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나는 상념을 뒤로하고 할아버지를 달래듯 말했다.
“모두가 같은 마음일 수는 없는 거죠. 모두 검을 휘두른다면 누가 농사를 짓고 누가 글을 쓰겠어요?”
따지자면 이건 또 쌍둥이들이 없어져서 벌어진 문제이기도 했다.
백리리는 회귀 전에도 비슷했다. 놀기 좋아하고, 귀가 얇고.
하지만 당시에는 그 단점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땐 옆에서 꾸준히 붙잡아 줄 백리명이 있었고,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도 백리리에게 온전히 신경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백리명의 몸이 그리되면서 붙잡아 줄 이가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예전에는 툭하면 사고를 치는 비교 대상, 쌍둥이들이 옆에 있으니 백리리가 훨씬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쌍둥이들이 없었고, 그 문제아들이 사라지니 백리리의 행동이 훨씬 더 눈에 띄게 되어 버린 것이다.
“리리도 좀 더 진득하게 곁에서 가르쳐 줄 사람이 있다면 잘할 거예요. 리리도 우여곡절이 많았잖아요.”
“우여곡절이 너만 할가.”
“······.”
“되었다. 편들어 줄 필요 없다! 그 아이의 오성은 거기까지인 게지.”
성공한 사람은 노력하지 않은 이를 이해 못한다지 않는가?
할아버지가 딱 그랬다.
삶은 당연히 노력하여 제 손으로 부와 명예를 쟁취하는 것. 그게 할아버지가 삶을 대하는 태도였으니······.
할아버지가 불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좋은 곳과 일찍 혼사를 맺고 평안히 지내는 것도 좋을 거다.”
문득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내 혼사를 진행했었는지.
그리고 다른 사실도 눈치챘다.
이 일은 이미 다 진행된 것이다
나는 잠시 침묵하다 아버지를 바라보며 물었다.
“리리는 뭐라던가요?”
“······나는 잘 모르겠구나. 형님댁의 일이니.”
완곡한 어조에 별로 좋은 상황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 리리의 뜻을 물어보는 게 어떨까요?”
할아버지가 눈썹을 치켜들었다.
“네게 말한 것은 알아 두라는 게지 네 의견을 물은 게 아니다. 혼인도 안한 아이가 다른 이의 혼사에 말 얹는 것 아니다.”
“그래도······ 리리에게 생각을 물어봤으면 해요.”
“백리리는 친조모에 양친, 위로는 오라비도 있으니 네가 걱정할 것이 아니다.”
해석하자면 ‘백리리는 제 친할머니에 친부모에 친오빠까지 있으니 친아빠 한 명뿐인 너부터 걱정해라······.’ 정도가 될 터였다.
나는 할아버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제 동생이잖아요.”
나는 짧게 침묵하고 덧붙였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의 표정이 잔뜩 굳었다가 묘하게 일그러졌다. 그러곤 무언가 말하려는 듯하더니 갑자기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뭐지?’
내가 의아하게 바라볼 때,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향해 매섭게 말했다.
“네가 불렀느냐?”
“예?”
“시치미 떼지 말거라.”
아버지가 의아한 듯이 되물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할아버지가 눈을 가늘게 뜨곤 나를 바라보았다. 수염을 연신 쓰다듬는 것이 내게서 뭔가 알아내고 싶으신 듯 보였다.
하지만 나도 갑자기 할아버지가 왜 저러시는지 알 수 없었다.
곧이어 할아버지가 왜 그런 모습을 보였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계단을 올라오는 점소이의 뒤르르 한 사람이 따랐다. 나는 눈을 부릅떴다.
점소이가 뒤따른 사람을 향해 물었다.
“찾으시던 분이 이분들 맞나요?”
“예.”
동전을 건네받은 점소이가 밝아진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다가온 이가 우리 앞에 멈춰섰다. 그렇게 잠시 응시하고는 양손을 모아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두 분께 인사 올립니다.”
일부러 호칭을 최대한 뺀 간결한 인사였다. 그러고는 숙였던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지었다.
“오랜만이네.”
그야말로 심장에 해로운 얼굴이었다.
이게 몇 년 만이지? 6년?
스물두 살의 남궁류청은 이제 정말 완전히 성인이었다. 살짝 여린 미가 남아 있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분명 나는 전생에도 성인인 남궁류청을 보았다. 몇 번이나.
하지만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럴까? 분명 그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음에도 수려한 얼굴에 순간 말을 잃을 정도였다.
남궁완 아저씨가 남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미남의 정석이라면 남궁류청은 절세미녀라는 소부인의 유전자가 섞여서인지 말 그대로 조각같은 외모였다.
“허어, 저기, 저기 좀 보게. 내 생전 저렇게 잘생긴 사람은 처음 보는구먼.”
