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turn RAW novel - Chapter (196)
철곤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무림맹주가 이곳에 나타난 거지?’ 원래라면 이 시종 놈의 손발을 자르고 나면 조신이 나타나서 그녀를 구하기로 되어 있었다. 한데 왜? 일이 꼬인 거라면 지금이라도 조신이 나타나야 한다. 그리고 웃으면서 진하령에게 잘 보이려다 이런 장난을 쳤습니다, 하면서 이 상황을 무마해야 한다. 이 사람은 제 수하입니다, 라고 말해줘야 한다. 하지만 조신은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때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드는 한 가지 생각. ‘함정?’ 설마 자신을 무림맹에 팔아넘긴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나타나지 않을 리 없지 않은가? 한편 검무극은 저 멀리 숲에서 조신이 숨어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오지 마라!’ 철곤과 조신의 분열은 검무극이 바라는 바였으니까. 조신은 숲에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맹주의 등장에 그는 크게 당황했다. ‘망했다.’ 나가서 맹주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 납치를 위장해서 구하려 했다고? 그러는 순간, 혼사는 영영 물 건너가는 거다. 게다가 저 철곤은 누구라고 설명할 것인가?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수도 없었다. 저대로 철곤이 잡혀가게 둘 수는 없었으니까. 나가려 했지만,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맹주가 두려워서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검무극이 발출한 기가 그를 은밀하게 밀어붙이고 있었다. 당황하고 겁먹은 그는 그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젠장!’ 결국 조신은 일단 이곳을 물러난 후 사태를 수습하고자 마음먹었다. 뒤로 물러나 돌아서자 몸이 마음대로 움직였다.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떠났다. 진패천이 손녀의 마혈을 풀어주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어떻게 여길 오신 거죠?” “나중에 다 설명해주마.” 지금은 계획대로 일을 진행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진패천과 검무극이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진패천은 마혈이 제압당한 철곤을 옆구리에 끼고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더니 순식간에 그곳에서 사라졌다. 그야말로 감탄이 절로 나오는 극상승의 경공술이었다. 진하령이 검무극에게 물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그녀는 뭔가 자신이 모르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우리도 돌아가자. 여기서 이럴 시간 없다. 경공할 때 어지럼증 잘 참아?” “그건 또 무슨 소리고?” “잘 참냐고.” “경공 중에 어지럼 느낀 적 한 번도 없어.” “어지러우면 눈 꼭 감고 있어. 등에 토하면 안 돼.” 검무극이 등을 돌리며 몸을 낮췄다. “업혀. 시간 없어, 어서.”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았기에 일단 그녀는 검무극의 등에 업혔다. 날 업고 뛴다고? 왜? 난 다치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대체 어쩌나 보자는 심정이었다. “설마 날 업고 달리는데 어지러워할까 봐 걱정했던 거야아아아아아아아아!” 제173회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진하령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렇게 빠른 경공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주변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그 어떤 경치도 알아볼 수가 없었다.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고, 숨을 쉬기도 어려웠다. ‘대체 어떻게 부딪치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거지?’ 놀랍고도 경이로웠다. 한편으로 묘한 기쁨도 느껴졌다. ‘이 사람이 이렇게 고수였다고?’ 