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223
열일하는 과금 기사 222화
“뭐!? 돈을 주면서 헤어지라고 했다고!?”
바로 일렀다. 물론 일렀단 사실을 알게 되면 시녀장이 분노하겠지만.
‘뭐 어쩌라고?’
그녀가 강하고 또 노블레스에서 높은 위치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크로매틱 드래곤보다 높을 리는 없다.
괜한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일은 무조건 오룡이들이 알고 있어야겠지.
물론 완전히 적이 돼서 싸울 필요는 없었기에 적당히 뒷수습도 했다.
“뭐 그래도 나쁘지 않게 끝났어. 마지막에는 너희를 잘 부탁한다고 하시더라.”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호오…… 그렇게 됐단 말이지.”
“별일이다. 진짜.”
“아무 걱정하지 마. 알았지? 우리가 다 알아서 할게.”
오룡이들이 씩씩대는 모습이 든든하기 그지없다.
다만 그렇다 해도 제일 중요한 건 내 전력을 키우는 일이다.
‘내가 황제 클래스였어도 드래곤들이 그런 식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갑자기 나타나서 위협을 가하고 협박하는?’
어림없는 일이다. 고룡(Ancient Dragon)인 시녀장은 틀림없이 엄청난 강자였지만…… 그렇다고 중급 초월자 이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낮으면 28레벨. 최대한 높이 잡아 줘도 준 황제. 그러니까 29.5레벨 정도다.’
물론 내 감지력은 그리 완벽하지 않다. ‘나보다 확실하게 강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면서 그녀가 황제 클래스가 아니라고 확언하는 것은 웃긴 일이겠지.
그러나 그럼에도.
‘아니다.’
그렇다. 나는 확신한다. 그녀는 황제 클래스가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그녀를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블레스라고 해도 숨겨진 황제 클래스 따위가 있을 리 없지.’
중급 초월자, 황제 클래스라는 건 그런 의미다.
아무리 변방의 우주에 있고, 얌전히 살고 있다 해도…… 정명(正命)한 황제 클래스는 그 이름이 온 우주를 떨쳐 울릴 수밖에 없다.
일개 우주 해적에 불과했던 검황(劍皇)이 그렇고 변방의 듣보잡이었던 색황(色皇)이 그랬다. 마도황녀(魔道皇女)나 인중신(人中神), 올마스터(All master)는 말할 것도 없겠지.
그들은 존재 자체가 업과 운명의 폭풍과도 같은 존재이니, 최상급 신처럼 세계에 존재 자체가 새겨질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 존재가 드러날 수밖에 없다.
“그보다 좀 도와줄 수 있어?”
분노한 오룡이들을 달랜 후 본격적인 용무를 꺼낸다.
“도와 달라니?”
“수련을 시작할 생각이야.”
내 말에 루비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수련이야 매일 하잖아.”
스노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일도 엄청 하고 있지요. 솔직히 이렇게 빡빡하게 사는 초월자가 어디 있어요?”
바로 들어오는 반대에 웃는다.
“할 만하니 하는 거지 뭐. 요번에 아주 중요한 수련이 있는데…….”
“아니 아니 아니. 이해 못하는 거 같은데…… 이미 지나치다니까?”
“그렇습니다. 재연 님은 이미 과도해요. 벌써 1년 가까이 쉬는 걸 못 봤는데.”
루비와 플라워의 만류, 모처럼 흑요마저 고개를 끄덕인다.
“정체기라고 느끼는 모양인데…… 성급한 판단이다. 오히려 네 성장 속도는 비상식적이야.”
“맞아, 맞아. 네가 34지구 출신이 아니었다면, 또 게임 마스터의 사도가 아니었다면, 온갖 세력이 네 비밀을 탐내거나 너를 잡아다 연구하려 했을걸?”
그녀들의 말에 의문을 표한다.
“왜? 20대 초월자가 대우주에 없는 것도 아니잖아?”
초월자는 극도로 희귀한 존재다.
야만 문명(1문명)에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하위 문명(2문명)에는 수백수천 년에 하나씩 등장해 신적인 초월자로 숭배 받는 수준.
우주 문명(3문명)쯤 되면 그나마 그 빈도수가 높아지지만 그래 봐야 100억 중 한 명 나오면 많이 나온다고 평가받을 정도다.
‘하지만 대우주 기준으로 보면 그리 드물지도 않지.’
