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Beyond Fantasy Smartphones RAW novel - Chapter 12
제1사도, 유테니아 하이로스트.
그것이 그녀에게 주어진 새로운 이름이었다.
“그런거였나요. 저는, 당신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운명을 받아들인 유테니아가 눈을 감고 미소를 지었다.
초월적인 존재로부터 막대한 마력이 유테니아에게 흘러들어오고 있다.
개인이 가질 수 있는 티끌과도 같은 마력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양이다.
인지를 초월한 압도적인 힘.
그것을 마주한 유테니아는 경이를 느끼고 있었다.
단순히 힘을 넘겨받는 것만으로도 어마무시한 전능감을 느끼는 중이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이 힘을 건네주는 존재는 얼마나 위대하다는 말인가.
“이런 힘이 있다면 분명 당신의 도움이 될 수 있겠죠.”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이 위대하신 분의 계획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것만이 지금의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이정표였으니까.
툭.
가슴속에 품은 신앙을 탐닉하던 유테니아의 앞에 책 한권이 떨어져내렸다.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유테니아가 자신의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책……?”
유테니아는 자신의 앞에 놓여진 검은 표지의 책을 들어올렸다.
유테니아의 손에 들려있는 책은 화려한 장식과 함께 가느다란 체인에 묶여있는 모습이었다.
책은 묵직해보이는 두께와는 반대로 상당히 가벼웠다.
철컥.
체인을 풀어낸 유테니아가 표지를 넘겼다.
표지의 너머에 모습을 드러낸 첫장에는 처음 보는 낯선 문자들이 적혀있었다.
읽을 수는 없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
유테니아가 가지고 있는 책은 모순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리모어. 이게 이 책의 이름인가요.”
신기, 그리모어.
그녀가 모시는 위대하신 분의 편린을 담아낸 책이었다.
유테니아는 이 책의 진정한 이름을 깨닫는 것과 동시에, 이것이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크기. 감촉. 손에 닿았을 때의 질감.
그 모든 것들이 유테니아를 위한 것이었다.
심지어는 그 안에 들어있는 능력마저도 말이다.
“그림자 손길.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네요.”
진정한 주인이라면 맞닿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를 깨닫는 법이었다.
그리모어를 들고 있는 유테니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테니아는 들고 있던 그리모어를 쓰다듬으며 그 안에 잠들어있는 힘을 끌어올렸다.
그림자 손길.
쏟아부은 마력을 물리력으로 환원하는 그리모어의 능력이 발동했다.
그녀의 그림자에서 무수한 손이 뻗어나가며 주변에 있는 것들을 헤집기 시작한다.
“…….”
우지끈.
주변에 있던 나무 하나가 순식간에 반으로 꺾였다.
콰앙!
그림자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가 패여나갔다.
유테니아가 허공을 향해 손을 내저을 때마다, 그녀의 그림자 아래에서 뻗어나간 손길이 물리력을 행사한다.
유테니아의 지휘에 맞추어 뒤바뀌는 지형.
단지 빌린 것에 불과한 강대한 권능이 그녀에게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압도적인 힘에 심취한 유테니아의 눈이 반짝였다.
“아아, 정말…….”
정말로 아름다운 은총이다.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 유테니아의 귓가에 다시 한차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묵직하게 귓가에 울려퍼지는 장엄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직전에 그녀에게 사도의 부름을 내렸던 목소리와 동일한 것이었다.
– “사도여. 제물을 공양하라.”
“제물……?”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유테니아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제물이라. 그녀가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오로지 바게트로 연명하는 자신의 육신뿐이었다.
산에 틀어박힌 유테니아에게 제물로 바칠만큼 가치가 있는 물건은 없었다.
의아해하는 유테니아의 시선이 하늘을 향하고 있으면, 이번에는 다른 내용이 귓가에 흘러들어왔다.
– “이전에 내린 마법을 돌려받겠다.”
“아… 마법서를 원하시는 건가요.”
– “제물을 공양하라. 내게 맹세의 증표를 바쳐라.”
끄덕.
고개를 움직여 수긍한 유테니아가 그리모어를 바닥에 내려두었다.
그리고는 근처에 놓아두었던 마법서를 향해 손을 뻗었다.
배리어의 마법이 적혀있는 마법서.
그녀가 얼마 전에 위대한 존재에게 받았던 물건이었다.
“그동안 신세를 많이 졌어요.”
유테니아의 손이 마법서의 표지를 훑고 지나갔다.
이 물건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주인에게 내려받은 물건이었다.
빌린 물건이니만큼 언젠가 주인에게 되돌려주어야 하는 물건이기도 했다.
선물받았던 마법서를 돌려주려고 하던 유테니아의 시선이 그리모어에 향했다.
막상 물건을 돌려주려고 하니 한가지 더 난관이 생겨버린 탓이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공양하는 걸까요?”
공양이란게 어떤 느낌인지는 유테니아 역시 알고 있다.
허나 그녀의 주인을 위한 공양의식까지 알고 있지는 못한 것이다.
이러한 유테니아의 궁금증에 도움이 되어준 것은 그녀에게 내려진 그리모어였다.
유테니아의 그림자에서 올라온 손이 그리모어를 움켜쥐더니, 이내 책장을 넘겨 한 페이지를 펼쳐놓았다.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공양의 의식에 대한 내용이었다.
필요한 준비물과 걸맞은 장소.
거기에다가 의식을 위해 필요한 주문까지.
