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지크는 시스템이 번역한 마계어를 읽었다.
[우리는 따로이며, 또한 하나이다. 우리는 따로이며, 또한 하나이다.]음산한 주문이 계속 이어지면서, 녹색의 전사들 몸에서 나뭇가지와 뿌리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뭐지?’
전사들의 몸에서 돋아난 나뭇가지와 뿌리가 서로 엉겨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뭉친 나무는 거대한 전사의 형태를 갖추어 나갔다.
다섯 명의 전사들이 각각 나무 전사의 팔과 다리, 몸통이 되어서 하나로 합쳐졌다.
쿠구구구구!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전사가 몸을 일으켰다.
‘저게 뭐야.’
그때 나무 전사의 머리처럼 보이는 곳의 가지들이 움직이면서 지크를 향해 말했다.
[나는 명예로운 ‘청명한 녹색의 염원’을 받드는 자. 아라타소라고 한다.]지크는 녹색의 전사들이 청명한 녹색의 염원의 권속을 소환했다는 걸 깨달았다.
‘명예 어쩌고 하더니 밀릴 것 같으니까 곧바로 권속을 소환하는군.’
악마를 숭배하는 놈들이 애초부터 명예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기는 했다.
지크가 아라타소를 향해 말했다.
“너를 불러낸 다섯 명의 전사와 명예를 걸고 결투 중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다른 자가 끼어드니 당혹스럽기 그지없군. 다섯 명의 전사와 명예로운 결투를 끝마칠 수 있도록 해 주겠나.”
그러자 아라타소가 고개를 저었다.
[청명한 녹색의 염원의 종속들은 따로지만, 하나나 다름없다. 그들 다섯이 나 하나와 같으니 명예로운 결투는 나로서 이어질 것이다.]어이없는 궤변이었지만 상대가 악마의 권속인 마족임을 생각하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궤변과 거짓말은 인간이 악마에게서 배운 가장 유용한 무기라더니 당해 보니 기분 더럽군.’
더 얘기해 봐야 성질만 날 것 같아서 지크는 바하무트를 아라타소 쪽으로 겨누었다.
다섯 명의 녹색 전사든, 한 명의 마족이든 일단 두들기고 보면 뭐든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지크를 보며 아라타소가 거대한 몸을 쭉 폈다.
그러더니 손에 든 나무 검을 바닥에 박아 넣었다.
콰콰콰콰콰!
녹색 기운이 깃든 나무뿌리가 바닥 전체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지크는 뒤로 물러서며 나무뿌리를 피했다.
‘이, 이건?’
우우우웅!
나무뿌리가 퍼진 곳에서 진동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헤르시온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마족이 펼친 결계술에 영향을 받습니다.] [결계 안에서는 시스템 작동이 제한됩니다.] [결계 안에서는 권능과 스킬을 구동할 수 없습니다.] [결계의 영향으로 체력의 소모가 커집니다.]‘마족의 결계?’
여태껏 지크가 만난 마족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전투 방법이었다.
아라타소가 땅에 박아 둔 검을 두고 몸을 일으켰다.
그의 손에서 새로운 검이 자라났다.
그는 그 상태로 지크를 향해 검을 치켜들었다.
[검을 들어라. 필멸의 기사여! 명예롭게 검으로 너의 용맹을 증명하라!]예고도 없이 갑자기 결계를 쳐 놓고서는 말은 번드르르한 아라타소였다.
시스템과 권능, 스킬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 보니 헤르시온은 물론이고 아가멤논의 마스크와 빛의 마법 역시 쓸 수가 없었다.
‘낭패로군.’
지크는 아라타소를 향해 바하무트를 겨누었다.
“명예는 개뿔. 바닥에서 기어 다니게 해 주마.”
우우우웅!
지크의 검이 오러로 휘감겼다.
동시에 용살법의 자세를 취한 지크는, 곧장 아라타소를 향해 달려들었다.
촤아아아악!
지크의 검격이 아라타소를 향해 날아갔다.
콰콰콰쾅!
아라타소가 만들어 낸 나무 방패가 지크의 검격을 그대로 튕겨 냈다.
나무 조각들이 튀어 나갔을 뿐 아라타소는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
방패를 후려친 지크의 손목이 시큰거릴 뿐이었다.
‘마치 쇳덩이를 친 것 같군.’
아라타소가 방패를 든 채 지크를 향해 앞으로 달려 나갔다.
콰콰콰콰콰!
아라타소의 거체가 휘두른 방패가 지크를 향해 날아들었다.
“차하아앗!”
지크는 수력의 장을 펼쳐 아라타소의 공격을 부드럽게 받아쳤다.
후웅!
파도검에 의해 공격이 무력화된 아라타소가 오히려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옆으로 기우뚱했다.
지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절(絶)의 의지!”
