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45)
“왜 그런가요?”
기자의 말에 송정한은 담담하게 말했다.
“지금의 경찰은 아직까지 독립된 수사권을 가질 능력이 안 된다고 저희는 판단했습니다.”
“어떤 면에서 그런 거죠?”
“얼마 전 우리 의뢰인은 경찰에 보호 요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그런 의뢰인의 보호 요청을 단순히 가족끼리의 일이라는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의뢰인이 요구한 것은 누군가를 체포해 달라는 것도, 부당하게 수사해 달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가족의 안전을 확보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거부했고 의뢰인은 생존을 위해서 살인을 했습니다. 물론 살인은 심각한 죄목입니다. 처벌을 면할 수도 없고 또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는 범죄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이런 사건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단순히 가족 간의 일이라는 이유로 방치했습니다. 당장 일선에서 일하는 경찰이 이 지경인데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들은 자기들 편한 대로 입맛에 맞는 사건만 골라 가면서 수사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습니까?”
“잠깐, 그러니까 경찰이 사건을 알고도 수사하거나 안전 조치를 하지 않고 그냥 갔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그건 어떤 사건인가요?”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이므로 그건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본 경찰의 행동을 봤을 때 지금으로써는 경찰이 수사권 독립을 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새론에서 나선 겁니까?”
“그렇습니다. 비단 우리 사건뿐 아니라 경찰의 방치로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 경찰은 조금만 노력하면 그걸 막을 수 있음에도 일을 진행하지 않고 자기 편의를 위해서 사건을 골라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들에게 수사권 독립의 자격이 있겠습니까?”
송정한은 그렇게 계속 이야기를 이어 갔고 그 뒤에서는 남상주와 노형진이 기자회견을 하는 송정한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찰에서 난리가 나겠군.”
“그렇겠지요. 솔직히 변호사들은 중립적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겠지요.”
검찰이야 당연히 용납 못 한다고 방방 뛰고 있었고 법원 쪽은 은근슬쩍 검찰의 편을 들어 주고 있었다. 심지어 정치권조차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 반대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런데 이제는 변호사들까지 반대하니 말 그대로 설상가상이라고 할 만했다.
“이거 문제가 되지 않을까?”
“안됩니다. 어차피 수사권 독립 못 해요.”
“어째서?”
“그냥 느낌이요.”
“느낌? 자네가 그런 걸 언제부터 믿었다고.”
“전부터요.”
노형진은 그저 싱긋 웃고 말했다. 사실 그건 느낌이 아니라 기억이었다. 사실 수사권 독립을 열망하는 경찰이라고 하지만 그건 경찰 내부의 소원이었을 뿐이다. 경찰 수사권 독립을 위해서 나선 사람은 다름 아닌 현 경찰총장. 그는 수사권 독립을 부르짖으면서 정치권과 담판을 짓겠다고 갔지만 도리어 그들로부터 영전을 약속받고 독립이 아닌 기존에 있던 권리를 검찰에 주고 오는 최악의 선택을 해, 결국 경찰은 수사권 독립은커녕 도리어 전에는 자체적으로 할 수 있었던 인지 사건 조사, 그러니까 범죄일 거라 생각되는 걸 알면 알아서 조사하는 권한까지 빼앗겨 버리는 최악의 상황이 되어 버린다.
“사이가 안 좋아지려나?”
“아니요.”
어차피 새론이 발표한 건 의견일 뿐이다. 얼마 후에 현직 경찰총장이 경찰 집단의 뒤통수에 칼을 박으면 다 잊힐 일.
“그나저나 사건을 공개하지 않아도 될까? 어찌 되었건 언플이잖나?”
이 사건을 그냥 공개하면 분명 기자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듯 듣고 말거나 단신으로 작게 나오게 될 것이다.
“안 해도 됩니다. 기자들의 인맥은 생각보다 크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기자회견장 뒤쪽에서는 다급하게 정보원을 찾는 전화가 계속되고 있었다.
“어, 난데 혹시 새론에서 이번에 담당한 사건 알아? 살인 사건으로.”
“그런 일이 있어서? 우와, 새론이 빡칠 만한데?”
“이거 대박이다. 내일 조간으로 낼 수 있게 바로 칸 비워! 뭐? 자리가 없어? 뭐 시답지 않은 거 빼! 별 시답지 않은 걸로 칸 채울 생각하지 말라고!”
