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rior Grandpa and Grandmaster Daughter RAW novel - Chapter 402
402화 교주의 역린을 찢다 (2)
현재로부터 일식경 전.
천유회의 매복조는 오행연무진에 숨어서 적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수라교의 고수들이 당도하기 직전인 과거 시점이었다.
“회주님과 제가 함께 교주를 상대할 것이지만, 둘만으로는 승부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모두가 검후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중원무림의 일인자와 이인자가 함께 덤벼도 부족하다니? 가만히 듣던 패도문의 백규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너무 과장된 말씀 아니오? 우리 회주님도 같이 싸우는데?”
“직접 보시면 아실 겁니다. 제가 혼자 싸웠을 때는 손도 제대로 써보지 못했으니까요.”
아직도 다들 반신반의하는 눈치들이었다. 단 한 번도 적들의 실체를 본 적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오직 경험이 있던 유진산과 소림사의 정혜 방장만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래전 달마대사조차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던 아수라교의 교주가 아니던가. 시기상 동일 인물은 아닐 테지만, 진전을 이어받았을 테니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 흑백쌍협 중 남궁철후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머릿수는 우리가 더 많으니 다행이구려.”
아군의 숫자는 총 열 명으로 적들보다 두 명이 더 많지 않은가. 다들 그리 큰 걱정은 안 된다는 눈치였다. 검후의 다음 말을 듣기 전까진.
“교주도 문제이지만, 아수라교의 대장로 또한 무척 위험한 인물입니다. 양쪽 팔에 여러 개의 금환을 착용한 자를 조심하십시오.”
검후가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면 틀림없이 보통내기가 아닐 터.
그렇다면 놈의 상대는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다렸다는 듯이 정혜 방장이 합장하며 말했다.
“아미타불. 그자는 소승이 한 번 맡아보겠소이다.”
“방장스님이 맡아주신다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그리고 대장로만큼은 아니지만, 또 한 명 위험한 자가 더 있습니다.”
성격이 급한 흑백쌍협의 문종이 그녀를 재촉했다.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으니, 어서 말씀해보시오.”
“아마 양괴 장로님은 잘 아실 겁니다. 얼굴이 흉측해질 정도로 자신에게 사악한 강령술을 건 자를 말입니다.”
물론 유진산이 모를 리가 없었다.
천룡사의 주지스님으로 위장했던 무시무시한 놈이 아니었던가. 당시엔 흑묘파의 문주인 백상과 함께 겨우 잡을 수가 있었다.
“우리가 잡았던 놈이 좌호법이라고 했으니, 그놈은 우호법이겠구려.”
“맞습니다. 이번에도 우리 상이랑 함께 그자를 맡아주시겠는지요?”
그녀는 흑묘파의 문주 이름을 편하게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사도련주를 포함하여 셋이 죽마고우라는 사실은 유명했기에 이상하게 보는 자는 없었다.
“내키진 않지만, 잘 알겠소이다.”
수락은 했지만, 찝찝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기린갑을 입고 있지 않았으니까.
어쨌거나 유일하게 경험이 있는 자들이 나서는 게 최상의 선택인 것은 분명했다.
그때 소요산장의 맹남천이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남은 적은 다섯 명이오. 나머지 분들이 한 명씩 맡아서 상대하면 될 것 같소.”
아군 다섯은 패도문의 백규와 당문의 당소천. 그리고 소요산장의 맹남천과 두 명의 흑백쌍협이었다.
모두가 각오를 다지고 있을 무렵. 검후가 다시 한번 모두를 다독였다.
“절대 누구도 쓰러지지 마십시오. 우리 중에 단 한 명이라도 먼저 쓰러지게 된다면, 수적인 균형이 무너지게 되어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절묘하게도 양측이 완벽하리만큼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작은 균열이 전체의 승부를 가를 터.
한 명이 먼저 쓰러지는 순간 전체가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갈 것이다. 그것이 아군이든 적이든.
승부를 예측할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오던 당문의 당소천이 나직이 말했다.
“적들이 도착한 것 같으니, 준비들 하시지요.”
이미 모두들 뭔가를 느끼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스님들의 불경이 들려오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 분명 뭔가가 이상했다.
