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410)
410화
렌야와 이야기를 마친 파프닐은 쉴 틈 없이 다른 아공간으로 향했다.
복숭아나무와 벛꽃이 가득한 별천지.
그곳에 있는 세 고대 텐구와 이야기를 나누러 간 것이다.
“우리에게 우리의 터전을 포기하라고?”
“예, 오다의 기반은 상상 이상일뿐더러, 적은 오다뿐만이 아닙니다.”
파프닐은 렌야에게 들었던, 진짜 아베노 세이메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시시카미의 별이 갑자기 떨어졌지. 급히 가 보니 음양술의 흔적과 개의 털이 가득했고.”
“시시카미?”
“사슴 신일세. 자네는 모르겠지만.”
진짜 신은 아니고 대요괴 중에서도 더 강한, 한국 서버로 치면 마왕이나 마군단장 느낌이었다.
최소 레벨 900이 넘는 거물.
“안 그래도 흉수를 찾고 있었는데, 자네 말을 들으니 상황이 얼추 짐작이 되는군.”
“오다 노부나가 외에도 그 정도의 힘을 가진 강자가 있었다니!”
아베노 세이메이.
처음 들을 때는 긴가민가했는데, 의외로 한 일들이 꽤 많이 소문나 있었다.
덕분에 파프닐은 텐구, 요괴 세력을 쉽게 설득할 수 있었다.
“제가 좀 더 알아보고 세이메이란 놈을 처리하겠습니다. 그러니 그동안만 숨어 있어 주십시오.”
“으음……. 상황이 그러니 어쩔 수 없지.”
“오히려 우리야말로 고맙게 됐군. 우리 모든 요괴가 운신할 만한 장소라니.”
“참, 그곳과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으음?”
“그곳에 있으시면 인간들이 올 텐데, 그들과 힘을 합쳐 싸워 주셔야겠습니다.”
“인간과!”
“필요하다면 적과 동침도 해야지요. 오다 노부나가와 세이메이를 쓰러뜨린 다음엔 마음껏 싸우십시오.”
“으음……. 인간 놈들은 믿을 수 없지만, 지금은 한 손이라도 더 있어야 하니 어쩔 수 없군.”
“빠르게 움직이시는 게 좋을 겁니다. 늦게 움직이거나 거절하는 요괴들은, 저와 오다 노부나가군이 직접 토벌을 하게 될 테니까요.”
요괴뿐만 아니라 인간인 반오다 노부나가 연합군 세력도 마찬가지.
“늦으면 토벌을 한다고?”
“우리에게 이를 드러내는 건가?”
텐구 세 명에게서 무시무시한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파프닐이 입꼬리를 올렸다.
“원하신다면 상대해 드리지요.”
“뭐라고?”
“우리 셋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물론 협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네만.”
세 고대 텐구에게서 빨, 노, 청색의 오라가 피어올랐다.
각각 800레벨이 넘는 불멸자급 대요괴.
그러나 혈월궁의 몬스터들을 보고 온 파프닐은 태연히 말을 이었다.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세 분께서 같이 덤비셔도 저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제 청을 따르시겠습니까, 아니면 저와 싸우시겠습니까?”
“말의 무게를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그래 봤자 웃는 건 오다 노부나가와 인간들이겠지.”
고대 텐구 쇼토쿠가 힘을 풀자, 나머지 둘도 마찬가지로 손에서 힘을 뺐다.
쇼토쿠가 물었다.
“자네는 그렇다면 누구의 편인가?”
“간단하지요.”
파프닐은 씩 웃었다.
“돈 많이 주는 쪽 편입니다.”
“대요괴답지 않게 물욕이 넘치는군.”
“하나 거짓 없이 말하는 게 좋아.”
텐구들은 빛나는 눈으로 파프닐을 보고, 곧 그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알겠네. 자네의 뜻대로 하지.”
“보상은 준비되어 있으니, 일만 제대로 처리하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공간에서 나온 파프닐은 기지개를 켰다.
“이제 빌드 업은 얼추 끝냈군.”
반오다 노부나가 세력을 결집했으니, 이제 오다 노부나가 측의 신임을 더욱 두텁게 쌓아야 했다.
원래는 다이야마토의 위치만 알면 됐지만, 세이메이라는 녀석이 있다는 걸 안 이상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러려면 일을 좀 해 주어야겠지.’
오다 노부나가는 예상보다 정중하고 상식적인 태도로 접근해 왔다.
항상 후한 대가를 바친 것은 덤.
아무리 장차 적이 될 일본인이라지만 이런 호의를 받았으니 그렇게까지 악감정은 생기지 않았다.
