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59
웰컴 투 NBA 59화
#059. 첫인상의 중요성 (3)
경기가 진행되는 시각.
포틀랜드의 경기를 생중계하는 음지의 모 사이트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감상을 공유하고 있었다.
– 김시온 또 넣음?
– ㅇㅇ 또 넣음. 이걸로 3점만 3개째
– 와 미쳤네 ㅋㅋㅋㅋㅋ
– 역시벽신 ㄷㄷㄷ
– 에반 터넌지 뭔지는 오늘 3점 5번 쏴서 하나도 못 넣었던데 ㅋㅋㅋㅋ
– 와 근데 ㄹㅇ 긴장을 하나도 안 하네. 데뷔전 맞냐?
– ㅇㅅㅂㅅ
– ㅇㅅㅂㅅ
가장 많이 보이는 댓글은 역시 한국어였다.
그다음은 당연히 영어.
– 저 코리안 알파벳 4글자는 무슨 뜻이지?
– 일본어나 중국어 아니야?
– 아냐. 킴의 SNS에 한국인들이 항상 다는 댓글이라고.
[3쿼터 6:42. Sion Kim, score 3PT, from corner. (14pt)]– 또 넣었어?
– 여러분 포워드가 3점슛을 넣고 있어요!
– my god, 당연히 넣어 줘야 할 걸 넣는다는 게 이렇게 소중한 줄 몰랐어.
– 드래프트 당일 올라온 기사 제목 : ‘하클리스를 하클리스 2.0으로 교체. 또 한 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 포틀랜드.’
└ 네? 하클리스가 누구죠?
└ 저기 킹스에 3점슛 안 쏘는 3&D 있음 LOL
└ 에이, 농담도. 그런 선수가 있을 리 없잖아?
– 하클리스 진짜 잘 치웠네. 지난 시즌 막판에는 샷건으로 쏴 버리고 싶었는데.
– 포틀랜드 현지인임. 지금 주점에 와 있는데, 우리 아버지 미쳤나 봐. 킴이 3점 넣을 때마다 생맥주 한 잔씩 돌리고 계심.
└ 어디임? 바로 간다.
└ 돈이 많으신가 보네. 부럽다. 난 리그패스 결제할 돈이 없어서 여기서 보고 있는데······
[3쿼터 8:05. Josh Jackson. Turnover. (3 TOV)]– 저딴 게 4픽 LOLOL
– 이번 신인들 진짜 대박이다. 킴에게 가려져서 그렇지, 재럿 앨런도 잘해 주고 있잖아?
ㄴ 딘위디도 은근 꿀 영입 같음.
ㄴ For real. 처음엔 어디서 가비지 멤버 하나 데려온 줄 알았는데.
– 신이시어. 프론트가 일을 하고 있어요!
– 블레이저스 프런트와 무능함은 동의어인 줄 알았는데.
└ 아직도 신기해. 올쉐이 하나 없어졌다고 이렇게 달라지나?
└ 몰랐어, 친구? 프런트에 있던 올쉐이 사단은 죄다 좌천당했어. 지금 요직에 앉아 있는 건 맥네어 신임단장 라인이야.
– 이러다가 십자인대 끊어먹고 1년 결장하는 게 포틀랜드의 유서 깊은 전통이긴 한데.
└ 아
└ Shut the fxxk up
└ 나 PTSD 올 것 같아······
└ 제발 다치지만 말자······ 제발······
– 생각할수록 아쉽네. 이 로스터에 에반 터너, 마이어스 레너드 대신 연봉값을 하는 주전 파워포워드 하나만 있었어도······
└ 다른 계약을 털어 낸 걸 감사하게 생각하자구, bro.
└ 그래. 팀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본 게 얼마 만이야?
응원하는 팀에게 팬들이 바라는 것은 물론 우승일 테지만.
그렇다고 우승 반지를 얻지 못한 모든 29개 팀의 팬들이 불행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팀이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지리란 희망.
포틀랜드의 팬들의 마음속에서, 김시온은 그러한 희망의 상징이 되어 가고 있었다.
***
◎ 4쿼터 4:05
[Trail Blazers 96 : 95 Suns]경기는 4쿼터 중반에 들어서고 있었다.
