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187)
#187. 습격자
수상한 인물? 재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순간 KH 길드 인근에 출몰한 낯선 사람들이 떠올랐지만, 그 생각에 시간을 쓸 여유는 없었다. 재인을 데리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는 게 먼저였다.
“매니저님, 형. 잠깐만요.”
“응? 왜?”
“짐은 이게 전부지?”
“어?”
“맞습니다.”
“촬영에 방해되니 나가서 얘기하죠.”
매니저가 대신 확인해 준 재인의 짐 가방을 들고 성큼성큼 세트에서 멀어졌다.
수상한 인물의 접근만 확인된 상태라 섣부르게 어떤 상황인지 입에 올리기 쉽지 않았다. 괜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니 설명은 일단 건물에서 벗어난 다음에 할 생각이었다.
‘주차장? 할 말이 있으면 복도에서 해도 되는데 굳이?’
이상을 느꼈지만, 재인은 의문을 제기하는 대신 동생의 서두르는 걸음을 따라잡는 일에 더 신경 썼다.
표정만 담담할 뿐 온몸으로 문제가 있다고 티를 내는 동생이나 상황을 파악하려고 바쁘게 주변을 살피는 최상호를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였다.
“일단 차에 타서 설명…….”
주차장에 세워 둔 밴 쪽을 가리키며 꺼낸 재현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콰아아앙!
-펑! 퍼엉! 펑!
재인의 밴 위로 쏟아진 강력한 공격을 버티지 못한 밴이 폭발해 버려서였다.
“이 새끼들이…….”
“크르르릉!”
주차된 수많은 차 중에서 정확하게 재인의 밴을 공격한 것으로 확실했다. 수상한 인물들의 접근은 재인을 노린 것이었다.
“보호막. 격려.”
재현이 상황을 전달하는 동료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동안 재인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했다. 매니저 최상호에게 보호막을 걸어 주고 눈에 띄는 경호 팀에게도 버프를 걸었다. 물론 근거리에서 사방을 경계하는 동생과 하찬도 잊지 않고 버프를 걸어 주었다.
“길드 차로 이동하자. 이쪽으로.”
“응.”
“차량 근처에 팀원들이 있어. 걱정하지 마.”
“안 해.”
재현은 온갖 경보음이 울리는 시끄러운 주차장에서 익숙하게 동료의 목소리를 잡아냈다. 습격자들이 통신은 끊지 않았는지 목소리가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습격자는 몇 명이지?’
목표가 재인이라는 게 밝혀졌는데도 곁으로 누구도 붙지 않았다. 대신 사방에서 전투 소음과 폭발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습격자 숫자가 적지 않은 것 같았다.
-재인 씨와 현장을 벗어나는 데 집중해. 태성 길드 본부로 가.
재인을 안내하는 재현의 입매가 딱딱하게 굳었다.
모션 캡처 스튜디오가 있는 지역을 담당하는 태성 길드의 본부를 목표로 이동하라는 박연화의 지시 때문이었다. 경쟁 길드 본부로 이동해야 할 정도로 정체 모를 습격자들이 강하다는 게 신경 쓰였다.
“서둘러, 형.”
“어.”
동료들이 위기를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재인이 안전한 곳으로 피하는 것이었다. 차량까지 재인을 안내하는 재현의 걸음이 빨라졌다.
* * *
“줄리아. 재현이 이동 경로 앞 방해물들을 치워.”
“빌어먹을! 위치 지켜! 스튜디오 화재 진압해!”
“주변 피해는 무시해! 재인 씨의 탈출을 최우선으로 한다! 숀, 재현의 후방을 맡아. 나은, 탈출로 확보해.”
“7시 방향. 민규, 견제.”
“막아! 건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해.”
“이중 능력 각성자야. 혼자 상대하지 마. 견제만 해.”
“2인 1조로 상대해. 두 명씩 붙어.”
재인이 탈 차량과 탈주로 확보를 우선으로 두고 지시를 내리는 박연화. 스튜디오 안과 도로 위 일반인이 보호하도록 지시를 내리는 키퍼 팀장. 두 사람은 마치 경주라도 하는 것처럼 경쟁적으로 지시를 쏟아 내고 있었다.
“어디서 나타난 놈들이야!”
“괴물 같은 것들.”
최대한 직접 상대하는 걸 피하고 재인의 탈출을 돕는 박연화 팀과 다르게 키퍼 팀은 습격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다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자동차든 건물이든 재인을 향해 가는 길을 막는 모든 것들을 부수고 지나갈 셈인지 무식하게 전진하는 습격자들을 막는 게 힘에 부쳤다.
“크윽! 대체 어디서 이런 놈들이!”
“못 가게 막아!”
드러난 초능력 외에 기습적으로 들어오는 다른 초능력도 상대하기 힘들었지만, 문제는 습격자들의 저돌적인 태도였다. 부상을 입혀도 마치 고통을 못 느끼는 것처럼 끊임없이 달려드는 통에 제압하기 쉽지 않았다.
