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430)
430화. 그것은 크고 아름다운 열차
(4) + 상인들의 일상 (1)
“최근 파힐리아 및 북부 지방에서 퍼 온 눈을 가지고 다른 지방에서 팔아 치우는 모양입니다.”
“?????? 눈을?”
눈? 스노우?
저기 도시 바깥에 나가면 널린 저 하얀 것들 말하는 거지?
병사들이 참으로 싫어하는 악마의 물질이다.
내가 멍하니 묻자 삼촌은 조용히 고개만 한 번 끄덕였다.
“……와.”
나는 이번에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거참, 창의적이네.”
나는 그동안 이곳의 상인들을 은연중 얕봤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평가를 조금은 상향 수정해야겠다.
살다 살다 눈을 퍼 담아 팔 생각을 하다니.
이것들, 대체 어릴 때 뭘 먹고 자랐기에 이런 생각을 하셨어요?
그야말로 상인의 귀감이다.
돈만 된다면 모래라도 퍼다가 팔아 치우는 게 그들이었지.
아, 근데 모래는 실제로 돈이 되지.
이거 모래한테 미안하군.
그런데 이게 굳이 삼촌이 신경 쓸 일인가?
“실은 그것만이면 주목할 이유는 없지만…… 문제는 이것입니다.”
삼촌은 또 하나 다른 보고서를 넘겨주었다.
“아무래도 그들의 이런 기행은 이것 때문인 것 같더군요.”
“아하,”
그렇게 된 거군. 확실히 이것 때문이라면 납득이 간다.
“……이거 흥미가 생기는군. 어느 놈인지 몰라도 웬 잡것이 기어들어 왔나?”
“무슨 말씀입니까?”
“아냐, 별거 아냐.”
“그렇군요.”
내 성격을 아는 삼촌이 진지하게 듣는다.
내가 별거 아니라면 늘 별거 있다는 뜻이다.
한번 가 볼 필요가 생겼다.
상인들의 일상 (1)
누구나 경쟁심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상대가 잘나간다면 나도 잘나가고 싶다.
어떻게든 제치고 싶다 하면서 안달복달하는 생물이란 것이지.
그게 좋은 의미로 발전한다면 선의의 경쟁이 되는 것이고, 좋지 않은 의미로 악화된다면 추악한 암약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는 제쳐 두고라도 상인이란 돈에 관련해서는 그런 경쟁심에 불타는 인간들이지.
그렇기에 그들은 때로는 기상천외하면서도 웃기는 장사를 생각하기도 한다.
거기에 변변찮은 생각도 하기 마련이지.
“……기본적으로 목재나 석재 등의 가격 변동은 충분히 예상했는데.”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열차가 이용됨에 따라 목재나 석재를 옮기기 쉬워지니 수요가 느는 정도는 예상했다.
그 외에 수요가 있을 만한 것이면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
그 지방에 없는 작물이라든가, 혹은 서식하지 않는 생물의 가죽 등.
그리고 여유가 있는 곳에서는 기호품.
“기본적으로 각 상회의 변동은……
역시 짐작한 대로야.”
나는 주변…… 각각의 상회들이 출자한 가게가 잔뜩 들어서 있는 곳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에르네시아왕국의 왕도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다.
교역 도시 멜네크.
위치상 온갖 곳에서 선로가 이어지는 경유지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최근 들어 부흥해 버린 운 좋은 도시였다.
덕분에 갖가지 상인들과 온갖 물건들이 나돌아 다니는 시장 바닥이 되었다고 한다.
이 도시의 가치는 그 덕에 상상을 초월하게 뛰어 버렸다.
이곳 영주는 이후 하루 다섯 번 파힐리아를 향해 절을 한다고 하지.
뭐, 그만큼 왕국에 바치는 세금도 만만치 않게 뛰었지만 그걸 제하고서도 충분히 감사할 만큼의 이득을 남긴 것이다.
당연 그렇게 되기까진 우리 사이에 약간의 거래가 있긴 했지만 그 내용은 굳이 말하지 않겠다.
그런 곳에 내가 찾아갔다.
그것도 정식 방문이 아닌 여느 때처럼 적당히 위장하여 들어간 것이다.
이곳 영주가 알면 기절할 일이지.
“갑자기 아렐 님께서 어딜 나가자고 하시나 했더니, 이곳이었슴까?”
마차를 모는 내 옆에서 나란히 붙어 있던 세이나가 혼잡한 도시를 둘러보며 묘한 웃음을 짓는다.
평소라면 그냥 잠깐 나 혼자 몰래 빠져나가든가 하겠지만.
아무래도 요즘에는 웬만하면 행적은 적당히 밝히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적당히 세이나만 대동하고 나왔다.
