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350)
350화. 목적은 오로지 관광 (2)
“이 도시의 콘셉트를 생각한 건 누구지? 설마 인어들이 고안한 건가?”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보아하니 평범한 이가 생각한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설마 이것도 기밀인가?
엘라는 잠시 궁리하는 듯 고심하다가 이것까진 설명해 줘도 괜찮다 여겼는지 내게 그 고안자에 대해서는 말해 주었다.
“현자로 불리시는 분이 계십니다.”
“ 현자?”
어째 기억에 있는 명칭이네.
“예, 여왕 폐하의 스승이자 켈리아의 통합 후 많은 것을 조언해 주신 분입니다. 이 도시 역시 그분이 고안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거 참…… 놀랍군.”
그 현자라는 자에게 흥미가 생겼다.
언제 기회가 되면 한번 대면해 보고 싶군 그래.
마음 같아서는 당장 바다로 관광을 나가고 싶긴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무엇보다 이곳의 대표가 우리를 뵙기를 청한다고 했기에 먼저 대표를 만나기로 했다.
그러고 보면 슬슬 식사를 할 시간 이기도 했지.
관광도 좋지만 먼저 만찬이다.
이 도시의 관리자인 대표가 머무는 성 역시 일반적인 성과는 다소 특이 했다.
위에도 구조물이 있고, 수면 아래에도 마치 바위 동굴 같은 구조물이 뻗어 있다.
“헤에, 육상 위에서 사는 이들과 수면 아래에서 사는 이들을 동시에 접하기 위한 건가?”
과시 말고도 별개의 의미가 있겠지.
물속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바깥에서 사는 이들의 시선으로 보면 폐쇄적인 이들로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기에 이곳의 대표는 지상과 수면 아래 양쪽에 모두 성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대충 그리 짐작했다.
좀 더 성을 살펴보고 싶지만 그건 아무래도 너무 버릇없는 짓이겠지.
일단은 우리는 이곳의 주인을 만나러 갔다.
“반갑습니다. 제가 이 도시의 주인 중 하나인 렐파라고 하옵니다.”
“……그웰라입니다. 하아아아암……
우리를 맞이한 이 도시의 지배자는 두 명이었다.
한 명은 낯이 익다.
어디서 봤나 했더니 파티에 참석한 그 인어였다.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물고기의 꼬리를 내놓은 인어가 물방울 속에서 공손히 예를 올린다.
꼭 어항에 들어 있는 물고기 같군.
그리고 남은 한 명은 세이렌.
새의 깃털과 인간의 몸을 가진 이 종족이다.
다만 이쪽은 야행성이라 그런지 지금 몹시도 기운이 없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세이렌은 밤에 배를 탄 인간들을 유혹해 침몰시킨다고도 하지. 그거랑 관계가 있나?
“자……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엎어질 듯 흔들거리며 인사를 한다.
아니, 힘들면 그냥 가서 자라.
“둘 다. 이곳의 대표입니까?”
“그렇사옵니다.”
“……위와 아래, 반반씩 통치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아아아암.”
듣자 하니 원래부터 이 부근에선 해저에는 인어들과, 그리고 해안가에는 세이렌 등이 부족을 이루어 생활하고 있었다고 한다.
통합 이후에는 당연히 경관이 좋은 이곳을 관광지로 삼자는 의견이 있었고, 이들도 그에 따랐지.
문제는 과연 누가 도시의 대표가 되냐는 것이었다.
“어차피 저희 인어들은 물 밖의 세상에는 관심이 없사옵니다. 있다 해도 움직일 수도 없으니까요. 지금의 체제는 필요한 양분이옵니다.”
“……그런 이유입니다, 아마도?”
“과연, 그래서 지배 체계를 둘로 양분한 것이군요. 세이렌은 물 밖.
인어는 물 안.”
대충 사정을 납득하고는 우리들은 그녀들 측에서 준비한 만찬을 즐겼다.
바다 위에 위치한 도시답게 내온 만찬도 물고기나 해산물이 주를 이 뤘다.
요리는 충분히 입에 맞았다.
나름 합격점은 줄 수 있을 법한 정도라고는 할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이 요리는 우리 같은 손님을 위한 것인지, 두 대표가 먹는 것과는 약간 달랐지만.
그녀들의 것은 날생선이다.
인어와 세이렌이 각각 펄떡 뛰는 생선을 통째로 먹을 때는 페나도 깜짝 놀랐지.
그래도 이해는 하는 눈치였다.
그야 우리와 다르게 그녀들은 그쪽이 보통이니까.
음…… 그나저나 날생선인가?
신선하겠네…… 생선회.
왠지 저쪽이 더 부러워 보이는 건 왜일까?
‘나 저거 줘!’라고 말하고 싶은 걸 참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초장을 만들어 왔어야 했어!
