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become No. 1 in the rankings without paying RAW novel - Chapter (23)
제23화
밴디트들이 자리 잡은 산은 크게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도로와 산 곳곳에 자리를 잡고 지나가는 이들의 물건을 빼앗는 밴디트들이 있는 외곽 지역과 그들이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산채 지역이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안쪽에 자리한 산채 지역의 밴디트는 레벨이 더 높고 엘리트 몹도 존재했다.
물론 그만큼 경험치나 보상도 더 좋고 무엇보다 모든 밴디트들을 수하로 거느린 보스 몬스터 ‘밴디트 두목’이 일정 확률로 레어 등급의 아이템도 나오는 보물 창고의 열쇠를 드랍하기에 40레벨대 플레이어 사이에서 인기가 상당히 좋은 사냥터였다.
“일점 공격!”
“델타 슬래쉬!”
테오와 레온의 검이 거의 동시에 스킬의 힘을 싣고 밴디트를 베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테오의 일격을 받은 대머리 밴디트는 휘두르려던 철퇴도 못 휘둘러 보고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이쪽은 겨우 한 명 잡았는데, 저쪽은 벌써 세 명째인가.’
열심히 따라잡으려고는 하는데 레온과의 격차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도 레온이 에린에게서 어느 정도 거리를 벗어나지 않고 싸운다는 제약을 스스로 걸고 싸워 이 정도 차이다.
만약 레온이 작정하고 싸운다면 테오가 나설 것도 없이 싸움이 끝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쉭!
잠시 레온의 싸움을 보던 테오의 사각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그걸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만 팔에 맞고 말았다.
“아야!”
게임이기에 통증은 침에 약간 찔린 정도로만 느껴진다.
그렇지만 팔에 화살이 꽂힌 광경은 썩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칫!”
테오는 손으로 박혀 있는 화살을 뽑았다.
사실 스킬로 피할 수도 있지만 관뒀다.
앞으로 상대할 적과의 싸움에 대비해 회피기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서다.
“죽어라!”
이런 테오를 향해 밴디트는 다시 한번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리를 좁혀 보란 듯이 반격에 성공했다.
서컥!
레벨이 올랐습니다!
밴디트를 사냥한 지 반나절 만에 33레벨 달성이다.
혼자서 사냥하였다면 결코 이 정도 효율이 나오지 못했으리라.
“회복시켜 드릴게요.”
화살을 맞은 테오가 걱정된 에린이 전투가 끝나자마자 달려와 회복을 해 줬다.
그리 큰 부상은 아니지만, 배려를 사양할 이유는 없기에 가만히 치료를 받았다.
슬슬 매복한 밴디트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곧 놈들의 본거지와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했다.
“님들, 하이요.”
계속 산 위로 오르는데 마침 위쪽에서 내려오는 플레이어들과 조우하게 되었다.
사냥터에서 다른 플레이어를 만나면 일단 인사를 나누는 것은 예의였기에 테오와 에린 또한 그들을 향해 간단히 인사말을 전달했다.
그런데 그들 중 한 명이 경고하듯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님들, 위로 올라가는 건가요? 그렇다면 너무 위쪽으로는 가지 마세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산채 지역은 지금 다크 문이라는 길드가 통제하고 있어요. 괜히 섣불리 다가갔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 조심하라는 소리예요.”
“…….”
사냥터 통제라니, 수많은 사람이 하는 MMORPG에서 간혹 목 좋은 사냥터를 독점하기 위해 길드 규모로 다른 플레이어가 못 다니도록 막는 일이 종종 있지만 이런 사냥터까지 그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굳이 이 안쪽까지 온 것은 효율이 좋은 산채에서의 사냥을 위해서다.
그런데 고작 이런 이유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마침 이때, 에린이 걱정하며 말을 건넸다.
“어쩌죠? 지금 말을 들어서는 더 이상 가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음, 내 생각은 달라. 통제한다지만 사냥터 전체를 독차지하지는 않았을 테니 그런 곳에서 사냥하면 되지 않을까.”
“그래도 만약 충돌이 일어난다면….”
테오의 말에도 에린의 걱정은 쉬이 가라앉지 못했다.
