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419)
419화. 내일은 또 내일대로 다가온 다 (1) 파힐리아의 영주 아렐의 성에서 근무하는 주치의는 현재 조용히 말없이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다.
그녀가 진찰하고 있는 대상은 다름아닌 아렐 에르네시아의 부인인 페나.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고 진맥 마법을 사용하는 주치의에게 페나는 조심스레 묻는다.
약간이지만 목소리가 떨린다.
다만 단순히 불안 때문은 아니다.
어째서인지 묘한 기대감도 품고 있다.
“?????? 어때?”
주치의는 신중하게 고민했다.
이 주치의가 페나를 진찰한 건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대략적으로 열흘 전에도 같은 이유로 인해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왜냐면 그녀의 능력으로도 하루 만에 결론을 내기 어려운 문제다.
책임이 달린 중요한 사안이다.
잘못 판단을 내렸다간 목이 달아나도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저의 소견으로는……
주치의는 생각을 신중하게 고르는 듯 잠시 말이 없다가 이윽고 결론을 내렸다.
“열흘 전과 결론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옵니다.”
“그래?”
페나는 주치의의 결론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만 그녀의 반응은 놀라고 있지만 희미한 기쁨을 띠고 있다.
이것이 그녀에게 달리 나쁜 소식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구나!”
“그러나 아직 주의를 필요로 합니다. 만일을 위해 항시 수행원들의 눈에서 벗어나시면 안 될 것입니다.”
페나는 주치의의 당부에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그렇지 않아도 최근 눈치채고 신경 쓰는 시선이 늘었다.
새삼 말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알고 있어. 으음, 그렇다는 건 슬슬 그에게도 이야기해도 되는 거지?”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지난 흑마법사 토벌전 승리를 치하하는 연회와, 그리고 새로운 개발사업을 추진하고자 아직까지 왕도에 머물고 있는 아렐.
“그분에게도 바로 연락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아냐. 바쁠 테니까 그가 돌아오고 난 뒤에 이야기하도록 하자. 내가 직접 말하고 싶으니까. 괜찮지?”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굳이 페나의 결정에 이래라저래라 토를 달 이유는 없다.
거기에 아렐은 지금 왕도에서 일을 추진하느라 바쁠 터.
나름 배려인 셈이기도 하겠지.
별일이 없는 한은 그녀의 의향대로 하는 게 최선이다 생각한 것이다.
달리 나쁜 소식도 아니니 괜찮겠지.
그리 판단했다.
무엇보다 굳이 따지면 좋은 쪽의 소식이니까.
에르네시아 왕국을 시작으로 열차를 도입할 것이니 협력해라.
그 계획을 발표한 뒤, 다음 날 한번 더 타국의 사절단들을 불러 천천히 철도 부설 계획을 제안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다시 설명해주는 것은 내 나름의 배려다.
최종적으로 제안이 끝나고 해산한뒤.
잠시 후 시녀를 통해 제일 형님이 나를 슬쩍 불렀다.
이따가 따로 오란 뜻이다.
좀 더 말하고 싶은 게 있다는 거겠지.
이런 반응 정도는 대충 예상했기에 나는 흔쾌히 승낙하고는 바로 형님이 기다리는 곳으로 찾아갔다.
그건 그렇고, 나를 오라 가라 하다니 많이 크셨군요, 형님?
찾아가자마자 제일 형님은 바로 용건을 꺼냈다.
최근 내가 벌이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감상이다.
“……의외로구나. 좀 더 강경하게 밀어붙일 거라 생각했거늘.”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강요해 봐야 반발만 낳겠죠.”
강경하게, 라니 설마 멱살이라도 잡으란 건가?
잡아도 되나요? 그럼 사양하지 않을 거지만요.
어차피 그런 짓까지 하지 않아도 최종적으로 그들은 이 기획을 받아들이는 게 이득이라 생각할 테니까 그럴 필요까진 없을 것이다.
그 결론에 이르기까진 자기네들끼리 지지부진한 논쟁을 이어 가야겠지만, 그건 어차피 내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아니니까 상관없다.
“그사이 저는 열차를 완성시키도록 지시를 내려놓을까 합니다.”
“그것은 네 뜻대로 하거라.”
형님은 흔쾌히 승낙했다.
이 기획을 던졌을 때 가장 기뻐한 게 바로 그였다.
내가 추진하는 기획이 가져올 이득을 단번에 잰 것이다.
“열차에 대해서는 타국이 승낙하지 않더라도 자국 내에 운용하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이 된다. 먼저 국내에서 운용할 준비를 하는 게 어떠냐?”