아마 나만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식사를 끝마치고 난 뒤 우리는 차를 마시면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도시의 생활 같은 별것 아닌 이야기도 앞으로의 판국을 가늠하게 할 만한 정보들이다.
그리고 저들도 우리들의 감상에는 관심을 가졌다.
“손님들께는 이곳의 인상은 어떻게 보이시옵니까?”
“글쎄요? 아직은 다 돌아보지 않아서 결론을 지을 수는 없지만 저도 무척 놀랐습니다. 꽤나 의외인 발상을 했다는 느낌이네요. 말 그대로 ‘물과 생활하는 도시’라는 느낌이 죠.”
“……의외. 쿠울……
이미 세이렌 쪽은 완전히 반쯤 꿈 나라행이다.
그러니까 넌 그냥 가서 자라. 괜히 불러 낸 거 같아서 내가 더 미안해지 잖냐.
“인간들의 국가에 비하면 어떤가요?”
“여러 차이가 있지만 굳이 예를 들면 식기부터가 의외였습니다. 가령이 찻잔도 말이죠.”
나는 차를 담고 있는 찻잔을 살짝 들어 보이면서 말했다.
푸른빛을 머금은 투명한 찻잔.
이게 뭐가 신기하냐면 바로 이 찻잔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이다.
이게 뭔가 하면 바로 ‘물’이다.
물의 형상을 고정화시켜서 마치 유리잔처럼 쓰는 것이었다.
“이것도 마법이죠? 신기하네요. 물로 된 식기라니.”
페나도 신기한 듯이 찻잔을 어루만졌다.
놀라운 건 이렇게 만져도 감각은 유리와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가볍게 손가락으로 두드리면 깨끗한 유리처럼 맑은 소리가 울린다.
찻잔뿐이 아니라 조금 전 만찬을 담은 식기 역시 마찬가지로 물로 만들어 졌다.
물로 식기를 만들 생각을 하다니.
“상당히 좋은 발상입니다. 이것 역시 도시 전체에서 볼 수 있는 것이겠죠? 파는 가게가 얼핏 보였습니다.”
“예, 저희와 달리 인간이나 혹은…… 다른 종족은 이런 도구가 필요하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저흰 드워프처럼 세공이나 대장장이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무 식기를 쓰기에는 목재도 구하기가 애매하옵니다.”
“……대신 물은 풍부합니다……라기보단 물뿐이지만.”
“과연! 그래서 이런 대체품을 고안한 것이군요.”
단순히 대체품이 아니다.
아마 장담컨대 이것 하나만으로도 꽤나 눈길을 사로잡겠지.
어떤 의미로는 실용성 있는 예술품이나 마찬가지다.
“근데 이거, 도시 밖에서도 이 형태가 유지가 됩니까?”
“예, 도시 밖에서도 얼마든지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사옵니다. 물론 강도는 일반 유리와 똑같기에 충격을 받으면 다시 물로 돌아가지만요.”
뭐, 유리 파편보다는 안전하긴 하겠네.
“차후 아렐 님의 상회에서도 구입해 주시면 감사하겠사옵니다.”
이거…… 노렸네, 노렸어.
단순히 신기한 물건으로 눈길을 끄는 것만이 아니라 나름 이곳 고유의상품으로도 생각했다는 것이군.
“혹시 이것 역시 그…… 현자라는 분이 생각하신 겁니까?”
“예, 그분의 제안이라고 하옵니다.”
딱히 숨길 것 없다는 듯이 그녀들은 긍정했다.
“흐음??????
나는 그 찻잔을 다시 손끝으로 어루만지며 생각해 보았다.
역시 이거…….
“……왜 그래?”
내가 잠시 고심하고 있다는 걸 눈치챈 페나가 작은 소리로 묻는다.
“별거 아냐. 그냥 음…… 아무래도 이걸 고안한 놈도 꽤 하는구나 생각했을 뿐.”
관광지는 파힐리아만의 전유물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이거 조금은 다시 봤다.
다만 내가 품은 감정은 위기감이나 질투 같은 쓸데없는 것은 아니다.
난 그렇게 쪼잔하지 않다.
기대감이다.
비록 타국이라도 볼 곳, 놀 곳이 많아진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
특히나 내가 아니라 남이 만들어 놓고 있다면야 더욱 환영할 일이지.
세상이 넓어진다.
참으로 장래가 기대되는군.
그렇게 흐뭇해하고 있자 인어 대표가 조심스레 묻는다.
“오늘 일정은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도시를 구경하시겠다면 안내인을 붙이겠습니다.”
“……위, 아래 어디든 구경하셔도 좋습니다. 특히 아래를 추천 드려요.”
아니, 아래는 못 가지. 상식적으로.
누가 세이렌 아니랄까 봐 물에 가라앉히고 싶어서 좀이 쑤시는 모양이로군.
