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Youngest Prince in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136)
소설 속 막내황자가 되었다 136화
37장 거인 대군락(6)
아그네스 제국은 무척이나 넓었다.
그렇기에 아직 밝혀지지 않는 던전이나 지역, 그리고 유물들이 수없이 존재했고 그런 것들을 찾아다니는 탐사대 또한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그러한 탐사대 중에서 ‘특급’의 칭호를 받은 곳은 제국 전체를 통틀어서도 오직 다섯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다른 탐사대들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지닌 모험가들로만 구성된, 그야말로 최정예라 할 수 있는 집단.
그렇기에 하는 일 또한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그리고 지금.
“헉, 헉!”
그러한 특급 탐사대 중 하나, ‘파헤치는 눈’의 일원인 르네트 일로네스는 불타오르는 마을 안을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었다.
“X발!”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거친 욕설.
평소에는 거의 욕설을 하지 않는 그녀였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런 그녀가 욕설을 내뱉을 정도로 최악을 달리고 있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일의 발단은 얼마 전, 르네트의 탐사대로 한 가지 의뢰가 들어오면서부터였다.
제국 동부의 끝쪽에 존재하는 작은 마을인 ‘호이레’로부터 들어온 의뢰로써 마을 중앙에 갑자기 솟아난 이상한 유적을 조사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들이 수행하기엔 수준이 너무 낮았기에 원래라면 거절했겠지만, 의뢰서에 쓰여진 유적의 묘사에서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탐사대장, 알로스는 결국 의뢰를 수락하고 그녀를 비롯한 탐사대원 세 명을 호이레 마을로 파견했다.
‘그 의뢰를 수락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 생각과 함께 달리는 속도를 더욱 올린 르네트는 뒤쪽을 힐긋 바라보았다.
끄에에엑!
꾸르륵!
그런 그녀의 시야에 더는 인간이라고는 생각될 수 없을 정도로 흉측하게 변한 채 자신을 쫓아오는 수많은 마을 사람의 모습이 비쳤다.
마을 사람들이 저렇게 된 것은 불과 몇 시간 전이었다.
마을의 중앙에서 갑작스럽게 솟아난 거대한 유적.
그 유적에서 아무런 전조도 없이 새빨간 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 빛에 닿은 사람들의 모습은 한순간에 모두 저렇게 변형되어 버렸다.
그 뒤로 르네트는 다른 탐사대원의 행방조차 모른 채 계속해서 쫓기는 중이었다.
‘대체 그게 무엇이길래…….’
르네트는 이 일이 벌어지기 전 잠깐 조사했던 유적의 외형을 떠올렸다.
마치 뱀의 혀를 수천 배 키워놓은 것과 같은 기이한 모습.
수많은 던전과 오지를 탐험했던 그녀조차 처음 보는 형태였고 조사를 해도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거기다가 전염성도 엄청나!’
처음에는 그 빛에 닿지 않아 멀쩡한 사람들도 존재했지만, 이미 괴물로 변형된 사람들과 접촉하는 즉시 똑같이 변해 버리고 있었다.
이 정도 전염성이라면 이 마을을 넘어 근처의 다른 마을까지 전파되는 것도 시간문제일 터.
‘아니, 이미 전파되었을 수도 있어.’
상황이 무척이나 심각했다.
재앙.
평소에 뛰어나기로 정평이 난 그녀의 촉은 지금 이 사태가 새로운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그것도 단순한 7대 재앙급이 아닌 지금껏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재해(災害)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었다.
‘알려야 해!’
지금 여기에서 르네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 탐사대와 제국에 이 사실을 알리는 게 최선이었다.
키아아악!
괴물로 변하게 된다면 신체 능력 또한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것일까?
모든 마나를 오로지 도망치는 데 사용하고 있음에도 점점 괴물들과 르네트의 거리는 좁혀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그와 함께 어두워지는 르네트의 얼굴.
그때.
끼에에에엑!
앞쪽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괴물 하나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바로 르네트와 같이 이곳에 온 탐사대원 중 한 명인 알버트가 변형되어 만들어진 괴물이었다.
“이런 개 X발!”
다시 한번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뒤트는 르네트.
하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웠기에 그녀는 괴물이 휘두르는 발톱의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
르네트의 얼굴에 다급함과 절망이 함께 어리고.
괴물의 발톱이 그런 그녀의 머리를 으깨려는 순간이었다.
“정말로 신기하단 말이야.”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쾌활한 목소리와 함께.
콰직!
