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turn RAW novel - Chapter (166)
발휘했다. 그가 내 검을 쇠사슬 사이에 끼었다. 마치 똬리를 튼 뱀이 검을 휘어 감는 것 같았던 바로 그 순간, 흑마검을 빼앗겼다. 철쇄자의 기뻐하는 모습이 보였다. 쉭! 푸욱! 다음 순간 철쇄자의 목에 비수가 박혔다. 그도 비장의 한 수를 발휘했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가 검을 빼앗기고 그가 방심하던 그 찰나의 순간, 비수를 날렸던 것이다. “끄윽.” 철쇄자의 목에 박힌 비수는 만년한철 비수였다. 싸움이 시작되고 단 한 번도 비도술을 쓰지 않았기에 그는 이 돌발적인 공격을 막지 못했다. 철쇄자는 마치 간지러운 것은 절대 참지 못하고 긁어버리는 사람처럼, 목에 박힌 비수를 뽑아버렸다. 비수를 뽑는 순간 폭포수처럼 피를 뿜어내며 그대로 꼬꾸라졌다. 허공섭물로 검을 회수하는 내공조차 아까워 달려가서 쇠사슬에 감긴 흑마검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괴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극악소마는 극한의 집중력으로 자신보다 강한 괴마를 상대하고 있었다. 우린 이제 백망기를 상대할 때처럼 싸웠다. 둘이서 미친 듯이 그를 몰아붙였다. 양처기가 끼어들 것을 경계했는데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는 싸움에 개입하지 않았다. 우리 둘이 몰아붙이자 순식간에 싸움이 기울어졌다. 이들이 강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검황 백망기만큼은 강하지 않았다. 반면 우리의 합공은 그때보다 더욱 합이 잘 맞았다. 괴마가 양처기를 향해 도와달라는 말을 내뱉던 바로 그 순간. 미세하게 흐트러진 천강비조의 칼날 사이로 내 검이 지나가면서. 푸욱! 내 검이 괴마의 어깨에 박혔고. 피잉! 퍼억! 동시에 극악소마가 날린 혈앙지가 괴마의 이마를 꿰뚫었다.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 담긴 눈을 치켜뜬 채 괴마가 뒤로 넘어갔다. “하아, 하아,” 극악소마와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극악소마는 내공이 다 소진되었고, 나 역시 내공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정말 지독한 놈들이구나!” 양처기의 감탄에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더 지독한 놈이오. 이들을 돕지 않고 지켜만 보다니?” “너희들 내공이 다 소모되면 더 안전하고 쉽게 죽일 수 있는데, 괜히 왜 끼어드느냐?” 그런 이유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혼자 남아서 둘을 상대하는 변수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 ‘저 두 고수가 죽는 것을 막지 않았다? 마치 죽기를 바란 사람처럼. 왜지?’ 그때 벼락처럼 스치는 한 가지 생각. “당신, 혹시 천명회주에게 약속받은 것이 악인곡주였소?” “!” 마존을 원하고, 문주를 원하고, 맹주를 원하던 그였으니 설마 곡주를 원한 것인가 했었는데. 어떻게 알았느냐는 양처기의 눈빛과 반응에 내 예상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기회를 통해 악인곡주의 수족을 잘라내 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악인곡을 더 편하게 접수하기 위해서. 악인들끼리 모여 서로 뒤통수를 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은 정말 평생 이룰 수 없는 꿈만 꾸는 사람이군요.” “너는 그 입이 화근이다.” “당신은 쓰레기요.” “그래, 지옥에 가서 실컷 욕해라.” 극악소마가 내 앞을 막았다. ―이공자, 이제 달리기 실력을 발휘할 때가 됐습니다. 내가 몇 수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우리가 양처기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그의 내공은 바닥이 났으니까. 조금 남은 내 내공으로 그를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달리기 실력은 소마님과 재대결할 때 써야지요. ―괜한 고집부리지 말고 가십시오! ―제 마도는 탁자를 부수지도 않지만, 친구를 위험에 버려두고 가지도 않습니다. ―! 