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r brother of the heroine of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75)
케이네스는 용사들의 반응을 살펴보곤 곧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초반부터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기 시작하자, 살아남은 용사들은 불과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마왕의 토벌을 포기했습니다. 그렇다면…… 마왕군과의 전쟁을 포기한 용사를 국가에선 어떻게 바라볼까요?”
“그건…….”
“박태호 백작님과 달리 세 분께 지급되는 생활지원금은 매달 금화 30닢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풍족한 삶을 자식, 손주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선 반드시 돈이라는 것이 필요하겠죠. 동시에 귀족들에겐 일부다처제 및 일처다부제가 허락되어 있으며, 경지를 높이는 것 외에도 마도구를 통해 노화를 늦추는 방법도 존재합니다.”
사람으로서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
왕린은 잠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반론을 꺼내들었다.
“마왕의 토벌을 포기한다면, 귀족작위를 유지하는 것도 불가능한 게…….”
“굳이 지금의 국가에서 살아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오히려 다른 국가로 이주해 기부라는 명목으로 국가에 거액을 지불한 뒤, 준남작 또는 남작이라는 세습 작위를 얻어 작은 영지를 관리하며 풍족하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위해 자금을 모아둘 필요가 있다는 의미인가요? 하지만 방금 발언들은 꽤나 위험한 게 아닌지 여쭙고 싶네요. 타국의 귀족에게 망명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왕린의 지적에 케이네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도가 넘은 실언이라고 해야겠군요. 하지만 여러분들께서 실적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국가 역시 생활지원금의 액수를 삭감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나아가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저희가 본국으로부터 제거되기라도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녀의 물음에 다른 용사들이 흠칫 놀라면서 눈을 크게 떴다.
마왕군이 아닌 본국으로부터 제거된다?
그들은 해당 의문을 해소시켜 달라는 듯 케이네스를 바라봤다.
“함부로 대답해 드리진 않겠습니다. 단지, 과거의 문헌들을 심도 있게 조사해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케이네스의 대답에 용사들의 얼굴이 잠시 심각해졌다.
“여러분께서는 이쪽 세계로 넘어오기 전, 동의를 하셨습니까?”
“예? 동의라니 무슨…….”
“이 세계로 넘어오는 것에 대한 동의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용사들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의는커녕 목적지조차 몰랐으니까.
그에 케이네스는 눈빛을 굳히면서 그들과 눈을 마주 보았다.
“고대의 용사들 역시 여러분들과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심히 부당함을 느낍니다. 여러분의 가족들은 모두 지구라는 세계에 계시겠죠. 그런데 이런 강제적인 방법으로 가족과 헤어지게 만들어 놓고 전쟁터에 내보낸다? 여러분은 이에 수긍하십니까?”
“그건…….”
확실히 부당한 이야기였다.
납치된 것처럼 끌려와서 삶과 죽음이 오가는 전장에 내보내 진다니.
심지어 용사의 존재의의는 바로 마(魔)를 물리치는 것. 마왕군을 격퇴하기 위한 전투 병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더불어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선 마왕을 쓰러트려야 한다니……. 28년이란 시간을 이쪽에서 보낸 뒤, 여러분들은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박태호 백작님을 예시로 들어보자면, 대략 40대 중후반쯤에 마왕이 토벌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 세계가 마왕에게 굴복당할 가능성도 존재했지만, 케이네스는 마왕을 쓰러트린다는 가정으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마왕을 쓰러트렸을 무렵, 40대 중후반……. 최악에는 50대에 접어들지도 모른다는 발언에 모두가 부정적인 표정을 지었고, 케이네스는 숫자가 적힌 A4용지를 찢으면서 그들을 바라봤다.
“여러분들의 미래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 중에 마왕을 토벌할 분이 계실 수도 있겠죠. 하지만 선례를 되짚어 본다면, 마왕의 토벌에 참전해 이름을 남긴 분은 고작 두 명뿐입니다. 그 외에는 제대로 된 기록조차 남아 있지 않죠. 이 세계에서 살아가고자 하신다면, 일찍이 미래를 준비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
용사들은 저마다 생각에 잠겼다.
방금까지 당당한 모습을 보였던 왕린조차 심각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는데.
케이네스는 푸근한 미소를 보이면서 그들의 불안함을 덜어주려 했다.
“지금 당장 깊이 고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스페이원 가문의 제안은 천천히 대답해 주셔도 상관없으며, 여러분들께선 고위 마족을 토벌해 세습 작위 및 영지를 하사받아 누군가가 마왕을 토벌해 주길 바라면서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것도 가능할 테니까요. 물론, 마왕군과의 전쟁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몇 차례 전장에 나서기는 해야겠지만…….”
그런 케이네스의 이야기는 용사들의 귀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잠시 뒤, 긴 갈색 머리카락의 여인, 하나모토 사쿠라가 오른손을 들면서 케이네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단순히 누군가가 마왕을 토벌해 주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괜찮지 않나요?”
특별히 공적을 세울 필요는 없지 않느냐라는 의미다.
그리고 해당 질문에는 케이네스를 대신해 왕린이 대답해 주었다.
“마왕과 마왕군이 격퇴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국가에서 아무런 공적도 없는 용사를 과연 어떻게 할까요?”
“…….”
“명예 작위는 계속 유지될지도 몰라요. 하지만 세금만 잡아먹는 식충이로서 배제의 대상이 되거나, 하나의 전력으로써 타국과의 전쟁에 투입될 수도 있겠죠. 그럴 바엔 제대로 발언권을 가진 세습 귀족이 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어요.”
