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d-working billing engineer RAW novel - Chapter 361
열일하는 과금 기사 360화
“……아니.”
어이가 없어 헛웃음 짓는다.
“내가 과금하는 걸 왜 뉴스로 내는데?”
그야말로 기가 막히는 일이지만, 어찌 생각해 보면 또 당연한 일이다. 내 과금에는 국가 예산급의 돈이 움직이니 경제적이든 정치적이든 온갖 파장이 일어날 수밖에 없겠지.
그러나 당연하게도.
거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네메시스 소프트다.
‘이제는 단순히 게임사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곳이 되었어.’
이미 리벤지는 교육, 노동, 오락, 수련 등 온갖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했다.
말하자면 종합 플랫폼.
리벤지는 그저 사냥해 몬스터를 죽일 뿐인 오락 공간이 아닌, 온갖 문명과 문화 등을 접할 수 있고 34지구에서는 꿈도 못 꿀 저렴한 노동력을 획득할 수 있는 가상세계가 되었다.
‘덕분에 돈도 엄청나게 벌어들이고 있지.’
덕분에 네메시스 소프트는 하루가 다르게 커져 가고 있고 직, 간접적인 고용인의 수는 이미 100만 명이 넘는다.
이렇게 돈을 많이 벌고 있는데 심지어 국가로부터 지원까지 받는다. 그들이 벌어들이는 돈은 그저 대한민국, 나아가 34지구 안의 돈이 아니라 다른 문명에서의 수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네메시스 소프트는 그대로 다시 투자한다.
[네메시스 소프트에서 중계기들은 보조하고 접속한계를 늘리기 위한 기가급 데이터 서버를 아스트랄계로 발사했습니다.] [캔딜러족의 1급 기술자들과 리전, 거기에 강철계의 시설까지 활용된 신기술인데요, 이 데이터 서버를 발사하기 위해 15조 7천억 원의 자금이 소모되었다고 합니다.] [무시무시하네요. 일게 게임 회사에서 이런 기술에 이런 자금이라니…….]놀랍다는 표정으로 소식을 전하던 뉴스 앵커가 화제를 돌린다.
[그러고 보면 이 엄청난 자금이…… 단 한 명의 과금액에 불과하지요.] [사람들 사이에서 과금 황제라 불리는 한재연 님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그의 존재는 자칫 자금경색이 올 수 있었던 네메시스 소프트에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용이 여의주를 문 형국이라 할 수 있지요.] [최근에 대마법에 마나 코인을 활용할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고 하죠.] [그야말로 미래 기술을 선도하는…… ]“버는 만큼 쓰고 있네.”
사랑이의 행보는 여전하다. 내가 그렇듯 주식 배당금으로 수백조 단위의 돈을 벌었지만 그 돈 대부분을 기술개발과 전문 장비 구매에 사용하는 상황.
그녀에게 회사 돈이냐 개인 돈이냐의 차이는 그저 기술의 특허가 회사에 있냐 개인에 있냐 정도에 불과한 듯 보일 정도다.
“하위 부서도 꽤 만들었어. 마나 코인을 담당하는 은행도 만들고…… 이제는 아예 마나 코인으로 캐시 상점도 이용할 수 있군. 이건 나중에 아르데니아에 업데이트 해야겠다.”
사실 사랑의 운영 방침은 정상이 아니다. 작은 회사도 아니고, 업계의 탑을 찍던 네메시스를 이 정도까지 키울 수 있을 거라고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개인의 이득을 바라지 않고 온갖 영역에서 활약하며 오직 회사를, 그리고 게임을 키우기 위해 미친 듯 일만 하는 워커홀릭 대표.
‘……돌아보면 운이 좋았어.’
만약 네메시스 소프트의 대표가 사랑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저 돈독이 올라서 악독한 비즈니스 모델을 짜는 데에만 급급하고, 그렇게 번 돈을 착복하고 게임 서비스는 뒷전으로 미뤄 둔 채 돈놀이에만 치중하는 사람이었다면?
만약에 정말 그랬다면 나는 충분한 힘과 돈을 번 후 무슨 수를 써서든 네메시스 소프트의 대표를 쫓아내고 경영권을 차지해야만 했을 것이다.
