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he law RAW novel - Chapter (3943)
신당 창당? (4)
“평범한 지라시지? 상식적으로 그렇잖아. 자국 우선주의가 일반적인데 해외 우선주의라니.”
심지어 다른 곳도 아닌 아프리카보다도 순위에서 밀린단다.
“뭔가 잘못되었을 거야.”
당연히 그들은 그렇게 믿었다.
“TV 틀어! TV!”
그 순간 누군가 들어오면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진한에서 기자회견 한대!”
“진짜?”
다급하게 TV를 틀자 한 외국인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저는 진한약품의 대변인 나카무라 신이치라고 합니다. 이번 백신과 관련해서 정식 발표를 하려고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사실 진한에서 만든 백신에 대한 소문이 돌고 미국에서 뉴스가 터지긴 했지만 아직 정식으로 발표가 된 건 아니다.
당연히 정식으로 발표할 때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건 참으로 시기가 공교로웠다.
-일단 진한에서 만든 코델09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2차 실험 결과입니다. 현재 2차 실험 결과 코델09바이러스의 감염을 98.8% 이상 막을 수 있으며…….
차분하게 나오는 연구 기록.
그걸 들으면서 모두들 눈동자가 흔들렸다. 소문대로 엄청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하니까.
-그러면 그걸 맞으면 코델09바이러스에서 완전하게 안전해집니까?
-그건 아닙니다. 아시겠지만 코델09바이러스는 변이가 심합니다. 벌써 두 종의 변이가 발견되었습니다. 현재 실험 중입니다만, 일단 두 종의 변이에 대해서는 백신의 방어 효과가 약화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약화된다고요?
-그렇습니다. 코델09바이러스는 주로 감염 성능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변이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지만 추후 새로운 변이가 나오는 경우 해당 변이에 대해서는 조사해야 합니다.
-그러면 코델09바이러스를 영구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소리인가요?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원래 백신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약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애석하게도 현재 기술로는 변이를 예측하고 막을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사실 이건 어느 정도 알려진 정보들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지금 전 세계는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이미 한국으로 전 세계의 시선이 쏠렸고 동시에 우선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미국에서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했다는데, 통과될 가능성이 아주 높으니까.
당연히 다른 나라에서도 미국을 따라 사용 승인을 해 줄 가능성이 높다.
-현재 코델09바이러스 백신의 변이를 추적하기 위해 저희 연구진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대변인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 와중에 기자 중 한 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이번에 이상한 소문이 돌던데요?
-이상한 소문이라니요?
-네. 이미 진한약품에서는 공급 우선순위를 정해서 그에 따라 공급량을 조절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요?
-그런데 한국이 최하위라고 하던데 왜 그런 겁니까? 헛소문입니까?
기자는 그렇게 묻고는 침을 꼴깍 삼켰다.
사실 기자도 질문하면서도 당연히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올 줄 알았다.
그런데 도리어 대변인이 질문을 던졌다.
-혹시 그 순위에 대해 아십니까? 저희는 잘 몰라서요.
-사실 무근이라는 말씀입니까?
-그게 아니라, 그 순번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어떤 나라가 어떤 순위에 있는지 말입니다.
그 말에 순간 기자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대변인은 ‘아닙니다.’라고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번에 대해 아느냐고 물어봤다.
만일 그렇게 순위를 정한 적이 없다면 ‘그런 계획은 없습니다.’라는 답변이 나왔어야 했다.
-혹시 순번을 말해 줄 수 있습니까? 처음 듣는 소리라서요.
-아…… 그러니까…….
기자는 떠듬떠듬 자신이 알고 있는 지라시의 정보를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들은 대변인은 잠깐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순번 맞습니다.
-네?
-그 순번이 맞다니요? 잠깐, 진짜로 순번을 정했다고요?
-기자분은 전쟁터에서 치료하는 절차에 대해 아십니까?
-모릅니다만.
-1순위는 중상이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자, 2순위는 경상에 살아남을 수 있는 자, 3순위는 특별한 치료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자, 4순위는 생존 가능성이 낮은 자입니다.
그런 순번을 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원은 한정되어 있고 모두를 구할 수는 없다.
생존 가능성이 낮은 한 명에게 들어갈 자원이면 중상인 사람 서너 명은 살릴 수 있고 경상자 열 명은 구할 수 있다.
-그게 이번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그 비유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기자들은 재차 물었다. 그러자 대변인은 차갑게 말했다.
-한국은, 음…… 살 의지가 없는 경상자 같은 존재입니다.
-살 의지가 없는 경상자?
-네. 안 그런가요? 한국의 방역은 세계 제일입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다른 나라들이 수만 단위 사망자를 내는 데에 반해 한국의 확진자는 그들의 1천분의 1도 안 됩니다.
-그런데요?
-그런데 방역하면 안 된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죠. 얼마 전에도 방역에 대해 법원에서 금지를 걸었던데요?
-그건…….
실제로 그건 있었던 일이다.
특정 종교 단체에서 방역하는 게 종교적 탄압이라면서 걸고넘어졌고, 법원에서는 종교 탄압이 맞다면서 종교 시설의 방역을 금지해 버렸다.
상식적으로 코델09바이러스로 인해 도시를 아예 봉쇄하고 누구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는 나라가 천지인 상황에서 도리어 법원에서 방역을 막는 나라에 어떤 식으로 백신을 지원해야 할까?
-중국은 공식적으로 코델09바이러스의 환자가 없습니다. 완벽한 방역으로 코델09바이러스를 박멸하는 데 성공했지요. 브라질은 코델09바이러스의 방역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공식 입장입니다. 한국 역시 방역이 필요 없다고 여기며 동시에 방역을 법적으로 막고 있는 상황이지요.
-아니, 그건 일부…….
-일부요? 글쎄요. 법원의 판단은 절대적이고 그걸 이길 수는 없습니다. 저희는 자살 희망자에게 백신을 줄 수는 없습니다.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니까.
-그 말뜻은……?
-한국의 백신 지원 순위는 4위가 맞다는 겁니다.
그 말에 뉴스를 보고 있던 애널리스트들은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모든 창이 순식간에 파란색으로 변하면서 주식이 폭락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