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gonslayer's Class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664
664화
끼기기긱!
지크의 발언을 들은 천사들의 눈두덩이에서 안광이 번뜩였다.
그러더니 몸의 표면에 돋아난 결정들을 비늘처럼 뾰족하게 일으켜 지크에게 암기처럼 날리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박!
단단한 결정으로 이루어진 수백 개의 비늘이 강력한 힘을 품고 지크의 몸을 꿰뚫기 위해 빠른 속도로 내리꽂혔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비늘들을 향해 지크가 손을 들어 올렸다.
우우우웅!
그러자 금방이라도 지크를 갈가리 찢을 것 같던 수백 개의 비늘들이 지크에게 닿지도 못하고 공중에서 멈추었다.
후두두두!
멈춘 비늘들은 바닥에 떨어지더니 그림자 속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자신들의 공격이 지크에게 허무하게 가로막히자 천사들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웅―
지크는 그 기운이 성좌의 힘을 품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천평궁의 성좌 라지엘, 천갈궁의 성좌 사마엘.’
십삼 궁도 성좌 중의 일원인 라지엘과 사마엘의 힘이 불완전한 성좌들의 몸에 깃든 것이다.
동시에 지크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6번 파수꾼이 배제 대상자를 감지합니다.] [7번 파수꾼이 배제 대상자를 감지합니다.] [6번 파수꾼을 통해 천평궁의 주인이 초월자를 바라봅니다.] [7번 파수꾼을 통해 천갈궁의 주인이 초월자를 바라봅니다.] [천평궁과 천갈궁의 주인이 초월자를 향해 의지를 전달합니다.]불완전한 화신을 매개체 삼은 성좌들의 의지가 지크의 머릿속으로 전달됐다.
『어리석은 필멸자야.』
『더 이상 우리의 뜻을 거스르지 마라.』
『성좌의 분노는.』
『결코 가볍지 아니하다.』
잔뜩 목소리를 깔고 자신에게 경고를 전달하는 라지엘과 사마엘을 향해 지크가 말했다.
“천계에서 무거운 엉덩이도 떼지 않고 관음증 환자처럼 훔쳐보기나 하는 주제에 더럽게 무게 잡는군.”
지크의 적나라한 말에 천평궁과 천갈궁 천사들의 안광이 격렬하게 불타올랐다.
『하찮은 필멸자야.』
『네놈을 멸하지 않는 이유는.』
『그분의 큰 뜻 때문임을.』
『잊지 말지어다.』
그들의 말에 지크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네놈들이 아폴리온의 떨거지들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 가서 놈에게 똑똑히 전해라. 더 이상 현상계로 장난질을 하는 것도 이제 끝이라고 말이야.”
지크의 입에서 아폴리온이라는 이름이 직접적으로 언급되자 뜨겁게 타오르던 천사들의 안광이 흔들렸다.
쿠구구구구!
이내 그들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서서히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크는 그 기운이 뒤틀린 인과율을 품고 있음을 느꼈다.
‘역시나 아서 드레이커가 준비한 함정이었던 건가.’
아직 신생 도시인 판노티아를 소멸시키기 위해 천사를 둘이나 보내는 것은 효율적인 계획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아마 지크가 이곳을 지키기 위해 올 것이라는 계산 하에 천사를 이렇게 배치를 해 둔 것이 틀림없었다.
그가 불완전한 천사들을 향해 말했다.
“나를 잡기 위해 함정을 파 둔 모양인데 안타깝게 됐군. 제대로 화신들이 부화하지 못했으니 말이야.”
그러자 다시 한 번 천사들을 통해 성좌들의 의지가 전달됐다.
『그것은 네 생각일 뿐이다. 오만한 필멸자야.』
『모든 것은 그분의 뜻대로 흘러갈 뿐이다. 모든 것이.』
그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검은 기운이 발목을 휘어 감고 있는 솔로몬의 사슬에 깃들기 시작했다.
츠츠츠츠츠―
그러자 솔로몬의 사슬이 검은 기운에 의해 점차 검게 물들어 갔다.
동시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쿠드드드득―
발목을 휘어 감고 있던 솔로몬의 사슬이 오히려 천사들의 몸속에 흡수되는 것이었다.
촤라라라라락!
천사들을 구속하던 솔로몬의 사슬은 이들의 몸속에 흡수되며 단단한 결정으로 그 재질이 바뀌었다.
지크는 이를 보고서는 미간을 그러모았다.
‘이것도 뒤틀린 인과율의 힘인가.’
곧 검은색으로 물든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졌고 어느새 지크의 왼팔과 연결된 사슬의 끝과 줄다리기를 하게 됐다.