회사의 돈이 엉뚱한 곳으로 새고 게임의 영향력이 떨어지면 흥행력도 과금력도 형편없는 수준으로 약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회사를 차지해도 애매한 일이다.
‘회사를 운영하는 게 문제니까. 솔직히 내가 사랑이만큼 할 수 있을 리가 없고.’
내 이득을 위해 회사를 운영하지 않는 만큼 건전성이야 넘치겠지만 지금만큼 발전시킬 수 있을 리 없다.
고생은 고생대로 엄청 하고 결과는 그저 그랬겠지.
‘……사랑이한테 뭐라도 사 줘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지구에서의 일을 처리한다.
“에드워드. 지금 마나 코인이 얼마나 쌓였지?”
[3,200조 마나 코인입니다.]“많이도 벌었군…….”
사실 마나 코인이 이렇게 많을 필요는 없다. 마나 코인이 인챈트의 재료로서의 가치를 지닌 건 사실이지만…… 3,200조 마나 코인이면 지구상의 모든 인챈터가 몇 달이고 쓸 수 있는 양.
사실 생산량이 이렇게 많아지면 그 가치가 폭락해야 정상이다.
‘그러니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말이지.’
이렇게나 과생산되었음에도 마나 코인의 가치는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마나 코인이 그저 마법 재료가 아닌 화폐로서 기능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용처가 한정적인 마나 코인 따위가 어떻게 화폐가 될 수 있겠냐고 경고하던 많은 전문가들이 무안할 정도로 잘 굴러 간다.
‘결국 화폐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가치 보증이니까.’
그렇다. 마나 코인은 가치가 보증된다.
우주적인 존재. 황제의 은총을 살 수 있는 은총 화폐로서.
그리고 그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당연히 정기적으로 내가 움직여 그들의 바람을 이루어 줘야만 한다.
“먼저 해야 할 임무 좀 확인해 봐.”
[미리 말하셨던 리전 무리 구출과 캔딜러 성운의 공업 행성 탈취. 테케아 연방의 연구 보조 등이 있습니다.]에드워드가 매끄럽게 나를 보조한다. 현대의, 그것도 첨단 기기인 스마트 펫에 어리둥절해하던 중세인은 너무나 훌륭히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
어느 정도 일을 마친 후 묻는다.
“하모니는 어때?”
[누님이요? 뭐 방송에도 나가고 앨범도 내고 그러고 있지요. 아, 그러고 보니 요번에 프라야나 헤븐에 가서 콘서트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고양이 모습이라 이게 또 수요가 있는 모양이에요.]“저작권료 상황은?”
과거에는 꿈도 못 꿀 금액이지만 이제는 고개 한 번 끄덕여 넘긴다.
‘예전에는 저 저작권료로 과금 다 했었는데.’
그러나 이제는 소소한 소득 중 하나에 불과하다.
“저작권 수입은 정체에 들었네. 하긴 소설판에서 나올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겠지.”
나는 마나 코인 중 일부를 현금으로 교환하고 일부는 리벤지에서 골드를 비롯한 아이템들을 구매했다.
드래고니안에서 송금한 돈들을 확인해 받고, 20층에서 안면을 튼 초월자들과의 연락처를 뚫어 놓는다.
[생각보다 할 일이 많군요.]“벌려 놓은 일이 많으니까.”
그래도 현실의 시간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던 만큼 이내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물론 그걸로 모든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다음 안건은 중계기 추가 생성에 관한 안건으로……]“찬성.”
“찬성. 더불어 마나 뱅크에 1,000조 마나 코인을 예치시키도록 하죠.”
[……1000조요? 아니, 어디서 그만한 마나코인이.]이사회는 기업의 전략과 방향성을 결정하고 경영진을 감독하는 과정이다.
덩치가 너무나 커져 다수의 사외이사가 존재하는 지금 이사회는 대표에게 여러모로 불편한 과정이겠지만…….
‘어림없지.’
네메시스 소프트의 주식을 30퍼센트, 거기에 더불어 엄청난 무력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내가 사랑의 옆에 붙자 사실상 막을 수 있는 자가 없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사회의 목표는 주주의 이익.
네메시스 소프트가 어마어마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이 상황에. 심지어 그 수익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내게 밉보일 수 있을 리 없다.
막말로 정의신, 진실신을 믿고 함부로 하다가 내가.