디아는 성에 있어야 하고.
아샤는 같이 다니기에는 언동이 눈에 띈다.
길거리 시장 바닥 돌아다니기에는 그래도 세이나가 가장 분위기는 잘 맞추니까.
우리끼리 돌아다녀도 의식하는 이는 없다.
어디까지나 우리는 지금 상품을 실은 평범한 마차를 몰고 이동하고 있을 뿐이니까.
역시 위장 신분은 이럴 때 써먹어줘야 하는 법이지, 크후후후후후훗.
오랜만에 케힐 하랄드의 가명을 대고 이곳에 방문한 나는 적당히 아르닐 상회 창고에서 내 멋대로 꺼내 온 상품을 가지고 가짜 상인 행세를 하고 있었다.
괜찮다. 어차피 내가 다 벌게 해준 상회니까.
아르닐 상회의 창고의 것은 내 주머니에 들어 있는 물건이나 마찬가지지.
꺼내는 것도 내 자유고, 어떻게 쓰는 것도 내 자유다.
“……여느 때처럼 아렐 님이시니 별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함다만.”
세이나는 마차 뒤에 대충 쌓아 놓은 물건들을 슬쩍 보고는 난처한 듯 볼을 긁적였다.
그 전에 나니까 별 이상할 건 없다는 건 무슨 뜻이냐?
꼭 내가 허구한 날 심심해서 기행을 벌이고 다니는 것 같잖아.
.. 사실이지만.
“굳이 이런 것까지 가지고 나올 필요가 있슴까? 놀러 다닐 때 불편하지 않슴까?”
“……너, 정말로 내가 그냥 땡땡이 치러 나왔구나, 하고 생각했나 봐?”
“엑? 아니었슴까?”
그런 거 아냐.
그리고 왜 실망하는 거냐?
“일부러 자원해서까지 나왔는데 말임다.”
“세이나 너. 어쩐지 신나있더라.”
나한테 편승해서 놀려고 작정했구먼? 하긴 요즘은 내가 좀처럼 영지 밖으로 나가지 않긴 하지.
그리고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도 아주 잘 알았다.
“엄연히 오늘은 할 일이 있어서 나온 거야.”
나름 목적이 있단 말씀이다.
“할 일이라니…… 이렇게 물건까지 싸 들고 나올 정도의 일임까?”
“그렇지. 직접 들이밀지 않으면 확인하지 못하는 법이니까. 단순히 시찰로는 보이지 않는 것도 있거든.”
“?…”예?”
“실은 삼촌한테 멜네크 내에서 주둔하는 상회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의심되는 정보가 있다고 들었거든.”
그 자세한 내용은 아직 세이나에겐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게 아렐 님께서 신경 쓰시는 일인 검까?”
“아무튼 그걸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 어느 머저리가 감히 상도덕없이 남의 영역에 흙 묻은 손 들이 대는지 말이야.”
“예? 그게 무슨 뜻임까?”
“뭐, 그런 게 있어.”
나는 어깨만 으쓱이고는 마차를 몰아 목적지인 상회까지 단번에 향했다.
“우선은 이것부터 처분하자. 말도 마구간에 맡기고. 그래야 좀 돌아다닐 거 아냐. 역시 외출하면 노점부터 들러야지?”
“그거…… 역시 놀러 나오신게……
“아냐, 놀고 일하려는 거야!”
원래 일을 하려 해도 반나절도 못지나 적당히 딴 길로 샐 길을 궁리 한다.
그게 참된 게으름뱅이의 자세다.
우선은 반나절 정도는 마차를 끌고 시장 바닥을 돌아다니며 현지 시장조사 겸 먹을거리 탐방을 했다.
그리고 슬슬 목적을 잊기 전에 우리들은 목적지인 어느 상회로 향했다.
이 도시에서 주로 터를 잡아 이런 저런 상품을 중개하는 부델 상회.
단순히 규모로만 따지만 중규모에 불과한 어중간한 곳이지만 최근 열차가 들어오면서 이 도시에 이런저런 상품이 흘러들어 오게 됐고.
그들이 이곳의 지리에 이전부터 익숙했단 점을 요령 있게 살려 꽤나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다만, 어쩌다 보니 어부지리를 얻은 셈이라며 상인들끼리도 꽤나 질투의 이야깃거리가 되는 모양이었다.
우선은 말을 대기 위해 하역장으로 들어오니 조금 전부터 우리들의 눈치를 본 일꾼이 재빨리 달려온다.
“말은 제가 맡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맡기도록 하지. 힘 센 놈이니 조심하게나.”
