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g Player RAW novel - Chapter 13
제 13화
5장. 유망주를 찾습니다 – 2화
로넬라 영지는 멀지 않았다.
지하 던전은 물론이고, 야생의 마수들도 많은 곳이라 몬스터 헌터는 물론이고 상단 방문도 잦다.
그렇기에 로넬라 병은 끊임없이 방문자를 통해 발병할 가능성이 크다.
치료에 대한 수요가 계속 있을 테니, 사업의 장래성은 매우 좋다고 볼 수 있었다.
‘일단 미아의 어머니를 치료한 다음에 생각하자.’
나는 생각을 매듭지은 뒤, 미아에게 확인차 다시 물었다.
“로넬라 병이 확실하시니?”
“네!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치료를 하려면 대신관이나 대사제로부터 엄청 비싼 축복 주문을 받거나…….”
“이티마 제국에서 비싸게 약을 사 와야 한다고 했지?”
“네. 하지만 그 약은 가격이 너무 비싸서 저희는 살 수 없어요.”
대신관, 대사제를 만나는 일은 서민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티마 제국에서 팔고 있는 치료약은 내 기억이 맞는다면, 최소 100골드가 넘는다.
전생의 가치로 따지면 1억 원.
당연히 미아의 집안에 그런 돈이 있을 리 없다. 있으면 진즉에 사서 치료했겠지.
나는 재빨리 기억을 되짚었다.
집중해서 떠올리니 정확한 계량 및 조합식이 생각났다.
하지만 재료가 이 자리에 없다.
나는 미아의 어머니의 상태를 봐야 하는 만큼, 손발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은 라키스뿐이다.
“라키스.”
“예, 영주님.”
“지금 당장 저택으로 가서 하녀인 헤이즈에게 아슈르 약초, 롤라나 약초, 그리고 네칼 약초. 이렇게 세 가지를 있는 대로 다 준비해 오라고 해 주시오. 돌아올 때 마차든 뭐든 상관없으니까 최대한 빨리 오도록. 알겠소?”
“예! 명 받들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라키스가 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말이라도 타고 나오자는 라키스의 조언을 받아들일 걸 그랬지만, 비밀 시찰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
덕분에 라키스가 고생하게 됐다. 그래도 군말 없이 바로 출발하는 그의 충심에 감사할 뿐이다.
나는 다시 미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미아, 집이 어디니?”
“저기예요. 흑흑.”
내 말에 미아가 눈물을 훔치며, 바로 한 블록 앞에 보이는 집을 가리켰다.
아무도 살지 않는 듯했던, 허름한 3층짜리 건물에 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타타타탁!
집의 위치를 확인한 나는 전속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잠깐 어질어질한 느낌이 들었지만, 참고 달렸다.
환자의 시간은 일분일초가 중요하니까. 골든아워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윽고 입구부터 삐거덕거리며 무너질 것 같은 3층 건물의 1층으로 들어섰다.
내 무게를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싶은 오래된 나무 계단을 조심스럽게 오른 뒤, 2층에 도착했다.
“콜록! 콜록콜록! 콜록! 콜록!”
그러자 침대에 누워 마른기침을 뱉어 내며 괴로워하고 있는 미아의 어머니가 시야에 들어왔다.
‘7일이라고? 위험한 상태다.’
심안 스킬이 미아의 어머니인 메리의 병세를 표시했다.
예상한 것보다 최악이었다.
그리고.
“쿨럭! 쿨럭!”
“엄마! 엄마아아아……!”
메리가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설상가상의 상황이었다.
* * *
‘영주님이 엄마를 치료해 주고 계셔! 온몸에 엄마가 토해 낸 피까지 묻었는데도…….’
미아는 놀라고 또 놀랐다.
들어오자마자 자레드는 엄마를 거리낌 없이 부축했다. 피하거나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이다.
이어진 각혈(咯血)로 인해 자신의 옷이 온통 피로 물들었음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마법을 사용해 상태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메리를 치료하기 위해서 많은 의사를 불렀고, 심지어 용하다는 주술사까지 부르기도 했지만.
