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531
531화
지크는 시스템이 띄운 이동형 기지 목록을 확인했다.
―이동형 기지 목록―
1. 방주
2. 트라이앵글
“방주와 트라이앵글이라.”
지크는 이동형 기지 목록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데스밸리에 숨겨져 있던 방주, 그리고 캡틴 키드의 배인 트라이앵글.
지크의 예상대로 이동형 기지의 생산 자체는 불가했지만 존재하는 고대 유물들은 오펜스 모드와 연동하여 이동식 기지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트라이앵글은 시스템이랑 연결해서 항해를 해 본 적이 있지. 그런데…… 방주도 바다에 띄워서 움직여야 하는 건가.’
지크가 시스템에게 물었다.
“시스템, 목록에 떠 있는 방주의 기능도 알 수 있나.”
지크의 말에 시스템이 메시지로 대답했다.
[관리자에게 개방된 기능까지 확인 가능합니다.]“그래? 그럼 방주의 개방된 기능을 화면에 띄워 줘.”
곧 시스템이 오펜스 모드와 연동하여 사용할 수 있는 방주의 기능을 화면에 띄웠다.
지크는 기능들을 확인하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계 체스에서 사용했던 부유선이랑 기능이 거의 똑같잖아?”
마계 체스는 성좌의 유희 전투를 기초로 만들어진 것으로, 과거 성좌들에 의해 사라진 문명의 데이터를 불러오는 것이 가능했다.
그 말은 마계 체스에서 생산할 수 있는 것들은 과거 현상계에 실제로 존재했던 아이템이나 기물이라는 뜻이었다.
지크는 방주가 사라진 고대 문명이 남긴 유물이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했다.
‘마계 체스에서 생산했던 부유선이 데스 밸리에 있던 방주와 같은 것이구나.’
사라진 고대 문명의 흔적이 신비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현상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방주는 그런 고대의 신비를 담고 있는 유물 중 하나였던 것이다.
지크는 방주의 기능을 자세히 살피며 오히려 마계 체스에서 생산했던 부유선보다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주는 자체적으로 포탈 이동도 되잖아? 카르마만 충분하면 방주에 병력을 실어서 단번에 적지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겠어.”
방주를 이용한다면 나락과의 전투는 물론 쥬피터와의 공성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다.
‘시간을 내서 데스 밸리 쪽에 방주를 회수하러 다녀와야겠군.’
지크는 오펜스 모드를 종료하고 이번에는 디펜스 모드를 다시금 정리하기로 했다.
이번 마계 공녀들의 침공을 통해 마족의 습격에 더욱 철저한 방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시스템, 이번에는 디펜스 모드 연동 가능 영역 목록을 띄워 줘.”
메시지와 함께 디펜스 거점 영역 목록이 떠올랐다.
―거점 영역 목록―
1. 아트라하시스의 요새
2. 용살자의 무덤
3. 영웅왕의 안식처
4. 천공족의 안식처
5. 거인의 수호탑 (권한 획득)
6. 방주
7. 무한의 탑 (권한 획득)
지크는 이전보다 늘어나 있는 거점 영역 목록을 보고 내용을 자세히 살폈다.
‘7번 무한의 탑.’
아텐의 니르바나 중앙지부에서 접속했던 제3 방호 기지인 무한의 탑이 거점 영역 목록에 추가된 상태였다.
당시에는 탑의 관리자 권한이 없었는데 칭호 대마도사의 가호를 받으면서 권한을 획득한 듯싶었다.
‘거인의 수호탑과 무한의 탑 모두 관리자 권한을 획득했구나. 만약 이쪽으로 마족이 침공한다면 원격으로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겠어.’
목록을 한 차례 훑은 지크의 시선이 목록의 1번으로 옮겨졌다.
‘잠깐, 아트라하시스의 요새?’
분명 그의 기억에 이전에는 1번의 이름이 ‘???의 요새’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 이름이 아트라하시스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아트라하시스라는 이름을 이전에 들은 적이 있었다.
아가멤논의 마스크의 진명이 밝혀질 때도 같은 방식으로 이 이름이 나타났었기 때문이다.
‘아트라하시스는…… 위대한 현자의 진명이다.’
그리고 1번 요새가 지칭하는 것은 바로 미케네의 아가멤논 성이었다.
“아가멤논의 성이 위대한 현자의 요새라고?”
