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2556)
“노 변호사님, 진짜 기가 막히네요.”
무태식은 혀를 내둘렀다.
단순히 이찬민과 조노수를 절도와 사기로 넣고 끝낼 줄 알았다.
그런데 그사이에 틀어진 관계를 이용해서 조노수가 이찬민을 고발하게 만들었고, 고발당한 이찬민은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됨으로써 이찬민은 수십, 아니 수백 건에 대한 절도 교사로 조사받게 되겠지요.”
노형진은 애초에 자신의 건수만 끝낼 생각이 아니었다.
조노수는 노형진의 도움을 받아서 내부 고발 형식으로, 동의 없이 차량을 견인한 것을 경찰에 고발했다.
“그리고 내부 고발이 들어간 이상 경찰은 이찬민의 과거 기록을 모두 확인해서 견인되었던 사람들에게 고지하고 조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전이라면 적당히 덮었을 테지만 노형진이 경찰서 하나를 작살을 내 놨으니 그걸 대충 했다가는 또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고 생각한 경찰은, 영장을 받아서 이찬민의 컴퓨터를 압수해서 조사를 시작했다.
그 결과, 그 안에서 노형진의 아버지에게 한 것처럼 사기를 친 기록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가장 싼 가격이 60만 원, 가장 비싼 게 980만 원. 이 새끼들은 뭐랍니까?”
견인차를 끌고 아예 전국 일주를 해도 그 정도 돈은 안 나올 텐데, 터무니없는 돈을 요구한 기록이 있는 이찬민.
“그리고 그게 사기가 될 수밖에 없지요.”
노형진은 경찰을 통해 해당 차량의 주행 기록과 주행거리를 확인하도록 했다.
그 거리가 나오려면 진짜 견인차의 주행거리가 어마어마하게 길어져야 한다.
대상 차량을 끌고 서울~부산을 몇 번이나 왕복했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놈이 그럴 리 없거든요.”
부산까지 갔다 오는 기름값은 절대 싼 게 아니다.
견인 차량은 기름을 많이 먹는다.
다른 차량을 끌고 가야 하니 엔진의 힘이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렇게 다녔다면 기름값이 상상 이상으로 나왔겠지요.”
하지만 노형진은 그 차량의 주행거리와 그들이 법인 카드로 낸 기름값을 추적하게 했다.
“당연히 그 금액은 안 나올 테고요.”
말 그대로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난 상황.
“이 상황에서 이찬민이 시킨 일이라는 게 입증되면 상황은 돌변하게 되지요.”
이찬민은 조노수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다.
하지만 조노수는 모든 자료를 들고 경찰서로 갔다.
“이제 둘 중 하나는 죽는 치킨 게임이 되는 겁니다, 후후후.”
그리고 살아남는 닭은 노형진이 고를 생각이었다.
* * *
“재판장님, 피고인 조노수는 절도로 고소되었지만 그는 실질적으로 직원으로서 사장인 이찬민의 명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절도를 행한 것입니다.”
노형진의 방어.
그 앞에 있던 검사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머리를 부여잡았다.
“저기, 피고인 측 변호인.”
“네.”
“이게 말이 됩니까?”
“뭐가 말입니까?”
“뭐가냐니요?”
검사뿐만 아니라 판사도 기가 막힌 표정이다.
하긴 한국에서 이런 사건은 처음일 테니까.
“피고인 측 변호인, 피해자 쪽 아들이잖아요?”
“그래서요?”
“그래서라니요?”
피해자의 아들이 가해자에게 의뢰를 받아서 변호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말이 되는지, 그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요?”
“네?”
“제가 알기로는 한국은 연좌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만. 당연히 고발한 건 저의 아버님이지 제가 아니고요.”
“아니, 그건 아는데, 여기 고발 대리인을 봐요. 대리인 노형진이라고 되어 있지 않습니까?”
노형진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가 소장을 넣을 때 그렇게 해서 넣었으니까.
“대리인이라는 게 임의대리인이라는 건 아니지요.”
“뭐요?”
“제가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했나요?”
“그건…… 아니지요.”
대리인이라는 것은 어떤 일을 대리하는 사람이다.
즉, 그 업무에 관해 어느 정도의 권한을 인정받은 사람이다.
“제가 제출한 대리 증명서는 서류 제출에 관한 겁니다만.”
“그건…… 그렇군요.”
아들이나 업무상 관련이 있는 자들의 경우, 고소할 때 그 대리인 위탁을 하면 서류 접수 등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대리 증명서로는 법률적인 소송이나 증언은 할 수가 없다.
