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cop who beats you with wealth RAW novel - Chapter 268
“수사관님!”
콰앙-!
거칠게 열리는 검사실 문. 서류에 파묻혀 있던 수사관이 화들짝 놀라며 일어선다. 대체 무엇 때문에 저리 화가 났단 말인가. 평소에 자신들에게 큰 소리 한번 내지 않던 유다영이었다.
“무, 무슨 일 있으세요?”
그녀는 가방을 의자에 던져 놓고, 가만히 그걸 노려봤다. 십 초, 이십 초, 삼십 초···. 시간이 지날수록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는다. 슬금슬금, 밑의 직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간다.
‘어딜 가?’
‘화장실이요.’
‘가지 마!’
‘화이팅.’
속닥거리며 유다영을 피하는 직원들. 보좌관은 눈물을 삼키며 그녀에게 말을 붙인다. 필시, 용의자가 자백을 번복한 것에 대해 불편한 것이리라.
“저기, 검사님?”
“···늘푸른아파트라고 동선초등학교 옆에 있거든요. 왜, 우리 아들 다니는 학교요.”
“네? 아. 알죠.”
“그 바로 앞에는 K로얄인지 뭐시기인지 아파트 있고요. 어떤 건설사가 지었는지는 몰라도, 개떡같이 지었던데 거기 관해서 정보 좀 싹싹 모아 봐요. 있는 거 없는 거 최대한 많이!”
와다다 쏟아지는 그녀의 지시에, 수사관은 더듬거리며 책상의 볼펜을 찾았다. 늘푸른아파트와 K로얄아파트?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이다.
“검사님. 이거 혹시 그겁니까?”
유다영이 던져두었던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며 수사관을 돌아본다.
“그 단지 입구 막아서 통행 못 하게 하는 거요.”
“맞아요! 어떻게 아시네요?”
“아아. 뉴스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늘푸른 쪽에서 구청 쪽에 민원도 넣고, 시위 현수막도 붙였는데 무산되었다군요.”
“문제 제기를 하긴 했다는 거네요.”
“아파트 들어선다는 말 돌 때부터 걱정이 나오긴 했는데, 건설사에서는 당연히 단지 가로질러 가면 된다면서 설득했었거든요.”
수사관은 컴퓨터 쪽으로 돌아가 뭔가를 검색한다. 유다영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화를 삭이며 한숨을 내쉰다.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어요.”
“뭐가 말씀이십니까?”
“영민이요. 우리 아들이 그런 걸 보고 지냈다는 게 정말···.”
그녀는 자책하듯 부채질 했다.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그보다 소중하고 존중할 것이 많다고. 그런걸 보여 주기 위해 애써 공립학교를 보낸 것이었다. 그런데 경비의 입에서 나온 추악한 말들을 듣는 순간, 유다영은 알 수 없는 수치심을 느껴야 했다.
“음···. 일단 건설사는 K사네요. 원래 학교랑 2분 거리이던 아이들이 빙 둘러서 20분 가야 한다고, 아침 뉴스도 타곤 했습니다.”
“방법이 없대요?”
“방법이야··· 사실 마땅한 게 없죠. 자기네 아파트 단지, 주민들만 쓴다는데.”
수사관이 코를 긁적였다. 난감할 때마다 나오는 그의 습관 비슷한 것이었다. 그래. 원칙적으로는 그게 맞지만, 세상 사는 게 모두 원칙대로 흘러갈 순 없지 않은가.
“단란 주점 살인 사건 용의자는요. 왜 번복했답니까?”
“경찰의 강압 수사가 있었다며 억울하대요.”
“하. 진짜. DNA부터 증인까지 다 있구먼.”
“담당 경찰관이 소명서 써서 제출할 거고요. 다시 진술서를 따야 하는지라···.”
일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는 말이군. 유다영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고개를 꺾었다. 하얀 천장과 창백한 형광등으로 인해 눈이 시릴 정도다. 일, 중요하지. 하지만 이런 상태로는 도저히···.
“아.”
그녀는 번뜩이는 생각에 휴대폰을 찾았다. 그리고 ‘가족’ 카테고리 안에 있는 한 이름을 찾아 통화 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네. 형수님.
“도련님! 저 아까 무슨 일 있었는지 아세요?”
고지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펑 하고, 다시 터지는 울분. 고지훈이 낮은 웃음을 터트린다. 뒤쪽으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지만, 그는 형수의 분노에 더 집중하기로 한 모양이다.
-글쎄요. 무슨 일이신데요?
유다영이 듣기로는, 고지훈이 이런 일에 있어 전문가라고 들었다. 그는 사사로운 시부모님의 안부부터 시작해 아까 있었던 일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미주알고주알 떠들어 댔다.