지크와 두 천사가 사슬로 연결이 되어 있는 셈이었다.
그때 지크의 머릿속으로 다시 성좌들의 의지가 파고들었다.
『어리석은 놈.』
『이 사슬은 영혼의 통로나 마찬가지다.』
『이걸 통해 네놈의 영혼으로 나아갈 통로를 스스로 열어 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츠츠츠츠츠―
팽팽하게 당겨진 사슬에서 검게 변하는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었다.
변화는 빠르게 이뤄졌고, 어느새 사슬의 끝이 연결된 지크의 왼쪽 팔까지 검은 기운이 번져 사슬이 완전히 까맣게 물들었다.
츠츠츠츠츠―
사슬을 타고 검은 기운이 지크의 팔까지 파고들었다.
아까보다 더 선명하게 성좌들의 목소리가 지크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해도.』
『필멸자의 한계는 명확하다.』
우우우우웅―
검게 물든 사슬이 진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동시에 불완전하게 부화한 듯 보이던 천사들의 모습이 전혀 다른 형태로 변화했다.
콰드드드득!
두 천사의 몸이 완전하게 결정화가 되더니 뾰족한 탑의 형태가 되어 바닥에 뿌리를 박고 서로 연리지처럼 몸을 꼬아 하늘 위로 솟구치는 것이었다.
우우우우우웅!
천사들은 불완전하게 부화한 것이 아니라 지크를 붙잡기 위해 일부러 이런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천사들은 이내 결정화된 오벨리스크의 형태로 변화를 마쳤고, 그 즉시 안에서 검은 사슬이 마치 촉수처럼 튀어나와 지크의 몸을 휘어 감기 시작했다.
촤라라라라락!
왼쪽 팔뿐이 아니라 팔과 다리 등 사지가 검은 사슬로 휘감긴 지크는 여전히 아무 말 없이 그대로 서 있었다.
다시 성좌들의 의지가 전달됐다.
『지크 드레이커, 네놈은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제물이 될 것이다.』
『얌전히 네놈의 운명을 받아들여라.』
그의 몸을 휘감은 검은 사슬을 통해 성좌의 권능이 주입되기 시작했다.
키이이이이잉!
콰콰콰콰콰!
천평궁의 성좌인 라지엘은 생명체의 의지를 조종하는 초음파를, 천갈궁의 성좌인 사마엘은 영혼까지 중독시킬 수 있는 독을 주입했다.
성좌들의 힘이 무서운 이유는 육신을 넘어서 영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권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인간을 초월한 지크에게도 그 힘이 충분히 미칠 수 있었다.
아서 드레이커는 이를 알고 일부러 라지엘과 사마엘의 화신들을 이곳에 보내 지크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이게 다인가.”
잠자코 있던 지크가 오벨리스크를 향해 지루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신의 사지를 붙잡은 채 권능을 주입하는 두 성좌를 보며 말했다.
“생각보다는 어설프군. 라지엘, 사마엘. 이래서 아폴리온의 따까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나.”
성좌들은 노예라 생각하는 필멸자에게 이런 모독적인 말을 들을 거라고는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성좌들이 지크에게 이런 식으로 도발을 당해 감정적으로 반응하다가 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감정이 격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콰콰콰콰콰!
지크의 몸에 주입되는 독과 초음파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
그러자 지크가 고개를 내저었다.
“이 정도로 내 영혼을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야. 적어도, 이만큼은 해야지.”
순간 지크의 몸에서 심연의 불꽃이 피어올랐다.
화르르르르륵!
오만한 구원자가 본래 지니고 있던 권능인 심연의 불꽃이 사슬을 타고 라지엘, 사마엘과 연결된 오벨리스크까지 파고들었다.
심연의 불꽃은 영혼은 물론 심연 속의 그림자까지도 불태울 수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오벨리스크를 통해 현상계에 발을 들여놓은 라지엘과 사마엘 역시 심연의 불꽃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네놈!』
『이게 무슨 짓이더냐!』
설마 지크의 힘이 차원을 넘어서서 영혼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심연의 불꽃이 주는 고통에 라지엘과 사마엘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크는 사슬에 묶인 채 공중으로 서서히 떠오르며 오벨리스크를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봤다.
“천계의 성좌들은 학습 능력이라는 것이 없는 건가. 라구엘과 라미엘, 아즈라엘이 나에게 어떻게 당했는지를 알고 있을 텐데 또 이런 식으로 어설프게 함정을 팠다는 것이 놀랍군.”
사실 이전의 지크였다면 라지엘과 사마엘의 함정에 고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뒤틀린 성좌의 신전에 들어가 새로운 권능을 획득하고, 태초의 빛의 영혼까지 얻어 신화 클래스인 ‘초월자’가 되었기에 라지엘과 사마엘의 권능을 무효화할 수 있었다.