드넓은 대우주에 포진한 수천수만 개의 문명. 수백 수천만 개가 넘는 행성들을 생각해 보면 초월자의 수는 감히 가늠이 안 될 정도다. 내가 20살에 초월지경에 올랐어도 세릴 연구원이나 프린스 등이 못 알아본 것도 같은 이유.
초월자가 이렇게 많은 만큼 타입이 다양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야만 문명에서 태어나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보고 크게 깨달아 초월자가 된다거나.
초월종으로 태어난 갓난아기 때부터 확정 초월자라거나.
10대에 큰병에 걸려 죽다 살아나서, 난데없는 우주적인 재앙에 휩쓸려서, [적]과의 전투에서 살해당한 신의 사체를 흡수해서, 하위 문명의 끝없는 전쟁에서 살육을 반복하다가…….
온갖 이유로 초월자는 생겨나기 마련이다.
내 케이스가 아주 드물기는 해도 그리 문제가 될 정도일까?
“문제가 된다.”
그러나 흑요는 말했다.
“초월의 경지는 단지 재능 하나로 넘어설 수 있는 게 아니야. 넌 충분한 업(業)을 가지고 태어나지도 않았으면서…… 너무나 손쉽게 초월의 벽을 넘었어. 이토록 사연 없는 초월자는 드물지.”
“……업과 사연이라.”
“그래 맞아. 사람들은 그냥 네가 신혈(神血)을 이었나보다 하고 대충 넘기는 모양이지만…… 아니잖아?”
단호한 목소리에 쓰게 웃는다.
“그건 그렇지.”
지금 내 성취는 비범한 수준을 넘어가며…… 거기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아르데니아라는 세상을 알 수 없는 이상 내 능력을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리라.
“조금 더 여유를 가지면 안 될까? 마치 쫓기는 것 같아.”
“맞아. 일도 좀 줄여! 무슨 일정을 수면 시간도 없이 잡아!?”
“놀러 다니는 것도 좋겠지. 내가 괜찮은데 많이 아는데.”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걸어가도 괜찮아요. 저희가 이런 말하기 우습지만…… 재연 씨에게는 시간이 많으니까요.”
오룡이들이 다가와 나를 설득한다. 사실 크게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러나.
“모두 고마워.”
나는 그녀들의 손을 잡고 말했다.
“하지만 더 해 보고 싶어.”
“…….”
“…….”
“…….”
“…….”
“도와줄 거지?”
오룡이들이 입을 다물고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고개 돌리지 않고 마주 보자, 그녀들은 이내 깊이 한숨 쉬었다.
“그래…… 알았다, 알았어! 으휴.”
“어쩔 수 없네요, 정말.”
“반한 게 죄지, 죄야…….”
“……뭐, 이 모습도 나쁘지 않군.”
“그래서 뭘 어째야 하는데요?”
쫑알대는 오룡이들을 달래며 그녀들에게 몇 가지 준비를 부탁했다. 드래곤 스타의 유일한 매니저 어둑서니에게 연락해 일정도 정리했다.
원고는 비축분이 산처럼 쌓여 있고 영화 촬영도 끝난 상태이기에 여유는 충분하다.
“로그인.”
아르데니아로 넘어간다. 사실 모든 준비는 이미 끝나 있었다.
“보고드립니다! 보고자 스틸스톤 외 신화급 플레이어 7명.”
개인 자격으로 지원한 이들로, 사실상 황후인 플라워를 제외한 신화급 플레이어 전원이다.
에드워드, 헤이즈, 스틸스톤, 힐링, 헌드레드, 레드. 그리고 남궁일검과 하모니까지.
“신화 수호대 13명!”
세금 문제 때문에 예상보다 많이 만들어진 신화 카드들로 만든 부대다.
주로 황실 친위대에서 선택한 이들로 강력한 힘과 드높은 명예를 가지는 대신 권력이나 부를 탐하지 않겠다 맹세한 존재들이다.
“그리고 전설 수호단 250명입니다!”
전설급으로 세팅한 부대다. 적과 싸우기보다 보조, 보급, 진지 구축을 목표로 장비와 아이템을 챙긴 플레이어들.
나는 그들 앞에 서 말했다.
“준비됐나.”
“충!”
“충!”
“충!”
우리는 대륙의 정중앙, 천원에 자리한 빛의 기둥 앞에 서 있다.