“···해서 해결을 좀 해야 할 것 같은데 마땅한 방법이 없어요. 영민이가 보고 있어서, 이런 일은 꼭 짚고 넘어갔으면 하거든요.”
-흐음. 그거 애매하네요.
고지훈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유다영도, 덩달아 서류를 정리하던 조사관도 일시 정지. 이내, 호탕한 웃음과 함께 고지훈의 입이 열렸고···.
-···그쪽으로 알아보면 될 것 같은데.
“괘, 괜찮을까요?”
-하다 안 되면 거기 아파트 싹 다 사 버리세요. 하하하. 그리고 형수님이 단지 개방하면 되죠.
고지훈의 장난기 넘치는 말에 유다영이 웃음을 터트렸다.
“제가 그럴 돈이 어디 있어요?”
-와아. 고광의 안주인이 그런 말 하면 저 같은 공무원은 뭐 먹고 살라고요?
“도련님도 가만 보면 농담 되게 좋아해. 집에 언제 오실 거예요? 요즘 날이 차서 그런지 집이 쓸쓸해요. 영민이도 작은아빠 보고 싶다 성화고.”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떠올렸다. 집에 걸려 있는 경찰 훈장 따위를 목에 걸며 손가락 총을 쏘아 대는 아이. 커서 작은아빠처럼 경찰이 되겠다는 아이. 물론 그럴 때면 고민국과 이미숙이 질색을 해 댄다.
‘영민아! 제발 그런 말 하지 마!’
‘그래. 그 많은 직업 두고 경찰은 무슨.’
‘왜요? 작은아빠 되게 멋있잖아요. 빵야! 빵야!’
그걸 보고 웃는 사람은 유다영과 고대만. 확연히 갈리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는 뛰고, 또 뛴다. 고지훈이 그리움을 잔뜩 담아 중얼거린다.
-맞아. 영민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영민이는 봐야 하는데.
“왜요? 아버님 들으면 서운해하시겠어요.”
-금방 크잖아요. 돌아서면 자라 있고, 돌아서면 달라져 있고.
유다영은 그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되묻는다.
“확실히 세월이 금이에요. 도련님은 요즘 만나는 사람 없어요? 소문이 들리던데에-”
-하하하. 대박. 소문 믿지 마세요. 그거 다 거짓말이거든요.
“어어? 웃는 거 봐?”
그때, 수사관이 서류 하나를 들고 조용히 손짓한다. 결재를 받아야 하니, 이것만 후딱 해 달라고. 그녀는 고지훈에게 서둘러 인사를 남겨야 했다.
“미안해요, 도련님. 너무 오래 잡고 있었네. 저 업무 들어가야 해서, 이만 끊을게요.”
-네. 형수님. 다음에 또 봬요.
그녀는 서류를 결재하면서 김 실장에게 문자를 넣어 두었다. 고지훈이 언질을 넣어 주었던 대로,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몇 분 후, 김 실장에게 답장이 왔다.
[작은 사모님. 혹시··· 도련님한테 무슨 말 들으셨나요?] [앗 들켰네요.] [그럴 줄 알았습니다. 이런 생각은 도련님밖에 안 하시거든요. 일단 제안서 넣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월요일 아침. K로얄아파트. 출근과 등교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탄다. 삼삼오오, 단지 내의 친구들끼리 모여 학교로 향하는 아이도 있고, 바로 주차장으로 가서 차에 올라타는 사람도 있다.
투투투-두두-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이 떠올린 생각은 비슷했다. 안 그래도 피곤한 월요일 아침에, 어디선가 공사장 드릴 소리 따위가 들려오는 것이다.
“어어?”
“엄마아!”
먼저 달려가던 아이가 단지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다시 제 엄마에게 돌아온다. 잠이 덜 깬 어른은 아이의 어깨를 밀며 재촉했다.
“자. 어서 가야지.”
“아니. 엄마. 여기로 못 나가.”
“그게 무슨 소리야?”
“공사해. 공사.”
아이의 뜬금없는 소리에 보호자가 인상을 찌푸린다. 그리고 단지 밖으로 나가는 입구까지 발걸음을 옮겨 고개를 내밀었다.
“이게 다 뭐야?”
멀쩡한 보도블록이 하나도 없었다. 사람 몸만 한 구덩이가 파져 있고, 하수구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저기요!”
보호자가 근처에 있던 인부를 부른다. 투두두두두. 땅 파는 소리에 묻혔기에, 그녀는 다시 크게 소리친다.
“이봐요!”
“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보도블록 재정비요. 이쪽으로 나오시면 안 되고요. 돌아가세요.”