유테니아의 눈이 자신의 앞에 펼쳐진 그리모어의 내용을 훑고 지나갔다.
“정말 도움이 되는 물건이네요.”
힘이 필요하면 강대한 힘을 빌려준다.
지식이 필요하면 그에 대한 지식을 빌려준다.
그야말로 위대한 존재를 따르는 사도에게 걸맞은 물건이었다.
그리모어의 내용을 훑은 유테니아는 마도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그림자의 손들을 움직여 바닥에 그림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생명이여. 계단을 쌓으라.”
바닥이 파헤쳐지며 온갖 기하학적인 문양이 바닥에 그려지기 시작한다.
원. 삼각형. 원. 사각형.
순차적으로 그려진 도형의 주변에는 입으로 읽을 수 없는 글자들이 적혀나갔다.
그 내용은 위대한 주인을 향한 끝없는 찬미의 말.
우러러보지 못할 하늘을 동경하는 이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연결고리였다.
“——하나의 길은 영광을 향해.”
바닥에 그려진 도형의 한가운데에 유테니아가 마도서를 내려놓았다.
제물의 자리에 놓아진 마도서가 빛을 머금었다.
마도서를 놓은 유테니아의 입은 계속해서 주문을 중얼거렸다.
제단과 제물. 그리고 주문이 하나되어야 비로소 공양의 의식이 완성되는 것이었다.
“——하나의 길은 죽음을 향해.”
터벅. 터벅.
제물을 놓아둔 유테니아가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주변에 떠올라있던 그리모어 역시 뒤로 물러났다.
유테니아와 그리모어가 존재하는 거대한 제단에 강대한 마력이 휘몰아쳤다.
“——경외하라. 숭상하라. 공양하라.”
——생명의 찬가를 노래하라.
끊임없이 이어지던 유테니아의 주문이 끝났을 때.
제단의 가운데에서 솟아오르던 빛이 잦아들었다.
그녀가 제단의 한가운데에 놓아두었던 마도서 역시 자리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다.
유테니아의 눈이 마도서가 사라진 제단의 모습을 훑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마도서는 정말로 신에게 바쳐진 것처럼,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이게 바로 공양인가요.”
자신의 손으로 위대한 존재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비록 그것이 원래 자신의 물건이 아니었다고 할지라도, 신기한 기분이 드는 것만은 사실이었다.
공양이 끝난 제단을 바라보던 유테니아의 뺨이 달아올랐다.
공양이 끝나자 조금 들뜬 기분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기분이 좋아진 유테니아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리모어를 자신의 품에 끌어안았다.
“좋은 기분이네요.”
* * * * * *
성지, 크로스브릿지.
매일같이 온갖 순례자들로 넘쳐나는 이곳은 여섯 신전을 섬기는 성직자들로 가득한 곳이었다.
크로스브릿지의 성직자들은 다른 신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지만, 그들에 대한 숭배마저 인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섯 신이 아닌 다른 신을 섬기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이단이었다.
위대한 여섯 신 이외에는 악신이며 잡신이다.
그것만이 크로스브릿지의 성직자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길이며 진리였다.
그리고 그 단순한 진리를 거부하는 이들을 조사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이단심문관이라 불리는 성지의 정예병력들이었다.
“허스로부터 보내진 편지인가.”
에반 알레미어.
이단심문관인 그는 자신에게 보내진 편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편지의 발신인은 제국의 허스 알레미어.
에반의 형제이면서 동시에 클라우드의 2급 수사관이기도 한 인물이었다.
허스의 편지를 받은 에반이 밀봉을 뜯어 그 내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흐음…….”
에반이 그의 형제에게서 받은 내용은 단순한 안부인사따위가 아니었다.
악신의 존재를 쫓던 수사관의 실종.
갑작스럽게 모습을 감춘 마을 사람들.
에반의 시선이 편지의 아래로 내려갈수록, 에반의 얼굴이 점차 굳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래로 향하던 시선이 편지의 마지막 줄로 내려갔을 때.
에단은 편지를 내려놓고서 한숨을 내쉬는 수밖에 없었다.
“……악신이라.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군.”
악신.
여섯 신이 아닌 다른 신중에서도, 사람을 꾀어 혼란을 만들어내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악신이 행하는 행위는 대개 사람에게 해가 되는 것이다.
무차별적인 파괴. 인신공양. 사람을 제물로 하는 주술.
어느쪽이든 질서와 정의에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을 쉽게 막을 수 없는 것은, 그들 자체가 본질적으로 인간을 뛰어넘은 존재이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영웅이 나타나지 않았어.”
어둠이 있으면 빛이 존재하는 법.
대륙의 평화를 위협하는 악신의 존재는 필연적으로 영웅의 출현을 불러오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어떤 신전에서도 아직까지 영웅의 출현에 대한 신탁이 내려온 바가 없었다.
악신의 존재 자체가 거짓이거나, 대륙에 위험이 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어지간한 이단심문관이라면 코웃음을 치고 지나갈 내용이었다.
에반 역시도 편지를 보낸 상대가 허스가 아니었다면 편지의 내용을 무시했을 것이다.
‘그래도 일단은 찾아가보는 편이 좋겠지. 이단일 가능성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지만 형제가 보낸 편지를 아무렇지 않게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허스가 이렇게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은, 무언가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겼다는 뜻이다.
고심하던 에반은 서랍을 열어 서류 한장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외출을 위한 서류를 성심성의껏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제국에 있는 동생을 찾아가기 위한 준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