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Despised Granddaughter of the Powerful Martial Ar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2)
82화
* * *
결국, 향유를 사러는 남궁류청과 함께 가게 되었다. 남궁류청은 외출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내게는 남궁류청과 야율 둘 다 물가에 내놓은 아이였지만, 남궁류청은 오늘 물가에 처음 나온 아이였다······.
‘아니, 진짜 말이 돼? 열 살에 처음 나와 봤다는 게!’
물론 부모님과 함께 외출하는 일은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호위 무사에 시비에 몸종을 주렁주렁 달고 마차를 타고 나가는 외출과 오늘의 외출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을 뿐.
오면서 물어보니 남궁류청은 직접 물건을 사 본 적도 없었다!
걸어가면서도 나는 틈틈이 뒤를 돌아보았다.
이미 한참을 걸어 나왔기에 야율이 보일 리 없었지만, 그냥 마음이 불안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서하령에게 물었다.
“얼마나 가야 해?”
“거의 다 왔어!”
“그래.”
뭐, 줄만 서 있는데 문제가 생길 리 없겠지.
애써 마음을 다독이며 다시 앞을 볼 때였다. 남궁류청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백리 소저.”
남궁류청의 목소리에 살짝 짜증이 담겨 있었다.
“왜?”
또 애 저래? 뭐에 심통 난 거야?
남궁류청은 잠시 침묵하며 나를 불만스럽게 바라보다 툭 내뱉었다.
“돌아가.”
“응?”
“서 소저랑은 내가 함께 있을 테니까 먼저 가라고.”
생각도 못 한 말에 놀라는 내 목소리를 서하령의 외침이 묻었다.
“뭐야! 안 돼! 왜 연이를 보내?”
남궁류청이 서하령을 차갑게 쏘아보았다.
“지금 백리 소저가 계속 뒤만 돌아보고 있잖아.”
서하령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았다.
“계속 있어 봤자 거슬리니까 가.”
“그래도 싫은데······.”
“아니면 다 같이 돌아가든지.
네 사저 향유 따위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네가 멋대로 따라와 놓고 왜 나한테 그래!”
마저 소리칠 것 같던 남궁류청이 애써 입술을 꾹 깨물고 나를 보았다.
“안 가고 뭐 해?”
나는 남궁류청과 서하령을 번갈아 보고 마음을 먹었다.
“공자, 고마워. 하령아 미안해. 야율 혼자 두긴 좀 그래서. 둘이 갔다 와.”
“연아!”
서하령의 외침을 무시하며 바로 뒤돌아 뛰었다.
거리에 사람이 많아 마구 뛸 수는 없었다. 오면서 눈에 익힌 가게를 눈에 담았다.
‘여기서 쭉 가다가 저 가게 왼쪽으로 꺾으면······ 어?’
길을 찾던 난 고개를 홱 돌렸다.
“뭐야?”
나는 고개를 빼어 잠시 내 눈에 띄었던 곳을 훑었다.
아버지를 본 것 같은데······.
“······아닌가?”
안피가 많아 금안을 계속 쓰자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일단 가자.’
나는 잔시 눈에 담겼던 기운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다시 발을 재촉했다.
곧이어 보이는 가게를 보고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줄을 자리를 비운 새 더 길어져 있었다.
‘아니 무슨······? 와, 조금만 늦게 왔으면 큰일 날 뻔했네.’
점심 식사 시간이라 모여드는 모양이었다.
다시 발을 재촉할 때였다.
내가 지나가던 가게 주인이 지긋지긋 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저놈들 또 시작이네. 어휴.”
나는 가게 주인을 흘끔 보곤 다시 앞으로 향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야율이 보였다. 그사이 앞의 사람이 꽤 줄어 곧 있으면 야율의 차례였다.
‘응?’
난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야율이 자신의 앞에 선머리 두 개 정도 큰 소년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뭐야, 괜히 걱정했네.’
솔직히 그동안 약간 야율의 사회성을 의심했다.
아니, 그도 그럴 것이 맨날 내 옆에만 붙어 있지 않는가?
표정 변화도 거의 없고, 관심 가지는 것도 별로 없이 나만 졸졸졸 따라다녀서 어린아이가 이렇게 자라도 되는 건지 걱정이 컸다.
그렇다고 또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기엔 지금 있는 곳이 남궁 세가지 않은가? 최대한 조심해야 했다.
그래서 마음 한구석이 늘 불편했는데 저 모습을 보니 그래도 다행······ 이라고 생각한 순간, 상대가 야율의 뺨을 손등으로 툭툭 쳤다.
‘지금······ 무슨 일이······?’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인지가 뎌뎠다.