분명 불교의 사찰에서 들리는 소리와 음은 비슷했지만, 미세하게 달랐다. 아마도 악신을 찬양하는 법문이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곧이어 나타난 괴승의 숫자는 검후의 말대로 모두 여덟 명이었다.
그들이 도착하는 순간 모두의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떠올랐다.
직접 눈으로 보고 나서야 하나같이 굉장한 고수들임을 직감한 것이다.
더군다나 그들 중 몇몇은 경지조차 짐작되지 않을 정도로 신비해 보였다.
“도대체 저게 인간이오? 짐승이오? 팔이 네 개라니…….”
문종의 중얼거림에 남궁철후가 그의 등을 슬쩍 만지며 말했다.
“말을 아끼셔야 하오, 문형. 검후님이 하신 말씀 못 들었소? 잘못하면 저 교주 놈이 폭주할 수가 있소.”
검후도 고개를 끄덕이며 남궁철후의 말에 동조했다.
“맞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교주의 외모를 비하해선 안 됩니다. 오히려 싸움이 더욱 힘들어질 수가 있으니까요.”
“근데 왠지 좀 느낌이 불안합니다. 우리 회주님은 하고 싶은 말은 절대 못 참는데…….”
회주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이곳에 있지 않은가.
유진산은 가부좌를 튼 유설의 옆모습을 살펴보고 있었다.
입가가 조금씩 실룩거리는 얼굴. 그리고 보조개가 살며시 들어간 저 표정을 한두 번 본 게 아니었다.
필시 틀림없이 웃음을 참는 모습이었다.
유진산은 한숨을 내쉬며, 무기를 움켜쥐었다.
“다 틀렸소이다. 모두 출수할 준비나 하시오.”
“왜 그러십니까?”
아니나 다를까.
동시에 모두가 입을 떡하니 벌리고야 말았다. 교주를 향해 몇 마디를 내뱉던 회주가 배꼽을 잡고 옆으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푸히히히. 메뚜기네~ 메뚜기!”
교주의 부하들은 놀라서 사색이 되었고, 천유회의 매복조까지 동시에 안색이 굳어졌다.
주변의 공기가 숨도 쉬지 못할 만큼 싸늘하게 얼어붙어 버렸다.
반경 십 리의 날짐승들은 본능적으로 놀라 도망쳤으며, 오직 유설의 웃음소리만이 화과산을 메아리치고 있을 뿐이었다.
야차처럼 구겨지는 교주의 얼굴을 보며, 남궁철후가 당황한 기색으로 물었다.
“어, 어떡합니까? 회주께서 교주 놈을 도발했는데요?”
아니나 다를까. 기어코 눈이 뒤집힌 교주는 이성을 잃고야 말았다.
“크아아아악!!!”
그 순간 교주의 전신에서 강렬한 기운이 폭사 되어 나오며, 기의 폭풍이 반경 백여 장을 휩쓸어버렸다.
콰콰콰콰쾅-!!
기세만으로 나무가 꺾이고, 돌무더기가 튀어 오르는 등 주변이 단번에 초토화가 될 정도였다.
그 여파로 오행연무진이 파괴된 것은 당연지사였다.
얼떨결에 모습이 드러난 천유회의 매복조는 교주의 부하들과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
왠지 모를 민망함과 함께 찰나의 시간 동안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때. 정신없이 웃던 유설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지금이야, 언니!”
아무래도 일부러 강도 높은 도발을 한 모양이었다.
폭주한 교주는 더욱 흉포하게 싸우겠지만, 반대로 약점 또한 쉽게 노출하게 되는 법.
가장 먼저 검후 소소가 벼락처럼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성정이 호전적인 문종이 욕설을 내뱉으며 뛰쳐나갔다.
“뭘 봐, 대머리 새끼들아!”
그의 바로 뒤에서 내달리던 백규의 머리에 힘줄이 돋아났다. 왠지 자신도 같이 욕을 먹은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평소 같았으면 한 마디 쏘아붙였겠지만, 그럴 틈이 어디 있겠는가.
우르르 몰려 나간 양측은 서로 상대를 찾아 뒤엉키기 시작했다.
콰아앙-!! 콰콰콰콰쾅-!!