혼신기로 아라타소의 방패를 베었다.
촤아아악!
놀랍게도 아라타소의 방패가 절반으로 갈라지며 땅에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아라타소의 눈빛이 변했다.
[보통 인간은 아닌 게로구나.]쿠구구구구!
그의 눈에서 녹색 안광이 피어올랐다.
나무가 다시 솟아나더니 이전 것보다 더 크고 튼튼한 방패가 만들어졌다.
동시에 아라타소의 검에서 녹색 오오라가 피어올랐다. 아까 결계를 펼칠 때와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오러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마족이 오러를 쓴다?’
지크의 검에서도 오러 블레이드가 솟구쳤다.
“하아아아앗!”
지크의 검과 아라타소의 검이 충돌했다.
파지지지직!
푸른 오러 블레이드와 녹색 오오라가 부딪힐 때마다 불꽃이 튀고 그 충격에 땅이 갈라졌다.
두 사람의 검격이 수십 차례 부딪쳤다.
아라타소가 광소를 터뜨리며 외쳤다.
[인간의 기사야! 더 검을 휘둘러라! 그리고 울부짖어라! 너의 절망과 공포가 나의 힘이 될지어다!]아라타소의 검격은 무겁고 날카로웠다.
‘크윽!’
지크는 바하무트를 들고 쉼 없이 휘둘렀다.
무한 체력을 가진 지크였지만 장기전으로 갈수록 그의 힘에도 한계가 있었다.
잘못하면 전투 중에 의식을 잃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지크는 뒤로 물러나며 아라타소의 검을 막았다.
콰콰콰쾅!
아라타소의 검이 멈추지 않고 지크를 향해 쏟아졌다.
지크는 검격이 빠른 질풍기의 검술을 이용해 아라타소의 검을 쳐 냈다.
하지만 곧 힘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콰콰콰쾅!
아라타소의 검격에 당한 지크가 그대로 벽에 처박혔다.
“후우, 후우.”
지크는 결계의 영향으로 평소보다 더 빨리 힘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검을 쥐고 겨우 다시 섰다.
검을 든 아라타소가 지크를 겨누며 말했다.
[인간치고는 실력이 괜찮구나. 하지만 수천 기의 마계 전사들을 이끄는 이 아라타소에게는 한참 부족하다.]아라타소의 광오한 말에도 지크는 반박하기보다는 숨을 고르고 다시 침착하게 검을 들었다.
지크는 다시 오러 블레이드를 일으켜 아라타소에게 덤벼들었다.
콰콰콰콰콰!
용살법을 휘두르며 검격을 날렸지만, 이내 그의 방패를 맞고 다시 허무하게 튕겨 나갔다.
“후우. 후우.”
지크는 몸이 무거운지 최대한 자세를 낮춘 채 검을 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파지지직!
갑자기 바닥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아라타소가 당황했다.
[뭐, 뭐냐?]지크의 오러 블레이드에 의해 바닥에 깔린 뿌리들이 파헤쳐져 있었다.
아라타소가 지크를 향해 소리쳤다.
[이놈! 내 결계를 파헤치려는 것이냐!]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지크가 땅에 박아 둔 아라타소의 나무 검을 향해 용의 발톱을 날렸다.
콰드드드득!
가뜩이나 약해진 검이 부서지면서 결계가 사라졌다.
[시스템의 기능을 회복합니다.]촤라라라락!
지크는 다시 헤르시온을 장착하고 아가멤논의 마스크 역시 장착했다.
“빛의 철퇴!”
지크가 곧장 아라타소를 향해 빛의 마법을 시전했다.
콰콰콰쾅!
아라타소가 다시 결계를 만들 틈을 줄 수는 없었다.
지크는 미리 성화 스킬을 써서 설사 결계가 만들어진다 해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대비를 했다.
아라타소와의 싸움으로 마족과 전투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을 뼈저리게 느낀 셈이었다.
쿠구구구구!
먼지구름이 걷히고 빛의 철퇴에 맞아 여기저기 나무 껍데기가 벗겨진 아라타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녹색 안광을 빛내며 지크를 향해 말했다.
순간 두 발로 서 있던 아라타소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켄타우로스의 모습처럼 하체가 말로 변한 아라타소는 한쪽 팔은 방패가, 다른 한쪽 팔은 창이 되어 있었다.
진짜 말이라도 된 듯 아라타소가 발굽으로 땅을 긁었다.
지크는 정화의 칼날을 일으켰다.
정화의 힘이 담긴 황금빛 오오라가 바하무트를 휘감자 아라타소가 놀란 듯 앞발을 들며 외쳤다.