여기에 가만히 있던 레온까지 테오를 향해 불편한 내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마스터를 굳이 위험한 곳으로 함께 데려가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이봐.”
설마 NPC인 가디언까지 의견을 피력해 올 줄이야.
하긴 이 게임에서는 놀랄 일도 아닌가.
“방금 내려온 이들도 막상 아무 일도 없이 사냥하고 내려왔잖아. 무작정 위험하다고 단정 짓기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건 그쪽의 판단일 뿐입니다. 저는 마스터를 지키는 자로서 마스터의 안전을 제일 먼저 생각할 뿐입니다.”
“그렇다면 유사시 네가 에린을 지키면 되겠네. 굳이 나까지 지켜 달라고 하지 않을 테니 넌 가디언답게 네 역할에만 충실히 하라고.”
“…….”
테오는 말을 하고 순간 아차 싶었다.
감정이 격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레온을 그저 NPC 취급을 했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둘의 팽팽한 신경전을 보다 못한 에린이 바로 여기서 끼어들었다.
“둘 다 제발 싸우지 마세요. 일단 테오 님 말대로 위로 올라가되, 만약 문제가 생기면 바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하면 되잖아요.”
“좋아.”
“…알겠습니다.”
레온은 에린의 말에 마지못해 뜻을 굽혔다.
이렇게 잠시 벌어졌던 신경전은 잘 마무리되었지만, 산채로 향하는 내내 테오와 레온은 서로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 * *
“하암, 지겹네.”
밴디트 산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하프 플레이트 아머를 두른 전사 한 명이 하품을 내쉬고 있다.
초승달 형태의 달을 엠블럼으로 달고 있는 그의 뒤로는 즐비하게 쓰러진 밴디트들의 시체가 있었다.
“대체 언제까지 여기서 보초를 서야 하는 거냐고.”
백스는 55레벨 전사 플레이어로 이곳에서 활동하기에는 레벨이 높은 축에 속했다.
그런 그가 줄곧 산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세 곳의 입구 중 하나를 지키고 있는 것은 그가 속한 다크 문 길드의 지령 때문이다.
“따분해도 어쩌겠어. 위에서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마찬가지로 같은 임무를 부여받은 마법사 로브를 입은 닷지가 지팡이를 비스듬하게 들며 말했다.
그러고는 산채 안쪽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이번 임무만 잘 끝내면 우리들도 70레벨까지 버스를 탈 수 있으니 너무 초조해하지 말라고.”
“쳇!”
백스는 혀를 차며 산채 안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금 저 안쪽에서 최근 가입한 20~30레벨대 신규 길드원들이 고참의 버스를 타고 열렙 중이다.
여기서 레벨을 40레벨까지 올리고 보스 몬스터를 잡고 얻은 보물 창고의 열쇠를 통해 레어 아이템을 먹는 식으로 길드의 도움을 받는 대신, 여기 있는 두 사람처럼 길드의 명령이 떨어지면 무조건 따라야만 했다.
“아아, 심심해. 뭐 좀 재밌는 일 안 생기려나.”
그렇게 다시금 따분함을 드러내던 백스의 눈에 산비탈을 올라오는 플레이어가 들어왔다.
바로 테오 일행이었다.
“아까 내려가고 또 금방 한 파티가 올라오네.”
“이곳을 우리 길드가 통제한다는 소문이 아직도 안 퍼졌나 본데.”
“후, 어쩌겠어. 내가 좋은 말로 돌려보낼게.”
“아니, 잠깐만.”
갑자기 백스가 동료를 제지하고 나섰다.
마치 장난감을 발견한 악동의 눈빛을 취한 그는 성큼 산채 입구에서 벗어나 테오 일행을 향해 걸어갔다.
“어이, 이봐!”
갑작스러운 동료의 이상 행동에 닷지가 놀라 그 뒤를 쫓았다.
백스는 의도적으로 테오 일행의 길목을 가로막아 서며 말했다.
“이봐, 여기서부터는 출입 금지다.”
“통제라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사냥터도 넓은데 양보를 해 줬으면 하는데.”
산채 안쪽이 아니라도 밴디트가 리젠되는 장소는 여러 곳 있다.
