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162
163. 운명이란.
“어떡하려구요? 설마 직접 들어갈 생각이에요?”
비비안이 수혁의 앞을 막아섰다.
“들어간 뒤에는 절대로 나올 수 없어요!”
“좌표를 찍고 게이트를 만들어서 나올 수는 없나?”
“저건 단순한 감옥이 아니에요. 육신을 구성하는 순간부터 마치 지옥처럼 강제적인 제한 주문이 걸리는 곳이라구요. 거기에 테두리는 공간을 왜곡하고 마력의 응집을 방해하는 파장이 깔려있어요. 오히려 그런 방법으로 나온다면 산채로 온몸이 분해되어 버릴 테고 영혼마저 갈가리 찢길 거에요. 그래서 저 육체에 외신을 강제로 전이시킨 거라구요! 육체 자체가 또 하나의 감옥이 되어 버리는 곳이에요.”
키프로스가 지옥을 연구하면서 얻어 낸 결실로, 영혼이 아닌 육체를 강제적으로 튕겨내는 현상에서 모티브를 따 온 감옥이었다.
육체를 가진 한 저 감옥에서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다.
거기에 육체를 가진 신이 강제적으로 육체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마치 심해에서 수압이 몸을 짓누르는 것처럼 마력이 계속 온몸을 압박한다.
그런 곳을 수혁이 들어간다고 하자 비비안은 두 손을 뻗으며 말렸다.
“자살 행위에요.”
“그건 주먹을 맞대기 전까진 모르는 법이야. 그리고 나도 실수를 한 게 있거든. 저 녀석한테 공물을 넘겨 버려서 말이지….”
“100년이에요. 감옥이 버텨 주는 기간인 100년 안에 새로운 방법을 찾으면 돼요.”
“혹은 100년 뒤에 우리가 멸망할 지도 모르지.”
“그건….”
비비안은 키프로스의 주문을 그대로 따라한 것일뿐, 그와 같은 마법적인 소양이 깊은 것은 아니었다.
키프로스의 마지막 작품을 눈앞에서 직접 보는 그녀는 솔직한 심정으로 이걸 더 뛰어넘는 새로운 주문을 만들어 낼 자신은 없었다.
뚜벅. 뚜벅.
수혁이 천천히 감옥에 가까워져 갔다.
그의 앞을 막아섰던 비비안은 자신의 어깨를 스쳐 지나가는 그를 향해 몸을 돌렸다.
손을 뻗어 그의 등을 잡으려했던 손이 파르르 떨리며 힘없이 떨어졌다.
“수혁, 당신이 이겨도 100년이나 갇혀 있어야 해요.”
“…그럼 천천히 싸우지 뭐.”
수혁이 마력 감옥으로 들어가고, 비비안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그녀는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새로운 감옥을 만들어 내야 할지, 아니면 감옥을 해체하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아야 할지는 이 전투에 달려 있었으니까.
“으음….”
감옥 안으로 들어가자 온 몸을 짓누르는 마력의 압박감이 느껴졌다.
심해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은 수압을 버텨 내기 위해 신체를 진화시켰다.
수혁의 몸에 흐르는 마력이 감옥 안의 압력에 버티고자 최선을 다해 저항했다.
모든 마력이 육체를 유지하는데 집중되어 있으니 이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부담이었다.
등에 붙어 있던 망토도 마력의 압력이 버거운지 등에 찰싹 붙은 채 더는 움직임이 없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적응을 마친 수혁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감옥이 생겨나기 전과 달리 굼벵이마냥 느릿느릿해졌다.
조금씩 적응이 되갈수록 전과 같이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수혁이 다가오는 걸 제단 위에서 보고 있던 키프로스의 얼굴을 한 외신, 니쉬코트가 흥미로운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
마침내 수혁이 제단 앞까지 도달하자 그와 두 눈을 마주 볼 수 있었다.
“노스페라투, 마신의 파편이여. 이런 모습으로 보게 되니 생각보다 재미있군. 운명이 얽힌 물레는 나조차도 볼 수 없지. 엮인 실을 엿보는 재주는 나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하지만 운명의 실 끝에 자네와 내가 마주치게 될 것은 잘 알고 있었지.”
“너는 일단 좀 내려와 봐. 한 대 맞고 시작하자.”
“하하하하하하. 자네의 유머 감각이 제법 늘었군. 하지만 비록 이런 모습이라도 자네와 나는 격의 차이가 분명하다네.”
휙-
제단 위에 있던 니쉬코트의 신형이 사라졌다.