내가 끝도 없이 정신 교육을 시킨지라 인류제국의 전부나 다름없는 전력에도 모두가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태.
나는 그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의 목숨입니다!”
“그래. 너희들 하나하나의 목숨은 제국의 힘이자 재산이다. 절대 죽지 말도록!”
“충!”
“충!”
“충!”
나는 예를 취하는 플레이어들을 보다 몸을 돌렸다.
‘두 번은 없다.’
준비는 이미 지나칠 정도로 해 두었다.
‘다만…… 결말을 확신할 수는 없지.’
나는 애초에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차크라 입문하지 않았다. 수련도 단지 요소(要素)를 파고들었을 뿐, 끝없는 자기관조로 뇌를 깨우고 정신을 승화(昇華)시키는 명상(冥想)과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나는 무량구층을 수련하는 대신 화점을 정벌해 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만 해도 말이 안 되는 치트지.’
이걸로 무량구층을 완성하게 되었다. 세상 그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사기든 말든 어쨌든 벌어진 결과.
문제는 이 흐름이 내가 천원(天元)마저 정복했을 때에도 진행되느냐는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경지가 오른다면…… 10층의 경지지. 굳이 말하자면 황제 클래스.’
그러나 정말 그게 가능할까?
“해 보면…… 알겠지.”
홀로 게이트를 넘는다.
[죽음의 신전]우주나 다름없는 그곳은 대기(大氣)가 전혀 없는, 생명체에게 매우 적대적인 환경이다.
극의지체를 완성한 나야 몇 달이고 숨을 안 쉬어도 상관없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럴 수 없기에 많은 준비를 해야 했다.
[침입자.]잠시 자리에 서 있는 내게 신화급 일반 몬스터, 엘더 스켈레톤이 접근한다.
지성이랄 게 없는 멍청한 놈들이지만, 명색에 신화급인지라 감지 범위가 보통이 아니다.
그러나.
[치명타!]머리를 부숴 버렸다.
단 일격에 엘더 스켈레톤이 죽어 나자빠진다. 히페리온에 걸리는 부하는 마지막으로 녀석과 싸웠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볍다.
전투의 기척을 확인한 엘더 스켈레톤들이 사방에서 몰려온다.
히페리온을 휘두른다.
[치명타!] [치명타!] [치명타!]일검에 하나씩 죽어 나간다. 광속으로 몸을 날리긴커녕 검강조차 제대로 두를 필요가 없다.
말이 좋아 신화급이지 일반급 신화 몬스터는 준 초월자에 불과한 존재.
‘그저 스펙이 높을 뿐이지!’
쾅!
검을 휘두르자 대지에 기다란 상흔이 새겨지며 지반에 융기가 일어난다.
예전과 달리 나는 얌전히 싸우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난장을 쳤다. 어려울 것도 없다. 평소와 달리 [힘]을 [집중]하지만 않으면 되는 일이니까.
쩌저정!
쿠콰쾅!
전력으로 검을 휘두르자 충격파가 사방을 뒤흔들었다. 대지에 파도가 치고 충격파가 위성 전체에 퍼져 나간다.
당연히 [죽음의 신전] 전체에 흩어져 있던 몬스터들이 몰려온다.
[침입자.] [침입자.] [침입자.] [침입자.]점점 적의 밀도가 높아졌지만 내가 기다리고 있던 일이다.
쾅!
단박에 위성의 중력권을 벗어날 듯 뛰어오르자 언데드들 중 탁월하게 강한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침입자 확인, 배제하겠습니다.]신화급 엘리트 몬스터, 루나 데스 나이트 남궁현아.
쿠우.
차원을 밟은 채, 몸을 잔뜩 웅크린다.
물질계의 한계에 도달한 극강의 근육에 파괴적인 물리력이 깃든다.
고오오–!
단지 힘을 주는 것만으로 차원이 진동하는 근력.
나는 그 모든 근력에 대해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진장의 내공까지 더해 뛰었다. 추락(墜落)이라기에는 너무나 빠른 가속이다.
[천검-백인참(百人斬)]&[천지를 가르는 검]대기만성(大器晩成). 극광(克光).
[치명타!]빛과 같은 아니, 빛보다 빠른 검격이 신화급 몬스터를 양단하고.
쩌저정–!
회색의 위성을 파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