“그럴 생각입니다.”
기존의 불안정한 유통망과 느린 운송 수단은 그에게도 고민거리였다는거 겠지.
또한 선로를 설치하거나 필요한 시설을 짓게 되면 그것만으로도 여러가지 수요가 생기게 된다.
일시적이라고는 해도 국민들에게 적당한 일거리를 줄 수도 있을 테고.
기뻐하면 했지, 거절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말로 그들이 받아들일 거라 보는 것이냐?”
“이쪽에서 먼저 운용하는 모습을 보이면 타국의 대상회에서도 슬쩍 귀족들을 압박할 것입니다.”
“으음, 과연 그렇군. ……즉, 그렇게 이야기를 짜둔 것이구나.”
“네. 그런 겁니다.”
나는 일부러 사악한 얼굴을 하는 시늉을 했다.
돈과 영향력은 적지 않은 연관이 있다.
일부 대상회에 한해서는 일국의 왕가조차도 쉽게 무시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그들을 부추기면 좀 더 일이 쉽게 진행될 것이다.
“그렇군. 이번에도 좋은 소식을 바라마.”
“여부가 있겠습니까.”
굳이 내가 뭔가 하지 않아도 되겠지.
여느 때처럼 여유롭게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형님도 그리 믿는 눈치다.
“다만, 아렐. 매번 훌륭한 제안을 가져오는 건 바람직하나 때로는 다른 경사를 가져오는 게 어떻겠느냐?”
“예?”
의아했던 나는 곧 그가 말하는 것의 의중을 깨닫는다.
으아…… 무슨 이야기인가 했는데 설마 그거인가?
“아…… 그건 그렇네요.”
나는 난처한 듯 시선을 회피하는 시늉을 했다.
“……그건…… 뭐, 노력하고 있습니다.”
네, 노력하고 있습죠.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그야 뭐, 뻔하지.
결혼했으니 그다음 나올 이야기는 그거밖에 없지 않나?
결혼해야지, 다음은 그거지.
애, 낳아야지.
하여간 여기도 사람 사는 동네이긴 한가 보다.
어째 레퍼토리가 똑같니?
결혼하라. 애 낳으라.
그래서 낳으면?
그건 또 그것대로 오지랖이 펼쳐지겠지.
끝없는 악순환이다.
“아니…… 그것보다 폐하? 정녕 하실 말씀이 그것뿐이 없습니까?”
“무슨 말이냐, 아렐? 중요한 문제가 아니더냐. 국왕으로서도 일단은 의문 정도는 가지지 않겠더냐?”
“. 예?”
진심으로 무슨 소리냐는 듯이 묻기에 오히려 내가 할 말이 나오지 않는다.
언제부터 국왕이 남의 집안 2세 사정을 궁금해하는 직업이 되었더라?
그렇게 한가한 직종이었던가?
……아, 그렇군.
‘하긴 그럴 만하네.’
내 착각이었다.
애초에 제일 형님이 이걸 묻는다는 건 개인적으로 궁금해하기보다는 귀족들 중 누군가가 그에게 슬쩍 이야기를 꺼냈다는 뜻이겠군.
단순히 동네 아줌마들이 할 법한 참견 레벨이 아니다.
그들로서도 적당히 간을 본다는 거지.
일단은 결혼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아이도 태어나지 않았지만, 태어난 뒤라면 다시 첩이든 뭐든 들이대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군.
제일 형님의 이 물음은 양쪽의 뜻을 다 떠보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아마 내가 대답하면 그걸 토대로 또 상대방 앞에서도 적당히 떠볼 테지.
그게 정치니까.
귀족 사회에서 그렇게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이해하기에 나는 그저 속으로 피식거렸다.
걱정 마시죠, 다 알아서 합니다.
내가 비록 무계획, 무책임하지만 다 알아서 해요, 이 양반들아.
애초에 댁들이 참견할 틈도, 이유도 없다니까!
‘하여간…… 그런 의미에선 현대 사회가 약간은 더 낫군.’
귀족 사회의 성가심에 새삼 어이가 없었다.
차라리 아줌마들 수다가 더 나을 지경이다.
결국은 그게 이 사람들 나름의 정치라는 거겠지만.
내가 일일이 참견할 마음은 없다.
착각하는 것도 자유고, 쇼하는 것도 자유지.
다만 허탕 치고 실망하는 것도 당연 그 자유에 따른 책임이고.