라지엘과 사마엘로선 지크가 한층 더 강해졌다는 사실을 몰랐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계획이 어긋난 데다가 오히려 지크가 반격해 오기까지 하니 당황하며 자신들의 기운을 더욱 세게 불어넣었다.
쿠구구구구!
오벨리스크에서 뒤틀린 인과율의 기운이 확장되며 성좌의 권능이 더욱 강하게 발동했다.
이이이이이이잉―
라지엘이 펼친 초음파가 지크에게 집중됐다.
본래 그의 초음파에 노출되면 성좌의 의지가 영혼에 새겨지고, 성좌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게 된다.
다른 성좌들은 카르마의 제재로 인해 현상계에 관여하기 힘들지만 라지엘은 이 권능을 이용해 수월하게 현상계의 존재들을 조종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라지엘은 십삽 궁도의 성좌들 중에서도 카르마의 보유량이 많아 항상 상위권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독의 권능을 다루는 사마엘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상계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많이 사용되고 또 많은 사상자를 낸 무기는 다름 아닌 독이었기 때문이다.
독을 다루는 사마엘은 여러 이름의 신으로 각 문명에서 두려움을 주는 존재였기에 역시나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런 라지엘과 사마엘이 자신들의 권능을 더욱 강하게 발휘하자 사방이 초음파와 독연으로 가득 차올랐다.
한창 힘을 집중하고 있던 라지엘과 사마엘은 어느 순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어느새 자신들이 있는 장소가 현상계가 아닌 다른 고립계의 차원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런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필멸자가 고유 영역을 사용한다?』
『그건 불가능하다. 오로지 진정한 성좌들만이…….』
스스스스스―
그들이 부정해도 지크가 펼친 고유 영역인 ‘사라진 무대’는 완벽하게 펼쳐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 무대의 정체는 놀랍게도 과거 라미엘이 소환했던 신성 도시 라오콘이었다.
백색의 신전과 탑으로 이루어진 라오콘을 사라진 무대 위에 올린 것이다.
지크의 고유 영역으로 무대가 바뀌자 라지엘과 사마엘은 아까보다 펼칠 수 있는 권능의 범위가 점차 줄어들고 있음을 느꼈다.
그들은 계획이 완전히 틀어진 것을 깨닫고 곧장 오벨리스크와의 접속을 끊으려 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들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접속이 끊어지지를 않는 것이었다.
지크가 자신의 몸에 묶인 사슬을 양손으로 꽉 쥐며 말했다.
“이 사슬이 영혼으로 통하는 통로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건 너희들에게도 적용되는 말이지.”
순간 지크의 몸에서 성혼기의 힘이 일렁이며 찬란한 빛을 품은 전격이 사슬을 타고 오벨리스크를 휘감았다.
파지지지지지직!
강력한 전격이 오벨리스크를 강타하자 이와 연결된 라지엘과 사마엘의 영혼 역시 타격을 입었다.
『끄으으으윽!』
『끄아아아악!』
두 성좌의 고통에 겨운 비명 소리가 지크에게 전달됐다.
지크는 멈추지 않고 사슬과 연결된 오벨리스크에 계속 힘을 주입했다.
파지지지지직!
성혼기의 힘이 점차 넓어지더니 어느새 신성 도시 라오콘의 신전과 탑에서 일어난 신성한 전격의 폭풍이 오벨리스크 주변을 휘감을 정도였다.
파지지지지직!
강력한 전격의 폭풍이 오벨리스크를 내리치자 단단한 외부의 결정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적!
오벨리스크가 갈라지더니 이를 이루고 있던 두 개체의 천사가 따로 분리되어 나왔다.
둘은 미라와 같던 아까의 모습과 달리 영혼이 접속되어 있는 라지엘과 사마엘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라지엘은 키가 크고 근엄한 석상의 모습을, 사마엘은 상체는 인간, 하체는 뱀의 모습을 한 석상의 형태였다.
천사의 몸에 갇힌 라지엘과 사마엘이 고통 속에서 지크를 향해 의지를 전달했다.
『당장 이걸 풀어라!』
『그렇지 않으면 네놈을 당장……!』
서걱―
순간 검광이 번뜩이며 라지엘과 사마엘의 머리가 툭 떨어졌다.
지크가 목이 떨어진 천사들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내가 한 말을 잊었나 보군. 다시 말해 주지.”
그가 다시 그들을 향해 읊조렸다.
“나에게 복종해라. 그렇지 않는다면 영원한 고통을 부여한 뒤 영혼을 소멸시켜 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