친구란 말에 극악소마가 격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극악소마가 이렇게 정이 많답니까? 날 향했던 극악소마의 시선이 양처기를 향했다. 그리고 정말 생각지도 못한 말이 흘러나왔다. “이공자는 보내 주십시오, 사백.” 나를 살리기 위해서 결단코 하기 싫은 부탁을 하는 것이다. 그러자 양처기가 조롱 섞인 눈빛으로 말했다. “가면을 벗고 무릎을 꿇으면 살려주겠네.” 극악소마의 갈등하는 등이 보였다. 아! 세상이 다 그를 악하다고 손가락질해도 나만은 그러지 못할 것이다. 나는 재빨리 그에게 가서 팔을 잡았다. “그런다고 살려주지 않을 겁니다.” 극악소마가 붙잡은 내 손을 떼 내면서 말했다. “무릎 꿇을 생각 없었습니다. 제가 더 잘 알죠. 사백이 어떤 사람인지는.” “한데 왜?”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끌어보려고 했습니다. 이공자는 똑똑하니까 뭔가 수를 찾아낼까 해서요.” 극악소마가 소리 없이 웃었다. 가면 속 그의 눈동자에 깊은 아쉬움이 스쳤다. 우리에게 좀 더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그는 최후를 예감하고 있었다. 양처기가 한 손 가득 내력을 끌어올렸다. 나도 흑마검에 내력을 주입했다. 과연 몇 수나 버틸 수 있을까? 이 내공으로 그를 죽일 수 있을까? “사이좋게 잘 가라!” 그가 장력을 내질렀다. 온전한 내공이 실린 마극광폭장이었다. 검기를 발출해 그것을 막으려던 바로 그 순간. 콰앙! 날아들던 마극광폭장이 파훼 되며 사라졌다. 내가 막은 것이 아니었다. 어디선가 날아온 것이 양처기의 공격을 막은 것이다. 그것은 한 자루의 도였다. 강기를 머금은 대도가 방패처럼 우리 앞을 막은 채 박혀 있었다. 놀랍게도 혈천도마의 멸천대도였다. 고개를 들자 허공에서 혈천도마가 바람을 타고 내려오면서 말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제149회 시험은 계속된다. “어르신!” 혈천도마를 보자 나는 기뻐서 펄쩍 뛰며 소리쳤다. 그를 만난 이후 이렇게 그가 반가웠던 적이 있었을까? 바닥으로 내려온 혈천도마가 반쯤 박힌 멸천대도를 뽑아 들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왜 후배들을 핍박하고 있나?” 혈천도마가 준엄하게 그를 꾸짖었다. 그러자 대답 대신 혈앙지가 날아들었다. 꽝! 혈천도마가 일장을 내질러 혈앙지를 해소했다. 혈천도마는 내공으로 전혀 밀리지 않았다. 특히 근래 무공수련을 열심히 하였던 혈천도마의 기세는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웠다. 혈천도마가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이 못생긴 늙은이가! 죽고 싶으냐?” 멸천대도가 크게 휘둘러졌다. 푸아아아앙! 도에서 발출된 도풍(刀風)이 공간을 찢어발기며 휘몰아쳐 날아갔다. 양처기는 피하지 않고 쌍장을 내질러 장력을 발출했다. 콰아아앙! 귀를 찢는 폭음과 함께 두 사람이 주르륵 뒤로 밀렸다. 뒷걸음질 친 숫자가 똑같았다. 혈천도마의 공력은 그야말로 심후해서 양처기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나도 곧장 싸움에 합류했다. 혹시라도 혼자 싸우다 혈천도마가 다치면 큰일이었으니까. 촤라라라락. 비천검법 제칠식 유천식을 발휘하자 흑마검이 분열하면서 열두 개의 검기로 허공에 떠올랐다. 비록 내공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일부러 내공을 과시하며 최대한 많이 분열시켰다. 나까지 싸움에 합류하려는 모습을 보자 상황이 불리하다고 판단한 양처기는 순식간에 몸을 박차고 그곳에서 사라졌다. “뒤쫓지 마십시오.” 혹시라도 혈천도마가 뒤쫓을까 걱정했는데,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가래도 안 간다. 좀 전에 일장을 나누는데 팔 떨어지는 줄 알았다. 못생긴 만큼 강한 놈이로다.” “그놈에 비하면 어르신은 절세미남자시죠!” “아무렴.” “어르신!” 나는 달려가서 와락 안으려 했지만 혈천도마가 보법을 밟아 피했다. “징그럽다.”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지나가다가 우연히.” 그럴 리가 있겠는가? 혈천도마는 내가 걱정돼서 내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어르신 아니었으면 우린 여기서 죽었을 겁니다.” 공치사만은 아니었다. 그가 오지 않았다면 정말 싸움의 결과가 어찌 되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극악소마가 털썩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가면엔 온통 피가 묻어 있었고, 온몸에도 상처와 피투성이였다. “어르신, 잠시 호법을 서주십시오.” “그럼세.” 