물론 최종 병기는 처리한다는 건 변함없었다.
‘자, 그럼 돌아가 볼까.’
파프닐은 오다를 만나러 도쿄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시종 한 명이 그에게 서신을 건넸다.
“……이건.”
내용을 확인한 파프닐의 표정이 묘해졌다.
“설마 눈치챘나?”
***
밤.
다른 곳도 마찬가지지만, 일본 서버의 밤은 결코 평온하지 않다.
요괴가 지배하는 일본 서버이기에, 수많은 요괴와 도적들이 산과 길목, 거리마다 걸어 나와 희생자를 노린다.
단순히 묘사나 NPC들의 상호작용뿐만이 아니다.
-밤이 되었습니다.
-모든 요괴, 어둠, 악 계열 몬스터들에게 암야 버프가 생성되었습니다.
-요괴, 어둠, 악 계열 몬스터의 스테이터스가 +15% 상승했습니다.
실제로 일본 서버의 요괴들은 밤이 될 때마다 본래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
이 때문에 이를 전략적으로 이용해 더 많은 보상을 얻는 플레이어도 있고, 밤에만 나오는 아이템을 노리는 레이드들도 은근히 있었다.
그러나 보통 유저들은 밤을 두려워했다.
밤을 역이용할 수 있는 건, 선택받은 일부의 유저들뿐이었기에.
그런 밤에 한 남자가 산길을 걷고 있었다.
“……여기군.”
산길의 끝에는 커다란 절 한 채가 있었는데, 이미 한참 전에 인기척이 끊긴 모습이었다.
파프닐은 성큼성큼 걸어 절의 중앙에 있는 대웅전으로 향했다.
끼이익, 불상이 있는 곳의 문을 열고 들어선 뒤 문을 닫은 그가 말했다.
“내가 조금 늦었군.”
“아닙니다. 이제 막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나온 오다 노부나가가 말했다.
그 옆엔 기존의 아베노 세이메이, 그리고 미야모토 무사시가 서 있었다.
“작전 회의를 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장소인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지금부터 있을 일은 보안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오다가 손짓하자 세이메이가 옆으로 물러섰다.
동시에 절 안에 쳐지는 각종 결계.
“나를 함정에 빠뜨리기라도 할 것 같은 모양새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한배를 탄 사이인데.”
오다는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농담도 잘하시는군요. 말은 그렇게 하시면서 데스 드래곤 님도 맨몸으로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지.”
데스 드래곤, 파프닐은 주변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뭐지?”
“……우리를 알아채다니.”
“흐흐흐, 눈치는 꽤 빠르구나.”
절의 그림자와 불상의 눈, 바닥의 틈 사이로 검은 신형들이 솟구쳤다.
파프닐은 눈 하나 깜짝 않고 그들을 보았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놀랐다.
‘인원을 깔아 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게 요괴들일 줄이야.’
바닥에서 나온 그림자들은 하나같이 레벨 750이 넘는 일본의 네임드 대요괴들이었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문가에 있던 미야모토 무사시가 천천히 문을 열자, 바깥에서 한 남자가 개 한 마리를 옆에 낀 채 걸음을 내디뎠다.
“다들 안녕하신가.”
“멍멍!”
“어서 오십시오, 아베노 세이메이 님.”
오다 노부나가와 파프닐을 뺀 모든 사람과 그림자들이 남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파프닐은 들어오는 남자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저 사람이……. 진짜 세이메이……!’
만약 세이메이가 맞는다면, 파프닐은 일본 서버의 진짜 숨은 흑막을 마주한 것이다.
게임 초창기부터 모든 고레벨 NPC를 단신으로 학살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레벨과 스킬을 가진.
전우치나 홍길동, 이시우급의 절대강자.
게다가 진짜 무서운 건 그런 스펙을 가지고 현재 소문이 나기는커녕 원작 소설에서조차 한 줄 언급도 없던 놈이라는 사실이다.
본인의 힘만 과신하지 않고 철저한 계획을 세워 움직이며,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도 곧바로 최선의 대처를 하는 거물이라는 뜻.
단순히 힘만 센 몬스터나 플레이어보다 훨씬 골치 아픈 놈이었다.
“다들 오랜만이군. 오랜만이야. 잘 지냈나?”
“그럭저럭입니다, 세이메이 씨.”
“신수가 훤하군……. 흠, 보자. 자네 상이 나쁘지 않아.”
“네?”
“큰 위험과 위기가 찾아오겠지만……. 그걸 기회로 삼을 수 있군.”
