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Taesoo Choi RAW novel - Chapter 1871
01874 1874화
그사이 김혁권이 정민수에게 아디언을 넘겨주며 말했다.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편입니다. 캡틴 말로는 뼈까지 중독되진 않았으니까 최대한 괴사한 근육을 말끔하게 제거하라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어서 가 보세요.”
“갑니다. 처제, 부탁해.”
툭.
김혁권은 이선정 간호사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더욱 빠르게 수술 텐트로 달려갔다.
아디언을 안은 정민수가 유병태와 이선정 간호사에게 말했다.
“우리도 갑시다.”
타다닥.
역시 대답보다 몸이 더 빨랐다.
그들은 기존의 수술 텐트가 아닌 급하게 준비한 새로운 수술 텐트로 달려갔다.
밖이 소란스러운 사이 수술 텐트 속도 난리가 났다.
태수와 도성민이 수술 준비를 하는 사이 서영우와 김혁권이 푸아드에게 인공호흡기를 설치하고 ECG를 연결했다.
삑, 삑.
전기 신호에 ECG 그래프가 그려지자 무심코 확인하고 고개를 돌리던 서영우가 흠칫 놀라며 다시 쳐다봤다.
동시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 그가 강하게 소리쳤다.
“도대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다들 뭐 한 거야!”
“…….”
“진짜 미치겠네. 강심제도 못 써. 쓰면 독이 더 빨리 퍼져서 죽는다고.”
“신경질 그만 내고 일단 내가 말하는 거부터 들어요. 우리가 투여한 게 혈청부터…….”
김혁권의 목소리가 빠르게 이어지자 서영우는 굳어진 눈빛으로 진지하게 들었다.
곧 투약한 모든 걸 들은 서영우가 낮고 빠르게 말했다.
“최 팀장, 우선 모르핀부터 하나 투여할게. 이대로 전신마취를 해도 애가 버티기 힘들어. 차라리 진통제를 쓰고 하반신 마취로 진행하자고.”
“알겠습니다. 곧 준비 끝납니다. 바로 투여하세요.”
“알았어. 모르핀 투여할게.”
서영우는 가장 강력한 진통제를 선택했다.
아이가 앞으로 어떤 고통을 느낄지 직감한 배려였다.
서영우가 투여한 모르핀 때문인지 흐릿한 의식 속에서도 계속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던 푸아드의 표정이 조금은 좋아졌다.
이어서 김혁권의 도움으로 서영우는 척추에 마취약을 투여했다.
곧 아이의 다리가 흐물흐물하게 풀어졌다.
그사이 준비를 마친 태수와 도성민이 수술대로 다가섰다.
밝은 곳에서 다시 한 번 환부를 확인했다.
앞서 본 대로 종아리 전역에 괴사가 진행 중이었고, 물린 곳 주변이 가장 상황이 좋지 않았다.
트럭으로 이동하는 와중에 전해진 충격 속에서 응급수술 개념으로 종아리 근육을 조금 긁어냈다.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일차적인 처치일 뿐이었다.
이 정도로 양호할 수 있었던 건 허벅지를 감싼 압박붕대의 역할이 컸다.
태수는 수술이 끝날 때까지 그걸 뗄 생각이 없었다.
도성민도 환부 파악을 마쳤는지 짜증을 넘어 화를 냈다.
“아무리 야생이라고 해도 진짜 이건 너무했다.”
“지금 그거 따질 때 아니고, 바로 시작해도 됩니까?”
태수가 묻자 등을 돌린 채 ECG에 집중하고 있던 서영우가 손만 번쩍 들었다.
수술을 시작해도 좋단 의미였다.
이 순간을 아까부터 기다린 태수가 가운데 선 김혁권에게 말했다.
“메스.”
“여기.”
탁.
손에 쥐어진 메스는 트럭에서 사용한 것과는 천지 차이였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날이 엄청나게 벼려져 있었다.
태수는 그 메스로 푸아드의 중독된 다리를 서서히 가르며 수술을 시작했다.
갈라진 종아리 피부를 넓게 벌려 사방에 고정시켜 놓았다.
좌우로 갈라진 살은 괴사 중이었다. 근육 깊숙이 침투한 독 때문에 근육조차 퍼렇게 보일 정도였다.
태수도 예전에 경험했을 뿐, 최근에는 이런 환부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건 지금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이 수술을 어떻게 진행할지가 더 중요했다.