어차피 이미 정해 둔 곳이 있다.
내 답은 늘 정해져 있어.
“도시 구경도 흥미롭지만 그보다 먼저 가고 싶은 곳이 있네요. 눈여 겨본 곳이 있습니다.”
바다에 왔으니 갈 곳은 하나밖에 없잖아.
“저쪽 해안가에 좋은 자리가 있더군요.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도 될는지?”
바닷가에 왔으면 당연히 바다를 가야 하는 법!
처음부터 그걸 노리고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의 기온은 적당히 뜨겁고 하늘도 맑다.
이런 날에 바다를 가지 않는다면 아마 이번 생은 두고두고 후회하겠지.
그리고 바다에 가면 무엇이 시작되는가?
바로 물놀이를 해야 하는 법!
그런고로 나는 물놀이부터 가자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고 보면 이전부터 아렐 님께선 항구 도시에 갈 때마다 아쉬워하셨지 말임다.”
“그랬어?”
“예, 아무래도 아렐 님께선 바다에서 노는 걸 바라셨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아렐은…… 아하, 그래서 저런 거구나. 하긴, 성에도 커다란 물놀이를 위한 장소가 있었으니까.”
“물을 어지간히 좋아하시는 모양이지 말임다.”
내가 뭘…….
나는 적당히 차가운 물의 감촉을 만끽하며 그녀들이 하는 대화를 홀려 넘겼다.
현재 우리는 해변 앞 바다 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거대한 보트를 띄워 놓고 그 위에 파라솔을 펴 놓은 채 페나는 그곳에서 시원한 음료를 즐기고 있고, 또한 그 주변을 측근들이 지키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나는 원래 목적 중 하나인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서 바다에 들어와 있다.
몸을 물에 띄워 주는 마법 도구를 튜브 대신 달고 그대로 우아하게 둥둥 떠다니고 있다.
적당히 차가운 물의 감촉과 떠다니는 부유감은 기분이 좋지.
그래! 이런 걸 원했다. 바로 이런 느낌이야말로 진정한 바다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나는 배 위에서 수다를 떠는 여성진들 쪽을 힐끗거렸다.
구체적으로는 그녀들의 차림새. 물에서 놀기 위해 얇긴 하지만 그래도 면적이 넓군.
‘수영복 정도는 신상품으로 개발해둘 거 그랬나.’
하지만 관뒀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이 시대에 받아들여질 리는 없으니까.
잡생각은 치우고 순수하게 물놀이나 즐기기로 했다.
이렇게 놀다가 가끔 떠다니기 지루하면.
“페나! 거기 그 포도 좀 줘!”
“……정말로, 이렇게? 이렇게 괜찮겠어?”
페나가 약간 어이없어하면서 쟁반에 놔둔 포도를 몇 알 따고는 나를 향해 던졌다.
매끄. 럽게 날아가는 그것을 나는 재주 좋게 입 안에 받아먹는다.
으음! 상큼해!
받는 데 요령이 필요하긴 하지만 편하군.
“아…… 이거, 의외로……
처음엔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망설이던 페나도 내 기행에 어울리더니 뭔가 재밌어 하는 표정을 짓는다.
다만 뭔가 심정이 복잡해 보인다.
동물원에서 먹이 주는 기분을 느끼는 모양이다.
사실 나도 반쯤은 그런 기분이고.
이러니까 꼭 무슨 해달 같아.
해달은 좋겠네, 이렇게 느긋하게 지낼 수도 있고. 차라리 다음 생에는 한 마리의 해달이 되고 싶어.
거짓말이지만.
“아렐, 그러고 있으면 기분 좋아?”
페나가 배 근처에서 둥둥 떠다니는 나를 보며 약간 황당하다는 듯 묻는다.
이렇게 보여도 의외로 쾌적한데.
이해해 주지 못하니 유감이다.
“차라리 같이 들어올래? 이거 꽤 괜찮거든. 커다란 물침대에 폭 들어간 느낌이라고 해도 돼. 그리고 시원하니까.”
“사양할래…… 왠지 바닷물에 들어가면 피부가 안 좋아질 거 같으니까…… 그리고 보기가 좀.”
보기가 어떻다는 거냐.
너도 조금 전에는 재밌다는 듯 먹을 거 던졌으면서.
보답으로 나는 살짝 물을 뿌렸다.
어디 바닷물 맛 쬐끔만 보거라.
“어머?”
그러나 내가 뿌린 물은 페나의 정령 운디네가 튀어나와 슬쩍 막아 준다.
그녀는 “훗!” 하고 잘난 듯이 미소를 짓는다. 그 정도 장난은 예상했다는 얼굴이다.
나는 “쳇!” 혀를 차고는 다시 수면의 부유감에 몸을 맡기고 떠다녔다.
결코 삐친 거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