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100
웰컴 투 NBA 100화
#100. 신인왕 더비
“안녕하세요, NBA 팬 여러분. ESPN 채널의 First Take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호스트인 몰리 케림. 오늘도 두 분의 전문가, 스티븐 A 스미스와 맥스 캘러맨 씨를 모셨습니다. 스티븐, 맥스.”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여성 호스트의 진행 멘트에 두 해설자가 대답한다.
First Take.
ESPN 채널에서 매주 월-금 방영되는 TV쇼로, TNT에 Inside the NBA가 있다고 한다면 ESPN에는 First Take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스포츠 전반의 근황을 다루지만, 기본적으로는 ESPN에 방영권이 있는 NFL과 NBA 소식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편.
Inside the NBA가 선수 출신 패널들의 만담과 현역 시절 썰풀이를 셀링 포인트로 삼는다면.
First Take는 두 명의 ‘전문가’가 특정 화두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토크쇼의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Oh! come on, 스티븐. 오늘은 또 왜 그렇게 죽을상을 쓰고 있나요?”
First Take가 인기를 끄는 비결인 인물이 바로 스티븐 A 스미스.
일명 SAS.
스포츠 기자이자 평론가로, 특유의 선동적인 입담과 찰진 리액션, 쉼 없이 새로운 논쟁거리를 만들어 내는 탁월한 떡밥 생성 능력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인물이었다.
또 다른 전문가, 맥스 캘러맨이 대신 답변했다.
“몰랐나요? 올해 스티븐이 이런 얼굴이 될 때는 두 가지뿐입니다. 어제 시온 킴이 잘했거나, 도노반 미첼이 잘했거나.”
“예?”
“I knew it! 전 필 잭슨 이 인간이 끝까지 이럴 줄 알았습니다.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그날까지 구단에 똥을 끼얹었어요!”
쾅!
테이블을 거세게 내려치며 진한 탄식을 터트리는 SAS.
10번에 지명된 김시온.
13번에 지명된 도노반 미첼.
8번 픽을 소유했던 뉴욕 닉스가 충분히 데려올 수 있었던 선수들이었다.
“필 잭슨이 이 구단을 망쳐 놨어요. 닉스의 미래를 앗아 갔단 말입니다!”
“진정 좀 해요, 스티븐.”
“프랭크 닐리키나? 난 그 kid가 괜찮은(solid) 선수라는 건 인정합니다. 문제는 그 솔리드한 선수를 뽑기 위해 포기한 선수들이에요. 시온 킴! 도노반 미첼! 우린 8픽으로 신인왕 후보 중 원하는 선수를 골라서 데려올 수 있었다고요. 그런데 왜 닐리키나를 뽑았냐고요? 위대하신 필 잭슨 사장님께서 구단의 성공보다 ‘봐라! 내가 저 머나먼 유럽 땅에서 이렇게 대단한 재능을 발굴해 오지 않았느냐!’라며 잘난 척하기를 우선시했으니까!”
에이스인 카멜로 앤서니, 구단의 미래인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와의 대립 끝에 17-18시즌을 앞두고 사장직에서 해임된 필 잭슨.
그러나 필 잭슨은 마지막까지 귀중한 8픽으로 검증되지 않은 유럽산 가드, 프랭크 닐리키나를 지명하는 악수를 두며 닉스의 리빌딩에 큰 악재를 선물하고 말았다.
“진정해요. 닐리키나도 슬립 픽(더 윗 순번에 지명되리라 예상된 선수)이긴 하잖아요.”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중요한 건 닐리키나가 평균 4.3득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심지어 지난 경기에선 무득점이었다고! 무득점!”
피를 토할 기세로 부르짖는 SAS.
평소에도 과하게 드라마틱한 말투로 호불호가 갈리는 평론가인 SAS지만, 뉴욕 닉스의 소식에 한정해선 100% 진심이라는 걸 두 사람은 잘 알고 있었다.
“도노반 미첼은 13순위였으니 그렇다고 칩시다. 시온 킴은 뉴욕에서 이미 마음이 떠난 멜로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선수였습니다. 재럿 잭, 팀 하더웨이 주니어, 시온 킴,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 에네스 칸터의 조합. 베테랑과 젊은 재능이 조화를 이룬 강팀을 만들 수도 있었다고요. 그렇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죠. 왜? 그놈의 트라이앵글에 환장한 어떤 노인의 오만과 아집 때문에!”
“사실 필 잭슨이 아니어도 닉스는 당시에 시온 킴에겐 전혀 관심이 없었…….”