격돌과 동시에 천지가 요동치며, 요란한 굉음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무림의 역사상 단 한 번도 유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대격돌이었다.
마치 천신들과 지옥의 야차들이 싸우듯 사방에서 눈부신 섬광이 번쩍이며, 강력한 폭풍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가장 치열한 곳은 역시나 교주 밀법천황과 맞서고 있는 유설과 소소가 있는 곳이었다.
용화창을 움켜쥔 유설이 전면에서 놈과 맞서고 있었고, 부상이 남아 있는 소소가 측면에서 견제했다.
카카캉-! 카카카캉-!!
한 호흡에 무려 수십 번이나 격돌이 이뤄질 정도로 매서운 싸움이었다.
이 대 일의 싸움인데도 우세는커녕 시작부터 밀리고 있었다.
교주가 네 개의 손에 나눠 쥔 무기들은 서로 다른 사람이 휘두르는 것처럼 제각각 움직여 댔다.
게다가 그 속도와 힘 또한 상상을 완전히 초월했다.
“으윽!”
유설은 미친 듯이 창을 휘두르면서도 적잖게 당황하고 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 정도의 힘을 낼 수 있단 말인가.
아니, 도저히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두 눈은 흰자가 없이 시커멨으며, 네 개의 팔로 나찰처럼 움직이는 그 모습은 보면서도 황당할 지경이었다.
이렇게 정공법으로 싸우다간 답이 없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할 터.
콰아아앙-!!
유설은 강공으로 교주를 밀쳐낸 뒤, 다급히 후방으로 거리를 벌리며 소리쳤다.
“언니, 어검술!!”
그 순간 교주의 앞뒤에서 동시에 두 자루의 무기가 허공으로 비상했다.
그것은 곧이어 날을 세우더니 교주를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져 나갔다.
쐐에에에엑-!!
엄청난 속도로 날아드는 두 자루의 무기는 무엇이든 꿰뚫어 버릴 정도로 맹렬히 날았다.
그러나 폭주한 교주에게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오히려 얼굴을 더욱 일그러트리며, 사방에서 달려드는 두 자루의 무기를 신경질적으로 쳐 냈다.
카캉-! 카카카캉-!!
무공의 최고경지라는 어창술과 어검술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었으나, 네 개의 팔을 지닌 교주의 방어를 뚫을 수가 없었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적이 있단 말인가. 유설은 난생처음으로 거대한 벽을 만난 기분이었다.
하지만 원거리 공격을 통해 조금이나마 한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교주가 한 번 더 폭주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끄아아아악!!!”
괴성과 함께 그의 전신에서 시커먼 묵기(墨氣)가 사방으로 ‘확’ 뿜어져 나왔다.
뒤이어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그가 손에 움켜쥐고 있던 네 개의 무기 중 두 개가 허공으로 날아오른 것이다.
그것은 곧이어 허공에서 유설과 소소가 날린 무기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카카캉-! 카카카캉-!!
무려 두 자루의 무기를 동시에 기로 조종하다니.
이 기술은 유설도 최근 들어서야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렇게까지 능숙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교주가 이 순간 걸음까지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가까이 다가오는 그 모습이 오싹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가 죽을 만도 했건만,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유설의 투지는 오히려 더욱 불타오른다.
유설은 두 주먹을 ‘꽉’ 움켜쥐며 미간을 좁혔다.
“와봐, 이 못생긴 메뚜기 놈아! 내가 기름에 튀겨서 맛있게 요리해줄 테니까!!”
유설은 알지 못했다.
지금 이러한 놀림은 밀법천황의 일평생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도발이라는 것을.
그 누가 감히 그에게 이런 말을 내뱉을 수 있겠는가.
교주 밀법천황은 자신의 외모를 거론하는 사람조차도 살려 준 적이 없었다.
분노가 극한에 달했기 때문일까? 갑자기 유설을 향해 걷던 그의 걸음이 술 취한 사람처럼 휘청였다.
동시에 입술을 비집고, 한 줄기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도발이 먹힌 것일까?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다 해봐야 할 터.
– 계속해, 설아!!
소소의 전음에 유설은 다시 한번 호흡을 크게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