내가 흔쾌히 고삐를 넘기자, 그는 두툼한 팔의 근육을 살려 말을 힘과 요령 있게 통제했다.
“참고로 들은 건 꽤 값나가는 것들이니 조심히 몰아 주게나.”
주의를 주니 약간은 말의 고삐를 당기는 품새가 조심스러워졌다.
일꾼은 재주 좋게 마차를 적당한 구석에 세운다.
이후에는 상회에서 일하는 다른 점원에게 등록증과 신분증을 보여 주고 용건을 전하면 끝.
곧 담당자가 나와서 본격적인 매매절차에 들어갈 것이다.
대개 시골 산구석이 아닌 이상은 매매 절차는 이렇게 이루어진다.
세이나는 두리번거리며 묻는다.
기다리는 게 조금 좀이 쑤시나 보다.
“이대로 계속 기다리는 검까?”
“꽤나 혼잡하긴 하지만 상대가 상대니까 오래 기다리게 하진 않을 거야.”
비록 내 정체는 감췄으나.
아르닐 상회 정도 되는 곳의 이름을 댄 상인이 직접, 그것도 고가의상품을 매매하고자 한다면야 금세튀어나오겠지.
내 예상이 딱 들어맞았단 것을 증명하듯 곧바로 풍채 좋은 중년 남성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온 건 말쑥한 차림새의 마른 체격의 청년.
단순한 매매 업자치고는 조금 안색이 좋아 보이는데?
“환영합니다, 케힐 하랄드 씨. 저는 부델 상회의 상회주, 체르팔 벨부럼이라고 합니다.”
“부델 상회의 회계 겸 비서직을 수행하는 케이긴이라고 합니다.”
자신의 소개를 하며 정중하게 고개를 먼저 숙이는 상회주와 회계.
그렇군, 상회주인가.
아무래도 출신이 출신이다 보니 본인이 직접 나와서 거래를 하기를 희망하는 모양이었다.
‘현대 사회로 치면 대기업 임원이 오자 중소기업 사장과 부사장이 직접 달려오는 느낌인가.’
어느 세계든, 특히나 장삿속 세계에선 흘러가는 이치가 똑같군.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그의 인사를 적당히 흘려 넘겨들었다.
일단은 인사를 해 오니 받아는 줘야지.
“설마 상회주께서 직접 나오실 줄이야. 이거 참 영광이군요.”
“아무렴,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 유명한 아르닐 상회의 분, 그것도 저런 고가인 상품의 거래를 희망하시니 더더욱 제가 직접 계약서를 보아야 할 필요가 있죠……라고 하고 싶지만 요즘 워낙 바빠서 저도 같이 매매 일을 하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거 잘된 셈이죠. 적어도 할 일이 없어서 방에서 맥주나 홀짝이는 것보단 낫지 않습니까?”
“지금은 그때가 그리워집니다. 이 모든 게 다 열차 덕이죠.”
그리 말하면서 그는 정중하게 거래에 대해 논할 장소로 우릴 안내하려 했다.
보통 매매 계약은 그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특별대우다.
“……이거이거.”
“세이나, 왜?”
다만 세이나는 뭔가 미심쩍은 듯한 눈을 하고 있다.
장사는 모르기에 그냥 가만히 있는 척하지만 뭔가 눈에 밟히나?
“뭔가 상인들을 보면 근질거리지 말임다.”
“왜?”
“웃는 얼굴로 속내나 감추는 게 좀…… 그렇지 말임다.”
“아? 그런 게 좀 있지.”
아무래도 그녀의 가치관으로는 상인들의 가식적인 면이 썩 보기 좋진 않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그게 상인들 나름의 묘미잖아.”
내가 쓴웃음 지으며 적당히 설명해 주려는 때.
갑자기 하역장 한구석이 시끄러워졌다.
“?????? 뭠까?”
“……싸움 났나?”
남들의 다툼은 우리에겐 팝콘의 기운!
그렇다면 빨리 마실 것과 먹을 것을!
다만 두리번거리는 건 우리나 혹은 이곳에 처음 온 것으로 보이는 상인 들뿐.
부델 상회의 녀석들은 어쩐지 익숙해 보였다.
우리가 소리가 난 방향을 돌아보자 그곳에서는 매매 담당과 언쟁을 벌이는 상인의 모습이 보였다.
나이는 꽤나 젊다.
아마 장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풋내기가 아닐까 싶다.
그는 전신이 푹 젖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땀을 흘리고 있다.
사람이 그야말로 절망 문턱 코앞에 떨어졌을 때 보이는 반응이다.
“……이 가격이라니, 어떻게 납득하란 것입니까! 분명 이 상품을 매입할 때만 해도 이런 시세는 아니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