“아. 기분 상했어. 나 이제 리벤지 과금 안 하고 갓겜 로스트 월드 할 거예요.”
이렇게 나와 버리면 그놈은 다른 주주들에게 산 채로 목이 매달릴 것이다.
돈에 눈이 뒤집힌 이들은 정의신도 못 막으니까.
물론 불만을 품는 자들도 당연히 있다.
“흥. 공동 대표라더니 아주 둘이 딱 붙었군.”
“침실을 같이 쓰는 사이라던데.”
“아니, 충분히 벌었으면 환원을 해야지. 도대체 뭐 얼마나 확장하겠다고 중계기를 또 제작한다는 거야?”
“중계기 그거 하나에 조 단위인데…….”
수군거리는 소리가 귀에 들렸지만, 굳이 지적하지는 않는다.
나름대로 방음 대책을 세운 후 나누는 의견까지 잡아내는 건 황제씩이나 되어서 너무 좀스러운 짓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이런 일이 별로 없었단 말이지. 이것도 행운 차이인가?’
신기해하는 동안 이사회가 끝난다.
집무실로 돌아온 사랑이 활짝 웃는다.
“와!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안건 싹 다 통과시켰어! 아니, 내가 뒤로 해 먹겠다는 것도 아니고 뭐 그리들 태클인지!”
“너무 팍팍 쓰니 걱정되나 보지.”
“다 투자라고 투자! 쫌생이 늙은이들 같으니!”
이사회에서의 딱딱한 모습을 내던진 사랑이 쨍알거린다. 평소와 달리 소설 이야기도 아닌데 한참이나 떠드는 걸 보니 이사회에게 꽤 시달렸나 보다.
“다음 달에 주주총회도 있으니 그때도 와 줘. 주주님?”
“그냥 주주총회 위임장 써서 주면 안 돼?”
“안 돼! 공동 대표면 얼굴은 비춰야지!”
“방금은 주주라더니만…….”
투덜대며 소파에 눕자 사랑이 다시 업무를 시작한다.
온갖 보고서에 결재를 하고 화상 회의를 통해 강철계가 운행하는 은하철도의 담당 공무원에게 이런저런 협조를 구한다.
나는 누워서 리벤지를 돌리다 박수쳤다.
“크. 우리 사랑이 일 잘한다.”
“……뭐래.”
입을 삐죽이는 사랑을 잠시 바라보며 생각한다.
‘이제 지구 일은 대충 끝났으니 오랜만에 은하 철도를 타야겠군.’
밀린 임무가 한두 개가 아닌 상황.
그러나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로그인.”
아르데니아로 들어간다.
“우와아아아!”
환호성과 함께 뭔가가 하늘을 가로지른다.
가만히 보니 헤이즈다. 아무래도 권능(權能), 거신의 완력으로 인한 [확장 근력]으로 비행을 하는 모양이다.
“기본 권능을 얻었나. 신났군.”
피식 웃으며 눈을 감는다.
나 역시 권능을 얻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냥 권능도 아닌, 신적인 존재들이나 소수 가지고 있다고 하는…… 절대권능(絶對權能)을.
웅!
순간.
추락(墜落)하는 느낌을 받았다.
“……뭐?”
끔찍할 정도의 상실감이 밀려 온다.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무언가가 내 팔다리를 뽑아 내는 것 같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통증에 가까운 감각.
내 예상과 달리 그저 기본 권능이 봉인되는 수준이 아니다. 컬렉션이, 수호령이, 수킬의 보정이, 그리고 무엇보다.
내 모든 능력의 근간인 클래스가 사라진다.
“잠깐, 스텟이.”
시스템 UI를 조작하려 했지만, 어느 순간 시스템 UI까지 흐릿해진다.
“……안 돼!”
팡!
경악해 권능무력체를 해제한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권능(權能), 거신의 완력을 획득합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권능(權能), 불사(不死)의 화신(化身)을 획득합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권능(權能), 불가침(不可侵)을 획득합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권능(權能), 영생불사(永生不死)를 획득합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사라졌던 권능이, 스킬, 수호령, 컬렉션.
그리고 무엇보다 클래스의 보정이 돌아온다.
“하아…… 하아…… 아니, 이게 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니, 이런 권능을 어떻게 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