지크는 여태껏 아가멤논의 성을 용이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용이 아닌 위대한 현자가 만든 요새였다니.’
왜 이곳에 성물인 마스크가 있었는지, 호수에는 신수인 나후엘이 있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지크는 관리자 모드의 갱신과 함께 새롭게 개방된 요새의 기능을 살폈다.
대방어 마법진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방어형 무기들을 소환하는 것이 가능했다.
“만약 갱신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침공 요새의 공격을 완벽히 방어할 수 있었겠는데.”
지크는 아쉬움에 중얼거리다, 말이 나온 김에 방어 기능을 자동 설정해 놓았다.
이제는 지크가 아가멤논 성에 없더라도 충분히 자체적으로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에 몬스터 웨이브가 몰려와도 방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디펜스 모드까지 정리한 지크는 시스템 창을 끄고 잠시 머리를 식히며 다른 아이템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지크의 손에는 두 개의 열쇠가 쥐어져 있었다.
“크로노스의 보고 열쇠, 그리고 아서 드레이커의 유산…….”
아직 크로노스의 보고 열쇠는 실제 전투에서 써 보지를 못했다.
보고 열쇠는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하여 크로노스 왕국 보고에 담긴 아이템을 일정 시간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레전더리 아이템을 지닌 지크로서는 딱히 보고의 열쇠로 아이템을 소환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기왕 카르마 포인트를 소비할 바에는 상점에서 필요한 다른 물건을 사는 것이 더 가성비가 좋았다.
힘들게 성공한 퀘스트 미션 보상이었지만 엘더 드래곤의 시스템을 가진 지크에게는 크게 효용성이 없는 아이템이었던 것이다.
그때 지크의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이걸 성궤에 넣으면 어떻게 되려나?’
레전더리 아이템까지는 성궤에 넣을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지크는 더 생각할 것 없이 성궤를 꺼내 그 안에 보고 열쇠를 집어넣었다.
성궤의 뚜껑을 닫으니 놀랍게도 성궤의 힘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지크는 빛을 내는 성궤를 바라보며 보고의 열쇠가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기대했다.
이윽고 성궤가 다시 열리고 그 안에서 보고의 열쇠가 떠올랐다.
지크는 열쇠의 정보를 확인했다.
―크로노스 왕국 보고의 열쇠(강화)―
설명 : 크로노스 왕국 보고를 개방할 수 있는 열쇠. 성궤의 힘으로 강화되어 능력이 확장돼 영령 소환의 힘까지 갖추게 되었다.
고유권능 : 보고 개방, 영령 소환,
특이 사항 : 사용자는 크로노스 왕국 보고에 담긴 아이템 및 크로노스 왕국과 관련된 영령을 일정 시간 동안 소환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영령 소환 시 해당 영령과 관계된 아이템을 매개체로 할 경우 소환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인과성을 위해 카르마 포인트를 소모하게 됩니다.
지크는 강화된 보고의 열쇠를 보고 깜짝 놀랐다.
“크로노스 왕국과 관계된 영령 소환?”
아이템 소환과 더불어 영령을 소환할 수 있는 권능이 하나 더 생겨난 것이었다.
지크는 열쇠를 쥐고 어떤 영령을 소환할 수 있는지 한 인물을 떠올려 시험해 봤다.
[영령과의 접속 안정성이 부족하여 소환이 불가능합니다.]지크는 떠오른 메시지를 보고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때 지크는 자신이 걸치고 있는 망토가 시계탑 기사 중 하나인 현명의 기사 제롬의 망토라는 것이 기억났다.
그는 제롬의 망토를 쥐고 다시 영령 소환을 시도해 봤다.
[영령과 연관된 매개체를 통해 접속 안정성을 상승시켰습니다. 소환이 가능합니다. 단, 접속 환경에 따라 매개체가 소멸될 수 있습니다.]지크는 떠오른 경고 메시지를 보고 소환을 취소했다.
시험 삼아 소환을 해 보겠다고 귀한 망토를 소멸시킬 수는 없었다.
‘미리 관련 아이템들을 준비해 두고 급할 때 영령을 소환한다면 전투 시에 도움이 되겠어.’
전설 속 시계탑 기사들은 하나같이 초월자에 가까운 실력을 가진 이들이었다.