사쿠라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태호와 저스틴은 왕린의 이야기에 고개를 한 번 끄덕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케이네스가 이야기해 준 내용들은 모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들이었다. 때문에 작은 불안함이 일어났고, 강제로 이 세계로 불려졌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게 되었다.
‘그의 말대로 자금을 어느 정도 비축해 두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야.’
왕린은 28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린 뒤, 지구로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다고 평민의 삶을 영위하면서 평범한 남성과 결혼할 생각도 없었다.
본인의 품위를 지키면서 귀족처럼 떵떵거리면서 살아가고 싶었던 그녀.
‘내가…… 평민들의 삶에 적응할 수 있을 리가 없어.’
중국 재벌가의 자녀로서 과시욕과 사치에 익숙했던 왕린.
어린 시절부터의 버릇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상위계층의 자리를 유지하고 싶었다.
반면, 사쿠라는 지금부터라도 돈을 조금씩 저금해서 평민의 삶이라도 좋으니, 안전하게 살아가길 희망했고, 저스틴의 경우에는 왕린과 마찬가지로 귀족으로서의 삶을 포기할 수 없다는 듯 깊은 고민에 잠겼다.
“저는…… 조금만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매년 금화 1,200닢을 지급받는 태호로선 케이네스의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물론, 생활지원금이 언제까지 계속 지급될지는 알 수 없지만, 굳이 지금 당장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겠지.
그것은 나머지 세 명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희도 생각해 보고 결정할게요.”
케이네스는 네 사람의 대답에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물론입니다. 그보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네요. 후원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으로 해 두고,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확실히 이계라는 곳은 많은 궁금증을 유발시켜 주더군요.”
“아, 그러면…….”
태호를 포함해 네 명의 용사들은 주절주절 지구에 대한 이야기를 떠들기 시작했다.
“호오, 확실히 맛있을 것 같은 음식이군요. 한 번쯤은 이쪽의 세계에서도 만들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용사들의 이야기에 케이네스는 다양한 리액션을 보이면서 지구의 이야기에 정말로 흥미가 있는 듯 대화를 진행해 나갔다.
그러나 속으론 그들의 이야기를 지루하다 느꼈고, 그들이 가끔 몸짓으로 설명할 때는 살짝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같은 지구인으로서 살짝 미안해지는 기분이네. 그냥 사실대로 말해도 문제는 없겠지만, 이 녀석들이 다른 누군가한테 발설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없는 데다가 내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으니…….’
굳이 부주의하게 비밀을 내뱉을 필욘 없겠지.
그렇게 한 시간 동안 용사들과 대화를 나누게 된 케이네스. 그는 용사들에게 작은 카드를 한 장씩 건네주었다.
“이것은 일종의 선물입니다. 스페이원 의류점에서 사용이 가능한 할인 카드로 매달 한 가지 상품에 대하여 25%의 할인을 적용해 주죠. 전속모델이 되어 주신다면, 혜택은 이보다 더욱 좋아질 테니,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이 카드는…… 본국의 매장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건가요?”
“물론입니다. 스페이원 의류점이라면 어느 국가의 지점이든 상관없이 사용이 가능합니다.”
“모든 품목을 대상으로 말인가요?”
“예, 모든 품목을 대상으로.”
케이네스는 왕린의 물음에 생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일전에 스페이원 의류점에서 금화 100닢의 목걸이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것도 25%를 적용해서 구매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예, 금액에 대한 제한은 없습니다. 모든 품목에 대해 25% 할인을 적용해 드리고 있으니,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사용해 주십시오.”
금화 100닢 상당의 목걸이를 금화 75닢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왕린을 포함한 세 용사는 해당 카드의 가치를 조금씩 깨달았다.
1년에 금화 수백 닢의 가치가 될지도 모르는 할인 카드. 그런데 전속모델이 된다면 이보다 높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니!
“저는 모델이 되겠습니다!”
저스틴이 번쩍 손을 들면서 소리쳤다.
그에 태호가 만류하려는 듯 그의 오른팔을 붙잡았지만, 아무래도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스페이원이라는 브랜드는 이미 이 대륙에서도 최고라고 하잖아. 게다가 지금의 나는 본국의 왕녀 전하와 어울리는 중이라고. 가능하면 스페이원의 드레스 한 벌 정도는 선물해 주고 싶어. 게다가 주5일 동안 하루 2~3시간 정도 사진을 찍히는 것만으로 한 달에 수십만 달러를 가볍게 받을 수 있는 거라고?”
“그건…….”
“게다가 몸값이 올라가면 나중엔 수백만 달러를 벌 수 있을지도 몰라! 태호, 이건 우리에게 찾아온 기회야. 너도 연애를 하고 싶다면 현실을 봐야지! 명예도 중요하지만 돈이란 것도 아주 중요하니까.”
“수십만 달러라면…… 한화로는 수억 원인가?”
작게 중얼거리는 태호. 그는 큰돈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게다가 계약금도 400만 달러가 넘는다고? 나는 매달 생활지원금이란 명목으로 금화 30닢 정도를 받고 있어. 뭐, 지금의 생활도 나쁘지만은 않지만, 내가 이 세계에서 배운 게 뭔지 알아?”
“……?”
“바로 고위 가문의 여성과 교류를 하려면 적어도 나 역시 그만한 남자가 되어야 한다는 거야. 이곳엔 신분이란 게 존재하니까.”
저스틴의 설득에 태호의 마음이 살짝 흔들리고 말았다.
“게다가 미래를 위해 돈을 벌어 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잖아? 돈은 부족해서 문제지, 많아서 문제 될 건 전혀 없어.”
“그, 그것도 그렇기는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