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 Taesoo Choi RAW novel - Chapter 2335
02338 2338화
총 집도의 자리에 태수가 서 있고, 김혁권이 파트너였다.
그 반대편엔 박성민과 이선정 간호사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제2집도의 자리에 정민수와 송현미 간호사가, 반대편에는 유병태, 최소현 간호사가 서 있었다.
도성민은 수술대에서 한발 떨어진 곳에서 어디든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성혁과 남선우, 그리고 김수진 간호사도 수술 준비를 마친 채 도성민과 같이 대기 중이었다.
그렇게 총 15명의 의료진이 참여하는 대수술이었다.
수술대에는 나영선 환자가 준비를 마친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그녀를 중심으로 다들 준비 사항을 한 번 더 꼼꼼하게 확인하고, 또 부족한 걸 언제든지 채울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었다.
그 많은 인원이 있음에도 수술실은 고요했다.
그러나 고요함은 그렇게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노지연 간호사의 비장한 목소리가 울렸다.
“자정까지 1분 전이에요!”
그 소리와 동시에 서영우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General Anesthesia(전신마취) 상태 양호, Muscle Relaxant(근이완제)도 잘 퍼지고 있어. 예정대로 자정에 정확히 시작 가능해.”
“각종 투약 상태, 혈액 보유량도 양호.”
공우혁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고개를 끄덕인 태수의 시선이 체외순환사에게로 향했다.
그 시선을 마주한 기사가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 시선을 확인한 태수가 뒤를 돌아봤다.
도성민이 의약품이 가득한 의료 카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쪽도 오케이. 애들도 준비 끝.”
“그래.”
그렇게 확인은 마친 태수가 다시 수술대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노지연 간호사의 목소리가 한 번 더 들려왔다.
“30초 전이에요.”
그 말이 끝나자 태수가 모두를 둘러봤다.
곧 시작될 터였다.
그 전에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했다.
곧 태수는 모두가 들을 수 있게 말했다.
“자정은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우리에게만 새로운 하루가 아닌,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새로운 하루가 되어야 할 겁니다.”
“네!”
“전 기적이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어떤 기적도 거저 이뤄지지 않습니다. 기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듭시다.”
“네!”
모두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러고 난 후 노지연 간호사의 목소리가 한 번 더 들려왔다.
“자정 10초 전이에요!”
그 목소리가 잦아들자 태수가 바로 입을 열었다.
“그럼 지금부터 수술 시작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15명의 의료진들이 동시에 수술대를 향해 고개 숙였다.
그 인사가 끝나자 태수의 손엔 메스가 들려 있었다.
태수는 망설임 없이 나영선 환자의 가슴 사이에 메스를 올렸다.
수술의 시작을 알리는 행동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정확히 자정이었다.
잠시 후.
개흉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소요된 시간은 10여 분으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다.
1차로 수술할 흉부에 모든 인력을 집중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넓게 벌린 틈으로 내부가 훤히 보였다.
그 속을 태수와 박성민이 먼저 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미간이 와락 좁혀졌다.
박성민이 먼저 짜증을 토해 냈다.
“우심실아, 너 왜 그러냐. 비대에 괴사가 말이 되냐고.”
“씨암 결과보다 더 안 좋은 거 같습니다.”
“씨암이 천하무적은 아니니까. 그보다……. 아이씨.”
박성민의 입에서 한 번 더 짜증이 터져 나왔다.
그때 정민수가 의아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이밀어 확인하더니 이내 박성민과 같이 짜증을 토해 냈다.
“아, 진짜 이건 좀 심하잖아. 우심실의 반 정도가 괴사됐는데?”
“뭐?”
유병태의 목소리가 강하게 울렸다.
다른 의료진들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상당히 동요한 눈빛이었다.
그때 태수가 낮고 강하게 말했다.
“지금 심실비대 및 심근괴사 의료발표 합니까?”
“…….”
“예정대로 갑니다. 유 선생, 그래프트 채취 시작해. 가급적 길게.”
“알았어.”
유병태가 허벅지 쪽으로 내려가자 최소현 간호사도 함께 이동했다.
그사이 태수는 박성민과 정민수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인공심폐기부터 연결합니다.”
“오케이. 이 간호사님, 라인…….”
박성민의 말이 끝나기 전에 이선정 간호사가 인공심폐기와 연결된 두꺼운 카테터들을 내밀었다.
“여기요.”
