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76)
276화
제갈 세가주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천마지보에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
-비밀이라니 ? –
-천마지보가 천마대총의 장보도이자 천마대총의 문을 여는 성보라는 것이죠. –
-천마대총의 장보도라니? 천마대총이 실재했단 말이오? –
천마대총이란 초대 천마의 무덤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무림일통을 하였던 초대 천마의 무덤.
천마는 마지막을 그곳에서 맞이하며 다음 교주를 위한 모든 것들을 그곳에 남겨 두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공손방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확실히 천마지보는 본디 후대 교주를 위해 천마가 남겨 놓은 안배였지······.-
사람들은 천마대총에 엄청난 금은보화들과 천마의 신공절학, 신병이기들이 그곳에 잠들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천마지보가 천마대총을 알리는 장보도였다면 지금까지 천마대총을 찾지 못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오랜 세월 동안 천마대총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흔적조차 잡지 못했고, 마교들조차 천마대총을 찾지 못했기에 이제는 거의 의미없는 전설로 치부되었다.
그런데 천마대총이 실재했고, 천마지보가 천마대총을 알리는 장보도였다면······.
탐욕이 샘솟았다.
제갈화무가 말했다.
-고작 지보에 이 정도 능력을 담아 놓을 수 있는데, 천마대총에는 과연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공손방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저는 천마대총에 천마가 대대로 강력한 무위를 이룰 수 있던 이유가 있으리라고 봅니다.-
공손방의 회상은 회의장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끝났다.
도사 차람의 노인이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
“태고 진인! 언제 돌아오셨습니까?”
회의실의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태고 진인을 맞이했다.
무림맹과 마교는 교전을 치하면서 대치 상태만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태고 진인은 본단이 아닌 마교의 본대와 대치하고 있었다.
“이렇게 자리를 비우셔도 됩니까?”
“삼마군이 급히 자리를 비우더군. 육마군 또한 뒤로 빠졌네. 그들의 움직임이 기이하여 왔네. 전령보단 빈도의 발이 더 빠르니.”
공손 총사가 개방의 대표로 와 있는 무한 분타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개방에서도 똑같은 정보를 알려왔소.”
무한 분타주가 입을 열었다.
“오늘 올라온 정보입니다. 흑도를 중심으로 백리연의 용모파기가 퍼졌습니다. 현상금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여 다들 한몫 잡아 보려 근방을 쥐잡듯 뒤집고 있다더군요. 또한 이 보고가 올라오기 며칠 전, 천라지망의 남문이 날아가 버렸다고 하더군요.”
“날아갔다?”
“백여 명이 넘는 자들이 순식간에 몰살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아마도 그곳으로 빠져나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용모파기가 그 뒤에 돌았으니, 확실할 겁니다.”
무한 분타주의 말이 끝나자 공손 총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
“비선에게서도 몇 가지 정보가 들어왔소. 분석해 본 결과 팔마군의 배신으로 천라지망이 날아간 것 같더군. 그리고 팔마군은 익히 우리가 알던 이였소.”
“우리가 아는 자라니? 누굴 말하는 것이오?”
공손 총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적야, 정확히는 야율이오.”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말했다.
“말도 안 되오! 그 연배에 팔마군이라니, 마교 놈들이 미치기라도 했단 말이오?”
남궁완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오래전에 받았던 보고가 있었소이다. 마교에 최연소로 마군 지위를 얻은 이가 있다고.”
그자의 정체를 알아내려고는 했으나 특별히 노력을 기울였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다. 그냥 다른 정보들과 똑같은 취급을 했었다.
그런데 그 팔마군이 야율이었다니.
“위지백 그 말종이 뿌린 씨앗이로군.”
“그런 인간의 핏줄이니 당연하지요.”
남궁완의 입매가 비틀렸다.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힌 반응들에 역겨움만이 치솟을 뿐이었다.
위지백은 오랫동안 무림맹으로 자리했다.
위지백과 깊은 관련이 없더라도 위지백의 행태를 보고 눈감아 줄 수 있는 그런 박쥐같은 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무림맹이야 어찌 되든 간에 제 문파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자들.
이런 자들과 함께 정마 대전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속이 들끓을 뿐이었다.
그때 또다시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이번에 들어온 자는 개방도로 보였다.
약식 인사 후 곧장 무한 분타주에게 향한 개방도가 분타주에게 암호문을 건넸다.
웬만한 소식이 아니라면 회의실까지 올라올 리가 없었다.
암호문으로 된 서신을 받아 들고 읽어 내려가는 무한 분타주의 표정이 여러 번 변했다.
곧이어 입을 열었다.
“남창 분타에서 올라온 정보입니다. 근방 지현에서 백리연으로 추정되는 이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
“언제 거기까지······!”
“지금 당장 남창으로 전서구를 보내지요. 근처 지부장이 누구였지요?”
무한 분타주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 기이한 소문이 퍼지고 있답니다.”
“소문이라니요?”
“천마지보에 전설로 내려오던 천마대총의 비밀이 숨겨져 있었고, 이를 알아낸 무림맹과 마교가 전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뭐라? 천마대총이라니?”
“그리고 이 이야기를 한 이가······ 백리연이라고 합니다.”
* * *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야율의 목덜미에 식은땀이 잔뜩 맺혀 있었다.
그래도 피를 토할 때에 비해선 훨씬 진기가 안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짧은 사이 입은 내상으로 아직 한참은 운기로 진정시켜야 했다.
야율이 갑작스럽게 피를 토한 것은 금제 때문이었다.
