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1880)
“이게 무슨…….”
유성악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지방으로 내려와서 숙소라고 배정받은 곳은 당장 바퀴벌레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허름한 빌라다.
이 꼴이 된 것도 어이가 없어 죽겠는데 그에게 날아온 소장은 머리를 부여잡게 하기에 충분했다.
-여보, 이게 뭐야? 지금 왜 우리한테 아이 양육비와 정신적 치료비를 달라는 거야? 우리가 애를 데리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장서희는 길길이 날뛰었다.
자신들에게 갑자기 아이 키우는 돈을 달라고 할 줄은 생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잠깐…… 잠깐, 생각 좀 하자.”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말이 안 되잖아? 아이는 다른 놈이 데리고 있는데 왜 우리가 돈을 줘야 하냐고!
“입 좀 닥쳐 봐! 좀! 나도 알아볼 테니까!”
유성악은 거칠게 소리를 지르고 바로 전화를 끊은 후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 유성악인데, 방금 양육비랑 정신적 치료비를 내놓으라는 소장이 날아왔는데…….”
그는 소장에 쓰인 내용을 변호사에게 읽어 줬다.
도무지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단 법적으로 틀린 건 아닙니다.
“틀린 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우리가 애를 데리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 이쪽에서 양육비를 내야 한다니?
하지만 그가 알지 못했던 실수가 있었다.
-양육권과 친권은 다릅니다.
“양육권과 친권은 다르다?”
-네. 양육권은 아이를 기를 권리입니다. 이 경우는 유성악 씨가 양육권을 포기한 거죠.
“그러니까! 내 애도 아닌데 왜 내가 돈을 내느냐고!”
-진정하고 제 말을 들으세요. 친권은 친자에 대한 권한, 그러니까 자식에 대한 부모의 권리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아직 그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어째서?”
-유성악 씨의 경우 친권이 상실되는 순간은 법원에서 파양이 확정되는 순간입니다. 친자의 경우는 일단 친자 관계 부존재 소송 같은 걸로…….
“말 돌리지 말라고!”
너무 어이가 없어 발끈해서 소리를 지르는 유성악.
자신이 왜 남의 자식 양육비와 치료비를 줘야 하는지, 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받을 충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쉽게 말해서 이겁니다. 유성악 씨는 양육권을 포기했지만, 법적으로 아이는 아직 유성악 씨와 장서희 씨의 아이입니다. 그 경우 아이의 양육비와 정신적 치료비는 유성악 씨가 내는 게 맞습니다.
“뭐? 이런 미친!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법이 그렇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내가 언제까지 그년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데?”
발끈하면서 묻는 유성악.
상대방은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천천히 말했다.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뭘?”
-이건 못 이깁니다.
전에도 소송을 넣었다가 기각된 적이 있다. 상황이 좀 바뀌었다고 해도, 법적인 상황이 바뀐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파양 조건은 무척 까다롭습니다. 그리고 현 상황에서는 유성악 씨가 파양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뭐라?”
-그게 법입니다.
파양을 하려면 가족에 대한 패륜 행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고작 여섯 살짜리 꼬맹이가 무슨 패륜을 하겠는가?
동생에 대한 질투?
그건 어떤 집이나 마찬가지다. 아니면 법원에서 허락할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친자의 출생은 법원이 허락하는 파양의 사유가 아니다.
-이번 사건은 못 이깁니다.
“너…… 너……! 이길 수 있다면서!”
-그건 당신이 거짓말을 했으니까요.
유성악이 늘어놓는 온갖 거짓말을 믿고 의뢰를 받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이건 누가 와도 못 이기는 사건이었다.
-아이가 파양 신청을 하기 전에는, 법적으로 두 분이 아이에 대한 지원을 해 줘야 합니다.
“이런 미친!”
-쉽지는 않을 겁니다.
“뭐라고?”
-양육비가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정신적 치료비입니다.
“정신적 치료비?”
-제 경험상 그게 제일 비쌉니다.
양육비도 적게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역시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것은 정신적 치료다.
약을 먹고 치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이를 정신병원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아동 심리 상담 치료를 해야 하는데…….
-그게 일주일에 한 번 만나고 150만 원쯤 합니다.
“뭐?”
-횟수에 따라 더 늘어날 겁니다. 워낙 충격이 크다 보니까.
일주일에 한 번 만나고 150만 원. 하지만 이런 경우 워낙 충격이 커서, 횟수는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보통 일주일에 세 번 만납니다.
“세 번!”
그러면 치료비만 450만 원이다.
한 달 월급이 아이 치료비로 다 나가는 거다.
그것도 양육비 빼고 말이다.
“이런…… 개…… 같은…….”
유성악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 * *
“이거 예쁘다.”
“사.”
“비싼데?”
“괜찮아, 괜찮아. 아직 양육비 안 들어왔어.”
노형진은 웃으면서 대놓고 ‘나는 명품입니다.’라고 티를 내고 있는 아동복을 들어 올렸다.
“그러니까 못 쓰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이 옷…… 아직 입으려면 멀었는데…….”
가격을 보고 눈이 둥그레지는 원장을 향해 노형진은 씩 웃어 주었다.
“그래서 지금 사는 겁니다.”
“네?”
“양육비를 받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그 돈으로 아이한테 해 줘야 하거든요. 하지만 그 전에 쓴 건 소송 이전에 발생한 거니, 사후 청구를 해야 합니다.”
“사후 청구?”
“네, 쉽게 말해서 영수증 처리죠.”
아이에게 일단 돈을 쓰고 그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도 불법은 아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그러지 않는다.
그랬다가 상대방이 돈이 없어서 못 주는 수도 있으니까.
“너 엿 먹일 셈이구나.”
“정답.”
손채림의 말에 노형진은 한쪽 눈을 찡긋했다.
“하지만 너무 비싼데.”
“너무 비싼 게 아닙니다. 사실 정상가죠.”
“그거야…… 그렇지만…….”
돈은 상대적인 거다.
보육원은 충분한 여건이 되는 곳이 아니다 보니 아이들에게 좋은 걸 해 주지 못한다.
“여기서 사는 건 딱 상식적으로 사 줄 수 있는 것 중에서 최대한 비싼 것일 뿐입니다.”
“으음, 그런데 이렇게 많이 사도 될까요?”
“미리 사 놔야 받는 돈으로 제대로 키울 수 있으니까요.”
아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아이가 돈을 벌기 위해 일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여기에 있는 것들은 다 사후 청구 형식으로 청구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노형진은 씩 웃으면서 옆에 있는 가방을 스윽 들었다.
“얼마 후면 초등학교 가야지요? 후후후.”
“그거 엄청 비싼 건데.”
그러면서 또 옷 한 벌을 들어 올리는 손채림.
“여자애는 좋은 옷 입어야지, 암.”
“으으음…….”
원장은 쌓여 가는 옷들과 물건들을 보면서 왠지 심장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