눈도 깜빡이기 전에 수혁은 본능적으로 왼편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주먹이 다가오는 경로를 이미 알고 있었는지 니쉬코트가 그의 주먹을 낚아챈 후 손바닥을 올려 팔꿈치 밑을 강타했다.
뿌지직-
팔꿈치 뼈가 부러지고 뒤틀리며 살을 찢고 튀어나왔다.
핏방울이 튀어야 정상이겠지만 피부 밖으로 나가던 핏방울이 빠르게 다시 원위치했다.
으득-
고통을 무시한 수혁이 근접거리에서 이마로 들이받았다.
그러나 이마에 맞닿을만한 지근거리에서 아슬아슬하게 피한 니쉬코트는 여전히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팔을 떨쳐내려했으나 수혁의 손을 붙잡고 놔주지 않은 니쉬코트가 연이어 복부를 손바닥으로 강타했다.
퍽. 찌르르르-
내장이 뒤집어지고 진동하는 장기들이 뒤틀리며 말없이 고통을 드러냈다.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무언가를 수혁은 참지 못했다.
대신 고개를 니쉬코트쪽으로 돌렸다.
“웩!”
거무죽죽한 피를 그대로 니쉬코트의 얼굴에 뱉었으나 이미 그는 그 자리를 피한 상태였다.
눈 한 번 깜빡일 시간보다도 짧은 경합만으로 수혁은 팔이 부서지고 배에 시퍼런 멍이 들어 버렸다.
잠깐 동안 수혁이 느낀 것은 니쉬코트는 이미 그가 무엇을 할지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지력이라고 해야 할까.
그의 행동보다 이미 앞서 있는 적이라니.
절망적인 상황에서 수혁의 투쟁심, 피가 더욱 끓어올랐다.
오물오물.
“퉷!”
피 한 방울도 아깝지만 마력의 흐름을 방해하는 죽은 피를 뱉어 냈다.
이어서 숨을 한 번 들이켜자 모든 상처가 회복되었다.
어느새 니쉬코트는 다시 제단 위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올라가 있었다.
“내 인사가 마음에 드나?”
“꽤 격렬한 인사라 마음에 드는군.”
“하하하하하.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육체라니…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해야 할까. 잊고 있었던 너무나 즐거운 감각이야. 내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뭐, 어차피 지금 이 육신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 나름 계획대로 잘 되어서 다행이라네.”
“계획대로라고? 그게 무슨 소리지?”
수혁의 질문에 니쉬코트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수혁과의 만남이 너무나 즐거운 모양이었다.
“그거 아나? 한 번 육신을 탈각해 신이 되어 버린 몸으로는 더 높은 격으로 올라설 수가 없다는 것을… 지금껏 무수한 방식으로 도전했지만 더 높은 신격을 얻을 수가 없었어. 그것이 내가 가진 한계… 그렇기에 난 오랜 세월을 방황하며 찾아다녔지. 그만한 신격을 얻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완전한 육신을 말이야.”
“설마….”
안색이 변한 수혁과 달리 니쉬코트는 너무나 즐거운지 웃음꽃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온갖 세계를 돌아다니다 자네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운명의 실을 읽어 낼 수 없어도 자네와 나의 실이 잔뜩 꼬여 있는 것은 잘 알 수 있었어. 그 끝에 관해서도 말이야. 자네는 결국 내 앞에 이렇게 신격을 높여 줄 온전한 육체를 가져다줄 거라는 걸… 마신의 파편을 몸에 담아 그릇이 커진 그 육신이라면 나에게 딱 맞지.”
“이 새끼가?!”
신이 된 니쉬코트는 자신을 아득히 뛰어넘는 상위 신이 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필멸자가 신을 우러러보듯이 상위 신과 니쉬코트의 관계는 그만큼이나 멀었다.
한낱 자신의 운명조차도 제대로 엿보지 못하는 것이 무슨 신인가.
진정한 의미의 신은 그가 아닌 더 높은 차원에 있었다.
그다음부터 무수히 신격을 상승시킬 방법을 찾아 니쉬코트는 온 차원을 떠돌았다.
– 도와주세요!
– 우리에게 힘을! 이 절망을 끝낼 희망을!
우연히 지나가던 한 세계에서 그는 자신보다 아득히 격이 높았던 마신의 파편을 발견했다.
그리고 파편을 통해 만들어진 육신까지.
그러나 흡혈귀라는 한계점을 가진 육신은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다.
다행히도 저 파편과 자신이 운명의 실로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결국 노스페라투로 되살아난 파편을 봉인한 뒤, 이자가 다시 자신의 앞에 나타나 온전한 육신을 가져올 것을 기대했다.