“그런데 뭔가······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
“저렇게 잘생긴 청년을 어디서 봤는지 기억 못 할거면 그 눈 나 주게. 필요없어 뵈니까.”
악양에서 유명한 나와 달리 남궁류청은 신출귀몰하게 움직여서 얼굴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아버지가 반기는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오랜만이구나. 네가 여긴 어쩐 일이더냐”
“원래 이 근방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호방에 소란이 일었다지 않습니까. 최근 동호방의 소란은 늘 소저와 관련 있었기에, 혹시나 하여 와 봤습니다. 운이 좋았네요.”
할아버지가 어째 무섭게 굳은 움성으로 물었다.
“네가 이 근방을 지날 일이 무에 있다고”
“맹과 관련한 일입니다.”
할아버지는 의심을 거두지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우리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느냐?”
할아버지의 의문은 옳았다.
우리는 역용을 하고 있었다. 남궁류청이 동호방의 일을 알고 우리를 찾아다녔다 한들 어떠허게 알아보고 찾는단 말인가?
남궁류청은 가볍게 답했다.
“팔향거 밖에 호위를 두지 않았습니까? 예전에 백리명 공자의 혼인식 때 보았던 이들이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역용이 배우기 어렵고 손이 많이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
호위대까지 모두 역용을 할 수는 없었다. 악양에 백리세가의 호위, 백검단원의 얼굴까지 기억하는 이들이 드물기도 하고.
그런데 하필 남궁류청이 백리명의 혼인식 때 만난 적 있던 자라니. 심지어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고. 이걸 대단하다고 해야 하나?
‘잠깐만, 예전에는 제 가문 부관도 제대로 기억 못 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젠 남의 집 호위 무사 얼굴을 기억해 놓다니. 그때 일이 그에게 꽤 큰 교훈을 남겼던 모양이었다.
“흐음, 그렇군.”
그제야 할아버지의 낯빛이 조금 풀렸다. 마치 남궁류청이 시험에 한차례 통과한 것 같은 상황이었다.
남궁류청이 살짝 유쾌한 웃음을 지으며 공손하고 유려한 어조로 덧붙였다.
“점소이가 일행이라고 안내해 준것이 아니라 저 스스로 찾아 올라왔다면 정말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
“······.”
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남궁류청을 바라보았다.
내가 아는 그 아이가 맞나? 왜 이렇게 말이 청산유수지?
할아버지가 호탕하게 웃음 지었다.
“하하, 그러냐? 이건 내 아들과 손녀가 만든 것이다. 너도 몰라 볼 정도라니.”
분위기가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 할아버지가 처음에 비하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워진 어조로 물었다.
“식사는 하였느냐?”
“아니요.”
“그럼 같이 먹자꾸나, 앉거라.”
“감사합니다.”
분명 할아버지가 그렇군, 이라고 답할 때까지만 해도 인사했으니 가라고 축객령을 내릴 것 같았는데······.
탁자는 네 명이 앉을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나와 아버지가 나란히 앉아 있고, 아버지 맞은 편에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남궁류청이 앉을 곳은 내 맞은편이었다.
나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차를 한 잔 따라 남궁류청 앞으로 내밀었다.
“잘 지냈어?”
“······.”
남궁류청은 차를 마시느라 대답이 없었다.
대신 남궁류청의 두 눈이 알 수 없는 빛으로 반짝이며 나를 파헤칠 것처럼 바라보았다.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은 남궁류청이 말했다.
“너는?”
“나야 잘 지냈지.”
“다행이네.”
아버지는 나와 남궁류청을 아리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내 남궁류청을 향해 물었다.
“그간 완에게 별일은 없었느냐?”
“예. 별고 없으십니다. 오른팔도 괜찮으십니다.”
아버지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남궁류청이 나를 응시했다. 나도 모르게 그 시선을 피하고 싶었다.
“연이도 많이 보고 싶어 하십니다.”
깊은 뜻이 담긴 듯한 눈빛에 나는 그냥 웃었다.
근황을 간단히 주고받고, 남궁류청이 물었다.
“무슨 얘기를 하고 계셨습니까?”
그때까지 남궁류청에게 같이 식사하자고 자리를 제안한 후 듣고만 계시던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내 손녀 혼사에 관해 얘기 나누고 있었네.”
순간 남궁류청의 표정이 굳었다.
“······혼사요?”
“그래.”
나는 차를 마시는 척 눈을 내리깔았다.
‘와, 할아버지······.’
고의적으로 주어를 손녀라고 애매하게 말한게 분명했다.
“그래. 먼 곳으로 시집보내는 것보단 가까운 데가 낫지. 친정이 가까워야 무슨 일이 있으면 의지도 할 수 있고.”
‘그래. 가깝긴하지 명호문이······.’
할아버지가 말을 이었다.
“자네 의견은 어떤가?”
눈을 내리깔고 있어 남궁류청이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