시범 경기인 만큼 주전 멤버들은 이미 빠진 지 오래였고, 벤치진의 세컨드, 서드 유닛 선수들이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뛰고 있는 상황.
삐익!
팻 코너튼의 자유투 1구가 끝나고 양 팀의 선수들이 대거 교체되었다.
“젠장!”
15득점을 기록한 조쉬 잭슨이 벤치로 들어가며 아쉬움을 토해 낸다.
T.J. 워렌도 21득점을 기록하고 일찌감치 퇴근.
아무래도 두 선수 모두 더 이상은 출전하지 않을 모양이었다.
‘나도 교체인가?’
내 현재 성적은 19득점.
벤치를 바라보니, 스토츠 감독님이 내게 고개를 가로젓는다.
20득점을 마저 채우고 들어오라는 의미였다.
“헤이, 키드.”
백업 파워포워드 겸 센터인 베테랑, 에드 데이비스가 내게 손을 까닥였다.
“마지막 슛은 기왕이면 3점으로 넣어.”
“네?”
“이만 가 봐. GO!”
툭. 내 등을 두드리고 걸어가는 데이비스.
느닷없이 무슨 소리래?
‘아니, 넣을 수만 있으면 당연히 2점보단 3점 슛이 낫겠지만.’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나.
상황이 따라 줘야지만 가능한 거지.
“킴!”
탑에 선 재럿 앨런이 내게 핸드오프를 시도한다.
45도 윙에서 탑으로 천천히 올라가며, 앨런이 내민 농구공을 넘겨받았다.
핸드오프(hand-off)란 볼을 가진 빅맨이 등을 돌리고 팀원에게 패스를 전달하는 것.
‘여기서 핸드오프를 받는 리시버(receiver)는 다양한 선택지를 취할 수 있지.’
핸드오프 패서(passer)의 몸뚱이를 스크린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
그대로 가속도를 붙여 돌파해도 되고, 상대가 앨런의 스크린을 넘어오는 틈을 노려 반대 방향으로 진입해도 된다.
아니면 핸드오프 패스를 받는 척만 하고, 앨런이 돌파를 시도할 수도 있고.
패서와 리시버.
두 선수의 호흡에 따라 무궁무진한 공격 루트가 파생되는 것이 바로 핸드오프 플레이의 묘미였다.
턱! 하이포스트와 3점 라인 사이에 단단히 버티고 서는 앨런.
내 매치업 상대인 데릭 존스 주니어는 앨런에게 막혀 더는 다가오지 못했고.
[킴, 핸드오프! 그대로 돌파하나요?]나는 안으로 진입해 롱 투를 올려놓으려다가.
문득 데이비스의 말이 떠올라 3점 라인 앞에서 멈춰 섰다.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그런 말을 한 거겠지.’
퉁! 공을 한번 튕기며 원 투 리듬으로 스텝을 밟았다.
캐치와 동시에 상체는 슛 모션을 취하고, 몸통은 골대를 향하며, 하체는 힘차게 코트 바닥을 박찬다.
점프가 정점에 도달하기 직전, 하체의 힘을 수직으로 전달하며 슛을 쏘아 냈다.
철썩!
[He puts it in! 들어갑니다! 이걸로 3점만 5개째군요!] [22득점을 기록하며 오늘 경기 최다 득점자로 올라서는 킴입니다!]“휘유!”
가볍게 휘파람을 불며 관객석에 손가락 3개를 세워 보였다.
이걸로 릴라드와 약속한 20득점은 채운 셈인가?
NBA에서 20+ 득점이라니.
‘이게 진짜로 되네.’
만족스러운 결과.
그리고 내 데뷔전은 이쯤에서 마무리될 모양이었다.
***
경기가 끝나고.
흥분으로 얼굴이 상기된 백인 리포터가 요란법석을 떨며 마이크를 내밀었다.
“킴! 오늘 경기의 최다 득점자가 된 것을 축하합니다! 워우!”
“하하. 고마워요, 마리아.”
“데뷔전 22득점이라니! 지금 인터넷이 얼마나 떠들썩한지 아나요?”
“예?”