“1순위 차이로 스테판 커리를 놓친 것도 아직까지 피눈물이 나는데! 또 닉스가 닉스했다고!! 심지어 이번에는 뽑을 수 있는 선수들을 걸렀단 말입니다!!”
한바탕 광란의 시간이 지나간 뒤.
프로답게(?) 재빨리 감정을 수습한 SAS와 맥스 캘러맨은 76ers와 블레이저스의 승부 예측에 들어갔다.
SAS가 특유의 낮은 톤으로 대화를 이어 갔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시온 킴을 두고 광분한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전 홈팀인 세븐티식서스의 승산이 더 높다고 봅니다. 최근 식서스의 승률을 보세요. 최근 10경기에서 7승 3패. 이 중 2패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상대한 것이었죠. 올해의 식서스는 더 이상 만년 탱킹팀인 그 식서스가 아닙니다. 정말로 강팀이 되었어요.”
공격 지표는 리그 15위권으로 딱 평균적인 수준이지만.
수비 지표에선 리그 3위로, 스틸 2위, 블락 5위, 디플렉션 (Deflection, 패스 쳐 내기) 3위로 턴오버 유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필라델피아 76ers였다.
“선수들의 면모를 보세요. 기나긴 재활 끝에 돌아온 괴물 센터, 조엘 엠비드가 골밑을 초토화하고, 리그 최고의 무빙 슈터 중 하나인 JJ 레딕과 최고의 3&D, 로버트 코빙턴이 3점 슛으로 외곽 득점을 지원합니다. 심지어 파워포워드인 다리오 사리치의 3점 성공률도 작년 31%에서 올해 39%로 대폭 발전했죠. 이 팀은 정말로 강합니다.”
공수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빅맨 에이스와, 주어진 역할을 최고 수준으로 수행하는 롤 플레이어들의 조합.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중위권 전력은 된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올해의 식서스를 진정 강팀으로 만든 장본인은 바로 작년도 1순위 지명자, 벤 시몬스였다.
“벤 시몬스, Oh! 벤 시몬스! 이 Kid는 특별합니다. 아직은 제2의 르브론 제임스일지 오스카 로버트슨일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확실한 것은 이 젊은이가 미래의 슈퍼스타라는 사실이에요. 제가 장담하건대 시몬스는 머지않아 리그 최고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 겁니다. 어쩌면 역사상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르브론 제임스 이후 최고의 재능.
마이클 카터 윌리엄스, 앤드류 위긴스, 자바리 파커, 벤 시몬스, 마켈 펄츠 등등.
당대 최고의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던 선수들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본 수식어.
이는 그만큼 NBA 사무국이 리그의 새로운 얼굴이 될 Next를 애타게 찾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시몬스는 농구의 구시대적인 고정관념을 전부 파괴할 선수입니다. 왜 6-11의 빅맨은 포인트 가드처럼 드리블하고 패스할 수 없지? 왜 1번부터 5번까지 수비할 수 있는 선수는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다는 거지? 그런 의문의 해답이 바로 벤 시몬스예요! 우린 농구의 새로운 역사를 목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요!”
당연히 시류에 민감한 스티븐 A 스미스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벤 시몬스 뽕(hype)이 최고점에 달한 17-18시즌.
SAS는 방송국의 충실한 나팔수로서 이번 신인왕 더비에서 철저하게 76ers의 편을 대변하고 있었다.
“분명 이번 시즌의 식서스가 좋은 팀이긴 하죠. 하지만 식서스가 다크호스라면, 블레이저스는 멈출 줄 모르는 전차 같은 팀입니다.”
SAS가 식서스의 편이라면, 맥스 캘러맨은 블레이저스의 맹목적인 지지자였다.
일명 블레이저매니아(blazermania)의 일원.
“또 그놈의 블레이저매니아 타령인가요?”
“이번엔 진짜라니까요? 1976-77 시즌, 처음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신생팀 주제에 당대 최고의 선수들인 카림 압둘 자바, 줄리어스 어빙을 연달아 격파하며 첫 우승. 814경기 연속 매진의 대기록. 그 시절의 블레이저매니아가 돌아온 겁니다! 다들 더 늦기 전에 얼른 hype train에 탑승하세요. 좌석이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빵빵!”
“얼씨구.”
“아이고.”
호들갑을 떠는 맥스 캘러맨을 바라보며 두 출연자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맥스 캘러맨은 굳이 따지자면 뉴욕 양키스와 뉴욕 자이언츠의 팬.
그러니 지금 그가 블레이저스 팬을 자처하는 것은 철저히 비즈니스적인 행보라고 봐야 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내용까지 거짓은 아니었다.