그들은 비싼 치료비만 잔뜩 요구할 뿐, 명쾌한 치료를 해주지 못했다.
게다가 로넬라 병의 증세로 인해 각혈을 할 때면, 마치 더러운 것을 보는 시선으로 비명을 지르며 줄행랑을 치곤 했다. 불결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때문에 미아는 적잖이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자레드가 도와주겠다고 했을 때도 앞선 그들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자레드는 들어오자마자 메리의 상태를 파악한 뒤, 바로 힐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몇 번이고 피를 토하는 메리를 꼭 끌어안고는 안심할 수 있도록 말을 이어 나갔다.
“메리, 걱정하지 말아요. 약초가 도착하면, 바로 치료제를 만들어 줄게요. 피를 토하는 건 그동안 기침이 심해졌기 때문이니까 당황할 것 없어요.”
“쿨럭, 쿨럭! 실례지만 누구신지……. 의사 선생님, 저는 치료비를 감당할 여유가 없답니다. 죄송하지만 돌아가 주세요. 그냥 이대로 죽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메리는 그 와중에도 치료비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이미 그동안 모아 둔 돈을 모두 치료비로 날렸기 때문이다.
이제 며칠 끼니를 근근이 이어 갈 돈만 남아 있는 실정이었다.
그나마 밥을 차릴 기력도 없어서, 몇 주 전부터는 미아가 그 작은 몸뚱이와 손으로 힘들게 요리를 해 왔다.
“비용은 필요 없어요. 메리, 괜찮으니 날 믿어요.”
“엄마! 엄마! 이분은 의사 선생님이 아니고, 영주님이야! 영주님께서 엄마를 구하러 오셨어!”
미아가 힘껏 소리쳤다.
그와 별개로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랑하는 엄마가 피를 토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본 터이다.
다 큰 어른도 부모의 고통을 보면 슬퍼하기 마련인데, 어린아이는 오죽할까.
굳세게 버텨 보려 했지만, 이내 미아가 오열하기 시작했다.
“흑흑흑, 흑흑흑! 엄마, 죽지 마아! 엄마 절대 죽으면 안 돼!”
자레드가 절규하는 미아를 토닥여 주었다.
“미아, 날 믿어. 꼭 엄마를 치료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영주님이시라고요? 아, 그러고 보니…….”
메리가 힘겹게 자레드의 모습을 보고는 그가 영주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레나나 미아와 달리, 메리는 몇 번 영주인 자레드를 직접 본 적이 있었다.
그녀의 소문난 요리 솜씨 덕분에 8년 전에 영주 자레드의 초청을 받아 저택에 다녀온 적이 있었던 것이다.
당시 자레드에 대한 첫인상이 썩 좋지는 않았다.
워낙에 맛에 민감하고 깐깐했던 데다가, 하녀들에게 험한 말을 하는 것도 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늘 보는 자레드는 그때와 전혀 달랐다.
그는 스스로를 돌보지 않고, 먼저 자신을 챙겨 주었다. 여기저기 피가 튀었음에도 말이다.
방문했던 의사 중에는 메리가 기침을 하려고 하기만 해도 악을 쓰며 방문 밖으로 뛰쳐나갔던 사람도 있었다. 전염될까 봐서였다.
그것은 로넬라 병에 대한 일반인의 흔한 반응이었고, 메리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체념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러나 자레드는 아니었다.
“이제 기억이 나네요. 우리, 만난 적이 있죠?”
기억이 떠오른 자레드가 반갑게 말했다.
처음에는 누구인가 싶었는데, 되짚어 보니 추억의 단편처럼 한 조각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영주님, 정말 죄송해요. 이런 몹쓸 병에 걸린 몸을 함부로 가까이하셔서는 안 될 텐데…….”
메리가 예를 차리려 다시금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자레드는 그녀를 눕혔다.
“몹쓸 병이라는 소리, 하지 말아요. 절대 아니니까. 그리고 편히 누워요. 힐 마법의 기운이 몸을 빠르게 순환하려면, 누워 있는 자세가 가장 좋아요. 미아, 수건에 물을 좀 적셔서 갖다주겠니?”
