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 * *
밤새 벌어진 소란에도 다음 날 악양의 아침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아침 일찍 일하기 위해 거리에 나온 양민들의 모습은 전날과 다른 점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나마 몇 사람이 웅성거리며 전날 소란에 관심을 가졌으나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아는 자는 없었다.
“어젯밤에 마영표국이 망했다던데.”
“마영표국이면 거기 범이 아범이 일하던 데 아닌가? 어쩌다가?”
“그건 나도 모르지. 내가 들은 바로는 어디 큰 가문에게 밉보였다는데?”
“큰 가문? 여기에 큰 가문이 어딨나? 동호방을 말하는 게야?”
“동호방이면 동호방이 했다고 했겠지. 게다가 마영표국이면 동호방이랑 사이도 좋았을 텐데. 이상하잖나?”
“거슬리는 짓을 했나 보지.”
늘 있던 소란 중 조금 큰 규모로 취급되는 정도였다.
관군도 왔다가 무림인들의 일인것을 알고 너무 소란 피우지 말라며 물러갔다.
그리고 우리는 마교를 모두 처리한 마영표국 장원 지하에서 백호단 부단주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행히 크게 다친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혼혈, 정신을 잃게 만드는 혈자리를 너무 오래 짚어놓아 다시 정신이 드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다행히 오래 걸리지 않아 별문제 없이 깨어났다.
곧바로 남궁완 아저씨를 비롯한 다른 이들이 숨어 계신 곳까지 찾을 수 있었다.
남궁세가와 백호단 일행은 동정호에 있었다.
호수에 있었다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동정호에 떠 있던 큰 배 안에 숨어 계셨다.
동정호에는 수많은 배가 떠있다.
그중에는 배 안에서 연회를 열어 몇 날 며칠 음주가무를 즐기거나, 낚시 등을 한다며 정박하지 않은 배들이 많았다. 그런 배인 척하고 숨어 있었던 것이었다.
정말 상상도 못 한 곳이었다.
‘······만약에 아버지가 뒷골목에서 소란 피우지 않고 조용히 찾아다녔다면······ 이거 평생 못 찾을 수 있었겠는데?’
원래는 그 배를 타고 조용히 악양을 빠져나갈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그냥 배를 띄우는 건 괜찮았지만, 악양을 빠져나가기 위해선 동호방을 거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동호방은 흑도. 무림맹 단체인 백호단, 그리고 남궁 세가에 좋은 감정이 있을 리 없었다. 들키면 되레 전보다 더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었다.
결국, 육지로 나오지도 악양을 빠져나가지도 못하고있었다 했다.
어쨌든 그렇게 백호단과 남궁 세가 사람들을 구해 낼 수 있었다.
분명 기뻐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되려 분위기는 무겁기 그지없었다.
남궁완 아저씨 때문이었다.
아저씨는 숨어 있던 배에서 잠깐 대화를 한 걸 끝으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객잔으로 옮기는 내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 만큼 상세가 좋지 않은 것이다.
방의 분위기는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나는 둥근 걸상에 앉아 병풍이 가린 방향을 바라보았다.
꼿꼿하게 서 계신 아버지의 굳은 표정이 병풍 위로 살짝 보였다.
병풍 너머는 금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남궁류청이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고, 남궁완 아저씨가 누워 의원의 진찰을 받고 계셨다.
나는 눈을 깜빡이면서 문질렀다.
‘밤을 새워서 그런가······?’
눈이 뻑뻑하고 시야가 흐릿했다.
나도 병풍 안으로 들어가서 상처를 직접 보고 싶은데, 외간 사내의 맨몸이라 안 된다고 병풍 밖으로 쫓겨난 상태였다.
“의원 어르신, 언제까지 진찰만 하실 겁니까? 아버지께서 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신 겁니까?”
살짝 다그치는 듯한 목소리였다.
아버지가 말리듯 이름을 불렀다.
“류청아.”
의원이 괜찮다는 듯한 몸짓을 하고 말했다.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나는 눈을 문지르던 움직임을 멈췄다. 의원이 말을 이었다.
“오른팔을 빨리 잘라 내야 합니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황급히 병풍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남궁류청이 되물었다.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짧게 침묵한 아버지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른팔은 검사의 생명이나 다름없소. 정말 그 수밖에 없소?”
“이건
화타가 살아온다 해도 못 고칩니다.”
의원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상처가 너무 깊습니다. 혈관과 근육 신경까지 모두 상했습니다.”
남궁류청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 없어.”
의원이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버티고 계신것도 무공을 익히신 분이라서죠.
아니었다면 진즉 상처가 썩어 들어갔을 겁니다. 안타깝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잘라 내야 합니다.”
“······”
“······.”
나는 남궁완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남궁류청을 매우닮은, 다소 사납게 생겼지만 잘생겼다고 감탄하던 얼굴은 초췌하니 이미 식은땀으로 가득했다.
환부는 이미 흰 천으로 덮어 두어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알았다. 모를 수가 없었다. 오는 내내 부인하고 부인했으니까.