-콰아앙!
-콰아아앙!
재인 그리고 스튜디오와 일대의 일반인한테서 습격자들을 떼어 내기 위해 키퍼 팀이 고군분투하는 도중이었다. 굉음을 내면서 스튜디오와 주차장 일부가 폭발했다.
“뭐야? 폭탄이야?”
“……금지 약물 복용자다.”
테러리스트들이 자주 사용하는 금지 약물을 이용한 폭탄 테러였다. 각성자한테 금지 약물인 강제 각성 물약을 먹여 인간 폭탄을 만드는 방식의.
전황이 기우는 건 순식간이었다. 건물과 주차장 일부가 무너지는 것을 기점으로 겨우겨우 습격자들의 접근을 막아 내던 키퍼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젠장! 거리 좁혀. 아무도 주차장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해. 이재인 씨 탈출로로 접근하는 사람은 전부 막아.”
일반인의 안전까지 고려하면서 재인의 탈출을 돕던 키퍼의 태도가 바뀌었다. 일반인 사이에 숨은 인간 폭탄의 접근을 막고 재인의 안전한 탈출을 위해서 자리 배치도 바꿨다. 키퍼들도 박연화 팀을 도와 주차장과 도로 진입로, 태성 길드까지 이어진 도로를 방어했다.
다만 전투 태세 전환이 늦은 감은 있었다. 키퍼들이 가세했지만, 재인은 여전히 주차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 * *
재현이 앞을 막는 습격자를 밀어내고 원거리에서 박민규와 줄리아, 키퍼 팀장이 지원 중이었지만, 이동이 쉽지 않았다. 습격자들 사이에 순간 이동 능력자가 있는지 적들이 방어선을 뛰어넘어 다가와서였다.
“아오, 씨! 뭘 먹었길래 힘이 이따위야!”
시내 외곽의 스튜디오에서 하는 촬영이라서 주 무장인 검과 방패를 챙기지 못한 탓도 있었다. 건틀릿만으로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을 방어하면서 전진하기 힘들었다.
“쳐 내고 전진해!”
힘겹게 한 명을 떨궜으나 몇 걸음 나아가지 못하고 다시 붙잡힌 재현의 귀에 팀장의 목소리가 꽂혔다. 이어 마이크를 통한 게 아닌 육성이었다.
“팀장?”
“뒤는 맡기고 이동에만 신경 써.”
“오케이.”
박연화와 나머지 팀원들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거리를 두고 전체 상황을 살피던 박연화도 탈출로 주변으로 얼음벽을 치고 버티던 김나은도 근처에 있었다. 박연화 팀은 방어하던 자리를 키퍼 팀에게 넘기고 재현을 백업하기 위해 다가온 상태였다.
“비켜!”
“컹! 컹!”
“보호막!”
팀원의 지원을 받자 이동 속도가 빨라졌다. 나아가 재현의 동작에서도 망설임이 사라졌다. 뒤따라오는 재인의 등 뒤를 걱정할 필요도 습격자를 전부 전투 불능으로 만들 필요도 없어지자, 내딛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콰아앙!
-퍼어어엉!
그러나 거침없는 전진은 오래 진행하지 못했다. 일행의 진행 방향 옆에 주차된 차가 폭발하면서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모를 습격자 무리가 일행을 둘러싸고 있어서였다.
“우왓, 씨! 이것들은 대체 뭐야!”
“재인 씨를 보호해!”
박연화의 목소리가 사라지기도 전에 일행은 재인을 가운데에 두고 사방을 막아섰다. 수년 동안 손발을 맞춰 온 그들은 박연화의 벼락같은 지시가 아니더라도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지원이 올 때까지 버텨.”
“알았어요.”
“오케이.”
버티라고 주문하는 박연화의 목소리는 단호했으나 절망적이진 않았다. 이쪽에는 지켜야 할 사람도 있고 팀원보다 두 배는 많은 습격자에게 포위된 악조건이라도 마찬가지였다.
습격당하고 시간이 꽤 지났다. 자신과 키퍼 쪽에서 보낸 지원 요청이 처리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 지역 담당인 태성 길드에서 스트라이커들이 올 것이다.
“진짜, 내가 다음엔 무슨 일이 있어도 무기 꼭 챙긴다.”
“꼭 약한 애들이 무기 타령하더라.”
“야! 김나은, 넌 말을 해도 꼭 그렇게 얄밉게 해야겠냐?”
“내가 뭘? 사실을 말하는 건데.”
“두 사람 장난치지 말고 집중해.”
전투를 앞두고 긴장을 풀기 위해 가벼운 대화를 시도했던 재현은 조금 열을 받았다. 사실을 말하는 건데도 김나은의 목소리로 들으니 화가 오르는 것 같았다.