“네! 잠시만요!”
미아는 자레드의 요청에 부리나케 움직였다. 그러는 동안 자레드는 메리를 다시 한번 안심시켰다.
“메리, 다들 로넬라 병을 심각한 병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정말…… 인가요?”
“곧 치료제를 만들 테니 마음 단단히 먹어요. 이대로 죽기는 뭘 죽어요? 미아에게 메리의 손으로 직접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줘야 하지 않겠어요?”
“영주님,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기 전까지는 절대 떠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내게 몸을 맡겨요.”
그 순간.
“아아아, 흐흑.”
메리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모두가 포기했던 자신의 몸이었다. 치료를 받고 싶으면 엄청난 양의 금화를 가져오라고 큰 소리를 치던 의사가 전부였다.
현실은 냉혹했다.
분명 치료할 방법이 있음에도 돈이 없어 손을 쓸 수 없었다.
서서히 죽음을 기다리는 것밖에는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체념했다.
마음을 내려놓았다.
어차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 무엇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한 줄기 빛처럼 나타난 자레드가 자신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 조건 없이.
“영주님,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그런 건 일단 다 낫고 나서 생각해요. 지금은 자기 몸부터, 그것만 생각합시다.”
자레드가 메리의 손을 꼭 잡았다.
그녀를 보고 있자니, 전생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올랐다.
마음 아픈 이야기지만, 신태풍의 어머니는 아들의 뒷바라지에 전념했던 탓에 정작 자신의 몸은 돌보지 못했다.
그리고 어느 날 몸의 이상 신호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병원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아무것도 손쓸 수 없는 암 말기가 된 이후였다.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한 어머니는 삶을 정리할 겨를도 없이 급격히 병세가 악화되었고, 이내 가족의 곁을 영원히 떠나 버렸다.
삶에 여유가 있었다면!
몸이 편찮으셨을 때, 병원에 가서 자세한 검진을 받을 경제적 여유가 자신에게 있었다면!
그런 말로 스스로를 몇 번이고 자책했던 신태풍이었다.
고등학생 시절의 이야기로 15년도 훨씬 더 된 예전의 일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아픔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기에.
현생에서도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미아의 천사 같은 엄마, 메리를 절대 잃게 하고 싶지 않았다!
심지어 치료법도 알고 있지 않은가?
미아에 대한 영입 진행은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은 메리를 치료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었다.
그것은 다른 의도가 없는 자레드의 순수한 감정이자 선의였다.
* * *
저택으로 갔던 라키스가 헤이즈와 함께 이곳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1시간 뒤였다.
헤이즈는 라키스로부터 어린 여자아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레나를 데려왔다고 했다.
나이가 비슷한 아이들이니 서로 의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영주로서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고.
헤이즈가 재량껏 좋은 선택을 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헤이즈, 내가 약초를 배합해서 약물을 만들 테니까 메리가 그것을 마실 수 있도록, 몸을 반쯤 일으켜 줘.”
“걱정 마세요, 영주님! 혹시 몰라서 빵과 고기 수프를 끓일 재료와 도구들도 모두 챙겨 왔어요!”
“잘했어. 역시 헤이즈네.”
“그렇죠, 영주님?”
헤이즈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행복해했다.
내게 인정을 받은 것만으로도 힘이 불끈불끈 솟는 듯한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었다.
헤이즈 역시 나처럼 편견 없이 메리에게 다가가, 입가에 묻은 그녀의 핏물을 닦아 내어 주고 몸을 부축했다.
“얘, 이름이 뭐니?”
“미아예요. 언니는요?”
“레나라고 해. 걱정 마, 미아. 다 잘될 거야. 자, 우리 같이 기도하자. 그만 울어도 돼.”
“네, 언니. 흑흑흑.”
레나는 걱정스럽게 메리를 보며 울고 있는 미아를 친언니처럼 다독여 주는 모습이었다.
나는 빠르게 약 조합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