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68)
268화
* * *
본래 곧바로 시상식이 열려야 했다. 하지만 관중석 일부가 무너진 마당에 비무장 근처의 시상대가 멀쩡할 리가 없었다.
잠시 맹원들이 정돈하는 시간을 가졌다.
관중석의 피해도 생각보다는 크지 않았다. 야율의 기운이 터지기 전, 할아버지와 태고 진인께서 관중석에 오는 충격을 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가 없는 건 아니었기에 부상자들이 일부 있었다. 그들은 비무자들의 부상을 치료하고자 대기하던 의원들에게 치료를 받았다.
어찌어찌 반각 만에 나와 시상대 둘 다 거지꼴은 겨우 면할 수 있었다.
그동안에도 관중은 대부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아니 오히려 관중이 더 모여드는 느낌이었다.
겨우 체면치레할 정도로만 정돈된 단상 위로 공손 총사가 올라갔다.
“이번 무림맹의 비무 대회가 드디어 오늘 우승자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본래 저 자리에 올라갈 이는 태고 진인이었다.
본인은 내키지 않았지만 태고 진인이 천하 강자로 밖에 내보이기도 좋으니 어쩔 수 없이 대표로 나서게 되었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할아버지께서 본인이 하겠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태고 진인도 처음 맡을 땐 내키지 않았지만 어쨌든 자신이 맡기로 결정되었던 사안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려고 하면 기분 나쁘지 않겠는가?
둘 다 격을 따질 수 없는 사이. 결국, 공손방 총사로 결정된 것이었다.
급작스럽게 결정되었음에도 총사로서 지낸 세월이 있는지 말은 아주 청산유수였다.
대충 요약하자면 비무 대회 도중 사건, 사고들이 있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하나 된 무림맹을 보일 수 있어 조았고 후기지수들의 빛나는 미래를 보아 백도의 앞날이 매우 밝다는- 뭐 그런 얘기였다.
장황한 폐회사 끝에 공손 총사가 외쳤다.
“이번 비무 대회의 우승자······ 백리 세가의 백리연!”
우와아아아아아아!
떠나갈 듯한 함성이 또다시 울렸다.
단상 아래에서 가장 먼저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는 내가 여전히 걱정스러운 기색이었지만 한편으로 기쁜 듯 보였다.
옆자리에서 열정적으로 박수를 치던 남궁완 아저씨가 뭐라고 한 마디 하자 살짝 미소 지으며 조심스럽게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남궁완 아저씨가 또 다그치는 게 보였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할아버지도 볼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체통은 어디다 던졌는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박수를 치고 계셨다. 반달로 접힌 눈에서 눈동자를 보기 힘들 정도였다.
‘찾아오실 줄 몰랐는데.’
주변의 다른 문파 사람들이 할아버지께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것이 보였다.
‘백리 세가의 천덕꾸러기였던 내가 이렇게 될 줄이야.’
늘 다른 사람의 잔치였을 뿐인 비무 대회였다.
알 수 없는 고양감이 몸을 감쌌다. 당장 침상에 눕고 싶은 몸 상태도 잠깐이나마 괜찮게 느껴졌다.
공손 총사가 말했다.
“우승자에게 수여식이 있겠습니다.”
옆자리에서 대기하고 있던 맹원이 내내 들고 있던 가로세로 높이가 한 자에서 두 자 정도 될 직사각형의 화려한 궤짝을 건넸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상금인 전표를 비롯한 여러 권리증 등의 상품이 저 안에 들어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 단상 위로 태고 진인이 올라왔다.
태고 진인이 담담하게 말했다.
“우승을 축하하네.”
공손 총사가 맹원에게 눈짓하자 맹원이 내게서 궤짝을 받아 갔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만, 일단 나는 자유로워진 손으로 포권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기지가 대단했어. 하늘로 날려보내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지.”
“제가 뭘요. 그 순간 태고 진인과 할아버지께서 관중을 보호하겠다는 판단을 하시지 않았다면 이 정도로 끝나진 않았겠죠.”
태고 진인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품 속에서 흑색 목함을 꺼냈다.
“이것이 마지막 상품이네.”
말하지 않아도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천마지보.
민무늬의 흑색 목함에는 세월의 흔적이 짙게 녹아 있었다.
나만 알아본 것은 아니었다.
“저게 천마지보!”
‘아직, 아직일세. 고작 상자일 뿐 아닌가.”
“저런 허름한 상자에 천마의 신공절학이 담겨 있다니. 믿기지 않는군.”
“비켜 보게! 나도 한 번 보자고!”
순간 주변이 웅성거리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비무장이 이 모양이 된 상황에서도 관중이 떠나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다들 까치발을 세욱 목을 빼내면서 어떻게든 더 자세히 보려고 했다.
‘아, 그렇게 된 거였군.’
갑자기 왜 태고 진인이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천마지보를 계속 태고 진인이 보관하고 있었다면······ 마교라 한들 비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말고는 손에 넣을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마교가, 천마가 이렇게 천마지보를 간단히 포기한다고?’
