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180
웰컴 투 NBA 180화
#180. Legacy (2)
유산(Legacy).
앞 세대가 남기고 떠난 물질, 정신적 가치를 일컫는 말이다.
물질적인 상속(inheritance)과 때때로 의미가 혼용되기도 하는데, 두 단어의 가장 큰 차이는 inherit이 재산을 물려받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 반면.
legacy는 물려주는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나는 선대가 남긴 유산을 상속했다(I inherited my predecessor’s legacy.)라는 식으로.
‘스포츠 업계에서는 주로 은퇴를 앞둔 선수에게 쓰이는 표현이지.’
커리어의 끝을 앞두고, 자신이 이 업계에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를 되돌아보는 것.
선수 생활 황혼기에 놓인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는 문제다.
‘디르크 노비츠키는 팀에 우승 반지와 영광된 역사를 남겼고, 하킴 올라주원은 수많은 후배들에게 자신의 기술을 지도했고, 우도니스 하슬렘은 팀에 히트 컬처(heat culture)라는 독특한 문화를 심어 놓았지.’
이 중 우도니스 하슬렘은 평생 롤 플레이어를 벗어난 적이 없는 선수지만, 마이애미 히트에서 뛴 선수 중 하슬렘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꼭 명예의 전당에 드는 위대한 선수가 아니어도 유산을 남길 수 있다는 소리다.
‘넓게는 커리어 말년에 염가로 고향 팀에서 활동한 선수들이나, FA로 걸어 나갈 수 있음에도 굳이 사인 앤 트레이드로 팀에 트레이드 자산을 남긴 선수들도 나름의 유산을 남겼다고 할 수 있겠지.’
아쉽게도 블레이저스는 legacy를 쌓을 기회를 여러 번 놓쳐 버린 팀이었다.
첫 우승의 주역인 빌 월튼은 의료진과의 갈등으로 트레이드를 요청.
한 시즌을 통째로 출전 거부한 끝에 FA로 팀을 떠났고.
90년대의 블레이저스를 대표하는 선수였던 클라이드 드렉슬러는 끝끝내 우승에 실패.
우승권 팀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해 그곳에서 커리어를 마무리했다.
그 외에도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던 Jail-blazers 시절.
핵심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해체 엔딩으로 끝난 알드리지 시절.
언제나 2% 아쉬웠던 릴맥 듀오 시절.
프랜차이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지만, 결별하는 과정에서 서로 간에 추한 모습을 드러내며 짙은 앙금을 남긴 데미안 릴라드의 트레이드까지.
‘아예 근본이 없는 신생 팀이거나, 우승권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만년 약팀도 아닌데 말이지.’
모두가 바라는 해피 엔딩이란 그리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퍼스는 참 복이 많은 팀이었다.
데이비드 로빈슨에서 팀 던컨까지.
선대가 남긴 유산을 성공적으로 후대에게 물려준 역사로는 NBA에서 단연 첫손에 꼽힐 팀이니 말이다.
‘레알 마드리드 못지않은 스타군단인 레이커스, 매년 성적의 압박에 시달리는 셀틱스에서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기 힘들지.’
부잣집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던가?
이런 역사를 지닌 팀은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명문 구단의 저력.
우리는 오늘 스퍼스를 상대하며 그 힘을 톡톡히 실감하고 있었다.
◎ 2쿼터 4:20
[블레이저스 30 : 38 스퍼스]삐이익!
24초 공격자 제한 시간이 모두 흘렀다는 의미의 버저가 울려 퍼진다.
“젠장!”
샷클락에 쫓겨 급하게 3점 슛을 시도했지만, 에어 볼을 범하고 만 맥컬럼이 분통을 터트렸다.
‘이거 쉽지 않네.’
이것으로 5포제션 연속 득점 실패.
우리의 벤치 라인업은 스퍼스의 짠물 수비 앞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블레이저스의 샷클락 바이올레이션. 공격권은 스퍼스에게로 넘어갑니다. 벌써 3분 가까이 야투 성공이 없는 블레이저스.] [대단한 수비력이네요. 공격력 하나는 일품인 딘위디-맥컬럼 라인업이 도무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퍼스는 언제나 막강한 수비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팀이었죠. 특히 드존테 머레이와 대니 그린의 앞선 수비는 리그 최고 수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평범한 수비수도 좋은 수비수로 조련하는 게 포포비치 감독의 능력이지만요.]‘상성이 좋지 않아.’
딘위디, 맥컬럼, 매튜스, 크라우더, 데이비스.
지금 출전하고 있는 세컨드 라인업은 맥컬럼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라인업이다.
문제는 스퍼스의 특급 식스맨인 마누 지노빌리.