르네트를 향해 발톱을 휘두르던 괴물의 상반신이 그대로 사라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커다랗게 변한 그녀의 눈동자에 바닥으로 쓰러지는 괴물의 시체 뒤에 서 있는 한 명의 인물이 비쳤다.
“어떻게 주인은 이런 것들을 전부 알고 있는 거지? 정말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가?”
새카만 머리카락과 대비되는 붉은 눈을 가진 여인.
바로 리우시나였다.
“다, 당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여는 르네트와.
키아아악!
그녀의 뒤에서 달려드는 수많은 괴물.
리우시나는 그러한 괴물들을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신기한 녀석들이네?”
마을 사람들을 괴물로 변형시킨 힘은 수백 년을 살아온 그녀조차 처음 보는 특이한 권능이자 술식이었지만, 동시에 혈마법과 비슷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시온은 처음부터 이것까지 알고 자신을 이곳에 보낸 것일까?
“전부 죽여라! 천살의 마녀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우와아아아!”
곧이어 그런 리우시나의 뒤에서 혈탑주 케르마 드콜스와 함께 혈탑의 마법사들이 쏟아져 나오며 괴물들을 향해 무차별적인 마법 세례를 가하기 시작한다.
콰과과광!
수십 개에 달하는 공격 마법으로 인해 일어나는 연쇄적인 폭발과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는 괴물들.
“어쩌면 혈탑의 수준을 한 단계 더 올릴 수도 있겠어.”
그렇게 점점 전장으로 뒤바뀌어 가는 마을을 바라보며 리우시나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 * *
바타르와 함께 대전에서 나온 시온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푸른 발톱 부족의 거인들에게 이번 전쟁을 자신이 이끌게 되었음을 공표하는 것이었다.
이미 반우테칸파의 통솔권을 완벽하게 쥐고 있는 바타르가 인정했고 기가페르세스까지 있었기에 다른 거인들이 수긍하게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금부터 우리는 붉은 뿔을 꺾으러 갈 거야.”
그 뒤로 시온은 우테칸이 있는 붉은 뿔 부족을 향해 곧바로 거인들을 출정시켰다.
다른 곳과는 달리 거인 대군락에는 숨어 있는 마물들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 배신자들 또한 어젯밤 습격이 일어난 후 바타르가 곧바로 처단한 상태였기에 걸리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원래부터 전투를 좋아하는 호전적인 성향의 거인들이기 때문일까.
대규모 습격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준비는 빠르게 끝났고 푸른 발톱 부족을 중심으로 뭉친 반대파 거인들의 군세는 순식간에 붉은 뿔 부족의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게 정말 맞는 건가?’
푸른 발톱의 부족장 바타르는 그렇게 생각하며 앞에서 친위대로 보이는 검사들과 함께 이동하는 시온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시온의 고요한 눈.
급박하게 변화하는 상황, 거기다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뤄진 시온의 지시에 일단 거인들을 모아 출정하긴 했지만, 바타르의 눈에는 아직도 미약한 불신의 빛이 남아 있었다.
물론 그가 생각하기에도 이 방법이 제일 낫기는 했다.
‘가만히 앉아서 전멸하길 기다리는 것보단 먼저 치는 게 나으니까.’
거기다가 자신들의 전선은 그리 넓지 않았기에 금방 전력을 집중할 수 있었고 그와 비교해 친우테칸파 쪽은 아직 전력을 완전히 모으지 못한 상황이었다.
전면전을 벌이기에는 최적의 시기.
문제는 그렇게 하더라도 자신들의 전력이 달린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시온 황자가 이기게 해준다고 말을 했음에도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다.
‘곧 원군이 도착한다고 했었나?’
바타르는 그 생각과 함께 출정하기 직전 시온 황자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런데 시온 전하…… 정말 이 전력으로만 총력전을 치르실 겁니까?
-왜, 질 것 같아?
-솔직히…… 그렇습니다.
-걱정할 필요 없어. 나도 이대로 싸울 생각은 없으니까.
-그럼…….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우리 쪽 원군이 도착할 거야.
그 원군이 무엇인지도 물어보았지만, 시온 황자는 곧 알게 될 거라며 웃음만 지을 뿐 그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었다.
‘분명 시온 황자는 대군락에 올 때 저 친위대만을 데리고 왔다고 했다. 그런데 어떻게 원군이 도착한다는 거지? 후발대라도 존재하는 건가?’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시간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이미 대군락 안에 들어와 있어야 하는데 바타르는 그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들은 게 없었다.
정말로 알 수 없는 일.
그때.
“저, 저기!
“바타르 족장, 저쪽을 보십시오!”