지금 수술에서 가장 필요한 건 빠른 속도와 꼼꼼함이었다.
그래서 태수가 도성민을 어시스던트로 요청했다. 이 수술에서는 그의 섬세함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문제는 그 섬세함을 뽐내기 전에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태수는 지체하지 않고 도성민에게 말했다.
“우선 난 긁어낼 테니까, 넌 독이 어디까지 타고 올라갔는지 확인해 줘.”
“알았어.”
“김 간호사님, 큐렛, 믹스터.”
태수가 필요한 수술 도구를 부르자 김혁권이 재빨리 건네줬다.
탁.
그걸 받아 든 태수의 표정이 묵직하게 변했다.
트럭 안에서 그토록 손에 쥐고 싶었던 큐렛이 이제야 손에 들어왔다.
그 감정에 도취될 틈도 없었다.
태수는 재빨리 큐렛으로 이미 엉망이 된 종아리 근육을 다시 긁어 상처를 더욱 벌렸다.
벅벅.
큐렛으로 긁고 또 긁어도 죽은피만 흘러나왔다.
트럭에서 일차적인 응급수술을 했는데도 아직 맑은 피는 보이지 않았다.
중독된 피의 끈적끈적한 느낌이 너무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귀찮고 싫다고 넘어갈 순 없는 노릇이었다.
태수의 손길이 점점 더 빨라졌다
최대한 단시간에 끝내야 할 수술이기에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태수가 종아리 근육에 온갖 상처를 내며 중독된 근육을 긁어낼 때였다.
도성민이 빠르게 말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좋은 소식은?”
“독이 종아리까지만 퍼져 나갔어. 허벅지를 잘 막아 놓아서 많이 번지지 않았다고.”
그나마 낫다.
태수가 살짝 안도하며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럼 나쁜 소식은?”
“독이 혈관을 타고 몸으로 퍼진 거 같아.”
도성민의 엉뚱한 말에 태수가 울컥했다.
“방금 종아리까지만 퍼졌다며!”
“그런데 이런 증상이 나올 리가 없잖아.”
“…….”
“대부분의 독은 종아리에 머물러 있었어. 약간의 독이 번진 거 같다고.”
도성민이 다시 차분하게 설명했다.
태수도 사실 짐작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다만 추측이 엇나갔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그런 바람은 이미 산산이 부서졌다.
냉정을 되찾은 태수가 짧게 숨을 내쉬고 물었다.
“그래서?”
“이렇게 되면 심장도 위험할 정도야.”
“…….”
“물론 너도 예상했겠지만.”
도성민이 차분하게 말을 마무리 지었다.
태수는 그 의견에 이의를 달 생각이 없었다.
다만 궁금한 건 있었다.
“서 선생님, 혈청을 네 차례 투여했는데 어떻습니까?”
“그렇게 투여해서 이 정도라고? 상당히, 아니 엄청 안 좋아.”
“멈춥니까?”
“아니야. 멈추지 마. 계속 진행해. 일단 내가 최대한 해독해 볼게.”
서영우의 말에 태수가 큐렛을 고쳐 잡았다.
“도끼야, 정리 좀.”
“바로 할게.”
콰륵콰륵.
도성민은 썩션을 이용해 죽은피를 모조리 빨아들였다.
그사이 김혁권이 거즈를 덧대어 보조했다.
태수는 두 사람 다음으로 큐렛을 이용해 계속 중독되어 괴사한 근육을 긁어내는 데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최대한 빠르고 강렬하게 종아리 근육을 긁어 가던 중이었다. 딱딱하기만 하던 태수의 눈빛이 약간 밝아졌다.
서서히 빨간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한 걸 본 탓이다.
비록 종아리 근육의 반 이상을 파내서야 만난 빨간 피였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반가웠다.
“제대로 된 피가 나오기 시작했어.”
“그만큼이나 팠는데 이제 나오기 시작했다고? 빌어먹을. 독이 엄청 깊게도 파고들었네.”
“더 파 봐야 해. 뼈가 무사한지도 봐야 하니까.”
“알았어. 보조할게. 김 간호사님, 후크하고 센리트렉터 주세요.”
도성민의 요청에 김혁권이 말없이 수술 도구를 건넸다.
평소라면 의사들이 나누는 의견에 자기 생각을 한마디 얹을 만했다. 그러나 이번 수술에서는 그런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조용히 보조만 하는 건 절대 아니었다.
