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rming in the tower alone RAW novel - Chapter (363)
363화. 메주를 만들다.
363화. 메주를 만들다.
10번째 탑 1층.
“이게 감히 내 말을 무시해?!”
스텔라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위대한 은빛용인 자신이 직접 음성 메시지를 보냈는데, 아직도 안 와?
10번째 탑의 시련이 뭔지 모르지만, 시련을 통과했다는 건 10번째 탑으로 올 충분한 능력이 있다는 의미다.
거기다 놈은 마지막 시련을 압도적인 결과로 돌파해 추가 보상으로 2층에 오를 수 있는 자격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안 왔다는 건···
‘내 음성 메시지를 씹은 거지!’
까드득.
스텔라가 이를 갈았다.
반응을 보면 엄마에게도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알리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다.
“다시 보내야겠지? 하아. 귀찮은데···.”
스텔라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음성 메시지 구슬을 만들 재료를 찾으려면 꽤 수고가 필요했다.
***
검은탑 99층의 새벽.
낑···
자다 일어난 펜릴이 자신의 집인 슬링백 안에서 꼼지락거리며 기어 나왔다.
끼히힛.낑.
‘히힛. 내가 가장 부지런하군.’
1등으로 일어난 게 뿌듯한지 펜릴은 아직 자고 있는 세준, 테오, 흑토끼, 아작스를 보며 우쭐해졌다.
하지만 펜릴이 어제저녁 전부터 잠든 걸 생각하면 부지런한 건 아니었다. 그냥 잠을 많이 자서 졸리지 않은 것뿐.
낑.
‘이 자식들 내가 바로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 님이시다.’
펜릴이 혼자 조용히 짖으며 자존감을 찾고 있을 때
낑?
‘이건 미약하지만, 내 코어 기운인데?’
펜릴의 감각에 자신의 코어 조각이 느껴졌다. 정확히 말하면 저번에 땅을 파고 먹었던, 멸망의 기운이 없는 코어 기운과 비슷했다.
내 코어!
뽈짝.
펜릴이 서둘러 침대를 내려와 밖으로 달려 나갔다.
뚱땅.뚱땅.
기운을 따라 달려가니 그곳에는 황금빛을 뿜어내고 있는 풍요의 황금빛 나무 밑동 화분이 보였다.
낑!
‘저기다!’
펜릴이 화분 위에 심어진 농작물을 보며 짖었다.
먀력 씨뿌리기 Lv. 9의 효과로 탑농부의 기운을 씨앗에 남겨 몬스터를 쫓아내는 능력이었지만
낑!
‘내 코어!’
기운에 코어의 힘이 일부 담겨 펜릴을 유인하는 효과가 생겼다.
몬스터를 쫓아내지는 못하고 펜릴만 유인하니 득보다 실이 훨씬 큰 능력이었다.
끼히힛.낑?
‘히힛. 뭐부터 먹지?’
펜릴이 아등바등 화분 위로 올라가 심어진 농작물들을 보며 고민했다.
그렇게 잠시 고민하던 펜릴.
‘근데 이거 집사가 열심히 심은 건데···.’
자신이 이걸 몰래 먹으면 집사가 기분 나빠할 것 같았다.
거기다
‘이렇게 먹는 것보다 집사가 요리해 주면 더 맛있겠지?’
집사가 저것들을 요리한 걸 먹는 게 더 맛있다.
그래서 펜릴은 집사의 기분을 신경 쓰는 좋은 주인이 되기로 했다.
절대 더 맛있게 먹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관대하기 때문이다.
‘역시 난 좋은 주인이야!’
펜릴이 스스로를 자화자찬하며 고구마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생고구마를 캐서
‘히힛. 맛있다.’
아작.아작.
하나는 그 자리에서 다 먹고, 남은 생고구마들을 가지고 자신의 비밀 창고로 가져갔다.
파바박.
펜릴이 땅을 파자 거기에는 먼저 숨겨뒀던 군고구마 말랭이와 다른 간식들도 있었다.
그렇게 생고구마를 자신의 비밀 창고에 넣고 다시 흙을 덮은 펜릴.
‘히힛. 여긴 절대 안 걸려.’
고구마를 완벽하게 숨겼다고 자신하며 침대로 돌아가 다시 잠들었다.
***
몇 시간 후.
다다다.
일어나자마자 세준에게 달려가던 꾸엥이.
꾸엥?
[이게 무슨 냄새다요?]밭이 아닌 곳에서 나는 고구마 냄새를 추적했다.
그리고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먹을 거다요!]꾸엥이가 펜릴의 비밀 창고를 알아 버렸다.
“으자자자.”
“냐아앙.”
뺙!
“아자자자!”