첫 우승 시즌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만큼이나, 지금의 블레이저스는 굉장한 인기 팀으로 변모해 있었으니까.
“공격 지표 2위, 수비 지표 4위. 벤치 라인업 생산성 1위. 블레이저스의 올 시즌 성적입니다. 화끈한 남자의 팀. 주전 라인업에서는 특급 3점 슈터 셋이 끊임없이 골문을 두드리고, 벤치 라인업에선 스펜서 딘위디, 토니 앨런, 재럿 앨런이 튀어나오죠. 릴맥킴 3인방 중 하나만 터져도 이기고, 둘이 터지면 곧바로 가비지 경기를 만들어 버리는 무지막지한 폭발력을 지닌 팀이 바로 올해의 블레이저스입니다.”
이전의 블레이저스가 릴맥이 침묵하면 패배, 둘 중 하나만 터지면 중위권 전력, 둘 다 터지면 우승 후보라도 힘 싸움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도깨비 팀이었다면.
올해의 블레이저스는 셋 중 하나만 터져도 무난히 승리하는 강팀으로 변모해 있었다.
“그 비결이 바로 킴의 가세로 몇 단계는 향상된 수비력. 그리고 탄탄한 벤치 라인업입니다. 서부 컨퍼런스 1위라는 성적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죠. 생각해 보세요.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이 팀은 지금 하든과 폴의 로키츠, 햄튼 5의 워리어스보다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고요!”
“지금까지 홈에서 편한 경기만 치렀으니 그런 거죠.”
“Oh, come on! 아직도 그 소리예요?”
“제 말을 믿어요, 형제여. 지금의 순위는 아직 구단들이 ‘진짜 도전’을 맞이하기 전의 순위에 불과하니까. 제가 장담하건대 이번 동부 원정이 끝나고 나면, 서부의 순위는 분명 정상화가 되어 있을 겁니다.”
SAS의 오늘 두 번째 호언장담.
블레이저스의 미래가 벤 시몬스의 앞날에 대한 예언과 같은 결과를 불러올지는, 아직까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일이었다.
* * *
November 22, 2017
Wells Fargo Center, Philadelphia, Pennsylvania
Match Lineup
PG 데미안 릴라드 6-2
SG CJ 맥컬럼 6-3
SF 김시온 6-9
PF 제럿 앨런 6-10
C 유서프 너키치 7-0
[Philadelphia 76ers]PG 벤 시몬스 6-11
SG JJ 레딕 6-4
SF 로버트 코빙턴 6-8
PF 다리오 사리치 6-10
C 조엘 엠비드 7-1
“우우우우!”
“니들은 오늘 죽었다고 복창해라!”
“서부 촌놈들아! 살아서 집에 돌아가고 싶으면 적당히 뛰다가 꺼져 버려!”
“블레이저스 sucks! 블레이저스 sucks! 블레이저스 sucks!”
웰스 파고 센터.
식서스의 홈구장은 시작부터 어마어마한 적의로 가득 차 있었다.
“……올해는 유독 더 심한데?”
“식서스가 몇 년 만에 최하위권을 벗어난 시즌이잖아. 이번 시즌에는 좀 잘나가나 싶던 참인데, 워리어스 2연전에 이어서 우리와 붙게 되었으니…… 겉으로는 자신만만한 척 굴어도 속으론 엄청 쫄리겠지.”
과연. 이게 필라델피아인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적대적인 공기와, 어린애들의 귀를 막아야 할 것 같은 노골적인 욕설.
“이봐! 거기 원숭아! 네 고향인 정글로 돌아가!”
“하하하하!”
오랜만에 듣는 친숙한 닉네임까지.
으음…….
마치 고향에 돌아온 것만 같은 친숙함이다.
“저 개자식들이……!”
“이봐요, 당신들! 관중석 단속 똑바로 안 합니까? 명백한 인종 차별이잖아요!”
스펜서 딘위디와 제럿 앨런이 나보다 더 화를 내며 안전요원들에게 항의했지만.
안전요원들은 들은 둥 마는 둥 하며 모른척할 뿐이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놔둬요. 어차피 잡아낼 생각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정말로 괜찮다니까요? 사실 제가 인터뷰에서 필요 이상으로 자극한 탓도 있으니까요.”
사실 유럽에 비하면 이 정도는 순한 맛이다.
스페인, 프랑스에서도 인종 차별 욕설이 날아오는데 그리스, 러시아는 어떻겠어.
선수에게 맥주를 쏟거나 팝콘을 투척하는 대신 병뚜껑 같은 쇳덩이나 과일, 야채, 우산 따윌 거침없이 집어 던지는 동네가 바로 유럽이다.