김혁권의 눈빛이 어느 수술보다 진지하고 깊었다.
그건 수술 과정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직접 나서겠단 뜻도 담겨 있었다.
김혁권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할 성격이다.
하지만 아직은 나서지 않았다.
그런 김혁권의 눈빛을 태수와 도성민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빛을 의식하며 수술하진 않았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푸아드의 다리가 무사할지 주의를 기울여 살펴야 할 때였다.
한참 종아리를 깊게 파고들던 태수와 도성민이 손을 멈췄다.
먼저 도성민이 말했다.
“여기서 그치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뼈에는 문제가 없으니까.”
“그럼 이젠?”
“중독된 조직하고 근육을 모두 걷어 내야지. 내가 먼저 시작할게.”
태수가 수술 도구를 양손에 쥐고 본격적으로 움직이자 도성민도 바로 그 뒤를 따랐다.
이후 진행되는 수술은 상당히 고요했다.
하지만 의료진들의 손놀림은 절대 고요하지 않았다.
양손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진도는 더뎠다.
중독으로 괴사한 근육을 걷어 내는 과정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잘라 내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최대한 근육을 보존하며 진행하는 일이라 빠르게 진행될 수가 없었다.
손길 하나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
그래서 그런지 태수와 도성민의 얼굴엔 땀이 가득 흘렀다.
그렇게 노력하는 두 사람의 표정은 의외로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 수술을 시작할 때보다 밝아지고 있었다.
부족 전사의 응급처치가 훌륭했고, 부족으로 데려와서도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그런 어른들의 노력이 독이 깊숙이 파고드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종아리에 가득한 시꺼먼 근육이 서서히 뻘겋게 변해 갔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근육 손실이 상당했다. 아마도 회복 기간을 조금 오래 거쳐야 할 것 같았다.
이런 독에 당하고 목숨을 위협당하지 않았단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었다.
조금 더 진행하면 끝이 보일 터였다.
태수와 도성민은 그걸 알면서도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올 때까지 한 번의 손길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그러던 중 엉뚱한 곳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 젠장! 멈춰!”
서영우의 느닷없는 고함 소리가 들린 직후였다.
삑삑삑!
갑자기 ECG의 소리가 다급하게 울려 퍼졌다.
왜?
손을 멈춘 태수와 도성민의 눈빛이 가늘게 흔들렸다. 지금까지 수술 진행 사항으로 보면 절대 이런 소리가 나올 수 없던 탓이다.
두 사람의 시선은 곧장 ECG로 향했다.
혈압, 맥박…… 산소 포화도?
산소 포화도가 너무도 떨어져 있었다.
태수가 바로 물었다.
“갑자기 산소 포화도가 왜 저럽니까!”
“나도 몰라. 기다려 보라고!”
서영우의 당황한 목소리가 거칠게 들려왔다.
그는 이런 독에 관련된 수술 경험이 너무도 적었다. 당황하긴 했지만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무슨 일인지 확인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1초란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모두가 기다리는 걸 알기에 서영우는 바삐 움직였다.
“인공호흡기는 연결도 하지 않았는데 산소가 갑자기……. 앗! 최 팀장, bronchiostenosis(기관지협착)!”
“……젠장. 도끼야!”
태수가 소리치며 위로 올라가자 도성민, 그리고 뒤를 이어 김혁권도 재빨리 쫓아왔다.
불과 한 걸음이다.
한 걸음 옮겼을 뿐인데 종아리에서 상체로 보이는 부분이 확연히 달라졌다.
도착과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목으로 향했다.
서영우의 예측이 옳았다. 목에 바람을 집어넣은 듯이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독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분명했다.
단순히 부풀어 있는 게 아니라 단단하게 굳어져, 눌러 보면 저항이 심할 거란 건 보기만 해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건 곧 기도가 완전히 막혔다는 걸 의미했다.
이렇게 지체할 시간이 없다.
1초가 다급한 순간이었다.
태수가 바로 서영우에게 외쳤다.
“기관지 확장제!”
“기다려! 나도 찾아야 한다고!”
“도끼야, 가서 도와 드려!”
“알았어!”
도성민이 재빨리 뒤돌아 서영우를 보조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두 사람이 함께 준비한다면 약이 투여되는 데까지 기껏 1분도 걸리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간도 기다릴 수가 없었다.
아이의 얼굴이 서서히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호흡곤란으로 인해 벌써부터 산소가 부족해지고 있단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