“에잇! 주먹이나 먹어라!”
분노를 담은 재현의 주먹질을 시작으로 박연화 팀과 습격자들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크윽! 이것들은 아프지도 않나?”
“무슨 약 먹은 거 같아.”
“골렘인가.”
“사람이야! 피 나잖아.”
습격자를 발로 차서 밀어내면서 전진하는 재현과 튕겨 나가는 습격자의 몸통에 타이밍 좋게 얼음 창을 꽂아 넣은 김나은이 질색하는 얼굴을 했다. 전력으로 내지른 발에 차여 놓고도 신음 하나 내지 않는 습격자들이 소름 끼칠 만큼 징그러웠다.
“참아, 하찬아.”
“크르릉! 컹컹!”
박연화 팀원만큼이나 그들의 보호를 받는 재인도 바빴다. 수시로 보호막과 격려, 치유를 거는 한편, 전투에 끼어들려는 하찬을 말리느라 정신없었다.
경호 팀에 보호막을 걸어 준 것처럼 하찬에게도 보호막을 걸어 주었지만, 무차별적으로 폭탄이 터지는 상황이라 불안해서 놔줄 수 없었다.
“으악!”
“매니저님!”
“컹!”
재인이 하찬을 붙잡고 팀원들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을 때였다. 팀원들이 만든 벽을 건너뛰고 습격자가 나타났다.
깜짝 놀란 최상호가 비명을 지른 순간 하찬이 달려들었다. 재인의 손에서 벗어나 최상호를 향해 뻗어진 습격자의 팔뚝을 물고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형!”
“재인 씨!”
습격자를 제압하는 하찬에 잠시 정신이 쏠린 순간이었다. 박살 난 아스팔트 사이로 흙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손이 솟아올라 재인을 잡아챘다.
-파지지지직!
재인의 몸통을 잡은 거대한 손이 얼어붙었다.
김나은이었다. 김나은은 목표인 재인을 납치하기 쉬운 위치로 옮기려 시도하기도 전에 흙이 머금고 있던 수분을 얼려 버렸다.
-파차아앙!
이어서 재현의 주먹이 얼어붙은 흙을 가격했고 숀이 풀려난 재인을 감싸고 멀찍이 떨어졌다.
“민규, 줄리아! 순간 이동 능력자를 찾아!”
박민규와 줄리아가 빠지면 전투가 더 힘들어질 게 뻔했지만, 순간 이동 능력자를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언제든 일행의 머리 위에 폭탄을 떨어뜨리거나 방어선 너머로 습격자를 들여보낼 수 있는 순간 이동 능력자는 피해를 보더라도 반드시 제거해야 했다.
“이 새끼들이!”
“컹!”
재인이 풀려난 후 그렇지 않아도 한 방 한 방이 강력했던 재현의 손속이 더 거칠어졌다. 전투 불능이 아닌 한 방에 숨을 끊어 놓을 것처럼 여력을 남기지 않고 휘둘렀다.
“숀, 조금만 버텨. 금방 합류할게.”
“…….”
재현과 팀원들이 분투했지만, 한 번 흐트러진 진형을 다잡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나 순간 이동 능력자가 수시로 폭탄을 떨어뜨리는 통에 재인을 다시 일행의 중간에서 안정적으로 보호하기 힘들었다.
‘지원은 언제 오는 거야!’
박연화가 버프와 디버프를 번갈아 사용하고 정신을 차린 재인이 버프와 치유를 걸면서 팀원들을 도와도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힘들었다. 키퍼 팀이라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쪽 역시 불가사의하게 많은 이중 능력자들을 막아 내느라 사력을 다하는 중이었다.
-챠아앙!
정신없이 습격자의 공격을 막던 중 재인과 숀의 앞에 또 다른 습격자가 나타났다. 순간 이동 능력자가 옮긴 습격자로 양손에 각각 장검과 단검을 나눠 쥔 검수였다.
“숀! 약화! 올가미!”
“비켜!”
“얼어라!”
숀이 상대해야 할 사람의 숫자가 늘었다. 혼자서 상대하기 버거운 이중 능력을 지닌 습격자가 둘에서 셋이 되었다.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숀이었지만, 등 뒤에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재인을 두고 상대하기는 벅찼다.
-슈우우우웅!
세 명이나 되는 습격자의 공격을 막아 내느라 휘청이는 숀에게 다가가려고 팀원들이 안간힘을 쓰던 참이었다. 길고 짧은 검을 현란하게 휘두르던 습격자의 머리 위에 검은색 구멍이 열렸다.
“크아아악!”
검은색 구멍은 살아 있는 진공청소기처럼 강력한 흡인력으로 지상의 물체를 빨아들였다. 부서진 아스팔트 조각, 고철이 된 자동차 문짝 등이 검은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그것은 숀과 검을 맞대고 있던 습격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리해라.”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진 주차장 위로 서릿발 같은 명령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