“부모 자식이라고 해도 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건 그런데…….”
하지만 노형진은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한 적이 없고 단순히 접수 대리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조노수에 대해서는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했다.
“현행법상 피해자의 아들이 가해자를 변호한다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그걸 금지하는 규정은 없으니까.
누가 상상이나 하겠는가?
아마도 그걸 상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의적으로…….”
검사는 당황해서 물었다.
“도의적으로요? 그건 제가 아니라 피고인인 조노수 씨가 판단해야 할 부분 아닐까요? 피고인이 제가 고소인의 아들인 걸 모르는 것도 아니고.”
“끄응.”
만일 노형진이 믿음직스럽지 않다면 조노수는 사건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잘랐어야 한다.
노형진에게 일을 맡겼다는 것은 그를 믿는다는 소리이며, 그게 노형진이 고소인인 노문성의 아들임을 알면서도 한 것이라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면 계속 진행해도 될까요?”
노형진은 판사를 보면 물었고 판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진행합시다. 하지만 판단은 냉철하게 하겠습니다.”
말을 아꼈지만 노형진이 피고인의 방어를 소홀하게 하는지 보겠다는 소리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판사님. 저희 새론의 모토는 의뢰인의 최대 이익이니까요.”
노형진은 씩 웃고는 변론을 이어 갔다.
“현실적으로 피고인 조노수는 이찬민에게 고용된 상태였으며 그의 명령을 실행하는 노동자의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절도 사건에 있어서 피고인 조노수는 그 당시 회사의 대표였던 이찬민의 명령에 따라 견인하도록 요구받았고, 직장인으로서 그는 정상적인 업무라고 판단하여 그 차량의 견인을 시행했던 것입니다.”
노형진의 말에 검사는 헛기침을 했다.
상황이 좀 웃기기는 하지만 노형진의 말대로 일단 시작된 재판이고 각자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그리고 검사의 책임은 조노수의 처벌.
“재판장님, 피고인은 지속적으로 이찬민의 직원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이찬민의 주장에 따르면 조노수는 실제로 직원이 아니며 외주 형태로 근무하는 외부 인력일 뿐입니다. 조노수는 이찬민과 어떠한 형태의 고용계약도 맺은 적 없으며 그와 관련해서 정부에 신고되거나 사대보험에 가입된 기록도 없습니다. 즉, 피고인의 주장과 다르게 그는 전적으로 외부 인력으로, 이찬민에게 지휘명령을 받을 위치에 있지 않은 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번 사건을 저지른 후에 제삼자인 이찬민에게 그 책임을 미루는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입니다.”
검사는 어찌 되었건 이찬민이 아니라 조노수를 기소했다.
물론 이찬민 역시 다른 사건으로 고소하기는 했지만 그쪽은 그쪽이고 이쪽은 이쪽이었다.
더군다나 한 건보다는 두 건의 처벌이 인사고과에는 더 유리하다.
“물론 피고인 조노수가 이찬민 아래에서 근무했다는 기록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견인용 특수차량의 고용 관계는 암묵적으로 구두계약으로 이루어지는 게 업계의 현실이고 이는 위험의 외주화를 위한 이찬민 등을 비롯한 업계 운영자들의 계획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피고인 조노수는 이찬민 등에 비해 상대적 약자이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에 저항할 수는 없다고 보입니다.”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판사에게 증거를 확인시켰다.
결국 모든 건 증거로 말하기 마련이니까.
“현실적으로 피고인 조노수는 이찬민의 회사에서 견인 차량을 배정받아서 운영하면서 그 수익을 일부 받는 형태로 근무하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피고인 조노수는 사장이었던 이찬민의 명령에 따라 차량에 대한 절도를 실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형진의 말에 검사는 다른 의견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재판장님, 피고인 측은 차량을 배차받아서 운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기록에 따르면 차량은 배차된 것이 아니라 조노수가 업무와 관련해서 단기 임대를 한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즉, 업무상 배차되어 노동자로서 근무한 게 아니라 원청회사인 이찬민에게서 빌렸다고 보는 게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검사의 반격. 노형진은 그걸 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이거 재판 참 이상하네.’
분명 형사재판이다.
그런데 느낌은 자신은 조노수를 방어하고 검찰은 이찬민을 방어하는 민사적 느낌이 강했다.
하긴, 검사 입장에서는 조노수를 어떻게 해서든 처벌해야 하는 상황일 테니까.