잠시 생각을 멈추었던 머리는 야율이 자신의 뺨을 치던 이의 손목을 잡아 꺾는 순간, 다시 돌아 갔다.
뺨을 치던 소년의 비명이 높게 울렸다.
“아악!”
나는 황급히 달려갔다.
“놔! 으악! 노, 놓지 못, 아악!”
“형!”
“이 자식이!”
소년과 같은 무리의 아이들까지 덤벼들려는지 개판이었다.
난 황급히 소리쳤다.
“야율!”
내 다급한 외침에 야율이 나를 보았다.
“어? 일찍 왔네.”
심지어 그 상황에서 나를 보면서 살짝 미소 지었다.
그 찰나 야율의 손에서 힘이 살짝 빠졌는지, 소년이 야율을 뿌리치고 빠져나갔다. 그리고 손을 치켜들었다.
“이 새끼가······!”
달려간 내 몸이 반사적으로 야율을 감싸 안았다. 그와 동시에 내뻗는 주먹이 어깨를 스치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난 내 아래 깔린 푹신한 느낌을 뒤늦게 깨달았다. 야율을 깔고 있는 것이었다.
야율은 넘어지면서도 내가 바닥에 구르지 않도록 자세를 잡았다.
나는 깜짝 놀라며 야율 위에서 일어났다.
“야율, 괜찮아?”
“······.”
야율은 말없이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 야율의 눈빛을 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얘, 눈빛이 이상한데?’
빛 한 점 찾아볼 수 없이 새카맣게 가라앉은 눈동자. 야율 몸 속에서 일렁이는 내공이 금안에 보였다.
탁한 기운이 야율의 단전에서 사지를 향해 뻗어 나갔다.
야율이 눈을 부릅뜬 채 굳어 있는 아이에게 천천히 손을 뻗었다.
“너······.”
난 황급히 야율의 팔을 붙잡았다.
“안 돼.”
“······.”
“야율, 안 돼.”
거듭 반복하는 내 목소리에 일렁이던 마기가 천천히, 천천히 진정되었다.
야율이 느리게 입술을 뗐다.
“······너 괜찮아?”
그제야 안도의 숨이 나왔다.
어찌나 긴장했는지 주먹이 스친 어깨의 통증도 이제 느껴졌다.
나는 태연하게 거짓말했다.
“안 다쳤어. 멀쩡해.”
아직 살기에 노출되어 본 적 없어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섬뜩한 느낌에 뻣뻣이 굳어 있던 소년이 뒤늦게 풀려나 소리쳤다.
“너, 너네 뭐, 뭐야!”
야율을 바라보다가 겁에 질린듯 살짝 눈을 피했다. 그러곤 나를 향해 소리쳤다.
“넌 뭔데 갑자기 끼어들어서 난리야!”
열넷? 열다섯?
한국으로 치면 중학생 정도로 보였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황색 무복에 허리에 두른 금장식 요대, 흔들리는 옥장식까지. 부귀를 온몸으로 자랑하고 있었다.
‘거기다 내공이 있어.’
허리에 찬 검도 보였다. 아마도 무림 가문 혹은 문파의 아이인 듯했다.
일행으로 보이는 소년 뒤쪽의 아이들도 다 비슷했다.
‘남궁 세가 앞에서 미쳤다고 흑도가 설칠 리 없으니 당연히 백도, 무림 정파일 것이고.’
상황을 파악한 난 재빨리 소리쳤다.
“넌 뭔데? 백도 무림 자제가 대낮부터 사람을 패?”
“······무, 무슨, 네가 끼어든 거잖아!”
“끼어든 건 너네겠지! 너희 새치기했잖아?”
이런 애들이 바로 앞에 서 있었다면 내가 기억 못 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정답이었다.
“너······ 너!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누군데? 새치기로도 모자라 대낮부터 사람을 때리던 사람이 어느 집 사람인지 들어나 보자!”
얼굴이 시뻘게진 소년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앞뒤로 줄 서 있던 사람들이 소란에 고개를 내밀고 구경중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피식거리기도 했다.
“너, 너!”
창피함에 머리가 돌아 버렸는지 소년이 다시 손을 치켜들었다.
‘이자식이 미쳤나!’
겨우 야율 진정시켜 놨더니만!
난 야율 앞을 가로막으며 재빨리 자연지기를 끌어모았다.
‘체력 키울 때까진 함부로 안 쓰려고 했는데.’
그 순간.
“악!’
내가 막아서기도 전에 소년이 갑자기 손을 부여잡곤 비명을 질렀다.
소년의 패거리로 보이는 아이들이 연달아 소리쳤다.
“형!”
“형아!”
“무슨 일아야!”
나도 어리둥절했다.
저 놈이랑 손끝도 안 닿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