비무 대회의 계획을 발설치 못하도록 가한 금제 같았다. 만약 이를 어기고 말하려 한다면 내공이 멋대로 폭주하게 되어 있었다.
금제에 걸린 사실을 말하는 것 또한 금제를 어기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천마지보로 알게 된 지식이 아니었다면 야율에게 금제가 걸렸다는 사실도 몰랐을 터.
까딱 잘못했으면 그 자리에서 죽을 뻔한 상황이었다.
나는 야율의 명문혈에 올리고 있던 손을 천천히 뗐다. 그러고는 손끝을 바라보았다. 좀 전까지 운기 행공을 도운 마공의 흔적이 스러지고 있었다.
흡성 마공으로 쌓은 진기는 확실히 정종심법으로 쌓은 진기들과 달랐다.
말을 잘 듣지 않고 아주 제멋대로에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과삐를 벗어던지고 날뛰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조종하는걸 딱히 어렵게 느끼지 않았다.
삐걱.
침상에서 일어난 내 움직임을따라 마룻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몸시 허름한 객실이었다.
본래는 이 방도 없었다. 하지만 돈이면 불가능한 건 없었다. 점소이나 이 방의 주인 모두 만족할 만한 금액이었다.
나는 나무로 된 창문을 열었다.
조용하다 싶더니만, 쏟아붓듯이 내리던 비도 어느새 부슬비로 바뀌어 있었다.
창문 바로 옆에는 높게 자란 활엽수가 있었다. 아직은 푸릇하였지만, 슬슬 낙엽이 물들려는지 이파리 끄트머리가 붉게 변해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닿는 나뭇가지 하나를 꺾었다.
빗물이 아래로 후드득 떨어졌다.
생생한 생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후 갑자기 푸르던 이파리가 빠르게 다홍색으로 변하더니 이내 오므라들며 갈색으로 변했다.
바짝 마르고 마르던 이파리와 가지는 어느새 가루가 되어 그대로 부스러졌다.
“하······.”
흡성마공, 자기네들끼리는 흡성대법이라고 하는 것의 원류는 자연지기를 흡수하여 사용하는 나의 능력과 다를 바 없었다.
저들은 사람의 진기와 생명력을 이용하고, 나는 금안의 힘을 이용해 자연지기를 이용하고, 진기를 흡수하여 사용한다는 근원은 같았다.
즉······ 내가 지금까지 사용한 능력도 흡성마공과 같은 능력이었던 거다.
지금까지 알아채지 못한 것이 우스웠다.
그리고 이 힘, 천마지보에 담긴 힘은 반쪽짜리 미완성품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완성할 수 있는 곳으로 이끌고 있었다.
천마대총.
창밖을 보며 얼마나 고민하고 있었을까?
객잔 주변으로 거슬리는 움직임들이 보였다.
무공을 익힌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객잔을 둘러싼 채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잠시 바라보다가 창문을 닫았다.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다시 눈을 뜨고 야율을 바라보았다.
덜컹. 끼익.
듣기 싫은 소리가 나는 객실 문을 열고 나섰다.
사람들이 식사하는 객잔 1층은 어느새 조용해져 있었다.
손님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들 모두 갑자기 들이닥친 불청객들로 인해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었다.
나를 본 사내가 멱살을 잡고 있던 점소이를 집어 던졌다.
쿠당탕.
점소이가 의자와 함께 바닥을 굴렀다. 이미 몇 대 맞았는지 뺨이 빨갛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네가 백리연이냐?”
예상했지만 누가 봐도 흑도로 보이는 차림새였다. 뺨에 흉터가 있는 이가 대장으로 보였다.
사내가 친절한 웃음을 내보였다.
“우리 번거롭게 이러지 말고 나가서 이야기 하지.”
나는 바닥을 나뒹구는 점소이를 보고 난간을 넘었다.
탁. 1층에 뛰어내리자마자 놈들이 나를 빠르게 둘러쌌다.
나는 고개를 기울이고 물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어떻게 알아 봤지? 얼굴이 다를 텐데.”
사내가 도를 어깨에 걸치며 나와 내가 나온 객잔 방을 손가락질 했다.
“여자 하나, 남자 하나. 맞잖아?”
“고작 그걸로 알아봤다고?”
“일단 잡아서 손가락 하나씩 자르다 보면 다들 사실대로 말하는 법이지.”
“다른 사람이면 어쩌려고?”
“뭐? 으하하하하!”
내가 웃기는 질문이라도 했다는 것처럼 사내가 박장대소했다. 다른 흑도놈들도 함께 폭소했다.
“아직 소식을 못들었나 본데. 소저. 마교에서 소저 몸에 엄청난 현상금을 걸었어. 어? 평생 놀고 먹을 돈을 얻을 기회인데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쓰며 살아서야 쓰겠어?”
내가 협조적이라고 느꼈는지 매우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리고는 제 부하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 너, 그 뒤의 놈들, 가서 남자는 죽여. 피를 한 움큼 토했다니, 어차피 별거 없을 거다.”
“예!”
그들이 발을 뗀 순간이었다.
쉭-
뭔가 휙 날아가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터졌다.
“아아악!”
사내의 손에 젓가락이 꿰뚫려 있었다.
떨어져 바닥을 나뒹굴었어야 할 도가 허공에 떠올라 빙그르르 돌고, 내 손짓에 따라 본래 주인의 목을 겨눴다.
“끄흡.”
비명이 그대로 그쳤다.
모두 넋을 잃은 얼굴로 허공에 뜬 도를 바라보았다.
나는 방긋 웃었다.
“아직 소식을 못 들었나 보네. 내가 마교의 천라지망을 박살 내고 빠져나왔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