세준이 일어나 밖으로 나와 크게 기지개를 켜자 테오, 흑토끼, 아작스가 세준을 따라 기지개를 켰다.
끼로롱.
펜릴은 새벽 활동이 피곤했는지 아직 꿈나라였다.
그때
꾸헤헤헤.꾸엥!
[헤헤헤. 아빠, 좋은 아침이다요!]꾸엥이가 아주 활기찬 목소리로 세준을 맞이했다.
‘꾸엥이가 좋은 꿈 꿨나?’
평소라면 아침 식사 전이라 목소리가 두 톤 정도는 낮아야 하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높았다.
“잠깐만 기다려.”
세준이 취사장으로 들어가 아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아작스 돌아가. 베로니카 돌아가.”
세준이 아작스와 베로니카를 하얀탑과 자색탑으로 출근시켰다.
꾸엥!
뺙!
[꾸엥이, 이따 봐!]꾸엥!
[알겠다요!]꾸엥이와 흑토끼도 이따 우마왕이 있는 곳에서 만나기로 하고 농장을 나섰다.
모두가 떠나자
달칵.
풍요의 황금 상자에서 초월의 검은콩 5개 중 4개를 챙겼다.
그리고 양조장으로 가서 술을 담그기 시작했다. 용들이 꾸준히 삼양주를 사 가면서 슬슬 담가놓은 삼양주가 다 떨어져 갔다.
그래서 고두밥을 짓고 한 김 식혀 누룩과 섞어 100병의 항아리에 담는 것으로 밑술 작업을 끝냈다.
아니. 오늘은 작업 하나가 남았다.
“발효.”
세준이 항아리에 하나하나 발효 스킬을 사용했다.
잠시 후
“발효.”
[발효 Lv. 1을 사용합니다.]···
..
[발효 Lv. 1의 숙련도가 채워져 레벨이 상승합니다.]세준이 100번째 항아리에 발효 스킬을 사용하자 발효 스킬의 레벨이 2로 상승했다.
“흐흐흐. 좋아.”
레벨이 올랐다고 변한 건 없었지만, 앞에 있는 100병의 항아리를 보니 그냥 웃음이 나왔다.
저 항아리 100병 안의 술이 완성되면 삼양주 1만 병이 나온다. 그러면 돈이···
“좀 더 만들까?”
욕심이 생긴 세준이 말하자
“푸후훗. 박 회장, 더 만들자냥!”
테오가 세준을 부추겼다.
“그럴까?”
요즘 용용마켓 손님이 늘어났으니 미리 삼양주를 많이 만들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세준이 열심히 항아리 200병에 추가로 밑술 작업을 할 때
끼이이잉!
침대에서 일어난 펜릴이 크게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낑···
‘배고파···.’
배고픔에 세준을 찾아간 펜릴.
‘일하는 중이네.’
세준은 양조장에서 열심히 술을 담그는 중이었다.
평소라면 어쩔 수 없이 밥 달라고 세준을 불렀겠지만
끼히힛.낑!낑!
‘히힛. 나는 세심한 주인 펜릴이지! 그리고 나에게는 비밀 창고가 있지!’
이제는 아니었다.
뚱땅.뚱땅.
펜릴이 신난 발걸음으로 비밀 창고를 향해 달려갔다. 비밀 창고의 위치는 세준의 집 앞마당, 창조석의 비석 바로 옆이었다.
하지만
낑?!
‘누구야?!’
누군가 자신의 비밀 창고를 건드렸다는 걸 깨달았다. 파헤친 흔적이 있었다.
낑?!낑!낑!
‘감히 멸망의 사도 1좌 신을 사냥하는 늑대 펜릴 님의 비밀 창고를 건드려?! 1개 훔쳐갈 때마다 100대야! 잡히면 가만 안 둬!’
파바박.
펜릴이 분노의 앞발질로 비밀 창고를 파며 복수를 다짐하며 비밀 창고가 얼마나 털렸는지 확인했다.
낑?
‘왜 더 많아졌어?’
비밀 창고 안에는 펜릴의 생각과 다르게 넣은 것보다 음식이 더 많아졌다.
거기다 원래는 없던 가래떡과 감말랭이 등의 다른 간식들도 들어 있었다.
그때
낑?!
‘이건?!’
펜릴이 꾸엥이의 발도장이 찍힌 쑥개떡을 발견했다.
펜릴의 비밀 창고를 발견한 꾸엥이가 자신의 간식주머니에서 음식을 꺼내 채워준 것. 그 곰탱이 녀석 좋은 놈이었군.
낑?
‘근데 이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좀 전에 훔쳐 가는 거 한 개당 100대라고 했는데, 이렇게 음식을 넣어주면 내가 맞는 건가?
지극히 단순한 방식으로 계산하던 펜릴.
낑!
‘안 돼!’