이 정도 경공술을 발휘할 수 있는 무공 수준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경지. ‘평범한 시종이 아니다.’ 이 사실이 이렇게 좋아할 일인지 모를 일이지만, 그녀는 기뻤다. 그와 자신 사이에 그어져 있던 넘을 수 없던 선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미친 듯한 속도로 내달리던 검무극이 잠시 멈춰 서자, “……나 잠깐만 내릴게.” 그의 등에서 내린 진하령이 휘청거리다가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몇 번이나 심호흡하고서야 마음이 진정되었다. “뭐야, 당신? 걸음마를 경공으로 배운 거야?” 검무극은 미소를 지은 채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을 향했다. 그 순간 진하령은 깜짝 놀랐다. 자신을 쉬게 해주려고 멈춘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저 멀리 달려가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 놀랍게도 앞서 달려간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를 따라잡았어!’ 잠시 멈춰선 이유는 할아버지를 추월하지 않으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보다 더 빨라?’ 그녀는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녀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천하제일고수라 생각했다. 천마가 더 강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녀는 할아버지가 천마를 이길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런데 이 남자가 할아버지를 따라잡은 것이다. 할아버지는 자신을 습격했던 자를 옆구리에 끼고 달렸고, 이 사람은 자신을 업고 달렸다. 비슷한 조건에서도 할아버지를 따라잡다니? 정말 이 상황에서 이런 상투적인 물음을 해야 하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생각나는 것은 이 말밖에 없었다. “당신 진짜 정체가 뭐야?” 그러자 검무극이 대답했다. “검연. 일이 끝나면 연기처럼 사라질 사람이다.” “그래, 연기처럼 사라질 거면 적어도 진실은 말해주고 가. 진짜 당신 누구냐고? 이렇게 실력을 밝혔으니, 정체도 밝힐 생각이었던 것 아니야?” 검무극이 드디어 자신의 기도를 드러냈다. 지금껏 보여줬던 존재감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에 한 가지 심상이 떠올랐다. 창창한 하늘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은 너무나 넓고 푸르렀다. 그 아름다움에 빠져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퐁당! 이내 그것이 물에 비친 하늘임을 깨달았다. 그녀가 물에 손을 담갔고, 서서히 몸이 잠겨 들었다. 얕은 줄 알았는데 깊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저 심해에는 무엇이 있을까? 순간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녀의 마음에 떠오른 심상이 사라졌고 그녀가 현실로 돌아왔다. 그때, 들려온 한 마디. “검무극. 천마신교 교주의 둘째 아들이다.” 진하령은 잠시 멍하게 있었다. ‘뭐? 천마신교? 교주? 아들?’ 처음에는 뭔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한데 대체 저 말의 어느 부분을 잘못 들은 것일까? 천마신교를? 교주를? 아들을? “잘못 들었어. 사문이 어디라고?” “천마신교.” “또 잘못 들었어. 어디라고?” “너희들이 마교라 부르는 거기. 천마신교.” 마치 비몽사몽에서 깨어나는 사람처럼 진하령의 눈이 점점 커졌다. 이 여자 눈이 이렇게 컸나? 싶을 때쯤 그녀가 검을 뽑아 들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검이 검무극을 겨눴다. 날카로운 검 너머에서 그녀가 말했다. “다른 농담은 다 받아줘도 마교로 농담하는 건 안 돼!” 무림맹의 후기지수들에게 본교가 어떻게 여겨지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들에게 마교는 어려서부터 심어진 근원적 공포였으며 악의 무리였고 자신들이 무공을 익히는 이유기도 했다. 그런데 천마의 아들이라고 했으니 그녀의 놀람이 얼마나 컸겠는가? 겨눠진 그녀의 검이 덜덜 떨렸다. 태어나 이렇게 놀라고 두려웠던 적은 처음이었다. 그에 비해 검 끝에 서 있는 검무극은 너무나 차분했다. 마치 그 하늘처럼 맑고 조용했으며 그 바다처럼 깊은 기도였다. 그때 문득 드는 한 가지 의문. “할아버지도 당신 정체를 아셔?” “아신다.” 그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이 마교의 이공자라면 할아버지가 그와 단둘이 있게 할 리가 없는데? “적어도 내가 널 해칠 사람은 아니라고 믿으시는 거지. 