소환에 시간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전략적으로 사용하기만 한다면 큰 무기가 될 수 있었다.
동시에 지크는 한 가지를 떠올렸다.
“이 말대로라면 카이시르 스승님이나 검성도 소환이 가능한 건가.”
두 사람 모두 영령의 형태로 현상계에 모습을 드러냈던 적이 있었기에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을 듯싶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초월자의 격을 가졌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들을 소환하려면 어마어마한 카르마가 필요할 듯했다.
특히 카이시르는 현상계에 있는 것만으로도 인과성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강한 존재였기에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았다.
크로노스의 보고 열쇠를 강화해 새로운 가능성을 본 지크는 아서 드레이커의 유산인 또 다른 열쇠를 살폈다.
그는 아서 드레이커의 열쇠를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아서 드레이커가 죽은 것이 아니라면 왜 나한테 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이 열쇠를 남긴 거지.’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 지크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 바로 아서 드레이커였다.
지크로선 현재까지도 아서 드레이커가 자신의 친부가 아니라는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어머니인 로라 아가멤논이 아서 드레이커를 혐오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주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귀족가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결혼을 하고 서로 각자 다른 애인을 두는 경우가 허다했기에 아서가 지크의 친부가 아니라는 사실 자체는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엄밀히 말하면 루베른 역시 테라칸 드레이커의 피를 이었으니 아서 드레이커가 친부가 아니라고 해도 내가 드레이커의 혈족이라는 것이 이상하진 않다.’
아가멤논의 혈통이 루베른에서 갈라져 나온 것이었기에 친부가 드레이커의 혈족이 아니더라도 불멸의 힘을 각성한 것은 충분히 말이 됐다.
게다가 애초에 지크의 경우에는 고룡의 축복이 힐러의 재능과 결합되어 불멸의 힘을 깨운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지크는 자신의 친부가 누구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용의 지혜로 과거의 기억을 들춰 보려 해도 매개체가 부족해서인지 제대로 된 데이터를 불러올 수가 없었다.
그는 아서 드레이커의 열쇠를 손에 쥐고 여전히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다가 무의식적으로 현자의 눈을 발동시켰다.
그런데 놀랍게도 열쇠가 반응을 일으켰다.
파지지직!
열쇠에서 스파크가 튀더니 그 안에 담겨 있던 카르마 데이터가 지크에게 전송된 것이었다.
‘이건……?’
이전에 바론에게서 열쇠를 받았을 때는 아무리 용의 지혜로 내용을 읽으려 해도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다르게 카르마 데이터의 열람이 가능했다.
놀라는 지크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종장 시나리오 (??? 신전의 장)―
지크는 느닷없이 떠오른 종장 시나리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서 드레이커의 유산이 종장 시나리오와 연결이 된다고?’
‘???’로 표기된 성좌의 신전을 찾으라는 시나리오와 함께 지도 하나가 떠올랐다.
그 지도를 본 지크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여긴 트로이 공국 쪽인데.”
드레이커 가문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트로이 공국.
그곳에는 어린 드레이커들을 키우는 요람과 본가인 레어가 존재했다.
드레이커 가문의 시조로 알려진 테라칸 드레이커의 유산 역시 그곳에서 찾았었다.
지크는 아서 드레이커의 유산이 트로이 공국을 가리키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모르는 아서 드레이커의 비밀과 연관이 되어 있을 수도 있겠군.’
지크는 지도에 표기된 위치를 맵에 저장해 두었다.
지금 당장은 첫 번째로 받은 종장 시나리오인 추락한 성좌의 장이 급했기에 이것을 먼저 끝내고 트로이 공국으로 갈 생각이었다.
새로운 종장 시나리오를 받은 지크는 아서 드레이커에 대해 더욱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생각이 깊어지는 그때 지크의 방으로 누군가가 찾아왔다.
“주군. 바론입니다.”
꽤 늦은 밤이었는데 바론이 지크의 방으로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무슨 일이지.’
바론을 수하로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옆에 두고 감시를 하는 목적이었기에 언제나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지크가 문을 향해 낮게 말했다.
“들어오도록.”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바론이 문을 열고 정중한 태도로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휴식을 취하시는데 죄송합니다.”
“괜찮다. 무슨 일인가, 바론.”
바론이 지크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입을 열었다.
“주군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가 잠시 입을 닫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얼마 전 니르바나 쪽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감지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