“역시 반응 좋고. 태수야, 라인 준비 끝.”
박성민의 반응에 태수의 목소리가 커졌다.
“인공심폐기 연결합니다.”
“네!”
대답과 동시에 태수, 정민수, 박성민이 동시에 연결을 시작했다. 그 의사들을 김혁권과 이선정, 송현미 간호사가 옆에서 보조했다.
태수는 상행대동맥을 손으로 가볍게 만져 봤다.
딱딱함이 느껴졌다.
이 안에도 혈전이 자리를 잡은 느낌이었다.
태수만 느끼는 게 아닌지 바로 정민수와 박성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폐동맥에 혈전 발견.”
“대정맥과 폐정맥도 혈전이 느껴져.”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태수가 이마를 좁혔다.
“간이 그렇게 안 좋은데 혈전?”
“오히려 그래서 생긴 거겠지.”
정민수의 추측에 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한번 뭉친 혈액은 계속 축적되니까.”
“이대로 진행해?”
“말도 안 되는 소리. ……서 선생님, 와파린(혈전 용해제) 바로 투여 부탁드립니다.”
“와파린 투여 시작.”
서영우가 바로 대답해 왔다.
혈전 용해제가 투여됐다고 해서 딱딱하게 굳어진 혈전은 바로 녹지 않았다.
그건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일이었다.
인공심폐기를 사용해도 와파린은 계속 투여될 약이기도 했다.
다들 알기에 현재의 반응에 민감하게 굴지 않고 인공심폐기 연결을 이어 갔다.
수술실 분위기는 오늘따라 더 차분했다.
그만큼 긴장된 상태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차분한 이유가 있었다.
인공심폐기 연결부터가 쉽지 않았다.
태수가 평소대로 상행대동맥에 날카로운 수술 도구를 가져갔다. 그 수술 도구가 상행대동맥에 닿는 순간이었다.
툭. 찌익!
터진 혈관 틈으로 피가 솟구쳐 올랐다.
“젠장!”
턱.
태수는 반사적으로 혈관을 손가락으로 눌러 막으며 동시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순간적인 반응으로 출혈은 잠깐 진행됐고, 얼굴에 피도 튀지 않았다.
그러나 태수의 표정은 굳어졌다.
그때 김혁권이 수술포로 태수의 어깨에 튄 피를 가볍게 두드리며 물었다.
“눈에 들어가진 않았죠?”
“다행히도요. 푸우, 시작부터 쉽지 않네요.”
“……뭐가 문젠데요?”
“혈관이 너무 약해졌습니다.”
태수의 대답과 동시였다.
“엇!”
“이런!”
박성민과 정민수의 탄성이 이어서 들려왔다.
곧 두 사람 모두 문제를 수습했는지 숨을 길게 내쉬었다.
“푸우! 미치겠네.”
“그쪽도 그럽니까?”
“그래. 너무 약해졌어. 거기다가 지혈도 늦어. 이렇게 약해지면 그래프트 채취도 쉽지 않은데.”
박성민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병태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엇, 앗! 최 간호사, 액상 지혈제.”
“여기요.”
“내가 손 치우면 바로 뿌려……. 둘, 셋.”
유병태가 손을 떼자 최소현 간호사가 직접 주사기 속 액체를 허벅지 내부에 뿌렸다.
그사이 유병태가 거즈를 들고 그 속으로 손을 넣었다 뺐다.
하얀 거즈가 시야에서 잠깐 사라졌다가 나타났는데 뻘건 핏물이 가득 스며 있었다.
태수는 유병태에게 물었다.
“그래프트 채취되겠어?”
“아니. 조금만 힘을 더 줘도 끊어져 버려. 길게 뽑기는커녕 몇 센티미터도 뽑아내기 힘든 상태야.”
“흠……. 서 선생님, 지금 혈압 어떻죠?”
“다들 바로 막아서 크게 떨어지진 않았어. 아니, 워낙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미동이 없다고 해야지.”
서영우의 목소리도 좋지 않았다.
생각할 것도 없이 태수는 결단을 내렸다.
“일단 수술 중지. 지혈부터 다시 확실하게 마무리하세요.”
“…….”
아무도 그에 대해 반박하지 못했다.
수술이 시작된 지 이제 1시간 남짓 지났을 뿐인데 제동이 걸렸다.
이 문제는 쉽게 넘어갈 성질이 아니었다.