앞서 보낸 척후병들이 돌아오기 전, 무언가를 본 전사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그에 앞쪽으로 고개를 돌린 바타르의 눈동자 또한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 멀리 보이는 지평선 너머에서부터 다가오는 무언가.
그것은 거인들이었다.
시야의 끝에서 끝까지 가득 채운 거인들의 군세.
그 군세를 이루는 거인들은 하나같이 붉게 물든 뿔이 달린 투구를 착용하고 있었다.
“붉은 뿔 부족…….”
바로 붉은 뿔 부족을 중심으로 한 친우테칸파 거인들이었다.
수십 개에 달하는 수많은 부족의 깃발과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크게 울리는 대지.
그러한 거인의 군세를 바라보는 반대파 거인들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딱 봐도 자신들과 저들 사이에는 커다란 전력의 격차가 존재했으니까.
심지어 다 모이지도 않은 전력이 저 정도였다.
그들은 전투를 좋아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패배가 정해진 전투마저 좋아하진 않았다.
‘정말로 우리가…… 저 군세를 이길 수 있다고?’
다른 거인들과 마찬가지로 암울하게 물든 바타르의 눈이 시온에게로 향했다.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나른한 눈으로 다가오는 붉은 뿔의 군세를 바라보고 있는 시온.
그에 부족장의 눈이 더욱 어두워질 때.
‘시온 아그네스, 너도 처음부터 내가 목적이었구나.’
반대쪽의 우테칸 또한 그런 시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둘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존재했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괴수 군단은 그저 핑계일 뿐이었어.’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대군락에 도착하자마자 이렇게 곧바로 움직일 수 없었을 터.
‘하긴 여기만큼 눈치를 보지 않고 상대방을 죽일 수 있는 곳이 없긴 하지.’
황성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 그것도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이 일어나는 대군락이었기에 황족끼리 상잔을 일으켜도 충분히 덮을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황위 경쟁이 심화된 지금 황성이나 수도만 아니라면 서로를 죽인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건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비난은 좀 받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우테칸은 자신과 눈이 마주친 시온을 향해 씩 웃었다.
설마 정말로 먼저 자신을 치러 올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완벽하게 허를 찔렸다고 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시온이 한 행동은 말 그대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을 뿐 이 상황을 뒤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달라진 건 없었고 여전히 시온과 반대파 거인들은 무척이나 불리했다.
아니, 오히려 죽음을 더욱 앞당겼다고 보는 게 옳았다.
‘대체 왜 이런 선택을 한 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단 말이야.’
너무나도 어리석은 선택.
차라리 뿔뿔이 흩어져 도망이라도 쳤으면 조금은 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을 터.
‘설마 아직도 월로 군단이 온다고 믿는 것은 아닐 테고……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가?’
사실 뭐가 되었든 상관없었다.
제국의 상위 정예 군단 하나를 뛰어넘을 정도의 전력이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른 어떠한 변수가 생기더라도 박살 낼 수 있을 정도의 압도적인 차이가 둘 사이에 존재했으니까.
물론 이곳으로 오기 전에 그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했고 그런 전력은 대군락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쿵! 쿵! 쿵! 쿵!
곧이어 시작될 학살을 생각하니 흥분되기라도 하는 것일까?
우테칸의 거인 군세가 제자리에서 자신들의 무기를 바닥으로 내려치며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살기로 번들거리는 거인들의 눈동자.
“전하, 이제 지시를.”
우테칸의 옆에 서 있던 거인이 열망 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명령을 재촉하고.
‘시온, 오늘이 너의 마지막이다.’
마침내 그렇게 생각을 마친 우테칸의 입에서 전진 명령이 떨어져 내리려는 순간이었다.
그 아 아 아 아 아!
그것은 포효였다.
인간도, 거인도 아닌 전혀 다른 존재들이 내지르는 포효.
전장 전체를 가득 메우는 거대한 포효에 우테칸을 비롯한 거인들의 고개가 모조리 포효가 들려온 쪽을 향해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은 볼 수 있었다.
————-!
괴수의 군세를.
셀 수도 없을 만큼 수많은 괴수가 시야 전체를 가득 메운 채 미친 듯한 속도로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괴수 군단? 갑자기 저 녀석들이 왜 여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등장에 의문으로 물드는 우테칸의 눈.
그때, 그의 눈에 자신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시온의 모습이 들어왔다.
곧이어 그런 시온의 입이 천천히 열리며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한다.
너무나 멀었기에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우테칸은 시온의 입이 움직이는 모양으로 그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전. 군. 돌. 격.
그리고 그 순간.
부우우우우!
푸른 발톱 부족의 진영에서 출전을 알리는 뿔피리가 울렸다.