물론 22득점이면 대단한 성적이긴 한데.
페이스가 빠른 NBA에선 30득점 이상을 기록하는 경우도 많잖아.
1옵션인 선수들은 가끔 40, 50득점을 기록하기도 하고.
‘내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성적이긴 한데······ 이 정도까지 호들갑을 떨 일인가?’
다만 이건 내 착각이었다.
루키가 아니라, 일반적인 NBA 선수들을 기준으로 생각했던 것.
“당연히 대단한 일이죠! 물론 시범 경기니 비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겠지만, 신인이 NBA 데뷔전에서 20득점을 기록하는 건 매년 한 명이나 나올까 말까 한 일이라고요!”
“그래요?”
“올해 프리시즌 경기에선 새크라맨토 킹스의 디애런 팍스가 16점. 올랜도 매직의 조나단 아이작이 15득점을 기록했죠. 최다 득점자는 어제 19점을 기록한 브루클린 네츠의 카일 쿠즈마였습니다. 방금 전까지는요!”
“오······.”
르브론 제임스 : 25득점 9어시스트 6리바운드 4스틸.
루디 게이 : 21득점 8리바운드 4블락 1스틸.
블레이크 그리핀 : 20득점 4어시스트 14리바운드 1스틸.
앤서니 데이비스 : 21득점 7리바운드 1스틸 1블락.
마이클 카터 윌리엄스 : 22득점 12어시스트 7리바운드 9스틸.
데미안 릴라드 : 23득점 11어시스트 3리바운드 1스틸.
조엘 엠비드 : 20득점 7리바운드 2블락.
“그 외에도 몇몇 선수들이 있지만, 데뷔전에서 20득점을 넘긴 신인들은 대부분 훗날 NBA에서 굉장한 활약을 펼치는 선수로 성장했죠. 그런 쟁쟁한 선수들에 비견될 정도의 성적이라고요!”
“와우. 그거 영광이네요. 이대로 좋은 경기력을 이어가서, 정규시즌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리포터가 좀 과도하게 호들갑을 떠는 느낌이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충분히 기분 좋은 이야기였다.
“5개의 3점을 성공시킨 것도 기존의 최고 기록과 동률이죠. 공동 수상자는 1994년에 데뷔한 도넬 마셜과 작년에 포틀랜드에서 데뷔한 제이크 레이먼입니다.”
“잠깐만요. 저희 팀의 그 제이크 레이먼이요?”
“Yes!”
그건 몰랐네.
작년 2라운드 47픽으로 지명된 스몰포워드. 제이크 레이먼.
나와 에반 터너에 밀려 그리 많은 출전 시간을 받지 못하고 있는 친구였다.
“축하해, 킴.”
“고마워요, 제이크.”
제이크 레이먼이 다가와 축하를 건넨다.
아하. 그래서 에드 데이비스가 기왕이면 3점을 넣으라고 한 거였구나.
레이먼이 작년에 세운 기록을 기억하고 있던 거였네.
계속 인터뷰를 이어 가려는데.
덥썩!
갑자기 레이먼이 내 팔뚝을 붙잡았다.
“제이크?”
“미안해, 킴. 나도 아직 1년 차인 신인이라서, 고참들이 까라면 까야 하거든.”
“뭐가요? 읍!”
철퍽!
내 머리 위로 쏟아지는 초록색 액체.
제이크 레이먼이 후다닥 뒤로 물러나며 피폭 범위에서 몸을 피한다.
“이야, 표정 제대론데?”
“크하하! 이봐, 루키! 열심히 핥아 먹으라고! 땀 많이 흘렸잖아!”
······이거 게X레이잖아.
텅 빈 초대형 게토레이 통을 들고 있는 아미누와 그 옆에서 폭소를 터트리는 너키치.
두꺼운 팔로 내 목을 휘감은 너키치가 카메라에 대고 소리쳤다.
“아야야.”
“이 꼬맹인 진짜배기야. 다들 똑똑히 지켜보라고. 이 자식은 올해 분명 대형 사고를 칠 테니까!”
“아파요. 아파. 아프다고!”
······나 참.
이걸 결국 당했네.
마음껏 루키를 괴롭히고 떠나가는 아미누와 너키치.