세이메이는 다른 사람, 미야모토 무사시와 가짜 세이메이까지 그런 식으로 평가한 다음 비로소 고개를 돌렸다.
“오?”
순간 세이메이의 눈이 커졌다.
“귀공이 데스 드래곤이오?”
“그렇소만.”
“대단하군……. 참으로 대단해.”
“응?”
뭐가 대단하단 말이지?
“평범한 사람이라면 수일을 못 가 죽을 액운이 근처에 있는데, 워낙 기가 강해 액운을 역으로 휘어잡았소. 근처에 강력한 기가 또 수호해 주고 있군. 이 정도로 기가 강한 사람은 처음이야.”
파프닐은 벙쪘다.
강력한 기라면 복돌이를 말하는 것일 테고, 자신의 기가 그렇게 강했나?
게다가 액운이 있다는 건 가만히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플러시를 궁지에 몰아넣었을 때, 그 액운이란 놈이 발동한다면?
‘확인해 볼 필요성은 있겠어.’
그래도 다행인 건 아직 파프닐이 반오다 노부나가 연합과 접촉한 건 들키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아마 진짜로 한배를 탔으니, 동료들에게 소개해 주려는 것이리라.
‘의심받지 않으려면 강한 척해야겠군.’
파프닐은 짐짓 태연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녀석은 누구지?”
“그는 아베노 세이메이, 진짜 아베노 세이메이이며 제가 아는 가장 강력한 음양사입니다. 평소에는 세상 표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저와 같은 조직의 수장으로서 대등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지요.”
“오다 노부나가와 동급이라……. 그럼 나와 같은 급이니, 예를 갖출 필요는 없겠지?”
장내에 있는 모두가 경악하는 와중, 그림자 하나가 으스스한 미소를 흘렸다.
“크흐흐, 버릇없는 놈이로다.”
그림자는 그렇게 말하며 안개를 걷었다.
동시에 나타난 붉은 뿔이 난 일본식 도깨비가 박도를 들었다.
“듣도 보지도 못한 놈이 감히 세이메이 님께 그런 무례를 저질러? 오로치의 분령 따위를 잡아 놓으니 세상이 좁은 줄 아나 본데, 나, 천 년 수련한 오니 구라파가 네놈의 예절 주입기가 되어 주마.”
“…….”
파프닐은 말없이 그를 보다가 손을 들어 중지를 까닥거렸다.
“이놈……!”
도깨비가 곧바로 박도를 휘둘렀다.
다음 순간 세이메이가 인을 맺자, 둘 사이를 둘러싼 결계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임시 결투장에서 두 사람의 공방이 오갔다.
결과는 무승부.
파프닐이 세운 금속 방벽에 깊은 자국이 났지만, 도깨비의 검도 본체에 상처를 내지 못했다.
“흥, 갑옷이 조금 단단하구나!”
칼질을 마친 도깨비가 혀를 차며 재차 손을 들었다.
“저 녀석의 검은 천하일절인데, 놀랍군.”
지켜보던 다른 그림자가 말했다.
“어떤 갑옷과 방패도 저걸 막지 못했어. 산 하나를 통째로 갈라 버렸다 해서 ‘산베기 구라파’라 불리는 녀석이지. 한 번 막은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야.”
“그렇다면 누가 이기겠나?”
“그야 구라파지. 차원이 달라.”
그림자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럴 만했다.
저 오니는 천 년 동안 검과 베기를 극한까지 단련한 검사.
얼마 전에는 신에게도 통하고 세계를 봉인한 대지의 대결계에도 상처를 입힐 정도의 참격을 새로이 선보이기까지 했다.
고작해야 새로 이름을 날리는 신출내기 요괴 따위가 이길 상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 순간 데스 드래곤, 파프닐이 목검을 들었다.
“무슨!”
“미친놈…….”
요괴들이 비웃는 와중, 붉은 도깨비가 양손에 힘을 모아 박도를 휘둘렀다.
천하베기!
세로로 쏟아지는 힘을 향해 파프닐도 목검을 마주 휘둘렀다.
두 사람의 무기가 부딪친 그 순간 검은빛이 온 사방을 덮었다.
수많은 검은빛의 조각이 사방을 덮고, 참격의 충격파가 하늘과 땅의 구름, 지반을 베어 냈다.
콰콰콰콰쾅!
결계의 바깥, 절과 산 전체가 흔들리는 가운데.
흩날리는 빛의 조각 속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뉘었다.
“……무슨.”
“아니.”
“이럴 수가!”
결투를 지켜보던 요괴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그 속에서 승자가 검을 집어넣었다.
“다음 예절 주입기는 또 누구지?”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