무수한 세월이 흐르고 생명력이 꺼져 가던 니쉬코트는 평소 해왔듯이 새로운 세계에 탑을 세우고 격을 유지할 전사들을 육성했다.
인간들이 모여 살던 세계에 평소처럼 다른 세계의 존재들을 불러들였으나 갑자기 봉인했던 노스페라투가 나타나 인간과 육신이 합쳐졌다.
흥미로운 마음으로 지켜보니 노스페라투가 얻은 인간의 육신은 성장해 갈수록 그 어떤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저만한 힘을 담는다면 이미 깨어져야 할 텐데 강해질수록 그에 맞춰지는 육신이라니.
키프로스라는 존재가 자신을 끌어내리려 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내버려 두었다.
그가 노력할수록 노스페라투와 자신이 이렇게 부딪힐 시간이 빠르게 다가오니까.
드디어 맞닿은 운명의 실의 끝부분에 도달했다.
“본래 실과 실이 얽히면 약한 실은 끊어지기 마련이다. 오늘이 바로 너의 실이 끊어지는 운명의 날이란다. 그러니 순순히 너의 육체를 나에게 바치거라. 운명을 받아들여라.”
“지랄.”
수혁은 니쉬코트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
이제 와서 모든 게 계획적이었다고?
지금껏 적을 죽이고 힘을 강화해 놓은 것이 전부 이날을 위해서라고?
그는 언제나 스스로 생각해서 모든 일을 진행해 왔다.
그 누구의 간섭도 없이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해 온 일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실은 모든 것이 전부 정해진 결과였다고?
“탑을 무너지고, 너를 숭배하던 대전사들이 죽고, 우리 세계에 펼쳐 놓았던 너의 힘을 박살 낸 것들이 전부 계획된 것이라고?”
“얇은 실이란 본디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는 법이지만 끊어지지는 않는 법.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운명의 실타래에도 끝은 존재하지.”
이야기를 듣던 수혁은 다시 한번 더 코웃음을 쳤다.
운명론에 관해 들을수록 모순된 점이 가득했다.
“하- 진작 이 육신이 탐났다면 네가 스스로 행동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너는 자세히 모르니 그저 운명이 굴러가는 대로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뿐 아니었나? 마치 정해진 결과인 척 유세 떨지만 보아하니 앞날이 어떻게 될지 너도 모르는 거 같은데.”
“…….”
“두 개의 실이 맞닿아 끊어지는 건 확실한데, 내 건 아니야. 네 거지.”
수혁의 말에 니쉬코트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무래도 말로 해서는….”
니쉬코트의 말이 이어지는 가운데,
휙-
이번엔 수혁의 신형이 먼저 사라졌다.
아직 감옥 안에서 육체의 적응이 덜 끝났던 아까 전과 움직임이 달랐다.
제단 위에 서 있던 니쉬코트가 고개를 옆으로 살짝 젖히자 파공음과 함께 수혁의 발이 송곳처럼 예리하게 스쳤다.
이어지는 주먹 연타.
파바바바바방.
주먹에서 뿜어져 나온 기파가 마치 물속에서 싸우는 것처럼 공기 방울 같은 마력 방울들이 뽀글거리며 올라왔다.
수혁의 주먹과 니쉬코트의 손바닥이 마주치며 북소리를 울려 댔다.
이를 악다문 수혁과 달리 니쉬코트의 얼굴에는 여유가 존재했다.
날아가는 주먹과 동시에 움직이는 발이 니쉬코트의 낭심을 걷어찼다.
퍽.
뭇 남성이라면 털썩 주저앉을 공격이었지만 니쉬코트는 아무런 타격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육신의 약점을 노려 봤지만 전혀 먹히지 않자 수혁이 불만 어린 음성을 토해 냈다.
“드미트리 이 고자 새끼.”
“뭐라?”
“지금이야!”
니쉬코트의 정신이 잠시 팔린 사이 수혁이 외치자 등에 얌전히 달라붙어 있던 망토가 움직였다.
스르륵 움직여 망토가 니쉬코트의 양손을 붙잡고 주먹을 날렸다.
망토에 붙들린 상태에서 능숙하게 주먹을 막아내자 동시에 수혁이 머리로 갖다 박았다.
퍽!
이마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촉과 함께 코뼈가 부러지는 생생한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큭.”
처음으로 니쉬코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수혁의 행동을 예측하는 능력이 망토에게는 먹히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할 만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