그리고 이런 방어야 예상했던 일이니까.
“재판장님, 여기 차량 내부를 봐 주시기 바랍니다. 을제 4호입니다.”
노형진은 미리 제출한 사진을 지적하면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것은 피고인 조노수가 평소 운영하던 차량의 내부입니다. 작은 장식품들과 CD 등의 물품들이 보이십니까?”
“보입니다만.”
“그중 이 고정형 장신구들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장신구들은 차량에 고정시키면 다시는 뗄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즉, 고정되는 순간 떼는 방법은 파손이라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요?”
“검찰 측은 이 차량이 단기 임대 차량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차량이 아닌 차량을 자신의 돈을 들여서 이렇게 꾸미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루 종일 차에서 대기해야 하는 인생.
그들의 삶은 방보다 작은 그 운전석이 다라고 봐도 무방하다.
게임을 할 수도 없고 돌아다닐 수도 없다.
“그러한 운전자에게 있어서 그 공간을 꾸미는 일은 유일하게 허락된 작은 행복입니다.”
노형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판사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 사람이 그 차량을 자신의 공간으로 인식할 때뿐입니다. 사람에게는 취향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매일같이 차량이 바뀌는데 그걸 자신의 취향대로 꾸밀까?
그럴 리 없다. 자기 취향대로 한다고 해서 그게 유지될 리 없으니까.
“그 말은, 그가 그 차량의 유일한 운영자라는 걸 의미합니다. 또한 을제 2-1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는 해당 차량은 운행 기록부입니다. 이 기록에서 보다시피 피고인 조노수는 입사 이후에 매일같이 해당 차량을 운행했습니다. 즉, 이 차량은 직원인 조노수에게 배당된 차량이라는 소리입니다.”
검사는 반박했다.
“외부 계약을 한 사람에게 익숙한 차량을 배당한 것은 일종의 혜택일 뿐이지 그를 근무자로 보고 해당 차량을 완전히 배속한 것은 아닙니다.”
“그럴까요? 을제 2-1을 다시 한번 보고 해당 차량의 번호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을제 5를 봐 주시기 바랍니다. 을제 5는 피고인의 근무 기록표입니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보다시피 해당 차량은 근무자인 조노수가 쉬는 날 완전히 운행이 정지되었습니다. 특히나 작년 4월 기록을 보시면 알겠지만 피고인 조노수는 그 당시 2주 정도 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차량 역시 그 기간 동안 운행이 정지되었습니다. 만일 검찰 측의 주장이 맞는다면 해당 차량은 다른 외부 근로자에게 배당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넘쳐 나고 그들 중에는 견인차를 운전할 수 있는 사람도 많다.
“차량은 정비만 잘하면 사람처럼 휴식기를 가질 필요가 없지요.”
도리어 기계는 그렇게 하면 손해가 막심하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 2주라는 시기에 다른 근무자를 찾았어야 합니다. 견인 차량을 놀릴 수는 없으니까요.”
한꺼번에 쉬는 것도 아니고 돌아가면서 쉬는데 그 시간 동안 누군가 사람을 구해서 계속 운행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 시기에 그걸 빌려 간 사람은 없지요. 즉, 그 차량은 피고인 조노수가 직원으로서 배정받아서 운영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노형진의 방어.
하지만 검사도 나름 준비하고 온 모양이었다.
“그건 현실적으로 단기 근무자를 찾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재판장님, 세상 모든 사람들의 꿈은 안정적인 근무 환경입니다. 그런데 몇 개월짜리 출산휴가도 아니고 한두 주짜리 단기 근무를, 그것도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견인차 운전을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부정적으로 봅니다.”
‘오, 생각보다 유능해.’
노형진은 검사를 바라보았다.
멍청하게 당할 줄 알았는데 검사는 생각보다 유능했다.
‘기분 참 묘하네.’
자신의 아버지 사건에 유능한 검사가 붙은 건 참으로 좋은 일인데 그걸 방어하는 게 자신이라니.
‘뭐, 그래도 이기는 건 나란 말이지.’
노형진은 헛기침했다.
외부에 드러나는 사항은 분명 차를 빌리는 것으로 꾸몄다.
하지만 그 차량을 빌리는 계약이 문제였다.
“검찰 측, 그러면 그 차량을 렌트하는 조건으로 얼마나 받았는지 아십니까?”