‘살해 협박은 일상이었고, 흉기를 반입하려던 놈도 있었지.’
나는 그런 유럽에서도 꿋꿋이 내 할 말 다 하며 살아온 놈이거든.
183cm의 조그만 동양인 용병 시절에도 관객석에다 거침없이 가운데손가락을 치켜들었는데, 고작 이 정도 야유쯤이야.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할 건 그런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세븐티식서스, 등번호 25번. 유일무이(The one and only). 벤 시몬스!]“와아아아아!!”
“벤! 벤! 벤! 벤!”
잘 생긴 흑백혼혈의 호주 청년이 내 쪽을 물끄러미 응시한다.
벤 시몬스.
저 친구는 오늘 경기 전 인터뷰에서 나를 간접적으로 저격한 바 있었다.
– 벤, 당신은 신인왕 레이스의 경쟁자들인 시온 킴, 도노반 미첼과 달리 1년을 재수한 중고 신인이란 지적이 있는데요.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글쎄요. NBA 규정상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지 않나요? 그런 이야기를 자꾸 꺼내는 사람들은 뭔가 노림수가 있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객관적인 스탯 볼륨에서 저보다 뒤처진다거나.
– 오? 킴과 미첼의 지지자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그냥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은근슬쩍 발을 뺐지만, 누가 봐도 노골적으로 날 저격한 답변.
당연히 기자들은 내게 같은 질문을 던져 왔다.
– 재수생 논란이요? 네. 저도 벤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재활을 위해 1년을 통째로 날린 선수가 다음 해 신인왕 후보 자격을 얻는 규정.
나도 여기에는 딱히 불만이 없는 입장이었다.
–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요?
– 예. 규정상 문제가 없다면 논란이 되어선 안 되죠.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대학에서 4년을 채우고 온 선수들이 원 앤 던으로 올라온 선수들보다 훨씬 유리하잖아요? 그보다 벌써 신인왕 이야기를 하면 뭐 하나요? 아직 시즌이 끝나려면 멀었는데.
– 이미 후보가 셋으로 좁혀졌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말입니다.
– 에이. 올해 재능 있는 신인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론조 볼, 마켈 펄츠, 제이슨 테이텀, 카일 쿠즈마 등등. 이건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 그것보단 이달의 루키 상에 관심이 가네요. 10월/11월 어워드를 수여하는 게 언제였죠?
– 12월 1일. 대략 일주일 뒤군요.
– 그러면 오늘 경기 결과가 중요하겠네요. 그걸 모티베이션으로 삼아서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교과서적인 질문과 답변.
이 정도로 넘어갔다면 나도 더는 도발할 생각은 없었지만.
필라델피아 지역 언론의 기자는 날 얌전히 놔둘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 오늘 경기에서 시몬스를 막는다던데.
– 그렇게 될 것 같네요.
– 최근의 벤 시몬스는 멈출 수 없는 선수처럼 보이는데, 뭔가 대책이라도 있나요?
– 대책이라…… 당연히 있죠.
아무렴. 있고말고.
– 꽤 자신감이 넘치는 모양인데, 허세는 아닌가?
– 자세한 건 경기 내용을 지켜봐 주시죠.
– 너무 답을 피하는 것 같은데, 나도 먹고살아야 하니, 기사에 쓰게 뭐라도 한마디 해 주시죠.
내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얼굴을 찌푸리는 기자.
그래?
그러면 한마디 해 줘야지.
– 좋아요. 이렇게만 말해 두죠.
나는 기자의 마이크를 넘겨받아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며 대답했다.
– 오늘 경기가 끝났을 때, 필라델피아 팬들은 제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게 될 겁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 버리고 싶거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리 팀으로 영입하고 싶거나. 양면적인 감정이 들도록 만들어드리죠.
당연히 내 선언은 5분도 지나지 않아 널리 기사화되었고.
필라델피아 현지의 적대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우우우우우!!”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냐! 건방진 놈 같으니!”
“벤! 저 재수 없는 동양인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어 버려!”
천둥처럼 쏟아지는 야유.
나는 입꼬리를 비틀며 눈앞의 경쟁 상대를 바라보았다.
상대를 눈 아래로 낮춰보는 눈빛.
‘지금은 여유가 넘치는 모양인데…… 과연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까?’
대(對)시몬스 공략법.
신인왕 레이스에서 승리하고, 오늘 경기를 가져오기 위해서.
나는 그 해답을 세간에 조금 더 일찍 까발릴 생각이었다.
벤 시몬스. 다음은 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