야율 말고도 여기 많은 마교도를 파견했다고 하지 않았나?
이렇게 간단하게 야율이 승리를 못 하게 되는 걸로 포기한단 말인가?
물론 야율이 보여 준 절기를 생각한다면 패배를 상정하기 어렵긴 했다. 게다가 마교 본단이 있는 신강의 십만 대산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저번과 달리 이번 무한은 경계가 최상이었다. 부대 수준의 무사들을 운용하는 순간 바로 걸릴 수밖에 없었다.
내 고민을 모를 태고 진인이 말을 이었다.
“이 물건의 중요도를 생각해 내가 따로 보관하고 있었네. 자, 받게.”
태고 진인이 내게 목함을 건네주었다.
확실히 묘한 느낌의 목함이었다.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것처럼 가벼웠다. 그리고 특이하게 금안으로 내부가 느껴지지 않았다.
보통은 자연지기의 흐름으로 무기물이라도 어느 정도 그 형태를 짐작할 수 있었는데 이 목함은 불가능했다.
‘봉인하고 있는······ 그런 느낌인데.’
나는 태고 진인을 바라봤다.
내 의문을 이해했다는 듯 말했다.
“얼어 보게나.”
나는 천천히 목함을 열었다. 낡은 노끔처럼 보이는 것에 묵색의 가죽이 돌돌 말려 묶여 있었다.
‘이게 천마지보라고?’
그때 전음이 들려왔다.
「빈도 또한 여기서 심득을 얻었지.」
나는 눈을 살짝 크게 뜨고 태고 진인을 바라보았다.
태고 진인은 남궁완 아저씨보다 더 극렬한 마교 혐오자였다.
최전선에서 마교와 쉬지 않고 싸우는 문파의 장문인이 마교 혐오자가 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빈도가 천마의 지보를 사용했다는 게 놀라운 모양이구나. 하긴.」
태고 진인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미소와 정반대되는 말을 전음했다.
「그들의 힘으로 그 벌레들을 한 마리라도 더 죽일 수 있다면 오히려 정당하지 않겠는가?」
전음이라서 그런지 담담한 말속에서 감정이 짙게 느껴졌다. 일반적인 도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한 번만으로는 심득을 얻기 힘들 수 있으니, 천마지보를 보고 싶다면 무림맹을 떠나기 전 언제든 찾아······」
태고 진인의 전음을 들으며 조심스럽게 천마지보를 꺼내려던 순간이었다.
화르륵!
갑자기 천마지보가 백금색 불길로 타올랐다.
“······?!”
홀로 허공에 떠오르는 불길.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모두 반응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순간이었다. 머릿속에 광망이 비치는 느낌이었다. 눈앞의 금색 불길에 시선이 붙들렸다.
“······!”
무언가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것들이 뇌리에 새겨지고 있었다.
천마의 신공절학이라 할 수 있는 무공들과 의념들.
강대한 힘이 내 몸에 내리꽂히는 느낌이었다.
온몸의 감각이 예민하게 일어섰다.
내 정수리를 내리쬐는 한낮의 볕, 단상을 디딘 내 발 아래 깔린 모래 알갱이들, 뺨의 솜털을 건드리는 바람 한 올마저 모든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불현듯 이것이 심안이라 불리는 것임을 깨달았다.
부는 바람이 나이고, 디딘 땅이 나이고, 내리 쬐이는 볕이, 자연이 바로 나였다.
알아내려 하지 않아도 모두 상황이 느껴졌다. 경악한 표정 너머로 원 말을 파악할 수 없는 음성이 길게 늘어지고 있었다.
결이가 어디서 어떻게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 선명히 느껴졌다. 그리고 결이와 이어진 제갈화무의 시선이 향한 곳이 어딘지. 그가 느끼는 슬픔과 안타까움까지.
시간과 공간을 멋대로 뛰어넘을 수 있었다.
하나 그 또한 스쳐 지나가는 아주 일부분에 불과했다.
수많은 감각 중에 비무장으로 다가오는 강대한 기척도 있었다.
저 자가 왜 여기에 있나 의문을 느낀 순간, 옆에 함께한 이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왜 둘이······!’
그리고 거기까지였다.
두둥실 떠올랐던 천마지보의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허억!”
나는 잠시 멈췄던 숨을 들이쉬었다. 잠시 의식이 흐려졌다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리고 눈앞의 천마지보가 그대로······ 사라졌다. 재조차도 남지 않았다.
“······.”
“······.”
침묵이 비무장에 내려앉았다.
천여 명에 가까운 인물들이 자아내는 침묵은 무거울 정도였다.
속이 울렁거렸다. 머릿속이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여기는 어디고 내가 누군지마저 희미해지는 그런 경계였다.
한 가지는 확실했다. 천마지보에 담긴 모든 공능이 내게 ······ 흡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