그렇게 사건은 점차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젠장, 일이 어떻게 된 거야?”
경찰처장은 얼굴을 찡그렸다.
“아니, 새론이 왜 이래?”
“일선 경찰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아 망할 새끼, 안 그래도 총장 녀석 때문에 돌아 버리겠는데.”
경찰에서 잔뼈가 굵은 경찰처장은 어떻게 해서든 경찰의 독립 수사권을 가지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런데 이 망한 경찰총장은 낙하산으로 온 인간답게 오로지 자신의 영전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분위기를 만들어 놨는데 새론의 발표는 말 그대로 잘 일어나던 불길에 찬물을 뒤집어씌운 꼴이었다.
“도대체 어떤 사건이야?”
“그게 얼마 전에 경기도 쪽에서 있던 사건이랍니다.”
“경기도?”
“네, 몇 번 출동했는데 명확한 증거가 없어서 그냥 왔다고…….”
부하는 처장에게 애써 변명했지만 그게 먹힐 리가 없다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하? 증거가 없어? 장난해? 우리 경찰이야. 증거가 없으면 증거를 찾아서 수사해야 해. 근데 뭐? 증거가 없어? 미쳤어? 응? 미쳤냐고.”
“그, 그게…….”
“아오, 씨팔…… 돌겠네.”
이번 정권에 들어서면서 대통령은 경찰의 실력과 인사고과를 투명화한다면서 모든 사건에 점수를 부여하고 그것에 따라서 인사 점수를 주기 시작했다. 문제는 어려운 사건들의 경우 들어가는 시간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그 점수가 낮다는 것. 그 덕분에 경찰이라는 녀석들이 모조리 편한 편법만 찾고 있다고 했다.
“솔직히 말해 봐.”
“…”
하지만 부하 직원은 말을 못 했다. 하긴 치부를 말하는 게 좋은 건 아니니 말이다.
“김과장! 지금 내가 종이 호랑이로 보이나?”
“아, 아닙니다..”
“네가 죽을래? 아니면 일 안 한 새끼들 죽일래?”
“…….”
결국 김과장은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교대가 얼마 안 남았다고…….”
“뭐라고? 이 새끼들이 미쳤나? 교대?”
경찰은 당연히 교대하면서 일한다. 사람이 스물네 시간 일만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출동했던 상황에서 그게 접수되면 퇴근을 미루고 당연히 일을 처리해야 한다. 그게 귀찮다고 접수를 거부했던 것이다.
“염병할…… 이제 어쩐다.”
경찰처장의 얼굴은 사정없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예상대로군요.”
예상대로 기자들은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사건을 찾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와 비슷한 경찰의 무능을 입증할 사건들이 줄줄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끝내주네.”
원래 기자들은 한 가지 주제를 매달리기 시작하면 거의 집착 수준이다. 만일 그게 누군가라면 아침에 무슨 색 팬티를 입었는지까지 취재해서 내보내는 것이 바로 기자들이다. 당연히 노형진의 사건 말고도 수많은 경찰의 무능을 입증할 수 있는 사건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너무 끝내주는 건 아닐까요?”
걱정스러운 얼굴이 된 사람들 그들은 다름 아닌 변호사들이었다.
“왜요?”
“그냥…… 경찰에 척져서 좋을 게 없지 않습니까?”
그 말에 피식 웃는 노형진.
“경찰에 척을 지는 건 우리가 아니라 기자들입니다.”
“그래도…….”
“결국 이 바닥에 절대적인 우호란 없어요. 우리가 검찰 까는 발표하면 기자들은 안 좋아할 거 같아요? 그럼 경찰들은? 저 새끼가 또 검찰 깐다고 싫어할 거 같나요? 아닙니다. 그들은 신나서 검찰 수사한다고 나설 겁니다.”
“음…….”
“이 바닥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습니다.”
신입 변호사들은 아직까지 공권력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대한 공권력과 싸우는 걸 두려워한다.
“우리 새론에 들어온 이상 공권력과 싸우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아니, 변호사가 된 이상 두려워해서는 안 되죠. 제대로 변호사 생활을 한다면 정부 측 기관과 소송을 안 한다는 건 말이 안 되거든요.”