아저씨의 오른팔은 진기의 흐름이 이미 끊어져 있었다. 마치 벌써 사람 몸에서 잘려나간 것 마냥.
그때 남궁류청에게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 돌팔이 같으니. 헛소리말고 여기서 썩 꺼져!”
* * *
나는 머리를 짚으며 방에서 나왔다.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갔다. 팔을 잘라야 한다는 말은 무인으로서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아이고······ 남궁 소가주 까지 이럴수가······.”
밖으로 나오자 막개가 문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딱히 사람을 물리거나 목소리를 죽이며 대화하지 않았으니 이미 안에서의 일을 모두 다 들었을 터.
게다가 의원을 구해 온 사람 자체가 막개였다.
아버지는 가타부타 설명치 않고 곧장 말했다.
“다른 의원을 찾아봐 줄 수 있겠소? 구해 온 의원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오. 다만······.”
“아, 무슨 뜻인지 압니다. 알죠.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니까요. 실력 좋은 의원으로 데려오겠습니다.”
두 분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을 때, 그때 계단 아래에서 야율의 모습이 빼꼼 보였다.
야율이 입 모양으로 물어봤다.
“끝났어?”
나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야율이 살짝 낙심한 표정을 짓고는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재는 참······ 한결같다 정말.’
야율은 마영표국의 습격에 참여하지 않고 내내 내 옆에 붙어 있었다.
나는 다시 아버지와 막개를 보았다.
“······해서 남궁강 서둘러 소식을 전해야 할 것 같소.”
“남궁세가 사람들도 이동 중이라 전서구가 제대로 도착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닿을 수 있게 부탁하오. 후······ 계속 이렇게 부탁만 하게 되는 구려.”
“아이고, 뭘요. 다 이렇게 돕고 사는 거죠. 맡겨만 주십쇼. 또 다른 부탁 있으시면 말씀하시고요.”
막개가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는 무척 극진해 의아할 정도였다.
정말로 은인 대하는 듯한 태도랄까?
나는 막개를 의심스럽게 보다가 좀 전에 의문이 들었던 것을 물었다.
“그런데 남궁 소가주까지라는 건 무슨 뜻이에요?”
“아, 이번 무림맹이 습격받으며 꽤 많은 고수들이 당해서 말이네.”
막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백도 무림의 차세대를 담당할 이들이 많이 당해서······ 그래서 남궁 소가주까지라고 한 걸세. 후······ 지금이야 마교가 물러갔다지만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아, 대협. 천귀조는 어찌하실 겁니까?”
천귀조는 이번에 도망치지 못했다.
처음부터 도주를 예상했기에 쫓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조금만 불리해지면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도망치려 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버지와 검도 한 번 부딪치지 않고 튀는 것일 줄은 몰랐지만······.”
그리고 마영표국 근방에서 싸움을 지켜보던 나는 천귀조가 지하 통로로 빠져나가는 걸 보고 아버지께 바로 알렸다.
그 뒤로 지상에서 쭉 쫓다가 100장 정도 지나서 주점 창고로 탈출하는 것을 붙잡은 것이었다.
늦은 시각에 모두 잠들어 길이 막힐 일도 없으니, 혼자 지하를 통해 움직이는 천귀조를 추적하는 건 무척 쉬웠다.
몇몇 건물 지붕을 밟으며 조금 넘나들긴 했지만······.
막개가 나를 흘끔 보았다.
막개도 나와 함께 다닌 거지를 통해 내가 아버지와 함께 천귀조를 거침없이 쫓은 일을 전해 들었을 것이다.
천귀조를 떠올리자내게 무척 묻고 싶은 게 많은 듯 했다.
나는 모르는 척 시선을 돌렸다.
아버지가 말했다.
“이송용 감옥은 언제쯤 도착하겠소?”
“음······ 악양에는 무림맹 지부가 없으니 말입니다.”
손을 꼽던 막개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대략 나흘 정도 걸리리라봅니다. 대협, 정말 천귀조를 무림맹까지 데리고 가시게요?”
아버지가 굳은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 또한 표정을 굳혔다.
“으음, 이것 참.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천귀조의 단전은 부수긴 했습니다만······ 마교에서 구출하려고 들면······. 후, 그렇다고 그냥 알아내야 할 정보가 있으니 여기서 처형······”
아버지가 막개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내가 제대로 끝내지 못해 생긴 일이니, 내가 마무리 하고 싶을 뿐이오.”
“알겠습니다. 상부에서도 대협께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라 하였으니까요. 필요하신 일 있으면 편히 말씀하시지요.”
고개를 끄덕인 아버지가 굳은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연이 너는 잠시 아비 좀 보자꾸나.”
“저, 저요?”
아버지가 따라오라는 듯 앞서갔다.
심장이 덜컥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나 뭐 잘못한 게 있던가? 내가 뭘 잘못했지?’
아니 물론, 나도 막개와의 대화가 끝나면 아버지께 잠시 얘기하자고 할 생각이었다.
‘분명 그랬는데······.’
반대로 아버지가 나 좀 보자 하니 왜 이렇게 무서운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오들오들 떨면서 아버지를 따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