‘올해 나이가 만으로 40세였던가?’
출전 시간은 작년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지만, 짬은 어디 가질 않는다는 것일까.
지노빌리는 언제나 그렇듯 스퍼스의 특급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감독님, 제가 나가겠습니다.”
“으음. 코너튼, 래리, 자네도 준비하게.”
“스몰라인업입니까?”
“그래. 코너튼이 3번, 킴이 4번, 래리 랜스 주니어가 5번. 에너지 레벨로 상대를 압도하도록.”
감독님의 선택은 맞불 작전.
어차피 스퍼스의 벤치진도 높이에는 큰 강점이 없으니, 스몰라인업의 활동량으로 노장이 많은 상대를 압도하려는 것이다.
삐익!
[선수 교체입니다. 킴이 평소보다 조금 일찍 들어가는군요.] [릴라드가 복귀하며 블레이저스는 항상 릴라드, 맥컬럼, 킴 중 두 명을 코트에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건 굉장한 강점입니다. 릴라드-맥컬럼, 맥컬럼-킴, 릴라드-킴 모두 나름대로의 강점이 있는 라인업이거든요.]“Go! Go! Go!”
우리는 휘슬이 울리자마자 상대 코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자고로 스몰라인업은 뛰고, 뛰고, 또 뛰어야 한다.
활동량이 부족한 스몰라인업은 그냥 난쟁이들로 구성된 라인업일 뿐, 어떤 강점도 없으니까.
“리바운드는 나한테 맡기고 일단 뛰어요!”
쿵!
나는 다비드 베르탕스와 치열한 몸싸움을 벌인 끝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
수비 리바운드를 따낸 뒤,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킴!”
“여기야!”
저 멀리 미식축구의 러닝백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달려가고 있는 동료들이 보인다.
나는 리바운드를 잡은 자리에서 발을 멈추고.
“흐읍!”
저만치 달려가는 코너튼에게 레이저 같은 장거리 패스를 집어던졌다.
쐐애애액!
엄청난 속도로 코트를 가로지르는 농구공.
[킴 to 코너튼!] [정확히 코너튼의 상체를 향해 전달되는 패스. 엄청난 아울렛 패스입니다!]무주공산이 된 골밑에서 패스를 건네받은 코너튼은 그대로 힘차게 도약했고.
투쾅!
특유의 다이나믹한 운동 능력을 발휘.
이번 주의 하이라이트 장면에 등극하기 충분한 호쾌한 덩크를 찍어 냈다.
“오오오우!”
코너튼은 아마 백인 선수 중 운동 능력으로는 독보적인 No.1일 선수.
최종적으로는 농구 선수의 길을 선택했지만.
고교 시절에는 95마일(153km/h)의 강속구를 던지는 우완 투수였고, 미식축구 경험도 있는 다재다능한 스포츠맨이었다.
[환상적인 덩크! 그야말로 용수철 같은 탄력이군요!] [이 친구, 드래프트 컴바인 당시 버티컬 점프 기록이 무려 44인치였습니다. 드래프트 기수 중 압도적 1위였죠. 운동 능력 하나는 알아준다는 소리입니다.] [정확한 3점에 훌륭한 운동 능력. 스몰라인업에서 3번을 볼 수 있는 사이즈. 장차 좋은 3&D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선수군요. 은근히 강심장 기질도 있는 선수고요.] [그러기 위해선 수비가 개선되어야 하겠지만요. 듣자 하니 최근엔 토니 앨런에게 수비 스킬을 전수받고 있다고 하더군요.] [호오. 그 토니 앨런 말씀인가요? 그거 기대해 볼 만 하겠군요.] [수비와 에너지 레벨, 그리고 3점을 갖춘 3&D는 어디서나 환영받는 자원이죠. 블레이저스는 이 선수를 꼭 붙잡아야 할 겁니다. 내년에 제한적 FA로 풀리는 선수거든요.]“바로 그거지!”
“나이스!”
내게 손가락을 향하며 고마움을 표하는 코너튼.
고마운 건 나지.
쉽게 어시스트 하나를 적립했는데.
속공 상황에서 앞서 달려가는 코너튼은 자동 2점 적립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훌륭한 마무리 자원이었다.
“계속 달려!”
래리 낸스 주니어의 합류 후, 우리는 스몰라인업을 써먹는 빈도가 크게 늘어났다.
맥컬럼, 딘위디, 코너튼, 래리 낸스, 그리고 나.
평균 연령이 20대 초반에 불과한 젊고 파릇파릇한 라인업이다.
‘다들 활동량과 스테미너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수들이지.’
감독님의 노림수는 멋지게 적중했고.