[끔찍하구나! 주인께 받은 내 청명한 녹색의 영혼이 그 더러운 빛에 오염될까 두렵다! 이 또한 내 주인께서 내려주신 전사로서의 시험이 아닌가! 울어라! 울부짖어라! 오늘 이 아라타소는 새로운 운율로 전사의 위업을 만들어 내리라!]낯간지러운 대사를 마구 뱉어 내는 아라타소를 보며 지크는 조용히 용살법 기수식을 취했다.
우우우우웅!
황금빛 오오라가 지크의 몸 전체에서 뻗어 나왔다.
동시에 아라타소의 몸에서도 짙은 녹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쿠구구구구구!
오러 블레이드처럼 녹색의 빛이 아라타소의 창에 스며들었다.
안 그래도 긴 창이 녹색의 기운이 스며들자 더욱 거대하게 느껴졌다.
아라타소가 먼저 지크를 향해 뛰어들었다.
두두두두두두!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아라타소가 창을 앞으로 내질렀다.
콰콰콰콰콰콰!
녹색 빛의 소용돌이가 지크를 향해 날아갔다.
지크 역시 정화의 칼날이 깃든 바하무트로 용살법을 펼쳤다.
용살법 참룡검결식
4장 2절
만월 날리기
거대한 만월이 녹색 소용돌이를 베고 지나가며 아라타소의 몸에 적중했다.
콰콰콰콰콰쾅!
황금빛 오오라를 머금은 만월이 아라타소의 몸을 베고 지나갔다.
[커허어억!]예상치 못한 강한 검격을 정통으로 맞은 아라타소가 뒤로 물러났다.
정화의 힘이 깃든 공격이라 마족인 그로서는 다친 곳이 회복되질 않았다.
나무로 된 그의 몸체가 거의 반 토막이 날 듯 어깨부터 옆구리까지 길게 부서져 있었다.
상처 부위에서 녹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건방진 인간 놈이…….]당하고 나니 아까의 여유 있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험한 소리를 내뱉는 아라타소였다.
지크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아라타소를 향해 빛의 철퇴를 날렸다.
콰콰콰쾅!
강력한 빛의 철퇴가 아라타소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쿵!
아라타소가 방패로 빛의 철퇴를 막았다.
지크는 그 틈에 화염의 장을 일으켜 아라타소의 몸에 청염난무를 펼쳤다.
화르르르륵!
거대한 불의 창이 아라타소의 몸에 내리꽂혔다.
[크으윽!]원소력으로 만들어진 순수한 불이었기에 마기로 이루어진 아라타소의 몸체 역시 불타올랐다.
아라타소는 황급히 불이 붙은 부위를 잘라 내고 새로운 몸을 재생시켰다.
떨어져 나간 몸체에는 생명력이 완전히 빨려서 미라 상태가 된 녹색의 전사가 죽은 채 널브러져 있었다.
아라타소는 아까와는 달리 노성이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주인의 명예를 위해! 네놈의 목을 잘라 제단에 바치겠다!]두두두두두!
아라타소가 곧장 지크를 향해 창을 들고 달려들었다.
후우우웅!
거대한 창을 신묘하게 다루며 지크를 공격하는 아라타소였다.
후우우웅!
아라타소의 창술은 기묘하기 그지없었다.
찌르는 듯싶더니 옆으로 베고, 옆으로 베는 듯싶더니 찌르고.
스쳐 지나가는 듯싶더니 창이 길어지며 앞으로 찔러 들어왔다.
‘종잡기 어려운 창술이군.’
인간의 창술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지크는 악마나 마족을 상대할 때는 인간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공격을 감안해야 한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쾅!
미처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창이 지크의 등 뒤를 내리쳤다.
“크윽!”
만약 헤르시온이 없었다면 이 공격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었을지도 몰랐다.
지크는 변칙적으로 날아오는 아라타소의 창을 쳐 내며 마족의 창술을 몸으로 체득하려 했다.
그때 아라타소의 몸에서 녹색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소환자들의 생명력이 거의 다 됐나 보군.’
지크는 아라타소의 창을 쳐 내다가 틈을 살폈다.
그러고는 왼쪽 손에서 쇠사슬을 뽑아내 다리를 휙 걸었다.
쿠궁!
사슬에 다리가 봉쇄되어 묶이자 아라타소가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그러자 아라타소는 말 부분의 몸체를 버리고 상체 부분만 분리해 새롭게 몸을 만들었다.
처음보다 몸의 크기가 훨씬 줄어들어 이제는 바바리안 정도의 몸체로 변했다.
[인간 주제에 ‘청명한 녹색의 염원’의 권속인 나를 이렇게 몰아붙이다니. 놀랍군.]갑자기 다시 무게를 잡는 아라타소였다.
그는 방패와 검을 만들어 내 지크를 향해 겨누며 외쳤다.
[마계로 돌아가기 전 네놈의 영혼을 집어삼켜 영원의 고통을 내려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