“그 점이라면 걱정 마셨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희도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일단은 인사치레로 둘러댔다.
틀린 말도 아니고, 딱히 문제 있는 것도 아니니까 거짓말은 아니지.
“하긴, 최근 아렐 네 소문을 들어보면 사실인 거 같구나. 그래, 바람직한 일이지.”
“……무슨 소문 말입니까?”
……짐작이 가서 진심으로 묻진 못하겠다.
이 인간이 진짜 대놓고 말할 거 같아서.
그냥 말하지 말라는 뜻으로 고개만 한 번 흔들었다.
굳이 말하자면 제가 철들었다기보단 그냥 눈치 보는 건데요?
제 소문이 잠잠해졌다면 그것 때문일 겁니다.
“저로서도 좋은 소식이 있길 바랄 뿐입니다. 그래야 저도 안심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그렇지 않겠느냐.”
아니, 기도할 뿐이죠. 일단은.
그건 프로인 저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겁니다만.
결혼과 다르게 그게 밀어붙인다고 되나요? 천명에 맡겨야죠.
그렇게 묘한 분위기를 그저 스리슬쩍 넘길 뿐이었다.
“어휴, 폐하도 참 극성이시군. 보아 하니 최소 공작들 중 누군가가 슬슬 물어봐 달라고 부추겼겠지. 안 봐도 뻔하다, 뻔해.”
용건도 끝내고 이제 집에 가는 것만 남았다.
돌아가기 위한 텔레포트 마법진의 정비가 끝나길 기다리면서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어서 푸념이나 하고 있었다.
괜찮다, 어차피 지금 내 이야길 듣는 사람은 아샤밖에 없다.
그저 아샤는 조금 멋쩍은 듯이 듣고 있다.
주제가 주제라 조금 민망한가? 확실히 떠들 만한 일은 아닌가?
“……그, 그러네요. 그거 큰일이네요.”
“음‘? 듣고 있어?”
“무, 물론 듣고 있어요.”
“?????? 흐음?”
그러나 평소 이상으로 아샤가 맞장구치는 게 느리다.
뭐지? 단순히 화제가 좀 그래서 그런가?
뭔가를 신경 쓰고 있다고 해야 할까?
아니,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눈치다.
내 눈은 못 속여.
그보다 신경 쓰여.
“뭔가 숨기고 있군.”
“아, 아니에요! 제가 숨기길 뭘 숨길 수 있을까요? 보나마나 들킬 게 뻔한데요!”
아니, 왜 스스로를 그렇게 몰아붙이니?
“애초에 페나 님께서도 아직은 비밀로 하라. 아……
……그리고 왜 자폭하니?
그보다 페나?
그렇지 않아도 페나가 뭔가 둘러대는 게 신경 쓰였다.
그런 참에 얘가 자폭했군.
그렇군. 아샤 너는 알고 있으렷다?
“오호라아??”
그녀의 노골적으로 수상쩍은 태도에 나는 눈을 빛냈다.
마침 기다리느라 심심하던 참이었다.
데리고 놀려 줄 타국의 사절단들은 이미 서둘러 꽁지가 빠지게 도망간뒤.
마침 심심한 나.
그리고 허둥대는 아샤.
그러므로 이 녀석을 놀리면 되겠나는 후후후후후? 낮은 웃음소릴 흘리며 슬그머니 발을 빼는 아샤에게 슬쩍 다가갔다.
한 발 물러나면 두 발 다가가고, 두 발 물러나면 여섯 발을 다가간다.
자, 곧 있으면 벽이란다?
“아샤아아아? 자? 뭣 때문에 움찔거렸는지 말하지? 이미 뭔가 숨겼다는건다 들켰잖아?”
“음……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아? 무것도 모른답니다?”
오! 웬일로 오늘은 고집을 부린다.
노골적으로 지어낸 듯한 환한 미소를 지으며 딴청을 부린다.
참고로 우리 쪽에서 일하는 하녀들은 귀가 준비를 하면서 지나가다 잠시 이쪽을 힐끗거리고는 ‘뭐야? 평소 그대로네’라면서 태평하게 눈을 돌린다.
아무튼 지금은 아샤나 열심히 추궁하자.
이렇게까지 둘러대는 게 뭔지 궁금해.
궁금하면 바로 알아내고자 하는 게 나다.
실은 그냥 심심했을 뿐이지만.
“자, 누구 안전이라고 입을 다물까나?”
나는 끝까지 묵비권을 행사하는 아샤의 입가와 볼을 슬쩍 주물주물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