잠깐 생각해 본 펜릴이 꾸엥이의 흉악한 힘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낑.
‘나중에 한 번 살려주는 거로 하자.’
펜릴이 꾸엥이를 살려주기로 하고 군고구마 말랭이 2개를 꺼낸 후 다시 비밀 창고를 덮었다.
그리고
짭.짭.짭.
열심히 군고구마 말랭이를 먹고 다시 잠들었다.
***
끼로롱.
“얘는 아직도 자네. 안 배고픈가?”
300병의 항아리에 밑술 잡업을 끝내고 양조장에서 나온 세준이 코를 골며 땅바닥에서 자는 펜릴을 살펴보며 말했다.
중간에 일어나 혼자 뭘 주워 먹은 건지 배는 또 빵빵했다.
척.
세준이 펜릴을 주워 슬링백에 넣자
“박 회장, 나는 배고프다냥!”
세준의 다리에 달라붙어 있던 테오가 말했다.
“알았어. 밥 먹자.”
세준이 해가 잘 드는 의자에 앉아
냠.
[에일린의 더 건강한 주먹 고기 조각을 섭취했습니다.] [음식을 모두 먹어야 효과를 발휘합니다.] [99조각 남았습니다.]자신은 에일린이 준 고기를 먹고 테오는 무릎에 앉히고 츄르를 먹였다.
촵촵촵.
열심히 츄르를 핥아먹는 테오.
그때
삐욧!
[테오 님!]멀리서 삐욧이가 테오를 부르며 급하게 날아왔다.
불행을 몰고 다니는 유렌이 위험에 빠졌을 때 테오에게 알리기 위해 유렌과 함께 있던 삐욧이.
그런 삐욧이가 왔다는 건···
“냥? 설마 유렌이 위험해진 거냥?”
삐욧!
[네!]유렌에게 불행이 왔다는 의미.
그리고
“푸후훗. 박 회장, 나 돈 벌고 오겠다냥!”
테오에게는 행운이 왔다는 뜻이었다. 테오가 서둘러 삐욧이를 따라 탑을 내려갔다.
그렇게 테오가 떠나자
“나도 다시 일해야지.”
세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취사장으로 가서 오색콩을 삶기 시작했다.
그동안 미뤄뒀던 일을 할 생각이었다. 그건 바로 메주 만들기. 간장, 고추장, 된장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게 메주였다.
세준이 검은 냄비에 오색콩과 물을 가득 넣고 손잡이에 마력을 넣어 강한 불로 콩을 삶았다.
그사이 파 이파리로 메주를 묶을 줄을 만들었다.
콩을 삶은 지 몇 시간이 지나 손으로 만져도 쉽게 으깨질 정도로 삶아지자, 콩을 건져내 물기를 뺐다.
콩의 물기를 다 뺐을 때
뺙!
[삼촌, 나왔어요!]꾸엥!
[아빠, 꾸엥이 왔다요!]때마침 힘을 쓸 애들이 왔다. ‘때마침’이라는 말은 조금 애매했다.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흐흐흐.
“얘들아, 어서 와.”
세준이 흑토끼에게는 콩을 으깨는 역할을, 꾸엥이에게는 으깬 콩을 네모난 틀에 눌러서 메주를 만드는 역할을 줬다.
“아작스, 소환. 베로니카, 소환.”
그사이 아작스랑 베로니카도 소환해 일을 돕게 했다.
베로니카는 꾸엥이가 만든 메주를 밧줄로 묶고, 아작스에게는 밧줄로 묶은 메주를 취사장 천장에 매달게 했다.
그리고
“발효.”
세준은 고정된 메주에 스킬을 사용해 메주의 발효 속도와 맛을 좋게 했다. 미세하게.
그렇게 메주 만들기를 끝낸 세준.
“끝. 얘들아, 밥 먹자.”
세준이 일행들과 저녁을 먹었다. 오늘도 평화로운 세준의 하루였다.
***
검은탑 15층.
“좋아. 많이 올라왔어!”
몬스터들을 피해 다니거나 죽은 척을 하며 세준을 찾아 탑을 올라가던 블랙 스켈레톤 농사왕.
이제 84층만 더 올라가면 된다···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때
“가진 거 다 내놔”
갑자기 5명의 강도들이 농사왕을 포위해 가진 걸 다 털었다.
그리고
“너 몰골이 마음에 든다! 우리 우는 해골단에 입단해라!”
농사왕의 얼굴이 마음에 든다며 입단을 권유하는 강도들.
“네? 싫은······.”
농사왕이 거절하려 했지만
“거절은 없다!”
농사왕의 목에 칼을 들이미는 강도들. 정말 울고 싶어졌다.
“네···.”
농사왕은 어쩔 수 없이 우는 얼굴로 우는 해골단에 입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