그 광경을 보며 깔깔대던 마리아가 말했다.
“킴, 경기도 끝났으니, 이제 솔직히 말해 봐요. 당신 19살 아니죠?”
“네?”
“프로 경력이 한 20년쯤 된 거 아니에요? 아니면 출생 연도를 속였다거나? 대학교 4년을 채우고 온 선수도 데뷔전에서 이렇게 침착하진 못할 겁니다.”
아. 그런 의미였나.
“뭐······ 선즈는 젊은 선수들이 많기도 했고, 릴라드를 비롯한 고참 선수들이 제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아, 너키치는 빼 주세요. 그 양반은 좀.”
“아하하. 요즘 사람들이 킴을 에이스 킬러라고 부르는 거 알아요?”
“에이스 킬러요?”
공중 무릎 차기를 잘 구사할 것 같은 별명인데.
벽신에 이어 이번에는 에이스 킬러냐?
“킴은 10순위에 지명되었지만, 작년도 2순위 브랜든 잉그램, 올해 2순위 론조 볼, 3순위 제이슨 테이텀, 4순위 조쉬 잭슨······ 최고의 재능이라고 평가받는 선수들을 모조리 락다운하고 있잖아요?”
“아. 그런 의미인가요.”
훗날 슈퍼스타로 성장하는 동년배 선수들.
아무래도 그런 선수들을 만나면 더 의식해서 수비하는 편이다.
‘훗날 어떤 플레이를 펼치는지 대략적이나마 알고 있으니까, 수비할 때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예상하기 쉽기도 하고.’
“오리건의 알트만 감독은 자신이라면 킴을 10순위보다 훨씬 윗 순번에서 지명했을 거란 의견을 내놓았는데, 최근 서머 리그 활약으로 그 발언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거든요. 혹시 그 발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그러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보스턴 셀틱스의 어떤 전설적인 선수도 자신이 10픽으로 지명된 것에 분노를 터트린 일화가 있었다.
“The Truth, 폴 피어스 말씀이시군요?”
“네.”
당시 피어스는 올해로 치면 론조 볼처럼 2, 3순위에는 무조건 지명되리라 예상되고 있었고, 어쩌면 1픽에 지명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받는 초대형 유망주였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10순위까지 떨어져 보스턴 셀틱스로 가게 된 것.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피어스는 인터뷰에서 선언했다.
“지금 날 지나친 9개 팀을 반드시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 였죠.”
“그랬었죠! 단어 하나하나까지 외우고 있네요?”
“워낙에 인상 깊은 일화였으니까요. 뭐······ 공교롭게도 절 지나친 것도 9개 팀이네요.”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깨닫고 눈을 반짝이는 마리아.
“저도 이 자리에서 선언하죠. 필라델피아, 레이커스, 보스턴, 피닉스······ 절 지나친 9개의 팀이 그때 킴을 뽑았어야 했다고 후회하도록 만들겠습니다.”
당연히 어느 정도 계산은 하고 내놓은 발언이었다.
이번 드래프트의 TOP 10픽은 대부분 버스트(실패)로 끝나고, 훗날 성공하는 선수가 테이텀, 팍스, 마카넨 정도밖에 없거든.
그나마 팍스와 마카넨도 본격적으로 포텐이 터지는 건 꽤 먼 미래의 이야기니까.
‘솔직히 몇 년 뒤 mvp 컨텐더로 성장하는 테이텀보다 잘할 자신은 없긴 한데.’
에라, 나도 모르겠다.
그 테이텀도 높은 무대에서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여 주며 탈락한 경험이 많으니까.
그럴 때 ‘차라리 픽다운해서 김시온이나 뽑을걸!’이라고 후회하는 보스턴 팬이 한 사람 정도는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려면 무엇보다 내가 잘하는 게 선결 조건이겠지.’
뭐든지 시작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내 루키 시즌은 일단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셈이었다.
◎ 경기 결과
[Trail Blazers 116 : 112 Suns]Sion Kim – 28min
22PT 3AST 5REB 2STL
3PF 1TOV
FG 8/13 (61.5%) 3PT 5/9 (55.5%) FT 1/1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