“해당 렌트의 조건은 당일 업무의 수익 중 일부를 받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돈을 피고인과 이찬민이 나누게 되어 있고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돈은 월 정산이고요?”
“그렇습니다.”
교묘한 말장난. 현실적으로 월급일 뿐이다.
“그러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검찰 측? 을제 10호를 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는 피고인 조노수의 계좌 내역입니다.”
“차량의 이용료를 배제한 나머지 금액을 봐 달라는 말씀인가요?”
“그게 아닙니다. 정반대로, 피고인에게서 이찬민에게 갔던 돈의 흐름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반대?”
“그렇습니다.”
노형진이 조노수에게 들었던 일, 즉 사고 차량을 견인해 오지 못할 경우 붙었던 벌금.
“아까 전에 검찰 측에서 그 사용료는 일괄 공제 후 월말정산이라고 하였지요?”
“그랬지요.”
“그러면 이건 뭘까요?”
“그건…….”
벌금에 대해서는 전혀 듣지 못한 검사는 당황했다.
‘당연히 모르겠지.’
이건 현행법상 불법이며 현실적으로 공갈에 해당된다.
그러니 그렇잖아도 죄를 많이 뒤집어쓰고 있는 이찬민이 그것에 대해 자백했을 리 없다.
“그건 벌금입니다.”
“벌금?”
“그렇습니다.”
노형진은 거기까지 말하고 심호흡을 했다.
‘만일 내가 정산법을 묻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돈이 그 정산금이라고 주장했겠지.’
하지만 이미 정산법에 대해 물었으니 당연히 이 돈은 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게 조노수가 근무자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된다.
“이찬민의 기업에서 회사의 규정에 따르면, 차량 사고가 접수되면 해당 기업에서 핸드폰을 통해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견인 차량으로 견인 지령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해당 차량은 해당 차량을 견인하기 위해 이동한다고 합니다.”
노형진은 그 말을 하면서 검사를 바라보았다.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검사.
아마도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은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워낙 많은 견인 회사들이 난립하다 보니 경쟁이 심하고, 가끔은 견인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야 그렇겠지요.”
독점이 아닌 이상에야 견인이 매번 성공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 경우 회사에 벌금으로 15만 원씩 내도록 했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검사는 눈을 찌푸렸다. 그건 범죄니까.
“아마도 검사님은 잘 모르셨던 모양입니다만, 그건 공갈입니다. 하지만 그건 개별적인 사건이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중요한 점은 그 일이 회사의 내부 규칙에 따라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내부의 규칙에 따라 움직였다는 것. 그건 이번 사건에서 아주 핵심적인 문제였다.
“한 기업에 속해서 그 기업의 오너의 명령에 따라 일하고 그 기업의 규칙에 따라 생활을 했습니다. 정기적으로 근무에 따른 월급을 받았습니다. 이게 회사원이 아니라면 누구를 회사원이라고 할까요?”
내부의 규칙을 따른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내부의 규칙이니까, 외부의 사람이라면 그걸 따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외부인으로 하청을 받아 일하는 사람이니까 따를 수밖에 없었겠지요.”
검사는 다급하게 말했지만 그건 일종의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게 문제입니다. 만일 하청이라면 외부 업체라는 뜻이지요.”
그러면 외부 업체에 내부 규정에 따라 돈을 청구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그러면 어딜 가나 원청이 하청에게서 돈을 뜯어낼 수 있게 될 테니까.
“만일 계약상의 문제가 있다면 원청인 이찬민과 하청인 조노수 사이에서 차량 임대 및 견인 보조 업무에 대한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사람과 계약을 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이찬민은 그렇게 하지 않고 피고인 조노수에게 벌금을 부과하였습니다. 즉, 회사 내부의 규정에 따라 처벌을 가하였다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피고인 조노수가 회사의 직원이라는 증거입니다.”
노형진의 말에 검사는 당황한 듯 보였다.
그가 조사한 것에는 그런 게 없었으니까.
‘그럴 거다.’
그는 노형진, 아니 노문성의 고발에 따라 절도와 사기에 대해서만 조사했으니 이찬민의 이런 행동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을 수밖에.
“그렇다고 해도 조노수는 이찬민의 명령에 따라 절도를 행한 것이 사실입니다.”
검사는 아무래도 작전을 바꾼 듯했다.
조노수뿐만 아니라 이찬민에게도 절도의 책임을 묻는 걸로 말이다.
‘그렇게 되면 재판이 편해지기는 하지.’
물론 노형진이 조노수의 감형만을 노린 거라면 말이다.