지혈조차 더뎠지만 출혈 부위가 크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내 각자 터질 혈관의 지혈을 마친 의사들이 빠르게 머리를 모았다.
태수는 바로 문제를 다시 언급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어느 혈관이든 뚝뚝 끊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 수술 자체가 안 될 상황이긴 한데, 그렇다고 닫아?”
“지금 닫으면 그다음은요?”
“나도 답답하니까 하는 소리잖아.”
박성민은 날카로움을 애써 억누르며 말했다.
다 같이 예민한 상황이라 더욱 자신을 컨트롤하고 있었다.
그건 태수와 다른 의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미치겠네. 혈관이 끊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인공심폐기 연결 자체가 힘들다고.”
“심장 수술을 못하면 다른 장기는 수술해도 소용없어.”
다 옳은 소리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논하는 말들이 아니었다.
모두 절망만 말하는 건 아니었다.
정민수가 먼저 아이디어를 냈다.
“인공혈관으로 감싸는 건 어떨까요?”
“그것도 좋은 방법인데…….”
“문제는 시간이지. 너무 오래 걸려.”
문제점이 도출되자 정민수의 눈이 어색하게 변했다.
“그건 그러네. 내가 최고 속도로 봉합한다고 해도 그것만 1시간 넘게 걸릴 텐데.”
“비효율을 넘어서 미친 짓이야.”
“그래도 방법으로 나쁘진 않은데……. 좀 더 효과적인 건 없나?”
기껏 생각한 방법이지만 썩 현명하지 않아 보류했다.
그때까지 태수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렇게 홀로 생각을 이어 가던 태수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피브린 글루(Fibrin Glue) 있죠?”
“그건 접착젠데. 거기다 접착력도 약하고, 대형 출혈엔 쥐약이잖아.”
“거기에 액상 지혈제를 덧뿌리면?”
태수의 아이디어에 다들 눈빛이 반짝였다.
“혈관에 피브린 글루를 뿌려서 튼튼하게 만든다는 건데.”
“액상 지혈제가 단단하게 굳혀 주면 피브린 글루의 단점도 좀 보안될 거고. 시간도 훨씬 단축되고.”
“문제는 피브린 글루가 용해되지 않는다는 거잖아. 녹지 않고 계속 남아 있다고.”
유병태가 문제를 제기하자 태수가 바라보며 물었다.
“다시 열 거야?”
“……못 열겠지.”
“그래. 그래서 하는 말이야. 다시 열 수 있다면 쓰지 않겠지만.”
태수의 뒷말이 가진 의미가 너무도 무거웠다.
하지만 누구도 그 말에 위축되지 않았다.
마지막 인사를 위한 수술이란 걸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
그런 수술이라 태수의 의견이 옳았다.
박성민이 먼저 말했다.
“난 찬성.”
“나도.”
“그래도 난 그래프트 채취는 힘들 거 같은데.”
유병태가 한 번 더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태수는 간단하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래프트 멈춰. Artificial Blood Vessel(인공혈관)으로 대체하면 돼.”
“관상동맥을 인공혈관으로? 그래, 진짜 이 정도면 막가는 수술이잖아.”
“더 좋은 방법 있어?”
“없어. 여기저기 뚝뚝 끊어먹는 것보다 차라리 인공혈관으로 대체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야.”
유병태가 수긍하자 태수가 말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고, 만약 그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민수 의견대로 인공혈관으로 감싸서 진행하겠습니다.”
“오케이.”
“진행하시죠.”
의견을 모은 의사들은 다시 수술대로 시선을 내렸다.
그때였다.
타다닥!
어지러운 발소리와 함께 대기하던 도성민과 레지던트들이 다가섰다.
도성민은 태수 옆에 도착해 김혁권에게 주사기를 건넸다.
“여기 피브린 글루요.”
“어째 레지던트 역할이 어울리십니다.”
“저야 만능이니까요. 그럼.”
도성민은 짧게 대화를 마치고 뒤로 물러섰다.
그와 동시였다.
툭.
태수의 등에 작은 충격이 느껴졌다.
도성민이 팔꿈치로 가볍게 건드리고 간 모양이었다.
뒤는 걱정 말란 의미다.
지금 모습으로 확실히 증명됐다.
레지던트만 있었다면 오더가 떨어졌을 때까지 기다렸을 일을 도성민이 먼저 움직였다.
뒷배가 든든하니 걱정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