사실 다크 문 길드의 입장에서도 충분히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꿍꿍이가 있는 백스의 대답은 단호했다.
“우리 길드가 통제하는 사냥터에서 정 사냥하고 싶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지.”
“…돈이라도 내놓으라는 건가?”
“돈보다는 내 심심함을 달래 줄 수 있게 해 줬으면 하는데. 그래, 나랑 결투 한판 뜨지 않겠어?”
느닷없이 결투라니?
확실히 ‘결투’는 플레이어 간에 상호 합의 아래에 싸울 수 있는 시스템으로 알고 있다.
결투를 통해서는 상대를 살해할 수 없지만, 대신 결투 전에 서로가 결투에 뭔가를 걸 수 있기에 종종 플레이어 간의 다툼을 해결하는 데 결투가 이용되곤 했다.
“괜히 일 키우지 말라고.”
“에이, 이 정도는 괜찮잖아. 잠시 즐기자고.”
“나 참.”
동료의 방약무인에 가까운 태도에 닷지는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를 계속 막지는 않았다.
그러고 나서 백스는 세 사람 중 에린 쪽을 보더니 히죽 웃으며 말했다.
“거기 아가씨는 결투랑 상관없이 이곳에서 사냥해도 돼. 단, 우리 파티에 들어와야 하겠지만 말이야.”
“싫, 싫어요.”
기분 나쁜 제안에 질겁하며 대답하는 에린이었다.
여기에 레온이 불쾌한 듯 검 손잡이에 손을 올리며 에린의 앞에 섰다.
“좋아, 결투를 받아들이지.”
이때, 테오의 말이 들리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특히 백스의 얼굴에서는 광(狂)적인 미소가 벌써 그려져 있었다.
“그럼 결투에서 내가 이기면 산채 안쪽까지 사냥해도 괜찮은 것이겠지?”
“받아들이지. 대신, 내가 이긴다면 오늘 하루 동안 내 노예가 되어 줘야겠다.”
쓰레기다.
테오는 백스라는 인물을 그리 품평했다.
사실 이런 결투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에린과 한 약속도 있으니 조용히 다시 되돌아가면 그만일 터였다.
하지만….
‘저런 녀석에게 기죽어 도망치듯 돌아가고 싶지 않거든. 그리고 일대일 결투라면 에린에게 폐를 끼칠 일도 없으니깐 마음껏 싸울 수 있지.’
여기서 테오는 진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다만 결투를 성사시키려면 에린의 허락이 필요했다.
이에 에린 쪽을 봤는데 뜻밖에 에린이 이렇게 말했다.
“전 테오 님을 믿겠어요. 그러니 꼭 이기세요.”
이렇게 응원을 해 줄 줄이야.
이러니 더욱 질 수 없게 돼 버렸다.
‘상대의 레벨은 추정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저 장비만 봐도 나보다 오래 게임을 해 온 게 분명하다.’
하지만 이쪽에게는 만의 특성으로 육성된 힘이 있다.
테오는 힐끔 레온 쪽을 보았다.
“…….”
레온은 입을 꾹 다물고 조용히 서 있었다.
무표정하지만 에린에게서 자신이 지목되지 못한 것에 대해 꽤 분개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 그럼 시작해 볼까!”
플레이어 ‘백스’가 결투를 신청합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결투 승리 조건은 ‘상대의 HP를 절반 이하로 만들기’입니다.
백스 쪽이 보낸 결투 메시지.
설정된 결투 조건만 본다면 전사에 중갑을 걸친 백스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었다.
만약 테오가 바라지 않는다면 다른 조건으로 결투를 진행해도 문제 될 것은 없을 터였다.
“받아들인다.”
하지만 굳이 조건을 받아들인 것은 이 정도의 핸디캡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테오의 판단일까.
결투가 시작되자 백스가 검을 들며 말했다.
“그럼 날 즐겁게 해 보라고.”
“…….”
천천히 무기를 들고 서로를 향해 걷는 두 사내.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속에서 결투의 시작을 알리는 초읽기가 시스템에 의해 이뤄졌다.
띵!
결투를 시작하십시오!
두 사람 모두에게 전달된 메시지.
그리고 이와 동시에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