늙고 낮고 느린(……) 스퍼스의 선수들은 우리의 에너지 레벨을 따라오지 못했다.
“이익!”
6-10(208cm)의 파워포워드.
다비드 베르탕스가 두 팔을 높게 들며 날 막아선다.
‘베르탕스는 외곽 슛이 굉장히 뛰어난 스트레치 포(four).’
다비드 베르탕스.
일명 탕탕신.
전성기에는 3점 슛 성공률이 40%가 넘었을 정도로 사이즈 대비 뛰어난 슛터치의 소유자다.
문제는 딱 그것밖에 장점이 없다는 점.
‘악어 팔에 머리가 큰 체형이라 키가 큰 값을 못하고, 발이 느린데 파워도 그닥인 빅맨.’
어라? 이거 완전 동양인 빅맨 아닌가?
몇몇 선배님들이 들으면 단단히 경을 칠 생각을 하며, 나는 스핀 무브로 가볍게 베르탕스를 제치고 레이업을 올려놓았다.
“으윽!”
균형을 잃고 바닥을 나뒹구는 베르탕스.
그 모습을 본 포포비치 감독은 망설임 없이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타임아웃! 타임아웃!”
작전 타임 후 출전한 선수는 루디 게이(Rudy Gay).
나와 마찬가지로 3-4번을 오가는 만능형 포워드로, 분명 훌륭한 선수지만 그놈의 성씨 때문에 창고에 유니폼 재고가 쌓여 있는 비운의 선수이기도 하다.
“3-B! 3-B야!”
“Got it!”
바쁘게 수신호를 보내며 작전을 공유하는 스퍼스의 선수들.
수신호와 3-B라는 문구 중 뭐가 진짜인지는 우리들로서는 알 수 없었다.
릴라드의 픽앤롤 중심의 공격을 펼치는 블레이저스와 달리, 스퍼스는 모션 오펜스를 사용하는 대표적인 팀 중 하나다.
‘밀레니엄 킹스나 지금의 워리어스도 모션 오펜스 중심의 팀이지만…… 가장 오랫동안 모션 오펜스를 활용한 팀은 역시 스퍼스지.’
다섯 명의 선수가 활발히 공을 주고받으며 펼치는 유기적인 공격.
스퍼스의 선수들은 패스와 컷인, 스크린을 쉴 새 없이 반복하며 찬스를 만들어 냈다.
“스위치!”
“뒤쪽으로 컷인이야! 막아 줘!”
모션 오펜스의 최대 장점은 다섯 명 모두가 득점할 수 있고, 메인 핸들러(또는 에이스)의 기량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
뚜렷한 에이스가 없는 팀에 잘 어울리는 공격 전술이다.
‘우리도 모션 오펜스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이건 1, 2개월 연습한다고 완성되는 전술이 아니다.
주전 라인업이 오랫동안 합을 맞춰 온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어야 진짜 위력이 나오지.
‘모션 오펜스의 완성도에서 우리가 워리어스나 스퍼스를 따라갈 순 없어.’
이것 또한 일종의 유산인 셈이다.
모션 오펜스의 강점은 다섯 명 모두에게 득점 찬스가 난다는 것.
한 번의 플레이를 펼치는 동안 수십 번의 득점 기회가 생겨나기에, 수비 측은 그 모든 기회를 철저히 차단해야만 수비에 성공할 수 있다.
‘한 번이라도 수비 진영에 파탄이 일어나면 공격 측의 승리.’
이렇게 말하면 무적의 전술 같지만…….
수십 개의 찬스라고 해 봐야, 수비진이 똑바로 대처하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것들이고.
‘모션 오펜스의 단점. 그 첫 번째.’
패턴을 읽고 대처할 수 있다.
나는 이전 경기에서 스퍼스 선수들이 저 수신호를 보냈을 때 어떤 플레이를 펼쳤는지 기억하고 있었고.
드존테 머레이가 당시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확인.
머레이보다 한발 먼저 골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머레이! 사이드라인을 통해 컷인! 하지만 골밑에는 이미 킴이 도착해 있습니다!]“우웃……!”
주저하며 뒤로 물러나는 머레이.
예를 들어 방금 나는 드존테 머레이의 컷인을 일찌감치 봉쇄함으로써 머레이를 활용한 파생 찬스 3~4개를 무력화시켰다.
이런 식으로 모션 오펜스는 수비수가 제대로 따라가고, 제대로 스위칭하면 대처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 ‘제대로’가 결코 쉽지 않으니까 득점 찬스를 허용하는 거지만.
‘모션 오펜스의 단점. 둘째.’
턴오버가 발생하기 쉽다.