“아니, 돌아가다니 갑자기 이게 무슨···.”
보호자가 도로를 둘러봤다. 쭉, 길게 이어진 공사 현장. 눈으로 보이는 K로얄아파트 외벽은 모두 땅이 파져 있었다.
“이 부근은 죄다 파시는 거예요?”
“예예. 그 늘푸른아파트랑 마주 보는 입구로 나가세요. 거기는 열려 있을 겁니다.”
“저기요. 근데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에요? 공사한다는 말 없었잖아요.”
“음? 저야 모르죠. 위에서 일이 내려오니 하는 거고. 자자. 들어가세요. 위험합니다.”
인부의 손짓에 보호자는 아이의 손을 잡아당겼다. 로얄아파트 단지를 따라 절벽이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시계를 보니 시간이 아슬아슬하다.
“엄마. 어떻게 해?”
“일단 돌아가자.”
지각할 것이 틀림없었다. 머릿속으로 시간을 계산한 보호자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다른 단지 입구도 마찬가지인 모양. 정신을 차리니 늘푸른 쪽으로 향하는 아이들과 보호자의 모습이 보인다.
“어머, 영지 엄마.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게 말이에요. 하루아침에.”
“주차장 쪽 상황 봤어요?”
“거긴 또 왜요?”
“정문으로 못 나가고 다 후문으로 돌리던데요. 나라에서 일을 왜 이따위로 하는지 모르겠네. 당장 주민회의 열어요. 우리.”
별생각 없는 아이들과 달리 어른들은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 그러다 문득, 스쳐 지나가던 공문이 떠오른다.
“어머. 설마 그때 나라에서 한다는 보수 공사가 이건가?”
로얄아파트의 인근 환경 조성을 위해 공사를 실시한다는 공지. 그저 신경 안 쓰고 넘긴 데다, 아파트를 위해서라 하니 별 의문 없이 넘겼던 게 화근이었다.
“바로 앞이 학교인데, 이게 무슨 고생이야.”
한 중년 여성이 중얼거렸다. 단지를 나서니, 바쁘게 걸어가고 있는 늘푸른아파트 아이가 보인다. 그들에게 섞여 빠르게 걸음을 놀리는 자신의 자식들. 그들은 괜히 묘한 감정을 누르며,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
“뭐라고요? 고소?”
부녀회장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아침부터 들이닥친 공사 현장에 정신이 없는데, 이건 또 무슨 말이란 말인가.
“늘푸른아파트 주민들이 단체로 고소를 걸어 왔어요. 대표자 이름은 그 뭐더라··· 김 뭐였는데.”
“잘 지내다가 갑자기 왜요?”
“얼마 전에 입주한 사람이래요. 길 막아서는 게 무슨 일이냐고 총대를 멘 모양이에요.”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해요?”
“우리도 변호사 선임해서 대응을 하긴 해야겠죠. 다음 달 관리비에서 절충할 생각이에요.”
“관리비에서요? 그럼 더 내야 한다는 말이네요?”
“어쩔 수 없으니까.”
돈을 내야 한다는 말에, 주민들은 인상을 찌푸렸다. 첫 선임비야 그렇다 해도, 재판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모르니까. 재수가 없다면 오랜 기간 동안 추가 관리비를 내야 했다.
“일단 그건 나중에 정식으로 회의를 소집하고, 저 공사부터 어떻게 해 봐요. 이렇게 큰 단지에 나가는 길이 하나라니. 말이 됩니까? 그것도 초등학교에서 제일 먼 입구로.”
“맞아요. 당장 멈추게 합시다.”
주민들의 의견에 부녀회장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아파트끼리의 법정 싸움이야, 크게 신경 쓸 것 없다. 여유가 있는 로얄아파트도 돈이 걸리니 법적 대응에 대해 회의적이지 않은가. 임대 아파트 사람들은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고소 건은 크게 걱정하지 맙시다. 그쪽이 먼저 나가떨어질 테니.”
“그래요.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이 무슨.”
“법정 가더라도, 우리 단지 우리만 쓰겠다는데!”
“그렇지. 그렇지.”
주민들은 은근슬쩍 늘푸른아파트 쪽을 노려보았다. 괘씸하다. 정도의 감정이 적절할 것이다. 그들은 만족스러운 회의였다며, 부녀회장에게 공사 중단 안건을 맡겼다.
‘돌아올 때 오래 걸리겠네.’
‘차로 데리러 가야 하나. 흐음.’
학교에 등교한 자신의 아이들을 걱정하며, 그렇게 흩어졌다.
하지만.
“그게 무슨 말이에요? 고광?”
추후 부녀회장이 전달한 내용은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내용이었다.
끝
ⓒ 배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