“네?”
노형진의 말에 깜짝 놀라는 신참들.
“당연하죠. 언론에 나가는 우리나라의 무능이 고작 그것뿐이라 생각하는 겁니까? 언론에 나가는 무능은 진짜 참다 참다 완전 막장만 나가는 겁니다. 결국 살아가면서 국가와의 싸움을 하지 않는 건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엄청나게 무능하든가 엄청나게 친정부라서 아예 안 받든가.”
둘 다 변호사로써 그다지 좋은 호칭은 아니다.
“변호사가 된 이상 국가의 공권력과 싸울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음…….”
“그렇다고 맨날 싸우라는 건 아닙니다. 잘못된 것에 대해서만 싸우라는 거죠. 잘못된 것에 대해서 말하지 못하면 우리가 국민이 아니라 노예일 겁니다. 대한민국 헌법 1조는 뭐죠?”
대한민국 헌법 그 어떤 법보다 우선하며 또한 기본이 되는 법. 법이 존재하는 한, 아니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절대적인 명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맞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기본인데 국민이 잘못된 것을 항의하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되겠습니까? 투쟁하거나 혁명하자는 게 아니라 법적으로 잘못된 것을 따지겠다는데요.”
“음…….”
묘한 표정이 되는 신참들.
“하지만…… 언론에서는…….”
말하지 않지만 노형진은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 수 있었다.
“당연히 국가의 입장, 아니 위정자의 입장에서는 국민들을 노예처럼 부리고 싶어합니다. 당연한 거예요. 대표적인 예가 저기 위쪽에 있는 돼지 새끼죠.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조차 정식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에요. 그런 겁니다. 국민이 저항하지 않고 끌려가면 그걸 막으면 자신이 왕이 될 수 있는데 누가 국민이 저항하는 걸 그냥 두고 싶겠습니까?”
틈만 나면 국가에 항의하는 사람들을 빨갱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들을 매도하고 북한으로 가라고 소리 지른다. 하지만 그들은 국민이 아니라 그저 노예일 뿐이다. 대한민국, 아니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잘못된 국가의 정책에 국민이 저항할 권리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와 입사한 이상 그걸 감안하고 일하셔야 할 겁니다.”
노형진이 마지막 말을 하고 멀어지자 멀리서 보고 있던 무태식이 다가왔다.
“오늘은 말씀이 좀 많네요. 그때인가요?”
“그때죠?”
그 둘은 의미가 있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매년 새로운 변호사들을 뽑고 새로운 여전히 성장 중이다. 특히나 올해부터는 전국 지부를 내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사람을 더 뽑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문제가 생기는 법.
“우리가 변호사라는 걸 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저 안에는 그런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요.”
몇몇 사람은 변호사의 업무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다른 것은 보통 정치다.
‘쓸데없이 정치 변호사를 만들 필요는 없지.’
물론 올바른 정치 변호사라면 상관없다. 문제는 정치를 위해서 배신을 일삼는 변호사라면 문제가 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모 법무법인이다. 모 법무법인은 어떤 유명 가수의 이혼소송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그건 철저하게 익명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니, 아예 그 가수가 결혼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 법무법인이 그 당시 정권의 주요 변호 팀인 것이 문제였다. 상당히 문제가 될 만한 소송거리가 생기자 그들은 정부와 짜고 의뢰인의 사실, 즉 결혼과 이혼에 관련된 사실은 언론에 공개해 버렸다. 정권을 위해서 의뢰인을 배신하고 심지어 인생을 바꿀 정보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정치하는 건 안 말립니다. 하지만 정권의 나팔수가 되는 건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요.”
무태식은 심하게 공감하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경찰은 뭐랍니까?”
“난리 났죠, 말 그대로.”
순식간에 자신들이 불리한 위치에 몰린 경찰은 어떻게 해서든 변명하려 했다. 하지만 살려 달라는 사람의 손길을 뿌리치고 퇴근한 셈이라 쉽지 않았다.
“이대로 갈까요?”
“아니요. 다음 후속타를 날려야지요. 우리 목표는 승리 아니겠습니까, 후후후.”
며칠 뒤 새론은 새로운 소장을 들고 검찰에 찾아갔다. 보통은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한다. 하지만 검찰에 접수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오늘 검찰에 찾아간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