계속해서 공격이 이어지는 상황.
턱!
맥컬럼은 탑으로 이동하는 루디 게이에게 향하는 패스를 도중에 가로챘고.
[CJ 맥컬럼, 스틸!]“역습!”
투쾅!
맥컬럼은 날렵하게 코트를 내달려, 가볍게 레이업을 올려놓고 내려왔다.
‘복잡한 전술인 만큼, 실수가 발생하기도 쉽지.’
워리어스의 고질적인 문제가 턴오버인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공이 복잡하게 오가는 과정에서 패스 미스나 턴오버가 발생하기 쉬운 것.
“CJ, 계속 갈래요?”
“오케이. 아이솔레이션을 시도할 공간만 만들어 줘.”
우리는 CJ 맥컬럼의 아이솔레이션으로 지노빌리를 집중 공략.
계속해서 득점을 성공시켰다.
[CJ 맥컬럼! With the drive! 가볍게 미들 점퍼로 2점을 적립합니다!] [역시 아이솔 마스터. 폭발력 하나는 독보적인 선수네요. 이걸로 전반에만 18득점째입니다.]‘이게 슈퍼스타의 가치지.’
스퍼스가 다섯 명이서 X빠지게 뛰어다니며 한 번의 컷인 찬스를 만들어 내는 동안.
듀란트는 그냥 대충 점퍼를 쏴서 똑같은 2점을 기록한다.
‘일명 ‘딸깍’ 농구라고 하지.’
그 유명한 인터넷 밈(meme) 있잖냐.
하수는 땀을 뻘뻘 흘려 가며 결사의 각오로 승부에 임하고 있는데.
고수는 발가락으로 대충 아무 버튼이나 ‘딸깍’ 눌러도 손쉽게 승리를 거두는 불합리한 상황.
그만큼 동일한 결과를 내기 위해 드는 노력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거다.
‘심지어 효율은 듀란트가 더 높을걸?’
24초를 다 써 가며 패스를 돌리는 동안 턴오버가 발생할 확률이 더 높을까?
아니면 듀란트가 공을 흘릴 확률이 더 높을까?
그만큼 특급 선수의 히어로 볼(Hero ball)은 쉽고 강력한 전술이라는 소리다.
짝!
“나이스 샷.”
“오늘 슛감이 좋아. 나한테 계속 맡겨 줘.”
“오케이. 접수했씀다.”
농구는 결국 제한된 공격 기회를 최대한 높은 확률로 득점하면 승리하는 게임이고.
간결한 공격으로 순도 높은 득점을 생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슈퍼스타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건 나도 비슷하지.’
나도 한 간결 하는 편이거든.
나는 코너튼에게 스크린을 요청했고.
끼긱! 쿵!
루디 게이가 스크린에 멈춰있는 틈을 타 그대로 점퍼를 올라갔다.
[시온 킴! 탑에서 롱 투!]철썩!
낮은 포물선을 그리며 그물을 가르는 농구공.
[들어갑니다! 이것으로 스코어는 44대 44! 동점입니다!]“그렇지!”
나는 팔뚝에 힘을 빡 주며 득점을 자축했다.
삐이이이익!
“타임아웃! 타임아웃!”
[포포비치 감독이 다시 타임아웃을 요청합니다. 스몰라인업을 꺼내 들며 분위기를 반전하는 데 성공한 블레이저스가 결국 동점까지 만들어 내네요.] [좋은 흐름입니다. 간결한 공격이 가장 효율적인 공격이라는 농구의 제1 법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어요.]두 번 연속으로 타임아웃을 요청하는 포포비치 감독.
이는 우리가 모멘텀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는 반증과도 같았다.
짝!
벤치에서 심기일전한 릴라드가 걸어 나오며 내게 하이파이브를 건넨다.
“잘해 줬어. 이젠 나한테 맡겨.”
“오? 이제야 좀 제대로 해 볼 생각이 든 거예요? 난 우리 에이스가 아직 복귀하지 않은 줄 알았지.”
“이 자식이…… 난 원래 슬로우 스타터라고.”
그거야 나도 잘 알지.
벤치에서 우리의 활약을 지켜본 릴라드는 눈빛이 활활 불타고 있었다.
1쿼터와는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달라진 느낌.
‘집중력이 올라왔나?’
빠릿빠릿하게 선 면도날 같은 분위기에, 나는 묘한 기대감을 품고선 릴라드를 바라보았다.
릴라드에 이어 아미누와 너키치가 벤치에서 몸을 일으킨다.
다시 가동되는 주전 라인업.
비록 조금 늦기는 했지만, 블레이저스의 베스트 파이브가 본모습을 보일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