내가 극악소마의 등에 손을 대고 한줄기 내력을 주입했다. 천천히 그의 혈맥을 돌보며 진기를 북돋우며 내상을 치료했다. 정순한 내공이 그의 몸을 다독이자, 극악소마는 금방 눈을 떴다. 다행히 내상은 그리 깊지 않았다. “다행입니다. 내상이 그리 깊지 않아서.” 극악소마가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앞서 최후를 예감했을 때 그가 보였던 눈빛을, 그 가득했던 아쉬움을. 우린 쉽게 잊는다. 나와 내 인생을 바꿀 계기가 될 그 강렬했던 순간을. 그때가 지나면 우린 그 순간처럼 살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이제 그와의 관계에서 다른 것은 필요 없다. 죽음을 예감했던 그 순간의 아쉬움을 잊지만 않으면 되리라. 극악소마, 당신은 어떻소? 당신도 나와 같은 마음이오? 극악소마는 그저 웃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다 담아서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그래. 취마와는 술을 마시고, 소마와는 웃고. 그럼 된 거다. 다음으로 극악소마가 혈천도마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말로 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혈천도마 역시 그저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거로 인사를 받았다. 나는 기회를 틈타 혈천도마를 와락 안았다. “어르신! 보고 싶었습니다.” “징그럽다니까 왜 이러나.” 아이처럼 구는 나를 떨치며 혈천도마가 도망치듯 떨어졌다. 하지만 내가 어찌 모르겠는가? 그도 나를 구해서 기분이 정말 좋다는 것을. 나는 철쇄자의 시체 옆에 떨어져 있던 만년한철 비수를 회수하며 솔직하게 말했다. “이번 싸움 꽤 힘들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혈천도마가 내게 말했다. “내가 말했지? 자네가 무림을 깨우고 있다고.” “어디 가서 자장가라도 배워와야 할까요?” “그럼 그거 배우는 과정에서 안 깨도 될 자들까지 다 깨어나겠지.” 혈천도마의 농담에 내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다 깨어나라고 하십시오. 나중에 뒤늦게 깨서 잠꼬대하지 말고 다 깨어나라고 하십시오. 대신에…….” 나는 두 사람과 눈이 마주친 후 말했다. “앞으로 저와 같이 싸워주십시오.” 잠시 날 응시하던 혈천도마가 홱 하고 돌아서 걸어갔고, 극악소마가 그 뒤를 따라 걸었다. “또 이러신다, 또 이러셔.” 내가 그들 뒤를 따라 걸으며 그곳을 빠져나갔다. * * * 긴급 전서를 손에 든 사마명이 천마전으로 들었다. 다른 때보다 빠른 걸음이 그가 들고 온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 다급함을 보면서도 천마 검우진은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했다. 붉은 융단 끝에 도착한 사마명이 빠르게 소식을 전했다. “이번에 이공자가 임무 과정에서 악인곡의 악인들과 충돌했습니다.” “악인곡?” “극락요희와 혈로삼군, 염라신군과 혈랑도입니다.” “제법 실력이 있는 자들이 나왔군.” “그들뿐만이 아닙니다. 괴마와 철쇄자까지 등장했습니다.” 두 사람의 이름이 언급되자 검우진이 흠칫 놀랐다. 앞의 넷도 만만한 자들이 아니었는데, 뒤에 언급된 두 사람은 절대 쉽게 여길 자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들이 이공자와 극악소마와 충돌했습니다.” “극악소마도 있었나?” “네. 이번 일에 극악소마도 얽혀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잠시 사이를 두고 사마명이 보고했다. “이공자와 극악소마가 그들을 모두 죽였습니다.” “앞의 넷은 그렇다 치더라도, 뒤의 둘은 쉽지 않았을 텐데.” “그 과정에서 극악소마가 내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깊은 내상은 아니라고 합니다.” “무극이는?” “괜찮습니다.” “둘이서 괴마와 철쇄자를 죽였다?” 차분한 검우진과는 달리 오히려 대군사 사마명은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사실 전서를 보고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