하지만 노형진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의뢰인을 위한 최대한의 이익.’
그건 조노수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조노수가 무슨 원수도 아니고, 단순히 견인해 간 사람일 뿐이다.
그에게 의뢰를 받았으니 노형진은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할 책임이 있다.
“아닙니다, 재판장님. 이번 사건에서 조노수는 무죄입니다.”
“허?”
검사는 기가 막혔다.
“피고인 측 변호인, 장난합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요. 그 고소장, 피고인이 쓴 거 아닙니까?”
부모님이 고소하는데 자식은 변호사다.
그러면 당연히 그 고소장을 써 준 것은 자식일 것이다.
“맞습니다만?”
“자기가 고소장을 써 놓고 고소 대상을 무죄라고 하는 건 또 뭔 경우입니까? 여기는 신성한 법정입니다. 장난치는 곳이 아니라요!”
발끈하는 검사.
“그 판단은 제가 하는 게 아니지요.”
“뭐라고요?”
“고소라는 것은 해당 사실의 법적인 책임 여부에 관해 판사에게 피해자 또는 변호인이 판결을 구하는 행위입니다. 그렇지요?”
“그렇습니다만.”
“그리고 모든 사건에서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변호사는 그 모든 의견을 구하고 판결을 구할 수 있지요.”
“말장난입니까?”
“말장난 아닙니다.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이지 판단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판단은 판사님이 하셔야지요.”
노형진은 웃으며 말했다.
판사는 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건 맞는 말이니까.
“물론 변호사의 특성상 의뢰인에게 유리한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그 소장을 쓸 당시에 저는 의뢰를 받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아니, 이거 뭐……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노형진은 피식 웃었다.
“병 주고 약 주는 거 맞습니다.”
“허.”
‘정확하게는 백신이라고 할 수 있겠지.’
병을 주고 약을 주는 것은 사람을 놀리는 거다.
하지만 백신은 항체를 만드는 게 목적.
엄밀하게 말하면 백신 역시 아주 약한 병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게 소문이 나면 견인 회사들은 아마 미치겠지.’
강제로 끌고 가면 절도로 처벌받게 될 테니까.
당연히 그 관련 소송은 새론에서 전담하게 될 테고 말이다.
잠깐이야 혼란스럽겠지만, 시간이 지나고 일이 적당하게 배치된다면 당연하게도 견인 회사들은 바르게 작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특이한 변론이기는 하지만 인정하겠습니다.”
판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노형진의 말이 맞으니까.
“그러면 피고인 조노수가 왜 무죄라고 주장하는 겁니까?”
“이 사건의 핵심은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로 인한 위법성 조각이 성립된다는 것입니다.”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
“그렇습니다.”
형법 20조에는 정당행위라는 규정이 있다.
정당행위란 어떤 행위가 법령이나 업무로 인한 것이거나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을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업무상 사람을 구하기 위해 기물을 파손했다면 행위 자체는 재물 손괴에 해당되나 정당행위 규정에 따라 처벌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파생되는 이론이 바로 전제 사실에 대한 착오로 인한 위법성 조각이다.
“피고인 조노수는 3년간 지속적으로 견인 업무를 해 오던 사람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견인 업무는 일상적인 교통사고 현장에서의 처리 과정이었습니다. 즉, 피고인 조노수는 그 행동이 위법하지 아니하며 합법적 영역이라고 판단할 충분한 여건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전제 사실의 착오란 불법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지극히 합법적인 행동이라고 착각해서 한 행동을 뜻한다.
‘이런 경우가 딱 그거지.’
엄밀하게 말하면 허가받지 않은 견인은 절도 또는 점유이탈물횡령에 속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수십 년간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일이었고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 행동에 대해 법률적 잣대를 들이대거나 이 행동이 절도 행위라고 주장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말이지.’
그랬으니 이게 불법이라고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게 핵심이다.
그런 경우에 처벌하지 않는 것이 전제 사실의 착오에 의한 위법성 조각이다.
“피고인은 중졸의 학력을 가지고 고등학교도 검정고시로 패스하여 최종적으로 고졸의 학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업무상 위치로 봐도 이러한 행동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불법행위인지 아닌지 판단할 자리에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업무를 진행하는 단순한 직장인이며, 그 업무는 실질적으로 범죄였으나 사회적으로 해당 업무가 범죄로 인식되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노형진은 마지막 변론을 마치고 씩 웃었다.
그 모습을 본 검사와 판사는 묘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