그러니까 그 검 이제 내려라.” 그녀가 천천히 검을 거두었다. 아깐 너무 놀랐었는데, 할아버지가 알고 계신다는 말에 진정이 되었다. 검무극이 그녀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천명회라는 신비 세력이 무림에 등장했다. 그들을 뒤쫓던 중 이번 소룡전에서 널 포섭하려 한다는 정황을 파악했지. 이후에 맹주님께 내 신분을 밝히고 함께 배후를 쫓는 중이다. 아마 손녀 일이 아니었다면 맹주께서 직접 나서는 일은 없었겠지. 그것도 마교 이공자와 함께.” 그녀는 대번에 상황을 이해했다. “맹주님은 끝까지 신분을 알리지 않기를 바라셨다. 한데 내가 그러지 말자고 했어.” “왜?” “그건 널 무시하는 일이니까. 내 신분을 안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을 거라 믿으니까. 시종이나, 천마의 이공자나. 달라지는 건 없을 테니까.” “달라지는 게 왜 없어? 그 두 사람의 공통점은 남자란 것 빼곤 천지 차이잖아!” “그런가?” 검무극이 웃었고, 진하령은 어이없는 표정을 짓다 결국 따라 웃었다. 시종이란 신분의 선이 사라지고 마교 후계자란 새로운 선이 생겼다. 앞의 선은 억지로 넘어설 수나 있지, 뒤의 선은 너무나 높고 위험천만해서 잘못하다간 정마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는 선이었다. “기분 나빴으면 풀어.” “못 풀지. 사람을 이렇게 놀라게 했는데, 어떻게 풀어? 평생 안 풀 거야.” 하지만 말과 달리 그녀는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가 마교의 이공자란 사실에 묘한 흥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 아까 동호에서 나보고 맹주 되란 말 무슨 뜻이었어?” “말 그대로야. 더 강해지고, 더 많은 경험을 쌓아서 맹주 되라고.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무림맹주의 친구가 천마고?” “그러면 좋겠지만, 이쪽은 워낙 험악해서. 내가 살아남아서 널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왠지 농담만으로는 들리지 않았기에 진하령은 그가 죽지 않고 살아남기를 바랐다. 그 마음을 담아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진짜 신분 알았으니까. 정식으로 악수해.” 검무극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진하령이 그의 손을 꼭 잡더니 이내 어색했는지 장난스럽게 흔들었다. “마교 이공자와 악수하는 날이 올 줄이야.” “나도 마찬가지야. 자, 가자. 우리도 빨리 가야 해.” 검무극이 업히라고 등을 돌렸다. 그녀가 다시 업혔다. 처음 업혔을 때와 지금과는 기분이 완전히 달랐다. “나중에 사람들에게 자랑해야겠네. 소싯적에 천마 등에 업힌 이야기 푼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 철곤은 밀실에 갇혔다. 맹주가 직접 제압했기에 다른 사람은 그의 혈도를 풀어주려고 해도 풀어줄 수가 없었다. 방에 혼자 앉아서 그는 상황을 파악하려고 애썼다. 우연히 벌어진 일은 아니었다. 우연히 맹주가 그곳에 나타나지는 않았을 테니까. 손녀를 호위했던 것도 아니다. 호위했다면 천룡수호대가 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번 기습을 알고 있었다는 의미밖에 안 된다. 그걸 알고 있었던 사람은 조신밖에 없는데. 그때 한 사람이 그곳으로 들어왔다. “너는?” 상대를 알아본 철곤이 깜짝 놀랐다. 들어온 사람은 검무극이었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팔을 자르려고 했던 그 겁쟁이 시종이 아니었다. “아!” 철곤이 탄식했다. 그는 검무극을 맹주의 수하라 생각했다. 천명회를 뿌리 뽑기 위해 맹주가 직접 움직였다? 그러면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다 맞아떨어졌다. 검무극이 그의 앞에 마주 앉았다. “네가 천명회 소속이란 것 알고 있다.” 철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명회주가 누군지 밝혀주면 목숨은 살려주겠다.” 여전히 철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검무극은 은은한 살기를 드리운 채 말없이 앉아 있는 그의 모습에서 천명회를 느꼈다. 음습한 살기로 침묵하는, 그들은 바로 이런 조직인 것이다. “그래, 말하고 싶어도 너도 천명회주가 누군지 모르겠지.” 어차피 철곤의 이용 가치는 맹주에게 붙잡혀 가는 것을 조신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끝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철곤이 입을 열었다. “마혈을 풀어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