다.
오로지 구하기 힘든 두 병의 독주를 마시기 위해서.
도키가 꺼낸 물건들은 하나같이 바깥에선 보기 힘든 기물들이었다
손재주가 뛰어난 히르밧 종족답게 게이트 자원과 지구 자원을 이용해 만든 뛰어난 아이템들을 선보였다.
문제는 강무혁의 마음이 동한 물건이 없다는 것이었다.
도키는 아예 창고로 데려가 손에 잡히는 대로 꺼냈다. 그러던 중 강무혁의 레이더에 관심을 끄는 물건이 걸렸다.
“이건 뭡니까?”
강무혁이 손에 든 건 넓적한 금속판이었다.
도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쓰레기야. 보호 결계를 이식한 건데, 몇 시간 쓰지 못할 물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